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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금)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스누피를 추억하다.


캐릭터 호텔에 관한 취향은 호불호가 확실히 나뉠 것이다.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 혹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경우가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없다고 손사래 치게 된다. 하지만 고베에 오픈한 피너츠 호텔(Peanuts Hotel)은 뭔가 다르다. 향수를 자극하는 스누피를 테마로한 세련된 인테리어로 색다른 호텔을 찾는 고객들을 불러들이며 벌써부터 인기가 높다.


68년 동안 사랑받아온 스누피와 '피너츠(PEANUTS)'
#1. 어느 때와 같이 자신의 집 지붕에 있는 스누피 주위로 새들이 날아온다. #2. 새들은 스누피와 함께 좁은 지붕위에 앉는다. #3. 새들은 단잠에 빠지고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스누피 #4. 스누피는 미소를 머금고 생각한다. ‘손님이 편안하게 느끼는 집을 갖는 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IT'S NICE TO HAVE A HOME WHERE YOUR GUESTS FEEL COMFORTABLE)’ 4컷의 일러스트로 구성된 이 에피소드는 지난 8월 1일 고베에 오픈한 피너츠 호텔의 콘셉트가 됐다.


1950년 미국에서 탄생한 뒤 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스누피. 스누피가 등장하는 찰스 슐츠(Charles M. Schultz)의 원작 만화 ‘피너츠(PEANUTS)’는 세계 75개국 21개 언어로 번역됐다. 이 작품은 찰리 브라운과 애완견 스누피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들의 귀여운 모습도 흥미롭지만, 이들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인생관은 유머와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찰리 브라운이나 스누피를 포함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아이들의 시니컬한 시각에서 사회문제나 정치 등을 바라보고 있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캐릭터와 철학을 담은 인테리어
이처럼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를 테마로한 일본 최초의 디자인 호텔, 피너츠 호텔이 고베에 오픈했다. 고베는 메이지 시대에 개항한 항구를 비롯해 이국적인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는 곳으로, 피너츠 호텔은 JR 산 노미야 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 소요되는 좋은 위치에 있다. 옛날부터 외국인들이 거류했던 주거지의 풍경이 거리의 한편에 남아 있어 원작자 찰스 M. 슐츠가 아틀리에를 두고 있던 미국 샌타로자의 거리와 자연에 둘러싸인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피너츠 호텔은 객실 벽면, 액자, 소품 등이 모두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 등 피넛츠의 캐릭터를 테마로 꾸며졌다. 보통 캐릭터 테마의 인테리어라고 하면 정신없고 유치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호텔의 경우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곳이라 오픈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호텔의 객실은 4층에서 6층까지 모두 18개의 객실로 구성됐는데, 각 층마다 「IMAGINE」, 「HAPPY」, 「LOVE」를 테마로 해서 꾸며졌으며, 모든 객실은 저마다의 콘셉트로 인테리어 했다. 먼저, 「IMAGINE」을 주제로 한 4층의 경우 자유로운 세계관과 삶에서 소중한 것을 깨닫는 찰스 M. 슐츠의 인생철학이 담긴 스토리가 그려져 있다. 5층은 스포츠, 춤, 여행 등을 즐기는 「HAPPY」를 테마로 형상화 돼있어서, 피넛츠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다. 6층에서는 연애와 사랑, 우정 등 다양한 「LOVE」를 테마로 스토리가 표현돼 있다. 모든 객실이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그중, 42호실의 경우는 1968년에 나사(NASA) 공식 마스코트가 된 스누피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우주선 아폴로 10호의 달착륙선을 ‘스누피’라고 불렀고, 사령선은 ‘찰리 브라운’라고 명명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56호실에는 등산을 하는 스누피의 장면을 모티프로,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그래픽이 벽면 가득 장식됐다.



그 외에도 객실에는 스누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탐이 날 만한 상품이 가득하다. 객실 내에 구비된 태블릿에서는 호텔 안내, 각 객실의 콘셉트 소개나 고베의 관광 안내는 물론 피너츠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또한 객실에 비치 된 컵 받침과 스푼, 생수 등이 모두 피너츠의 캐릭터로 만든 피넛츠 호텔의 오리지널 상품들이다.



또한 호텔의 곳곳에는 스누피의 독특하면서도 깊은 인생철학의 메시지가 담긴 명대사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피너츠 카페와 레스토랑
1층에는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인기 카페인 ‘피너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에는 나카메구로 점에서 인기 메뉴인 레모네이드와 셰이크 등의 음료와 피너츠 호텔의 오리지널 상품을 판매한다. 스누피가 디자인 된 토트 백이나 수건, 컵과 유리 접시까지 다양한 상품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3층의 ‘피터츠 식당 고베’는 피넛츠와 연고가 깊은 미국 서해안을 테마로, 스누피와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을 모티프로 한 메뉴가 있다. 스누피가 좋아하는 피자를 표현한 마르게리타에는 아와지시마 산 바질, 만화에 나오는 소년 핏구뺀을 테마한 카르보나라는 롯코 버섯 등 고베의 재료를 기반 한 본격적인 요리가 제공되고 있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투숙객이 아니라도 이용 가능하다.



도쿄 스누피 뮤지엄에서 증명된 스누피의 인기
2016년 4월에 개관해 2018년 9월 24일까지 한정된 기간 동안 문을 열었던 도쿄 스누피 뮤지엄(Snoopy Museum)은 늘 예약 고객이 만원이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필자도 마침 집이 근처에 있었던 터라 한 번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어느 날, 구청에 일을 보고 시간이 여유로워서 바로 길 건너에 있던 스누피 뮤지엄이나 볼까 해서 들렀었다. 그런데 입구의 직원으로부터 미리 표를 구입하지 않아서 입장할 수가 없다는 안내를 받고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돌아서야 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첫 방문에 실패하며, 입장객을 제한하는 예약 시스템에 한 번 놀랐고, 평일이었음에도 원하는 시간대가 수일 전에 매진되는 경우도 많아서 다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입장 객수를 제한하는 시스템에도 9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굉장한 기록이다. 뮤지엄에서는 작가 찰스 슐츠의 귀중한 ‘피너츠’ 원화 80여 점과 초기 작업,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통해 사랑스럽고도 감동적인 캐릭터들의 대사를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과연 저 나이에 스누피를 알까 싶은 아이들도 제법 관람을 즐기고 캐릭터 상품들을 구입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명작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을 했다.


스누피 뮤지엄은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019년 가을 도쿄 마치다의 ‘그랜드 베리 파크’에 다시 문을 연다고 하니, 스누피 ‘덕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강아지가 틀림없는 스누피와 그의 친구들을 테마로한 피너츠 호텔. 간사이 지역에는 이미 피너츠 카페와 피너츠 다이너도 출점하는 등 이미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고베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지 시대에 개항한 항구를 기반으로 이국적인 문화가 남아 있는 고베와 세계적인 캐릭터인 스누피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다. 피너츠 호텔은 늘어가는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새로운 곳을 찾는 국내 여행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호텔임에 틀림없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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