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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일)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이번 주는 어디에 살지? 정액제로 호텔에 산다! 정액제 숙박서비스 ‘호스텔라이프’


주중에는 도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교외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면서 지내거나, 이번 주는 도쿄에서 살고 다음 주는 삿포로에서 살아본다거나 하는 식의 삶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라이프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는 비용이나 관리상의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대부분 꿈에 그치고 마는 그림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에서는 전국의 숙박 시설을 회원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짐이나 우편물, 주소지 등록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했다.


여행하듯 살지만, 불편하지 않다.
최근 ‘리틀재팬(Little Japan)’이라는 법인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상에 선보인 ‘호스텔라이프(Hostel Life)’가 주목 받고 있다. 호스텔라이프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서브 스크립션(Subscription), 즉 정액제 숙박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호스텔라이프의 이용 패스를 구입한 후, 플랫폼에 가입돼 있는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그리고 호텔들을 기간 동안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패스를 구입해 직장과 학교 근처에서 잠을 자고 시간을 보냄으로써, 만원전철로 통근, 통학하는 것에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고 남은 시간과 체력을 자신의 취미나 학습, 그리고 부업 같은 활동에 투자할 수 있다. 사실 도쿄와 같은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만원전철로 통근, 통학을 하면서 하루의 체력을 다 소모하게 된다. 그리고 체력의 소모만큼이나 매일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만원전철로 인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수는 도쿄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액제 숙박을 이용하는 장점은 단순히 만원전철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난다는 것 외에 다른 이점이 내재돼 있다.



첫째, 일본 대부분의 가족들이 비싼 도심의 부동산 가격 때문에 교외에 살고 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평일에는 도심의 정액제 숙박시설에서 묵고 주말에는 자연에 둘러싸인 큰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됨으로써 편리한 도심과 자연이 풍요로운 전원생활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호스텔라이프의 플랫폼에 가입된 숙박 시설이 지역과 형태가 다양하다 보니 다거점 생활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상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주는 도쿄에서 지내다가 다음 주는 삿포로에서 지내는 식으로 한 곳에만 주거하지 않고 옮겨 다니며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호스텔라이프의 정액 서비스 회원이 되면, 호스텔라이프가 짐, 우편물 그리고 주소지 등록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기간 동안 회원들은 옵션 요금을 내며 가장 자주 이용하는 지역의 숙박시설에 짐을 맡겨두고 우편물에 대한 걱정 없이 일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특정 병원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하는 프리랜서 의사, 간호사 이외에도 미용사, 요리사, 강사, 작가, 영업분야의 회사원 등으로부터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셋째,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외국인들처럼 한시적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업무상 출장이 많은 경우 집을 비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호스텔라이프의 정액 숙박서비스가 나오자 부담 없이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 수 있는, 이상적인 재팬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넷째, 숙박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니 청소가 필요 없다. 집을 비워두면 돌아와 청소를 하는 등 유지와 관리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별장처럼 관리인을 두자니 유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호스텔라이프의 정액 숙박서비스는 가사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준다.



정액제를 이용하는 방법은?
그렇다면 실제로 호스텔라이프를 이용하는 경우 예약을 하는 방법과 비용, 그리고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정액 패스는 ‘금요일 예약 패스’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예약 패스’ 두 종류가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1회에 예약 가능한 최대 일수는 2일이다. 하지만 체크인하면 다시 숙박 기간을 연장해서 예약할 수 있다. 또한 패스의 유효기간 계산은 구입일로부터가 아니라 이용개시일로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미리 구입해 놓고 나중에 이용을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회사와 같은 법인계약으로 패스를 구입한 경우 필요한 때 필요한 직원이 숙박하도록 하는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이용금액을 보면 ‘금요일 예약 패스’의 경우 1개월 5만 엔에서 1년 28만 엔이고,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예약 패스’는 1개월 3만 엔에서 1년 18만 엔이다. 그리고 숙박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숙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다음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틀재팬의 호스텔서비스 탄생 배경
정액제 숙박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출현하게 된 것일까? 호스텔라이프를 운영하는 법인인 ‘리틀재팬’의 대표인 카시와기미치오(柚木理雄) 대표는 농림수산부의 관료로서 전도유망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고시를 통과한 공무원으로 국제 교류, 지역 발전 그리고 펀드 설립 등의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러던 가운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재해지역의 복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는데, 바로 이때 관료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는 보다 생동감 있는 현장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표를 내고 리틀재팬을 설립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무원 시절 출퇴근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과 대학원생 시절 교토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액제 숙박서비스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여행과 같은 삶, 도시와 전원의 이중생활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호스텔라이프 서비스를 만들었다.


리틀재팬은 2017년 4월 빈집을 활용한 정액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숙박시설을 만들고자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했고, 120만 엔이 넘는 투자금을 모아 첫 숙박시설을 개업했다. 그리고 펀드에 협력해 준 사람들에게 연간 정액 패스를 제공했다. 클라우드 펀딩 단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호스텔라이프의 플랫폼에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회원이 되고자 하는 숙박시설 가입이 이어졌고, 성수기에는 정액 서비스의 이용회원 모집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사람들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접목시켜 숙박시설을 정액제로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액제 숙박서비스가 해결해야할 과제
지금 일본에서는 정액제 숙박서비스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들어 리틀재팬을 시작으로 ‘여행같은 일상’을 콘셉트로 한 나가사키의 하프(HafH)와 라인(LINE)에서 전국의 호스텔을 예약할 수 있는 토마룬(TOMARUN), 다거점거주형 숙박서비스 코리빙(Co-living) 등의 서비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정액제 숙박서비스도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첫째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정액제 서비스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와 같은 서비스처럼 한번에 티켓팅을 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가입하기 쉽지만,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가 의외로 많기 때문에 이용자를 장기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경우와 같이 공간의 활용방법에서 이용객의 다양한 니즈를 맞추기 어렵다. 둘째, 호텔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한정된 객실 수 중에서 정액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객실의 수와 일반 이용자의 객실 수의 밸런스를 상황에 맞춰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정액제 숙박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분석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액제 숙박시스템은 이제 막 등장한 만큼 성숙되기까지 이러한 문제점 외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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