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일본의 호텔업계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와 아파 그룹. 지난 호 호시노 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星野佳路) 대표의 경영전략을 살펴본 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아파 그룹(APA Group) 모토야 토시오(元谷外志雄) 회장이 어떻게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도모하고 있는지 그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위기 극복 방법
아파 그룹의 모토야 토시오(元谷外志雄) 회장은 필자가 본지에 칼럼 연재를 시작한 초기에 소개한 바 있는 일본 호텔 경영계의 큰 손이다(2015년 7월 호 게재). 과하게 화려한 모자를 쓴 오래된 자신의 사진을 수 십 년째 변함없이 광고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할머니가 바로 모토야 토시오의 아내이자 사장인 모토야 쿠미코다. 아파 호텔(APA HOTEL)은 모토야 부부가 가족경영 형태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일본 비즈니스호텔의 리딩기업으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선대로부터 경영을 물려받아 료칸을 확장시켜 온 호시노 리조트의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와 자주 비교되면서 일본 호텔 경영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고 있다.
아파 호텔은 코로나 이전까지 인바운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호텔들이 난립하는 중에도 항상 최고 수익을 갱신해 왔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아파 호텔은 코로나 경증 환자를 받아들이는데 앞장을 서면서 일본 호텔 업계 대표주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 호텔은 어떻게 지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과거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둘째, 엄청난 현금 자산을 확보해 탄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위기에 맞는 새로운 숙박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아파 호텔의 이 세 가지 전략은 사실 뻔한 답처럼 들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아파 호텔이 어떻게 위의 세 가지 답을 실현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아파 호텔의 모토야 부부가 이 세 가지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수 차례 학습된 위기
아파 호텔의 모토야 토시오 회장은 코로나가 확대되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항상 직원들에게 호텔 비즈니스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재해가 팬데믹과 같은 상황의 위기라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아파 호텔은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이전 도쿄 도에 있는 아파 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100%를 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3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객실 가동률은 50%까지 떨어졌고, 4월에는 평균 30%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외출 자숙 권고가 내려진 상황이다 보니 객실 가동률의 하락은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토야 회장은 낙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이미 버블 붕괴와 리먼 쇼크, 동일본 대지진 등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2007년에 맞이한 첫 번째 위기부터 살펴보면, 당시 아파 호텔은 자신들이 지방에 건설한 호텔이 내진 설계의 부실공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여론의 지탄을 받기 시작했다. 때문에 고객들도 등을 돌렸고, 은행들은 대출금의 상환을 요구했다. 다행히도 아파 호텔은 부채의 수배가 넘는 현금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금 상환 요구에 대해서 건설 예정지로 구입해 뒀던 토지를 팔아 상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듬해 리먼 쇼크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그러자 결과적으로 아파 호텔은 은행의 상환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토지를 팔았지만, 바로 이것이 폭락 직전에 최고가로 토지를 팔게 돼 행운으로 작용했다. 그 후 토지 가격이 더욱더 하락했을 때 아파 호텔은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도쿄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히로오, 아자부 그리고 다이칸야마에 부동산을 다수 구입했고,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후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자 아파 호텔의 부동산 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것은 아파 호텔의 재무 상태를 튼튼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그 후 리먼 쇼크가 진정되고 조금 경기가 회복되는가 싶을 즈음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때 토호쿠 지역에 문을 열고 있던 아파 호텔도 큰 피해를 입었다. 호텔의 필수 인프라인 수도와 전기가 끊긴 것이다. 보통 상황이 이렇게 되면 호텔의 문을 닫을 법도 한데 아파 호텔은 영업을 계속했다. 물을 다른 곳에서 실어 나르고, 비상 발전기를 돌리며, 초를 켜고 영업을 강행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해서 호텔 영업을 지속하면서도 잠자리를 잃은 재해민과 의료 지원을 온 ‘국경 없는 의사회’의 의료진에게는 호텔을 무료로 제공했다. 위기 상황에서 어렵게 영업을 계속하면서 지역의 대피소 역할을 담당했던 아파 호텔은 지역주민들이 응원하는 호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당시에 잠자리를 제공받은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평생 아파 호텔의 충성 고객이 됐고 홍보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시설로 호텔 제공
이러한 두 번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 호텔의 모토야 쿠미코 회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앞선 두 번의 경험은 코로나 사태에도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시설로 호텔을 제공한 것이다.
올해 4월 초순에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일본 도쿄의 의료기관은 환자의 수용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호텔을 경증 환자의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안을 내놓았고, 일본의 주요 비즈니스호텔에 코로나 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에 관한 의사를 타진했다. 모토야 부부는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비즈니스호텔 리딩 컴퍼니로서 당연히 정부의 요청에 응해야 한다며 환자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곧 카나가와 현에서 지난해 9월에 오픈한 2311개 객실의 ‘아파 호텔 요코하마 베이 타워’를 제공했다. 모토야 쿠미코 사장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고객이 찾지도 않는 낙후된 호텔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묵고 싶어 하는 최신 설비의 호텔을 제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판단해 이 호텔을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파 호텔이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은 코로나 사태에서의 호텔의 사명을 다한다는 측면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파 호텔에게 돌아오는 반사이익도 한몫을 했다. 즉, 코로나19 이후 객실 가동률이 줄어들자 호텔에 출근하지 못하고 재택근무를 하던 직원들과 아르바이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을 정리해고 하지 않고 그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면서 급여와 상여금까지 지불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파 호텔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막대한 현금으로 위기 속에서도 M&A 진행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파 호텔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인기 있는 시설을 정부에게 먼저 제공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재무 상태가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아파 호텔의 재무 상황을 보면, 현재 부채는 3000억 엔(3조 원) 규모이다. 반면에, 자산은 1조 3000억 엔(13조 원)이다. 부채에 비해 자산이 4배가 넘고 그 대부분은 현금과 부동산인데 특히 현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그야말로 완벽할 정도의 재무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토야 토시오 회장은 자사의 재무 상황을 자주 언급하면서 향후 2년 동안 코로나 사태가 이어져도 아파 호텔의 경영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파 호텔은 이처럼 탄탄한 재무 상황을 형성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모토야 부부가 고등학교를 나와 지방은행에서 일을 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은행이란 기업들이 돈이 필요 없을 때 빌리도록 권유하고, 정작 필요한 위기 상황에 돈을 회수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호텔 이전에 주택 건설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바탕으로 기존에 싼 매물로 나와 있는 비즈니스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을 한 후 오픈하는 전략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숙박 상품을 리즈너블한 가격에 제공해 리피터를 확보해 나갔다. 아파 호텔은 탄탄한 재무 상태와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상품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호텔 경영이 어려움에 처한 곳이 증가하면서 아파 호텔에게는 새로운 찬스가 도래했다. 수많은 은행들이 인바운드를 기대해 호텔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 대출을 해줬는데, 이들 호텔들의 경영이 어려워서 도산의 위기에 처하자 아파 호텔의 모토야 토시오 회장에게 인수를 타진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은행의 제안에 대해 모토야 회장은 100~200개의 객실 규모의 호텔 정도는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아파 호텔은 M&A를 통한 규모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다며 인수 합병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파 호텔의 모토야 부부에게는 M&A에 있어서 원칙이 있는데, 반드시 도쿄와 오사카 등 도심부의 호텔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모토야 부부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지역에 매물로 나온 호텔의 인수를 준비하면서 또 한 단계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사실 아파 호텔은 숙박 일을 달력에 체크해 두고 설레면서 기다릴 만큼 매력적인 호텔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호텔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는 호텔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