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는 내기라도 하듯 캡슐호텔이 진화된 버전으로 문을 열고 있다. 어떤 곳은 감성적이고 어떤 곳은 기능적으로 새로운 형태다.
이번 호에 소개할 ‘더 밀레니얼즈 시부야’는 기능과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아트를 접목한 시도로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밀레니얼 세대를 이성과 감성을 모두 겨냥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미국 세대 전문가인(Neil Howe)와 윌리엄 스트라우스(William Strauss)가 1991년 펴낸 책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 :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처음 언급했다. 대체로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SNS 등 정보기술에 능통하다. 그리고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아실현 경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로 평균 소득이 낮아 실용적이며 효율적인 소비 경향을 띤다. 자신의 건강과 식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소유보다는 공유를 추구하는 것도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소비력 차원에서도 X세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실상부 ‘세상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 수준인 18억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에이전츠(Global Agents)는 바로 이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한 호텔인 더 밀레니얼즈(The Millennials)를 탄생시켰다. 더 밀레니얼즈는 ‘소유’와 ‘공유’라는 수단을 적절히 활용해 경쾌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밀레니얼 세대 정의에 어울리는 호텔로 구현됐다.
똑똑한 잠자리, 스마트 포드
2018년 3월 15일에 개업한 더 밀레니얼즈 시부야(The Millennials Shibuya)는 교토(京都)에 론칭한 1호점에 이어, 두 번째 호텔이다. 뒤이어 2019년 2월에는 후쿠오카(福岡)에 3호점도 오픈했다. 더 밀레니얼즈 시부야의 가장 큰 특징은 최신 기술을 접목해서 편안함과 편리성을 추구한 2018년판 캡슐호텔이라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얻어서 하는 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더 밀레니얼즈 호텔은 새로운 세대에게 잠드는 장소 이외의 불필요한 장소는 필요없다는 실용적인 포인트에 집중했다. 그래서 호텔은 침대 중심의 스마트 포드를 개발하고 주방과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공용 부분에 충실히 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호텔의 디지털 허브인 ‘스마트 포드(Smart Pod)’다. 스마트 포드는 천장 높이 2.3m, 바닥 면적 3㎡라는 공간에서 각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침대는 최대 90도까지 원하는 대로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소파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 포드는 완전한 개인 실이 아니기 때문에, 모닝콜이나 알람과 같은 소리가 나는 것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미리 기상 시간을 세팅 해두면 자동으로 침대 등받이가 일어나는 형태로 기상 시켜주는 방식이 구현됐다. 마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때 누군가 몸을 억지로 세워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조명도 자동으로 밝아지기 때문에 이는 알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보인다. 롤 스크린을 내리면 개인실 처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며 동시에 이 롤 스크린은 화면 역할도 가능해 설치돼 있는 프로젝터를 켜면 동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이러한 작업은 모두 체크인시 대여되는 아이팟에서 조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캡슐이라기보다는 개인실 같은 구조로, 호텔의 객실이 기능적으로 콤팩트화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건, 칫솔 등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잠옷은 필요한 사람만 유료로 대여한다. 머리에는 페트병과 휴대 가이드 북 등을 우선 올려 둘 작은 선반이 있다. 침대 밑에는 슬라이드 식 수납공간이 설치돼 있는데, 대형 트렁크도 열려있는 상태에서 쏙 들어가기 때문에 캐리어를 따로 맡겨 둬야 했던 다른 곳보다는 확실히 편리하다.
디자인으로 여심을 훔친다
더 밀레니얼즈 호텔은 확실히 기능적으로 뛰어난 호텔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로비, 라운지, 키친, 코워킹 스페이스 등 전체적인 공간의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20명의 아티스트와 협력해서 ‘아트 포드’를 설치한 것도 흥미롭다. 여성 전용 층인 5층에는 아티스트들이 스마트 포드를 캔버스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이 모두 다른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영국인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류 조이스(Andrew Joyce), 의류와 텔레비전 산업 등 장르를 넘어 활동하고 있는 준 오손(Jun Oson)과 마블(Marvel) 소속 코믹 아티스트 니코 레온(Nico Leon) 등 다국적 멤버들이 각각의 개성을 담은 스마트 포드를 디자인했다. 예약 시 작품을 지정할 수는 없지만, 일찍 체크인을 하면 원하는 작품의 포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숙박 층은 남녀 혼성 층도 있고 여성 전용 층도 있어 개인 선호도나 그룹의 구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더 밀레니얼즈를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 ‘공유 공간’
이 호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 면적의 20%를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4층 안내 데스크 옆에는 넓은 라운지가 있다. 안쪽에는 주방도 갖추고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방에 마련된 토스터와 전기 주전자는 요즘 핫한 가전 브랜드인 ‘발뮤다’로 갖춰져 있다. 이는 사소하지만 이 호텔의 감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생맥주, 아침 식사, 커피까지 총 세 가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생맥주는 매일 저녁 5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빵은 매일, 커피는 매일 24시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3층에는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Andwork’가 있다. 이 공간은 24시간 365일 개방돼 있다. 드롭 인의 경우 6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사용할 수 있고, 요금은 1시간 800엔, 1일 3000엔(21:00 최종 접수)으로 책정돼 있다. 이 가격으로 3층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물론, 4층의 공유 라운지 주방까지 사용할 수 있고, 금액을 추가하면 객실과 샤워실의 이용도 가능하다는 것이 획기적이고 합리적이다.
글로벌 에이전츠(Global Agents)의 야마자키 츠요시(山崎剛) 사장은 자신을 비롯한 밀레니얼 세대의 직원들이 이 공간을 만들었고 자신의 세대에 맞는 숙박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들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다른 세대에까지 폭 넓은 층에 침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호텔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과 소비의 중심 세대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한 더 밀레니얼즈(The Millennials)는 당분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인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