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성화의 새 모델로 주목받던 마을기업들이 정부 예산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KBS 뉴스가 10월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특히 ‘마을호텔’ 사업은 지역 관광업의 혁신 사례로 평가받았으나, 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S 뉴스가 인터뷰한 경주의 한 마을호텔 운영자는 “중소도시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어렵다.”며 마을기업 지정을 통해 받은 내국인 숙박 허용 특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특례마저 내년 3월부터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됐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마을호텔의 시작과 의의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도시들을 되살리는 혁신적 접근법으로 평가받는 마을호텔은, 전통적인 호텔의 개념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관광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호텔급’ 서비스의 제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마을호텔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기대하는 진정한 ‘호텔 경험’을 과연 마을호텔에서도 할 수 있을까? 그보다, 마을호텔을 앞으로도 계속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마을호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있는 건물들 특히 비어 있는 공간을 고치고 채워 서로 연결하면서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바꾸어 간다. 오랜 시간 마을에 존재했던 건물과 장소들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연결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려낸다. 장소와 장소가 연결되고, 마을과 방문객이 연결되며,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존재하던 주민들이 연결되어 공동체로 거듭난다.”
<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 _ 마을호텔 건립분투기>, 정석+마을호텔 탐험대 지음, 픽셀하우스 펴냄(2022) |
마을호텔
도시재생과 지방 소멸 문제의 빛과 소금 되다
지방 도시들이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마을호텔은 지역의 고유한 자산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마을호텔은 기존의 물리적 환경 개선 중심의 도시재생 사업과는 차별화된 접근법이다.
마을호텔의 핵심은 지역성 강조, 주민 참여,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다.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객실로 활용하고, 마을의 다양한 시설을 호텔 부대시설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지역의 일상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특히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두드러진다.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객실로 제공하거나 지역 가이드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가 강화되고 주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지는 효과도 나타난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는 2022년 발간한 그의 저서 <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 _ 마을호텔 건립분투기>에서 “하나의 건물 안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집적된 ‘수직적 호텔’과 달리 호텔에 필요한 기능들이 마을 안의 여러 건물과 장소에 흩어져 연결된 이른바 ‘수평적 모델’, ‘흩어진 호텔’을 ‘마을호텔’”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누가 주도하는가에 따라 ‘커뮤니티 호텔’과 ‘마을호텔’을 엄격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호텔은 마을호텔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두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영 방식에 있다. 마을호텔이 주로 지역 주민들의 직접 참여로 운영되는 반면, 커뮤니티 호텔은 주민이 아닌 민간기업이나 외부 주체가 운영을 맡되 지역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는 형태를 취한다.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마을호텔은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고 지역과 소통하는 '진정성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에 부합하는 동시에 지역활성화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공주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관리회사, ㈜퍼즐랩(이하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이하 권 대표)는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전반적인 여행 트렌드는 기존 핫플레이스, 랜드마크 중심에서 점차 나만 아는 작은 관광지로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장기 체류를 기반으로 하는 워케이션, 생활관광, 런케이션(교육관광) 등의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케이블카,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등 인위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하는 관광매력물보다는 그 마을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잘 살린 형태의 마을여행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호텔을 통한 지역 재생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는 새로운 여행 방식 제시하기도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마을호텔 18번가’는 국내 최초의 마을호텔이다. ‘누워 있는 호텔’, ‘18번가의 기적’, ‘꽃으로 덮인 호텔’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 프로젝트는 고한파출소에서 고한시장에 이르는 약 500m 구간의 골목길을 변모시켰다.
2019년 5월 19일 문을 연 마을호텔 18번가는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운영하는 혁신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골목길은 호텔 로비이자 산책로가 됐고, 기존의 식당들은 ‘호텔 식당’으로, 카페들은 ‘호텔 카페’로 탈바꿈했다. 마을회관은 회의실 겸 기념품 판매점으로, ‘이음 플랫폼’은 호텔 프런트와 정보문화센터 역할을 맡았다.
마을호텔 18번가는 현재 초원점과 해오름점, 2곳에서 운영 중이다. 2020년 5월 19일 오픈한 마을호텔 1호점인 초원점은 고한18번가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운영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초원점이라는 명칭은 이 건물이 원래는 초원식당이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탄광산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부터 운영해 온 초원식당은 폐광이후 마을을 찾는 유동인구가 감소하며 문을 닫게 됐다. 건물주이자 당시 이장이었던 유영자 씨가 마을공동체 무상사용을 허락해, 국토부 소규모재생공모사업과 연결해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하게 됐다.
2호점인 해오름점은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용도로 운영하던 농어촌민박 ‘해오름민박’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카지노 출입일수 축소 등 영업방식의 변화로 민박 손님이 줄어들었고,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호텔의 새로운 식구가 됐다.
마을호텔 18번가의 성공 비결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 2018년, 마을 토박이 편집디자이너 김진용 씨가 빈 집을 수리해 사무실을 열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청소에 나서고 꽃화분으로 집 앞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마을만들기 협의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골목길 새단장 작업에 참여했고, 그 결과 21채의 집이 새롭게 단장됐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의 2019년 5월호에서 진행한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고한리는 공교롭게도 아랫마을은 주택가, 윗마을은 상가중심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러다보나 중간지점이 주택과 상가가 반반 섞인 지역으로 말 그대로 개인주거시설도, 상업시설도 갖춘 곳”이라 설명하며, 이 골목길을 어떻게 공동체로 연합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다 ‘마을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평적 호텔’인 서촌유희는 스테이폴리오의 이상묵 창업자가 서촌에서 진행한 마을호텔 프로젝트다. 서촌 일대의 스테이와 더불어 개성있는 가게들이 걷기 좋은 골목길을 따라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서촌유희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문화적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먼저, '한 권의 서점'과 협력해 엄선된 도서 1권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투숙객들은 여행 중 조용히 독서를 즐기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도심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도시 여행객들의 니즈에 걸맞는 서비스라 볼 수 있다.
투숙객들의 여행 경험을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한 엽서와, 서촌 지역 상권과 연계한 쿠폰 서비스도 제공했다. 또, 서촌유희만의 특별한 지도 '유희 맵'을 통해 호텔이 직접 엄선한 장소들을 소개해 투숙객들로 하여금 서촌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투숙객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에디션덴마크 쇼룸의 187년 전통 덴마크 왕실차를 웰컴 티로 제공했다. 도심 속 마을호텔로서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편의성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공주의 마을스테이 제민천은 2018년 공주 원도심 제민천 마을에 1960년대 도시한옥을 매입 후 리모델링한 봉황재 한옥 게스트하우스의 오픈과 함께 시작됐다. 봉황재 한옥이 위치한 공주시 봉황동은 봉황산과 제민천 사이에 위치한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충청감영과 일제강점기 초반 충남도청이 위치한 곳으로 공주 시내에서 선호되는 주요 주거지역이었다. 오픈 당시만 해도 전국의 많은 중소도시의 원도심과 유사한 고령화, 청년층의 이탈, 빈집 문제 등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으며, 주택가에서 고택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마을 내에 위치한 식당, 카페, 공방, 갤러리, 책방 등 이웃 상점들과의 연계가 상당히 중요했다. 권 대표는 “방문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기능이 채워지지 않은 채로 객실만 있을 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 상권과 자연스럽게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히며,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숙박객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호텔에서 제공되는 기본적인 기능 중 상업적/비상업적인 요소들을 주변 소상공인들의 영업장을 활용해 채워 나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출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기능들은 퍼즐랩에서 직접 보완해 가며 마을스테이가 시작됐다.
마을호텔은 지역활성화의 만능해결책이다?
마을호텔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현실
마을호텔 프로젝트와 같은 도시재생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이 보존되거나, 혹은 아예 새로운 정체성을 갖추며 지역을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퍼즐랩이 추구하는 도시재생의 방향성은 무엇이었을까?
퍼즐랩은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을스테이’ 브랜드를 통해 퍼즐랩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서는 체험 중심의 관광을 지향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지역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에서 머물며 마을의 일상을 경험하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형태의 여행을 하게 된다.
권 대표는 이러한 접근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부인과 지역민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선행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필요에 맞춰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생은 먼저 공간을 조성한 후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을 구성해 방문객을 위한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퍼즐랩은 이 순서를 뒤집었다.
더 나아가, 퍼즐랩의 모델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기반으로 하되, 궁극적으로는 주민들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권 대표의 분석에 따르면, 기존의 도시재생 방식은 현실에서 성공 사례가 극히 적다. 이에 반해 퍼즐랩의 접근법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했고, 새로운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마을호텔에 대한 비판으로, ‘호텔급’ 서비스가 정말로 가능한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텔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종종 벌어지곤 한다. 지자체 주도 하에 여러 인구소멸, 빈집, 고령화 등의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 마을호텔 프로젝트가 시도되고 있지만, 좀처럼 모범사례가 쌓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권 대표는 “실제 도시재생이나 지역활성화 사업과 관련, 많은 지역에서 마을스테이를 여러 가지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며, “초기 기획단계에서의 거창한 그림과는 달리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컨설팅이나 위탁운영 등의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을스테이’라는 단어는 그 말뜻이나 개념 자체가 매력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으로 느껴져 장밋빛 미래를 안겨다 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 대표는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관광 혹은 숙박을 중심으로 하는 마을호텔이 단순히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자체와 주민들 모두가 마을, 지역활성화, 커뮤니티 등 매력적인 키워드에 숨겨진 관광업의 본질을 깊이있게 인식하고, 낭만적인 생각과 기대를 버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호텔’ 운영을 생각해 보면, 개별 시설의 컨디션과 서비스 레벨 유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일관성 있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유연한 요금책정, 홍보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들을 주민들이 직접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권 대표는 말했다. 또한 업의 본질이 관광업이다 보니 기후, 환율, 세계정세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의 영향에 취약하며, 기존 전통적인 관광업계에서도 개별주체가 통제하기에는 어려운 파고를 넘는 데 많은 노력과 준비를 기울이더라도 쉽지 않다. 지역소멸 위기를 헤쳐나갈 해결책으로 조명받던 마을호텔 사업들이 줄지어 중단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요인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분산형 숙박시설의 미래
하나레와 지트에서 배우는 교훈
한편 해외 마을호텔의 성공 사례로 일본 도쿄의 ‘하나레(Hanare)’프로젝트와 프랑스의 ‘지트(Gites)’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하나레는 도쿄 야나카 지역의 분산형 숙박시설로, 이탈리아의 ‘알베르고 디푸소’ 개념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건축가 미야자키 미츠요시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쇠퇴하던 지역의 빈집들을 리모델링해 분산형 호텔로 탈바꿈시켰다.
하나레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과의 상생이다. 숙박객들은 지역 내 시설들을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 2020년 2월호에서 하나레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한 전복선 칼럼니스트는 민간 주도의 자유로운 발상과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하나레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프랑스의 지트는 체류형 농촌 관광의 대표적 모델이다. 초기에는 단순 농촌민박으로 시작했으나, 지역의 농장투어나 와인산지 등과 연계돼 특화된 체류형 숙박시설로 발전했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 2019년 1월호에 실린 세종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부 이일열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지트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지역의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다. 프랑스 지트협회가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해 엄격한 회원관리를 하고 있다. 연간 약 800만 명의 관광객이 지트를 방문하며, 재방문율은 80%에 달한다.
하나레와 지트 사례의 공통점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관광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향후 국내 마을호텔 사업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 개발, 주민 참여형 운영 모델, 체계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성공 요소를 분석하고 적용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본다.
INTERVIEW
“지속가능한 마을호텔 운영 핵심은
관광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퍼즐랩 권오상 대표
마을호텔은 기존의 호텔과 비교해 어느 부분에서 유사하고, 또 다른가?
마을호텔은 제공하는 서비스와 필수적 기능에 대해서는 기존의 호텔과 동일한 구조를 취하고, 서비스 레벨도 비즈니스호텔 기준을 추구하고 있다. 공주 제민천 마을의 경우 마을안내소, 일반 호텔의 볼룸에 대응하는 행사장, 교육과 소그룹 활동을 위한 중·소 회의실 공간, 비즈니스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통상 중소도시, 특히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등에서는 해당 목적의 공간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공주 제민천 마을에서는 운영주체인 ㈜퍼즐랩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기존 호텔과 다른 부분은 호텔의 핵심기능인 객실, 식음료, 행사와 회의공간, 업무공간 외에 소매점, 라운지, 비즈니스센터 등의 공간이 한 건물 내에 위치하는 게 아니라, 반경 500m, 도보 10분 거리의 마을 내 각기 다른 공간에 분산돼 운영된다는 점이다. 일부 공간은 퍼즐랩이 직영하고, 마을 내 다른 주체들이 운영하는 공간을 넘나들며 이용하게 된다. 마을 안내소, 마을투어, 마을 지도 및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통해 방문객들은 각 공간의 운영주체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일관성있는 서비스체계 내에서 해당 기능을 이용하게 된다.
마을호텔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지역 공동체와는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나?
퍼즐랩의 자체 조사 결과, 방문 숙박객이 객실요금으로 지불하는 금액의 약 3.3배를 지역 내의 다른 업장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스테이의 운영에 따른 지역경제 유발효과 지수라고 볼 수 있다. 공주 제민천 마을과 유사하게 전국구 급의 핫플레이스나 대형 유원시설 등이 없는 마을단위에서는 유사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마을스테이의 운영모델은 통상의 마을단위와는 다소 다른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다. 상인회나 협의회 등, 마을의 유효한 사업자 대부분이 참여하는 단체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정기적인 회의체 또한 없다. 근거리에서 각자의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마을 주민으로써 상호 이해가 충분히 돼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필요할 때 협업하는, 소위 ‘느슨한 연대’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공주 마을스테이의 특징이다. 다양한 주체간의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있는 기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마을호텔들이 직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점과 한계는 무엇인가? 이러한 과제에 대한 마을스테이의 대응책은 무엇인지 함께 설명해 달라.
많은 지역에서 빈집문제 해결책으로 마을스테이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수익모델, 지역 커뮤니티 통합을 위한 도구만으로 인식하면, 현실적으로 운영단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마을스테이를 통한 지역문제 해결은 이 비즈니스모델이 잘 운영됐을 때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는 기능과 서비스 레벨, 안내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또 하나의 예산낭비 사례에 머물고 말 것이다.
퍼즐랩은 마을스테이를 통해 통상 숙박객들이 호텔에서 기대하는 기능을 마을에서 분산해 제공하고 있으며, 부족한 공간과 기능을 점차 채워 나가는 식으로 발전해 현재에 이르렀다.
2024년 현재 공주 마을스테이 제민천에서는 1차적으로 필요한 기능과 공간들은 완비했다. 운영 부분에서는 퍼즐랩의 직원들이 호텔에서의 프런트/백오피스 기능을 유연성있게 수행하며, 마을 내의 다양한 주체들 간의 의사소통, 갈등해결, 역량강화와 성장까지 담당하고 있다. 호텔업 기준에 맞는 고객정의와 세그먼테이션 또한 필요하다. 중소도시의 비즈니스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레벨을 지향하고 있으며,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마을 안에서의 체류 경험, 마을의 정체성과 느낌을 살린 안내 체계,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을호텔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지켜져야 할 핵심가치가 있다면?
시설과 비품관리, 청결, 환대하는 분위기 조성, 안내체계 점검과 고객 피드백 반영을 충실히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모든 운영주체는 나이브한 기대를 버리고 숙박업과 관광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것을 계속 지켜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마을 내 다양한 주체가 함께 진행하는 비즈니스모델이므로, 비전을 일치시키고 수시로 재검토해 정렬을 맞추는 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퍼즐랩에서는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와 커뮤니케이션 스킬 강화를 위해 호텔업과 관광업에서 요구되는 필수 역량강화 외에도 연 1회 해외연수, 퍼실리테이션과 의사소통 강화를 위한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