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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월)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고가대로 아래의 호텔, UNDER RAILWAY HOTEL AKIHABARA

 

차나 전철이 다니는 고가도로의 아래 공간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더럽고, 어둡고, 위험한 이미지 외에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철로가 다니는 고가도로가 유난히 많은데, 이 고가도로 아래에 노숙자들이 모여 들면서 지저분하고 접근하기 힘든 공간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본의 철도회사 ‘JR히가시닛폰’이 이와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공간을 탈바꿈시키는 재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JR히가시닛폰은 자회사인 JR히가시 도시개발 회사를 통해 2010년부터 도쿄의 중심을 관통하는 아키하바라와 오카치마치 사이 구간의 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는 ‘산책하고 싶은 고가대로 아래’다.

 

 

고가대로 아래의 핫플레이스


이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해 JR히가시닛폰은 전철이 다니는 고가대로 아래를 사람들의 생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탄생시키기로 했고, 이를 위해 ‘모노즈쿠리(제품만들기)’를 테마로 한 상점가를 만드는 프로젝트 ‘2k540’를 진행했다. 전자제품이나 애니메이션, 게임과 관련한 오타쿠의 성지라는 이미지를 가진 아키하바라에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과 아트, 그리고 모노즈쿠리에 특화된 세련된 숍들을 모아둔 핫플레이스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의 이름도 ‘2k540 AKI-OKA ARTISAN’으로 정해, 아트와 디자인에 기반을 둔 공간임을 강조했다.

 

 

‘2k540 AKI-OKA ARTISAN’은 고가 대로 아래에 모노즈쿠리를 테마로한 숍이나 공방, 카페 등이 50곳 정도 모여 있는 곳으로, 가게마다 장인이나 디자이너들이 만든 창의적인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에 자리를 잡은 숍들은 아트와 모노즈쿠리를 연계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리피터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2k540 AKI-OKA ARTISAN’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아키하바라의 모노즈쿠리를 체험하러 오는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2k540 AKI-OKAARTISAN’은 아트 혹은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방문해봤을 정도로 인기를 얻어 왔다. 특히, ‘일본의 좋은 것만을 모은 일품 시장(日本のいいもの逸品市場)’이라는 콘셉트의 마르쉐 공간, ‘차바라(ちゃばら)’는 엄선된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모아 판매함으로써 이곳을 산책하는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레스토랑, 카페 등 휴식을 취할 공간 또한 개성 있는 곳들로 모여 있는데, 여기서 조금 더 오카치마치 방면으로 걸어가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상업 시설인 ‘SEEKBASE AKI-OKA MANUFACTURE’가 나타난다. 이곳은 카메라와 음악에 관련된 컬렉터 아이템을 다루는 가게들이 모여 있어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공간이다.

 

 

가장 시끄럽고 번잡한 곳에 호텔이


2019년 12월 ’SEEKBASE AKI-OKA MANUFACTURE’의 공간 한 켠에 이곳과 가장 부적합해 보이는 한 시설이 들어섰다. 바로 고가 밑의 호텔 ‘UNDER RAILWAY HOTEL AKIHABARA’다. 언더 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는 코인파킹 주차장으로 운영되는 곳의 2층 공간에 만들어진 호텔이다. 주차장과 고가대로 사이에 마치 비밀기지 같은 형태로 호텔이 세워졌다. 실제로 보면 외관만으로는 여기가 호텔인지 잘 알기 어렵다. 하지만 아키하바라라는 지역 특성에 비춰 보면, 호텔의 외관은 은신처 같은 느낌이 들어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호텔의 콘셉트다. 전철이 위에 달리고 있고, 아래에는 차들이 24시간 들락거리는 주차장이 있는 곳, 즉 가장 시끄러운 공간에 문을 연 호텔이다. 이 호텔의 콘셉트는 소란함 속에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어번 로하스’다. 그렇다면 호텔의 콘셉트는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코인 파킹 옆에 있는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면 바로 호텔 프론트가 맞이한다. 호텔에 묵는 숙박객은 바로 여기서 체크인을 하는데, 프론트 옆에는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호텔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 ‘KEY’S CAFÉ 아키하바라 SEEKBASE‘가 있다.

 


체크인을 하고 나서 받게 되는 언더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의 키는 QR 코드가 인쇄돼 있는 종이다. 흔히 호텔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카드 키가 환경오염을 야기시킨다는 이유로 최신 테크놀로지 기술을 도입해 객실 복도 입구부터 객실까지 QR코드를 스캔해서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실제로 QR코드 키를 사용한 숙박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면 키를 방에 두고 나와도 사용할 수 있고 같이 묵는 친구들과 사진 파일로 공유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한다. 물론 이 QR코드는 체크아웃 하고 나면 사용할 수 없다. 체크인을 한 후 프론트 옆을 지나 객실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호텔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객실 복도 공간이 외부에 노출돼 있어서 전철이 위로 달리는 소리와 아래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그리고 주변 가게에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들로 시끄럽다. 솔직히 이렇게 시끄러운 호텔 복도를 가진 호텔이 이곳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객실은 모두 2층 같은 플로어에 있으며 전체 29실이다. 객실의 형태는 2인실부터 7인실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특히, 4명 이상 묵을 수 있는 객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JR히가시 닛포는 이 호텔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도쿄의 대부분 호텔들의 객실이 트윈과 더블로 구성돼 있어 가족 및 친구들이 모여 여행하는 경우 방을 2개이상 예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4인 이상의 그룹이 여행을 하더라도 한방에 묵을 수 있는 호텔로 언더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을 만들었다고 한다.

 

 

코인 파킹 부지의 면적에 맞춰 2층을 호텔로 만들다 보니 공간이 넓지 않지만, 최대 수용 인원은 104명에 달한다. 이렇게 좁은 면적에 많은 인원이 숙박할 수 있는 이유는 각 객실의 인테리어가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객실 타입에 따라 2층 침대를 적절히 배치해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활용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침대를 객실에 많이 설치했다고 해서 그렇게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번 로하스’라는 콘셉트에 맞춰 벽의 디자인 등으로 최대한 공간감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객실은 모두 방음을 이유를 창문을 없앴는데(어쩌면 이는 이 호텔이 위치한 조건때문에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을 묵는 숙박객들의 리뷰에 의하면 자연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의 공간 연출이 외부와 차단돼 아늑함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언더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는 아키하바라를 찾는 오타쿠에서 게임 마니아 그리고 모노즈쿠리를 하는 젊은 층의 휴식공간으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의 번화함이 무기


언더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는 지금 현재 일본 국내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아키하바라는 도쿄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숙박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1인 평균 4000엔의 숙박 단가를 기준으로 4인 이상의 객실 위주로 만들었다. 실제로 오픈 당시는 급증하고 있던 인바운드 수요를 감안해, 초년도의 매출 목표를 1억 4000만 엔, 숙박객 수는 연간 2만 6000명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오픈 직후 코로나로 인해 첫 해부터 1년 동안 휴업을 하고 2020년 9월에 영업을 재개해 현재는 젊은층이 주로 숙박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고가대로 아래라는 가장 시끄러운 곳에 오픈한 언더레일웨이 호텔 아키하바라는 분명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가격, 입지 그리고 콘셉트 모든 면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호텔의 강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주변의 고가대로가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매력을 가진 공간으로 연출되는 가운데 자신만의 아늑한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아키하바라라는 지역의 번화함이 이 호텔의 가치를 더욱더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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