2021년 새해를 맞아 일본 호텔들은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에 따른 기대감이 높아지고, 한 차례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개최 시기가 다가오면서 오랜만에 설레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기회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낸 호텔들의 경우 기대치는 더욱더 크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성장을 이룬 글로벌 에이전트(Global Agents)의 호텔 일체형 코워킹 스페이스 ‘.andwork’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피스, 카페, 집의 단점을 해결한 호텔일체형 코워킹 스페이스
코로나19 이후 리모트 워크가 확대되면서 일하는 공간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업무 공간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 ‘Wework’와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오피스)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코워킹 스페이는 점점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불만은 바로 코워킹 스페이스의 경우 사용하는 빈도와 서비스에 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 같은 공간은 어떨까? 이 경우 커피 한 잔으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으니 가격 면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막상 카페에서 일을 하다 보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주변의 소음에 집중이 어렵기도 하다.
집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생활환경에 업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가족과 같이 지내는 경우에는 업무에 집중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라면 돈도 절약할 수 있고,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그리고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호텔 일체형 코워킹 스페이스 - ‘.andwork’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글로벌 에이전트는 ‘.andwork’를 통해 리모트 워크를 하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호텔의 로비를 워킹 스페이스로
호텔 운영 회사인 글로벌 에이전트는 어떻게 호텔 로비를 코워킹 스페이스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됐을까?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고객을 잃은 많은 호텔들이 생존을 위해 객실을 일하는 공간으로 대여해서 제공하는 데이유즈(Day Use)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에서 일본 비즈니스호텔의 대표 격인 아파 호텔은 4000엔이라는 가격으로 객실은 물론 점심과 온천 이용권까지 제공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그러자 아파 호텔과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호텔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데이유즈 서비스 플랜을 만들었고, 코로나19 이후 이 상품은 호텔들이 공실을 메우고 수익을 창출하는 유일한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글로벌 에이전트는 다른 호텔들과 달리 객실이 아닌 호텔의 로비 라운지와 부대시설을 리모트 워크와 교류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글로벌 에이전트는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더 이상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ON이 되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OFF가 되는 구분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든 작업 공간이 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하는 장소를 시간과 기분에 따라 선택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일을 하면서 휴식과 식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에이전트는 호텔이 바로 이 시대에 일하는 모든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Work, Nap, Work, Beer
글로벌 에이전트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호텔을 어떻게 호텔 일체형 코워킹 스페이스 공간으로 만들어 냈을까?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라운지에서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맥북을 두드리며 소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공간이 바로 글로벌 에이전트가 추구한 그림이다. 게다가 보통 호텔 로비는 생활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세련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다. 글로벌 에이전트는 이러한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호텔 라운지를 어떻게 재구성했을까? ‘.andwork교토’의 예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andwork교토의 코워킹 스페이스가 리모트 워크를 지원하는 다른 곳들과 차별화된 부분은 바로 호텔과 일체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andwork교토는 일과 생활의 경계를 없앤다는 목표 아래에 ‘Work, Nap, Work, Beer’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아침에 .andwork를 찾으면 모닝커피 서비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낮에는 객실에서 낮잠을 자거나 샤워를 하며 피로를 풀고, 그렇게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호텔 라운지의 해피아워 서비스를 통해 무료 맥주 한 잔을 즐기며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 버리는 식이다. 실제로 일부 고객은 해피아워 시간에 마시는 수제 맥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라도 이곳을 매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더 .andwork의 코워킹 스페이스의 강점은 바로 휴관일이나 휴관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1년 365일 쉬는 날이 없는 호텔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24시간 연중무휴로 그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은 다른 공유 오피스 서비스와는 차별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코워킹 스페이스
사실 호텔에 숙박하는 고객들로서는 라운지가 숙박하지도 않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호텔을 찾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호텔을 단지 숙박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유와 필요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 활용법에 따라 머물기를 원한다. 동시에 이들은 호텔에 숙박해서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기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바로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 고객층의 니즈가 .andwork의 콘셉트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글로벌 에이전트가 전개하는 호텔 일체형 코워킹 스페이스인 .andwork의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리모트 워크를 위한 개개인 공간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이 모든 것을 하나에 담았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한 사무실도 아니고 시끄러운 카페도 아닌 밀레니얼 세대의 워크 플레이스의 가치를 담아낸 공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필요에 따라 낮잠이나 샤워도 즐길 수 있어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 일도 휴식도 자신의 페이스로 자유롭게 취할 수 있는 공간은 이 시대 누구나 꿈꾸는 워킹 플레이스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 기자, KBS 작가 호텔 농심 마케팅 파트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도쿄에 거주 중으로 다양한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