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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책을 좋아하십니까? Book and Bed TOKYO


멀쩡한 안방의 침대를 두고 거실의 소파에서 TV를 보다가 잠이 드는 사람,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솔깃할만한 곳이 있다. 안락한 침구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잠이 드는 것을 좋아하거나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환호할만한 독특한 호스텔 「BOOK AND BED TOKYO」를 만나 본다.


감각있는 부동산 회사의 도전
BOOK AND BED TOKYO 이케부쿠로(池袋)는 도쿄의 북쪽 이케부쿠로의 번화가에 즐비한 한 철판구이 가게와 중국집 사이에 위치해 있다. 위치가 말해주듯 이곳은 원래 허름한 일본식 이자카야였지만, 리노베이션 건물 전문 부동산 회사 R-STORE와 히로시마(広島)에 본사를 둔 건축사무소 Design Design Office가 공동으로 기획해 호텔로 거듭났다. R-STORE는 도쿄 도안의 번화가를 중심으로 세련되게 리노베이션된 건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정보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 달에 50만 명이 찾는 일본 최대의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R-STOR는 혁신, 디자인, 레트로, 빈티지의 분위기를 가진 세련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창업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뤄왔다. 이러한 R-STORE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및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만들어 낸 호스텔이 바로 ‘BOOK AND BED TOKYO’다.


BOOK AND BED TOKYO는 이케부쿠로에 첫 호스텔을 오픈한 이후 숙박하는 서점이라는 새로운 콘셉트가 도쿄의 새로운 문화로 주목을 받아 ‘CNN’, ‘The Huffington Post’, ‘The Guardian’, ‘National Geographic’에 소개된 바 있다.


행복한 일을 하면서 자는 잠이 꿀잠?
BOOK AND BED TOKYO에는 푹신한 매트리스도 없고 값비싼 베개도 없다. 당연히 포근하게 몸을 감싸주는 가볍고 따뜻한 거위털 이불도 없다. 일반적으로 호텔이라면, 아니 기본적으로 숙박시설이라면 최소한 어느 하나 정도는 갖춰야 할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것은 어느 하나 갖춰진 것이 없다. 세면대, 샤워장, 화장실 등의 시설은 당연히 공용이다. 오직 이 공간에 충분한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책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기존 호텔들이 당연한 요소라고 여기던 것들을 하나도 갖추지 않는 숙박시설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는 바로 행복하게 잠드는 각자의 방식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거나, SNS를 하다가 잠들었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무심결에 잠이 드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테마로 한 숙박시설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편안한 침대가 있더라도 때로는 더 재미있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들 때 더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바로 이런 잠을 자는 순간의 행복감에 주목해 BOOK AND BED TOKYO는 ‘책을 읽다 잠을 자는 순간의 행복감’을 제공하는 호텔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이곳의 숙박객들은 만화든 소설이든 그 어떤 책을 읽으며 어느새 시간이 새벽 2시가 될 쯤 더 이상 무거운 눈꺼풀을 어떻게 주최하지 못하고 잠에 빠져 든다.


20대 책을 좋아하는 여성들의 아지트
아직 이자카야(居酒屋) 분위기가 남아있는 외관의 건물로 들어가면 좁은 엘리베이터가 고객을 맞이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울퉁불퉁한 나무 마룻바닥의 로비가 기다리고 있고, 로비를 지나면 2000권 가량의 책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140㎡의 공간을 가득 채운 책장 사이사이에 손님들이 숙박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치 우리에게도 친숙한 만화방처럼 익숙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 중에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소설이나 논픽션을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츠메소세키(夏目漱石) 코코로(こころ)의 영어번역본이라든지, 요시다 겐코(吉田健子)의 14세기 불교 승려의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찾는 소위 ‘책벌레’들이 많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BOOK AND BED TOKYO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케부쿠로점의 이용자 통계를 보면 먼저 연령대는 20대에서 30대가 85%를 차지하고, 40대가 15%를 차지한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30%고, 여자가 70%다. 젊은 층 고객이 많은 것은 예측 가능한 것이나 여성 고객의 비율은 사실 놀랍다. 이는 일반적으로 편안한 잠자리와 잘 갖춰진 욕실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 중에서도 분명 니치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BOOK AND BED TOKYO를 찾은 목적별로 살펴보면 일본 국내 여행객이 33%이고  국내 출장객이 4%이며, 외국인 관광객이 무려 33%를 차지한다. 그리고 의외로 도쿄와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29%를 차지하는데, 이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숙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숙박요금은 평일 3500엔~4500엔 ,주말 4500엔~5500엔 정도다. 숙박을 하지 않고 낮 시간(13시-19시)에 이용하는 경우는 1500엔이다.


비결은 역시 유니크한 경영철학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호텔을 만들고 운영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부동산 회사 R-STOR를 이끄는 경영자인 아사이케이(浅井佳)의 유니크한 경영철학에 의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아사이 사장은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출근하기’라는 경영방식을 도입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이는 육아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여성 인재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여성 직원들이 아이디어와 감각을 쏟아내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업종은 주말에 영업활동이 왕성하다. 부동산을 찾는 고객들이 주로 주말에 집을 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를 가진 여성들의 경우는 주말에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사이 사장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직원들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지 회사에 아이를 데리고 오도록 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 회사에 와서 레고나 태블릿을 가지고 놀고, 그러다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공간에서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바로 이렇게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사이 사장은 BOOK AND BED TOKYO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직원들은 아이들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즐기는 것을 하다가 잠드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낀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이는 어린 시절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던 행복감을 공유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젊은이들 vs 책과 함께 행복한 젊은이들
스마트폰 보다 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공간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 층의 독서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년 10월부터 11월까지 일본 전국의 국공립 및 사립대학 학생 1만 89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서에 관한 조사 결과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루에 독서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0분’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1%로 집계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BOOK AND BED TOKYO의 고객층 중에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 85%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에 일상의 많은 시간을 빼앗긴 채 책을 읽을 시간은 잠깐도 없는 젊은 층이 대부분 이지만 책을 읽는 행복감으로 휴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의 대다수도 바로 그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 BOOK AND BED TOKYO는 이케부쿠로 본점을 오픈한 이후 아사쿠사(浅草), 신주쿠(新宿), 교토(京都), 그리고 후쿠오카(福岡) 등 5곳에서 성업 중이다.



수면의 질을 행복의 요소로 여기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사실 밤에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 종종 소파나 딱딱한 거실바닥에서 잠이 든 남편의 스타일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던 터였다. 푹신한 침대와 포근한 침구가 주는 안락함을 두고 왜 굳이 몸을 구긴 채 고생스러운 잠을 자는지 한심하기 그지없게 여겨져 학창시절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남편에게 한숨 섞인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고 보면 나도 어느 새 행복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한 어른이 돼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BOOK AND BED TOKYO처럼 가끔씩은 각자가 행복한 방식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을 텐데 말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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