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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워케이션'으로 새로운 돌파구 모색하는 일본의 관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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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관광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숙박비를 보조해주는 여행 장려 정책인 ‘GO TO Travel’에 이어 휴양지에서 일을 하는 제도인 ‘워케이션(workation)’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정부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채 여행을 독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워케이션은 3년 전 부터 일본의 지자체와 호텔업이 함께 성공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프로젝트다. 


워케이션이 현재 일본의 어려운 관광산업을 구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사례를 통해 그 내용을 살펴보자.




일과 휴가를 함께 하는 ‘워케이션’

‘워케이션(workation)’은 ‘work(일)’와 ‘vocation(휴가)’을 조합한 신조어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현재 일본에서는 여행지에서 휴가를 즐기면서 일도 하는 워케이션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는 2000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의 기업들은 사원들의 유급 휴가 사용일 수가 낮아 고민이 많았는데,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여름휴가 중 여행지에서 일을 하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 워케이션이었다. 그런데 워케이션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로서는 리모트 워크가 가능한 근무 환경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2년경 무료 화상 통화 서비스 분야의 기술이 급진전하면서 리모트 워크를 둘러싼 업무환경이 개선되자 본격적으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하나둘씩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일하는 방식의 중요한 수단으로 워케이션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관광 산업과 숙박업의 재생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장려하고 나섰다. 호텔업계는 이와 같은 흐름에 맞춰 수익창출의 방법으로 각종 워케이션 전략을 세워 추진하기 시작했다. 


와카야마현과 홋카이도의 사례

일본에서 워케이션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은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의 시라하마(白浜) 리조트 지구다.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초(白浜町)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의 숙박업과 관광 산업의 재생을 위해 2017년부터 많은 기업들과 함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도쿄 104곳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실시). 이를 통해 시라하마 지구는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휴양지에서 일과 휴식 그리고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IT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세일즈 포스 닷컴(Sales Force)’은 와카야마현의 리조트 지구인 시라하마에 위성 오피스를 개설하고, 사무직과 영업직 직원들이 3개월씩 교대로 근무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직원들은 시라하마의 해안가 리조트에서 근무 외 시간이나 주말에 서핑, 온천 그리고 골프 등의 레저 활동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 함께 온 가족들도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던 아빠나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와카야마현의 워케이션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워케이션을 활성화시키고자 기업들을 섭외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동시에 지역의 호텔들도 지자체가 추진하는 워케이션의 프로젝트에 동참하고자 호텔을 리노베이션 한다든지 기존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워케이션에 동참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자체의 기획과 호텔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워케이션 = 와카야마 시라하마’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이로 인해 코로나 발생 이후 오히려 리모트 워크의 성지로 불리며 이곳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게 됐다.


와카야마에 다음으로 워케이션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은 바로 홋카이도(北海道)다. 홋카이도에서 워케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호텔은 삿포로에 있는 ‘UCHI Living Stay Aozora’와 아사히카와시(旭川市)의 ‘OMO7’이 대표적이다. 우선 ‘UCHI Living Stay Aozora’는 무인 호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요금도 1인 1박 3000엔에서 5000엔 사이로 저렴한 편이며, 공용 주방과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숙박객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워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온천과 슈퍼도 연결돼 있어 휴식과 생활의 편리함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 인기가 높다.


 


한편 호시노리조트가 운영하는 ‘OMO7’은 홋카이도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일시적인 휴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새롭게 전략을 수립하고 다시 문을 열 때 워케이션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OMO7은 지역과 연계된 프로그램으로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시에 거주하는 주민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홋카이도의 호텔들이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코로나 쇼크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단기적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사실 홋카이도는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지역의 중요한 과제였다. 이에 그 해결책 중의 하나로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주민을 증가시키기 위해 도쿄나 오사카와 홋카이도에서 반반 생활할 수 있는 ‘워킹 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했고, 그 첫 단계가 바로 워케이션인 것이다.


워케이션의 과제와 전망

와카야마와 홋카이도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지역의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관광 이외에는 딱히 지역 발전을 도모할 기간산업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계기로 워케이션을 통해 지역의 관광 산업과 숙박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의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워케이션이 정착되면 호텔 등 숙박업계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워케이션에 최근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호시노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 대표는 워케이션의 가능성에 대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족하는 가격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바로 워케이션을 통해 그동안 호텔업계가 고객들에게 부담을 주는 요소였던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공휴일이 많은 반면에 관광산업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목요일이 공휴일이라고 가정하면, 금요일이 휴일이 아니면 일부러 회사를 쉬지 않는 한 호텔에 적어도 1박 이상 체재하는 여행을 떠나기는 힘들다. 그렇다 보니 결국 연휴가 몰려 있는 특정 기간에 숙박객이 몰리게 되고, 이 기간 동안 숙박 금액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워케이션이 보급되면 짧은 공휴일에 의존한 숙박시설 이용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숙박할 기간을 정할 수 있고 숙박 업체와 고객들 모두에게 저렴한 가격대를 설계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우후죽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워케이션 프로젝트들을 보면 해결해야 할 부분들도 보인다. 


첫째, 일본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감염에 안전한 서비스 매뉴얼이 필요하다. 


둘째, 장기 투숙객을 위해 식사 메뉴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워케이션의 경우 한 달 가량 숙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랫동안 머물다 보면 제한된 호텔 메뉴에 쉽게 싫증이 나게 된다. 따라서 식사 메뉴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


셋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면서도 따로 화상회의를 하거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가 추가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넷째, 근본적으로 워케이션이 일본 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휴가는 신년, 골든위크, 추석 정도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장기간 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는 아직 낯설다. 이 부분에 대해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는 ‘쿨비즈(Cool Biz)’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005년 여름철 정장을 간소하게 입자는 쿨비즈가 처음 일본에 도입됐을 때만 해도 많은 직장인들이 넥타이를 푸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지금은 5월만 지나도 넥타이를 풀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해 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인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워케이션도 호텔들이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제공한다면 쿨비즈처럼 여름, 겨울을 중심으로 워케이션도 당연한 라이프스타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사람들의 여행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여행지는 해외에서 국내로 바뀌었고, 모험을 추구하던 욕구는 안전에 대한 니즈로 대체됐다. 이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집안에만 갇혀 지낼 수만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심신도 지쳐있는 상태다. 일도 휴식도 코로나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시점을 바꿔 안전하게 일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호텔이 단기간 머물면서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공간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하면서 휴식하는 삶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은 이제 꼭 필요한 형태라는 생각이 든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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