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방사능의 괴담과 공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원전의 땅, 후쿠시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의 생산품조차 멀리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게 하는 호텔이 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호텔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역 살리기에 앞장 서는 호텔업계
일본의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원전 폭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지역이다. 원전 사고 후 방사능의 피해로 후쿠시마 산의 식재료는 시장과 슈퍼에서 외면 받았고 지역의 호텔들 역시 손님이 찾지 않아 도산 직전에 놓여 있었다. 물론 복구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조금씩 상황은 나아지고는 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의 이미지는 방사능 피해 지역이라는 생각 때문에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가운데 후쿠시마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지역 살리기를 추진하기 위해 지역 전체가 일어섰고, 그 중심에 관광산업이 있다. ‘후쿠시마 스테이션(福島ステ·ション’)으로 불리는 기관은 후쿠시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헛소문이나 과장된 소문 그리고 각종 편견으로 부터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지자체, 주민, 상인들 모두의 힘이 결집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의 민관이 한 마음으로 이처럼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함으로써 신뢰를 얻고, 사람들의 발길을 후쿠시마로 돌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후쿠시마를 찾는 사람들에게 후쿠시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든 분야가 바로 호텔업계다.
일본 호텔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시노 리조트의 대표 호시노씨를 비롯해 많은 건축가, 호텔경영자, 건설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쿠시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관광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들과 함께 후쿠시마의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호텔 서비스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호텔이 있다. 바로 북유럽 풍의 아늑함과 편안함을 키워드로 만들어낸 호테리아아르트다.
북유럽풍의 산장 호텔
호테리아아르트는 후쿠시마현 ‘반다이아사히국립공원(磐梯朝日国立公園)’의 고시키누마(五色沼) 근처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120년 전 분화가 폭발한 반다이의 분석이 물줄기를 막아 만들어 낸 고시키누마를 비롯한 크고 작은 300여 개의 호수가 있다. 이곳은 해발 800m 정도의 고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등산이나 레저를, 겨울에는 스키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 온 동북 유수의 관광지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 바로 북유럽 풍의 산장 호텔인 호테리아아르트가 있다. 호텔의 건물은 원래 도쿄의 한 백화점이 40년 전 회사의 휴양시설로 지은 후 지자체에 양도돼 이용해 온 시설이었다. 이 시설은 후쿠시마현 코우리야마시郡山市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핫코우건설八光建設에 의해 리모델링이 추진됐는데, 이 건설회사는 리모델링의 과정에서 건축가, 클라이언트 그리고 건설 과정에 들어가는 각종 작업에 지역의 장인들을 초대해 논의하면서 추진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사는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과 향토를 사랑하는 일본의 정신’을 이어 간다는 취지로 산장을 리노베이션해 2009년 오픈했다. 큰 지붕이 상징적인 이 호텔은 국립공원 내의 자연경관을 배려하면서 이 환경을 최대한 살린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에 주목해 건축 자재는 후쿠시마현의 목재, 인테리어는 백색 도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관내에는 호텔의 콘셉트기도 한 북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을 도입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가구를 갖춰 편안하며 여유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는 것처럼 머물기
호테리아아르트는 북유럽풍의 호텔로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 있는 호텔이다. 우선 객실을 보면 일본의 일반적인 호텔과는 달리 천장이 높고 개방감이 넘친다. 아기자기한 텍스타일과 나무가 주는 포근함과 따스함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북유럽풍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르네 야콥센(ArneJacobsen)의 새빨간 에그 체어가 있다. 창문은 설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방감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디자인은 건축가 마시코 요시히로(益子義弘)에 의한 것으로 ‘집과 호텔의 중간’을 겨냥 한 콘셉트를 추구했다고 한다. 잠깐 호텔에 머물다 왔지만 왠지 집에서 지내는 것 같은 편안함이 들고 집처럼 오래 머물고 싶은 그런 공간으로 디자인 했다는 것이다. 마시코 요시히로는 일본 도쿄예술대학 교수이며,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저명한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특히 그의 사무실은 설계사무소가 아닌 아뜰리에로 불릴 정도로 절제된 예술미가 그의 건축에 반영돼 있는 특징이 있다. 호테리아아르트의 레스토랑은 어떨까? 요리는 북유럽풍으로 디자인된 타고코로식당(たごころ食堂)에서 즐길 수 있는데 이 식당은 지역에서 가져온 재료를 이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에 맞춘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즈 쌀, 고원에서 자라는 야채 등 맛을 응축한 영양가 있는 음식들이 식탁을 채우고 있다.
아침 식사는 매일 메뉴가 바뀌는 양식 플레이트 & 일식 뷔페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 고객은 아침부터 샴페인을 즐길 수도 있다. 저녁 식사는 일본과 서양의 에센스를 균형 있게 도입한 카이세키懐石 코스 요리로 구성돼 인기가 높다. 그리고 이 호텔에서는 특이하게 야식이 제공된다. 야식은 방문에 설치된 상자에 매일 밤 몰래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유부초밥, 매실오니기리 같은 라인업으로 제공된다. 사실 호테리아아르트의 가장 큰 자신 중의 하나는 아름다운 경치이다. 호텔에는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도록 휴식을 취하면서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산책 코스가 있는데 겨울에는 부츠와 스노슈(snowshoe)를 대여해 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도 있다.
아름답고 거친 자연 속에 있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온천도 매력 중의 하나다. 부지 내 지하 545m의 원천에서 끌어 올린 온천은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원천으로 온천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후쿠시마의 호텔 ‘호테리아아르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를 찾는 사람들은 방문 목적이 일이든 관광이든 가능한 최소한의 시간을 보내고 떠나려고 했다.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이었다. 이처럼 공포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그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 그것은 후쿠시마의 복구를 위한 첫 과제였다. 바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호텔 리아아르트는 의도치 않게 공헌을 했다. 호텔이 주는 아늑함이 공포를 잊게 했고 편견을 없애고 정확한 정보를 얻어 안심하도록 함으로써 후쿠시마를 스쳐가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얼마 전 ‘알쓸신잡’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진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전라남도 진도는 3년 전 ‘팽목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아픈 곳이 됐고,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은 현저히 줄어 급기야 진도군 전체의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예전처럼 이곳을 찾는 것은 진도의 사람들에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대화가 출연자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
진도와 후쿠시마는 이유는 다르지만 아픔을 가진 곳이고 이곳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다. 찾고 머무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 지역들도 조금 더 빨리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아름답게 돌아가는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