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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월)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동네 목욕탕이 무인호텔이 된 사연_ 야마하나온센 톤덴유 료칸(山鼻温泉屯田湯旅館)


동네 목욕탕, 무인호텔로 바뀌다

일본사람들의 90%는 자기 전에 반드시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마다 하나쯤 있는 ‘센토(銭湯)’ 즉 공중목욕탕은 집에 욕조가 없는 동네 주민들이 하루의 피로를 푸는 소중한 안식처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집집마다 욕조를 갖게 되고, 원룸에서 조차 욕조가 설치되는 곳이 많아지면서 동네 목욕탕인 센토는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홋카이도의 삿포로 시내에서 영업을 하던 동네 목욕탕 ‘야마하나온센 톤덴유(山鼻温泉 屯田湯)’도 어려워진 경영 탓에 문을 닫을 뻔한 센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곳은 2020년 7월 리노베이션을 통해 무인호텔로 다시 문을 열었다. 목욕탕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야마하나온센 톤덴유 료칸(山鼻温泉屯田湯旅館)’은 숙박시설로 새롭게 탄생한 무인호텔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동네 목욕탕이 무인호텔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 1964년 삿포로에서 농사를 짓던 니키(二木) 집안은 당시 힘든 노동으로 고달픈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네에 목욕탕을 만들었다. 그 후 이 지역의 농지는 번화가로 바뀌게 돼 인구가 늘게 됐고 목욕탕에도 손님들이 몰려 들었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이 줄자 폐업을 결심하게 됐고, 목욕탕 경영을 맡고 있던 마스자키(枡﨑) 씨는 향후 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지 ‘MASSIVE SAPPORO’라는 지역 벤처기업과 상의하게 됐다. ‘MASSIVE SAPPORO는 홋카이도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셰어하우스, 무인호텔 및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지역 벤처기업이다.




상담을 통해 마스자키 씨는 이 지역의 벤처기업의 젊은 멤버들로부터 일본 최초로 목욕탕을 호텔로 리노베이션 해보자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됐다. 지역 주민의 향수가 남아있는 야마하나온센 톤덴유를 숙박시설로 재탄생시키게 되면 홋카이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지역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과거의 역사와 미래를 이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제안에 마스자키 씨가 찬성함으로써 일본 최초의 목욕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목욕탕을 추억할 수 있는 리노베이션

칙칙하고 오래된 목욕탕이었던 야마하나온센 톤덴유 료칸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야마하나온센 톤덴유는 원래 목조 2층 건물이었다. 이번 프로젝트팀은 기본적으로 외관과 2층 구조는 크게 바꾸지 않았고, 내부 시설을 이색적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치중했다. 따라서 료칸을 들어서는 느낌은 여느 동네 센토를 찾는 느낌과 큰 차이가 없다. 입구의 소박한 전시공간에 진열된 부식된 목욕탕 관련 부품과 전시된 오래전 사진들이 조용히 이 공간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공간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예전 탈의실이었던 공간은 세련된 리빙 룸과 다이닝 룸으로 바뀌었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가전, 주방, 조리기구 등을 구비돼 있다. 가족이나 그룹으로 숙박해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그 다음은 이곳의 하이라이트 목욕탕이 객실로 변한 공간이다. 여탕에 해당하던 공간은 7인실의 ‘ROOM 1’로, 남탕에 해당하던 공간은 6인실의 ‘ROOM 2’로 바뀌었다. 객실 공간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예전의 목욕탕의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욕탕으로 운영되던 시절에 설치돼 있던 타일, 샤워 헤드 등을 그대로 침실의 인테리어 도구로 활용했다. 과거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목욕했던 장면을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재치있는 발상이다.




  


이 두 객실 외에도 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별채 공간까지 합하면, 하루 최대 수용 인원이 21명으로 한정되는 아담한 규모다. 객실을 이용하기 위해 체크인을 할 경우는 입구에 있는 태블릿을 통해 자동 체크인을 하고, 질문이 있으면 호텔 운영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야마하나온센 톤덴유 료칸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카시키리(貸し切り, 목욕탕 전체를 대여하는 것)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약을 하면 혼자 혹은 가족들만 온천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은 목욕탕으로 영업할 때와 같이 깊은 지하에 솟는 원천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까지 삿포로 중심부에서 유일한 온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온천을 1박 1인 3500엔에서 5000엔 정도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력적인 숙박시설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카시키리 온천, 무인 체크인 시스템은 비대면 서비스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지금은 무인호텔 전성시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숙박 시설 등 관광 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4월 7일~5월 21일에 걸쳐 긴급사태선언이 실시되면서 많은 호텔과 여관은 임시 폐업을 하거나 영업을 자숙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후 7월 22일 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 예정으로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숙박비 보조 정책인 ‘GO TO Travel’의 실시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호텔 전문가들은 호텔 경영이 예전의 상태로 회복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RevPAR(판매 가능한 객실 평균 요금)’의 회복은 쉽지 않아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더 오랫동안 인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텔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이슈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다시 여행 수요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때 까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를 기회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심하고 숙박할 수 있는 ‘언택트’가 키워드로 증가,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호텔 운영 방식을 무인으로 바꾸는 리노베이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현재 호텔업계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무인호텔이란 어떤 형태의 호텔을 뜻하는 것일까? 먼저 무인호텔에는 말 그대로 상주하는 직원이 없다. 때문에 투숙객들은 체크인 및 본인 확인을 위한 모든 과정을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계를 통해 진행한다. 그리고 방의 키는 객실 스마트 키로 운영되고 이에 대한 모든 정보는 호텔 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하는 일은 주로 온라인으로 고객의 문의사항에 대응하는 것과 청소 이 두 가지다. 이렇게 직원들의 업무가 한정되다 보니 호텔들은 무인호텔로 바꾸면 최소의 인원만 고용하면 되고, 자연히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한 가지 더, 무인호텔이 증가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겪은 직원과의 갈등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대되고 영업을 중지하게 되자 호텔들은 불가피하게 직원들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호텔들이 직원들의 해고 과정에서 큰 마찰을 겪었다. 그러한 경험에서 호텔 오너들은 무인호텔의 형태로 호텔을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의 고용 문제로 인한 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무인호텔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급속한 발전을 이룬 서비스 분야의 IT 기술의 발전도 호텔의 무인화에 한몫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존의 호텔에서 무인호텔로 바꾸는 곳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지금 생겨나는 대다수의 무인호텔을 보면 대부분 실망스럽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호텔의 이름을 제외하면 다 똑같아 보이는 형태의 호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도 다르고, 오너도 다르고, 운영회사도 다른데 왜 하나같이 똑같은 형태의 무인호텔이 생겨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대다수 무인호텔을 만드는 호텔 오너들이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을 추구하고, 설계 및 디자인에 있어서도 그저 무난하게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즉 뚜렷한 콘셉트나 철학이 없는 것이다.


무인호텔은 콘셉트에 오모테나시를 담아내야

야마하나온센 톤덴유 료칸의 경우 간판만 떼면 다 똑같아 보이는 그저 그런 무인호텔과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진다. 지역의 역사, 오너의 스토리, 콘셉트 이 세 가지가 명확히 담긴 공간의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인호텔을 찾는 고객은 일본의 전통적인 서비스 형태인 오모테나시를 사람으로부터 느낄 수 없다. 바꿔 말하면 무인호텔은 사람이 아닌 공간으로 오모테나시를 제공해야 한다. 즉, 공간에서 주는 느낌, 감동 그러한 무형의 가치를 디자인과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인호텔에서 고객에게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인건비 등의 경비가 절약된다고 무작정 무인호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고객들이 기대하는 호텔의 가치를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의 확대와 함께 급속히 주목받기 시작한 무인호텔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효율을 추구하는 만큼, 한편으로는 콘셉트와 스토리를 담아내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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