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레고는 유명하긴 해도 아무나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아이가 있는 집에는 한 두 박스 정도는 갖고 있는 흔한 장난감이 됐고, 고난도 조립 세트를 모으는 컬렉터도 적지 않지만 그때 그 시절 레고는 정말 귀한 장난감 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 동경의 장난감이었던 바로 그 레고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숙박까지 할 수 있는 레고랜드 호텔이 나고야에 동아시아 최초로 오픈을 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흥미로울 레고 호텔 이야기를 소개한다.

10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레고의 진화
레고의 역사를 따져보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10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레고는 1916년 덴마크의 지방 도시 빌룬(Billund)에서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당시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지역 농민을 위한 집과 가구 등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1924년에 화재로 목공소가 소실됐고,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공황으로 인한 경기악화로 파산 직전의 궁지에 몰렸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재기를 목표로 제작비를 절약하면서 만들 수 있는 생활 잡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작업들은 장난감 제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1930년대 중반에 들어 ‘요요’가 유행하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도 요요를 제조해 팔면서 순조롭게 성장했다. 그런데 요요의 붐이 끝나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요요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무언가 장난감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레고의 전신인 블록형 장난감이었다. 1934년 덴마크어로 ‘잘 노는’을 의미하는 ‘Leg Godt’에서 가져온 말이 라틴어로 ‘조립’을 의미하는 ‘LEGO’였다. 그 후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은 플라스틱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던 시대의 흐름에 맞춰 플라스틱 장난감 제조를 시작했다. 1953년부터는 ‘LEGO Bricks(레고)’라고 이름을 바꿔 시장에 내놨으며, 그 후에도 제품을 개량해오며 지금의 블록 형태와 같은 레고를 완성했다.

이후 어린이 장난감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레고는 작은 블록을 모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레고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난감 소비는 위축됐고,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아이들이 모바일 게임에 더 관심을 보이게 되자 레고도 인기가 시들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레고는 변화하는 아이들의 놀이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했다. 즉 레고무비, 레고 테마 파크인 레고랜드와 레고호텔, 레고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층을 확대해 나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구현한 레고랜드와 레고호텔이다. 레고랜드와 레고호텔은 레고 블록으로 조립된 수만 개의 모형들과 놀이기구가 있으며, 수영장 등 각종 레져 활동까지 겸비하고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레고랜드는 미국, 영국, 독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일본까지 전 세계 총 8곳에서 운영 중인 오락 숙박 공간이다.

동아시아 최초의 레고랜드
장난감 레고를 소재로 한 놀이공원 ‘LEGOLAND Japan’이 2017년 4월 일본의 나고야에 오픈했다. ‘LEGOLAND Japan’에는 19만 개의 레고 브릭과 1만 여개의 모델로 이뤄진 40여 개의 놀이 기구 등이 7개의 테마 공간에 펼쳐진다. 전 세계 8번째, 동아시아 최초의 레고랜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것은 일본으로서는 어찌보면 운이 좋았던 일이고, 우리나라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7년째 표류해 온 레고랜드 코리아의 사업이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EGOLAND Japan’이 문을 연 뒤 1년이 지난 2018년 4월에는 인접지에 호텔 ‘LEGOLAND Japan Hotel’과 수족관인 ‘SEA LIFE Nagoya’이 연이어 오픈했다. LEGOLAND Japan Hotel은 레고 블록의 세계관을 재현한 8층짜리 호텔로 총 252개의 객실은 레고 시리즈 5개의 테마로 나눠져 있다. 호텔 3층과 4층은 PIRATE(해적)를 테마로 한 방이며, 5층은 ADVENTURE(모험), 6층은 KINGDOM(킹덤), 7층은 LEGO NINJAGO(레고 닌자고), 마지막으로 8층은 LEGO FRIENDS(레고 프렌즈)와 KINGDOM(킹덤)으로 구성돼있다.

객실은 2개의 별도 수면 공간으로 나눴는데, 어른용 퀸 사이즈 침대와 어린이용 침대가 별도로 마련돼있다. TV도 어른용, 어린이용 2대가 있고 유카타도 세팅돼 있다. 이처럼 레고의 다양한 세계를 표현한 객실은 아이들, 그리고 어른에 이르기까지 레고를 즐기는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심의 공간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호텔 객실의 가격 1실 기준 요금(아침 식사 포함)은 3만 1000엔 이상이다.

부대시설로는 어린이 수영장, 레고 블록 워크숍, 패밀리 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층인 어린이 동반 가족들의 선호도가 높아 일본 호텔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호텔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오픈한 수족관 SEA LIFE Nagoya 역시 인기다.

나고야의 지역경제 활성화
레고의 세계를 표현한 레고호텔과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재팬은 나고야(名古屋)시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부권 사회경제 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2017년도 지역 경제파급 효과는 무려 895억 엔에 달한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수익의 내역을 보면, 입장료와 식음료비, 교통비, 숙박비 등의 직접 효과가 659억 엔, 거기에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관련 기업의 고용주의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증가 등)가 309억 엔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레고랜드는 지역의 고용증대와 세수 증대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도만 보더라도 1195명의 고용을 창출했으며, 아이치현(愛知?)의 세수에도 109억 엔을 기여했다. 만약 레고랜드 재팬과 호텔이 도쿄의 디즈니랜드처럼 연평균 4.8%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21년도의 경제 효과는 1121억 엔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레고랜드와 호텔, 그리고 수족관으로 이어지는 ‘레고월드 in 나고야’의 비지니스 모델은 ‘레고’라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테마파크를 유치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치는지를 가늠케 한다.

눈만 뜨면 새로운 장난감이 쏟아지는 요즘, 레고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장난감은 정말 흔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레고가 항상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단순한 육면체의 브릭을 쌓아올리는 원리는 변함없지만 그 원리로 구현하는 형태는 시대나 장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EGOLAND Japan Hotel에도 그 지역에 맞는 특성을 살려 매력적인 호텔 공간을 만들어낸 객실이 있다. 바로 ‘레고 닌자고’인데, 이 객실은 미국이나 영국의 레고랜드 호텔과는 또 다른 일본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브릭들로 전 세계를 담은 레고는 시대에 따라 진화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레고 엔터테인먼트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된다면 세대가 바뀌어도 고객들의 사랑은 계속되지 않을까, 레고가 존재하는 그 날까지.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