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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금)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교토의 마치야 스테이와 아트의 만남, BnA교토


작고, 좁고, 기다란 구조로 ‘장어의 잠자리’라고 불리던 쿄토(京都)의 ‘마치야(町家)’ 주택이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숙박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운영형태와 예술성을 가미한 콘셉트가 더해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는 마치야 스테이 형태를 소개한다.


‘장어의 잠자리’가 ‘외국인의 잠자리’로

예로부터 교토의 「마치야(町家)」라고 불리는 주택은 ‘장어의 잠자리’라고 불릴 정도로 폭이 좁고 깊숙한 통로로 설계돼 있었다. 너무나 작고, 좁고, 그리고 긴 구조인데다 햇볕까지 잘 들지 않아 교토의 마치야는 점점 시대가 변하면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토 지역의 활성화 사업과 함께 마치야는 카페, 숙박시설로 재생돼 교토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마치야에서의 숙박은 외국인들에게 있어서 잊을수 없는 신선한 경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마치야가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마치야의 원래 집 구조를 그대로 남겨두고 리노베이션한 숙박시설들은 이곳을 찾는 숙박객들이 역사의 도시 교토의 일상을 체험하기에는 안성맞춤의 공간이라고 할수 있다. 게다가 마치야의 구조 상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려서 숙박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가족과 소그룹의 숙박에 최적화돼 있다고 여겨진다. 다른 손님과 함께 숙박하지 않아도 돼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정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료칸(旅館)과 달리 식사는 나오지 않지만 교토의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동이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으며, 동시에 일반 여관보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이 마치야 숙박시설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에어비앤비(Airbnb)로 운영되는 마치야
그런데 최근 교토에서는 이러한 마치야의 숙박 시설을 에어비앤비로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교토시(京都市)가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통해 시내 민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등록된 시내 민박 시설은 2702건(수용 인원 1만 428명)이었고, 그 중 공동주택이 62%, 단독주택이 35%였다. 그리고 이 단독주택에는 마치야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현재 여기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민박허가를 받지 않고 마치야를 리노베이션해서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경우 위생 문제나 화재나 지진 등의 재해에 무방비해서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치야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그래서 교토에서는 마치야가 민박집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BnA교토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마치야를 독특한 숙박시설로 리노베이션해 주목을 받는 호텔이 있다. 해외에서 방문하는 고객을 타깃으로한 예술성이 넘치는 숙박시설 BnA교토(京都)가 오픈한 것이다.


Bed & Art Project가 운영하는 마치야 호텔인 BnA교토는 지역 예술가 9명이 참여해 마치야를 리노베이션했다. 일본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영업이익의 25%가 참여아티스트에 환원되는 비즈니스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미술을 여행자에게 알리고, 예술작품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호텔이지만 실제로 그 공간을 들여다보면 마치야라는 단독주택의 특성상 호텔이라기보다는 게스트 하우스형의 숙박시설에 가깝게 느껴진다.


1층은 아티스트 Doppel의 조약돌과 히노키(檜)무대의 현관이 있고, Kotaro Ooyama의 거실과 주방, 식당, 그리고 ATTACK THA MOON의 작품이 있는 침실이 있다. 그리고 2층에는 아티스트 ot29와 SIMIZ PAMO의 작품을 담은 2개의 침실이 있다. 팝 모던 아트와 교토의 역사가 교차하는 이 특이한 공간은 본지에도 소개한 바 있는 Bed & Art Project Koenji의 전신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숙박 형태, 마치야 스테이
에어비앤비가 보편화되기 이전 교토의 마치야 스테이는 단순히 교토의 특색 있는 가옥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의미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확대되면서 마치야를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업체들도 각각의 콘셉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형태가 아트를 마치야의 공간에 내재시켜 나가는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교토의 마치야를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마치야들이 상호 협력해 마치야의 공간에 아트를 담는 프로젝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단순히 전통적 가치 하나만을 상품화 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에 어떤 요인을 새로이 추가해 새로운 마치야로 만들 것인지 지역전체가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완성된 것이 아트를 소재로 한 숙박공간의 완성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마치야 형태의 숙박시설이 일본 료칸과 다른 형태로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일본의 료칸은 온천(温泉) 지역에 집중적으로 형성돼 그 지역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일본 특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마치야는 전통건축의 재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생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즉 료칸이라는 전형적인 숙박 공간과는 다른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일본적인 숙박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마치야의 경우‘료칸’하면 떠오르는 노천 온천(露天温泉), 식사와 같은 전형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각각의 콘셉트에 따라 운영된다는 점에서 보다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숙박시설로 만들어 낼 여지가 많았다는 점이 마치야가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료칸과의 경쟁이 아니라 공생의 형태로 마치야는 고객들이 찾는 공간으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필자는 교토의 가온 거리에 있는 ‘Hermes’라는 명품 브랜드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도쿄(東京)의 백화점에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이 매장을 방문한 것은 진열된 상품들보다는 교토의 전통 건축으로 이뤄진 매장의 구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격인데, 그 잿밥이 굉장한 인상을 줬다. 사실 건축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속에 무엇을 품든 그 내용물은 건축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다. 교토의 에르메스, 교토의 스타벅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건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야라는 특색 있는 전통 건축을 활용한 숙박 공간은 콘셉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아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그 속에 녹여낸 다양한 시도들이 더해져 ‘마치야 스테이’는 교토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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