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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8 (토)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21살 도쿄대생이 경영하는 Hotel SHE, KYOTO


스물한 살의 도쿄대생이 호텔을 직접 경영한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도 아니고, 순전히 본인의 관심과 의지로 인해 시작한 일이다.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기도 힘든 나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배울만한 사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호텔 영업은 의외로 순항 중이다.


스물한 살의 당찬 경영인
2016년 4월에 오픈한 ‘HOTEL SHE, KYOTO’는 게스트 하우스처럼 오픈된 분위기를 가미한 새로운 스타일의 소셜 호텔이다. 최근 소셜 호텔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라 특별히 ‘이곳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호텔이 흥미로운 점은 호텔의 경영자가 스물한 살이며 현재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이라는 사실이다. 엄청난 재벌의 딸도 아닌, 단지 공부 잘했던 평범한 도쿄대 여대생이 어떻게 호텔 경영자가 될 수 있었을까. 게다가 호텔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교토에서 베테랑 호텔 경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투자금과 경영 노하우가 필요해 진입이 힘든 업종 중에 하나인 호텔 경영에 뛰어든 여대생 경영자의 도전을 통해 배울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취재는 시작됐다.


초등학생의 꿈이 현실이 되다
류자키쇼코(龍崎翔子), 그녀가 호텔 경영을 시작하게 된 출발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한 미국 횡단 여행이었다. 도시마다 바뀌는 경치, 그리고 지역마다 다른 문화적 특성에 어린 나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지역 어느 호텔을 찾아도 미국 호텔들은 지역적 차이도 없이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류자키씨는 비슷한 호텔을 보면서 호텔이 그 지역의 색깔을 담아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장래희망으로 호텔리어를 꿈꾸게 됐고,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던 중 류자키씨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웹 서비스 Airbnb와의 만남이었다. 류자키씨는 '호텔=큰 상자와도 같은 건물'이라는 지금까지의 호텔 이미지와 달리, 방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호텔을 운영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심하자 호텔을 경영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어머니께 상의했다. 딸과 함께 여행하기를 좋아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호텔 경영을 꿈꾸는 딸의 열정을 듣고 같이 호텔을 경영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먼저 홋카이도 후라노에 작은 중고 펜션을 구입했다. 겨울 스키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라벤더 밭에 체험하러 오는 관광객이 많다는 것에 주목해 홋카이도를 선택한 것이다. 펜션을 개조해 호텔로 만드는 작업 중 류자키씨는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 시부야의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프런트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5년 5월, 후라노에서 ‘Petit-hotel #MELON쁘띠 호텔 멜론’을 오픈했다. 호텔은 연일 만실로 대성황이었다. 직원은 류자키씨와 어머니뿐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 접객 예약 관리, 전화 및 이메일 응대에 분주히 움직이는 날이 계속됐다. 고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꿈에 그리던 호텔의 아이덴티티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직원을 모집해 일을 분담했고, 류자키씨는 학교로 돌아와 학업과 호텔 일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면 호텔의 프런트에 서고 학기 중에는 이메일 응대 등의 간편한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호텔의 청소, 기타 업무는 아웃소싱을 주면서 보다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해 나갔다.
그렇게 경영이 궤도에 오르자 류자키씨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고교 시절을 보내고 동경하던 세계적인 관광지인 교토에서 후라노와 병행해 새로운 호텔을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평상시에는 사귀기 힘든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비일상적인 공간, 이상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호텔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호텔 오픈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HOTEL SHE, KYOTO’를 오픈했다.



소통하는 공간의 호텔
‘HOTEL SHE, KYOTO’는 교토역의 하치조 동쪽 출구(八条東)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위치해 객실 34개를 가진 비교적 작은 호텔이다. “Satisfactory, Heartfelt, Emotional” 머리글자를 딴 ‘SHE’를 키워드로 손님과 직원, 교토를 여행 온 여행객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행복을 느길 수 있는 소셜 호텔을 목표로 한다.
호텔의 외관과 인테리어는 단순하다. 그 이유는 앞으로 꾸준히 시대와 유행에 맞게 변화시켜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각 방에 미닫이 등 전통적인 일본식 요소를 남기면서 프로젝터와 조명으로 전면의 인상을 바꿨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고객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도록 교육했으며 항상 고객의 이름을 불러 말을 건네는 원칙을 세웠다. 오픈한지 3개월이 지났을 땐 일본인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 젊은 가족에서 노부부까지 총 6000명의 고객이 숙박했다. 호텔 객실 가격은 1박에 1만 5000엔 정도다.
이 호텔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은 손님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로비 라운지다. 로비 라운지에는 조리기구와 식기류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주방을 둬 손님들끼리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 손님들은 각자 여행을 하다 가져온 주전부리를 나눠 먹거나 근처 슈퍼에서 사온 재료로 요리를 함께 하면서, 같이 온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손님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로비 라운지 중앙에는 큰 테이블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도록 했다. 로비 라운지에 주방을 설계한 것은 주방을 손님끼리의 접점을 만드는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과 공통되는 라이프스타일과 지역 사회의 사람들만 교류하려는 습성이 있지만 호텔은 다른 국적, 문화, 종교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의 장소다. 그래서 손님끼리의 만남을 위해 식사를 하는, 의도적으로 공유의 장을 만들었을 때 여행의 더 큰 재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색다른 공간 배치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실패와 도전으로 만들어내는 ‘나만의 호텔’
호텔을 개관한 후 류자키씨가 학업과 호텔 경영을 병행하는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법률 지식과 경영에 대한 이해다. 주 3일, 1교시부터 5교시까지 수업 일정을 빼곡히 잡아 공부하고 주말은 교토에서 프런트에 서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류자키씨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도쿄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호텔도 점점 다양해질 것이고, 과거처럼 고급 호텔이나 비즈니스호텔과 같은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나만의 호텔’이 등장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OTEL SHE, KYOTO’의 사례를 보면 점점 다양해지는 경영자들의 스펙과 호텔의 형태를 실감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주변에는 더 이상 경영을 전공한 부유한 상속자들만이 호텔을 경영하지는 않는다. 류자키씨와 같은 평범한 여대생도 그녀의 어머니와 같은 주부도 호텔을 운영할 수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는 어설픈 시도와 셀 수 없는 실패, 실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의 연속이고 바로 이러한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는 21살 여대생 같은 도전이 많아질수록 류자키씨가 말하는 ‘나만의 호텔’같은 유니크한 호텔이 많아질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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