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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금)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프라이드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 호텔 카와로쿠 에르스테지(ホテル川六エルステージ)

일본 황실에서도 이용하던 이름난 전통 료칸이 경영난에 처하자, 이들은 자존심보다는 경영회복을 위한 실리를 택했다. 과거의 명성과 영광을 뒤로하고 비즈니스호텔 사업으로 전환해 오랜 적자를 극복해낸 것이다. 프라이드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카와로쿠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생존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전통 료칸에서 비즈니스호텔로의 전환
카가와현(香川県) 타카마츠(高松)에 1877년 창업한 료칸(旅館) 카와로쿠(川六)는 황족들도 묵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카와로쿠는 메이지(明治)시대 초기부터 시대의 문호들에게 사랑받는 다카마쓰 최고의 전통 료칸으로 유명했고, 타카마츠의 유력인사들은 숙박을 할 경우 카와로쿠가 아니면 묵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명성이 높아 프라이드가 강한 료칸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영광을 누리던 카와로쿠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경영위기에 빠지게 됐다. 1980년대 버블 경기가 무너지면서 손님이 급감했고 적자 경영이 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5억 엔의 부채까지 안고 있었다.
이렇게 하향일로를 걷던 카와로쿠는 2000년 5대 사장인 타카라다케이이치(宝田圭一)의 취임으로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카와로쿠 오너 일가의 사위인 타카라다 사장은 취임 후 먼저 자신의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고, 직원들의 월급을 20% 인하했다. 이런 단기단의 조치로 경영은 흑자로 전환됐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료칸의 경영전략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고민하게 된다. 타카라다 사장은 평판이 좋은 요리를 기반으로 한 연회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숙박에 집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했고, 연회만으로는 1년 내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연회장을 없애고 호텔 건물을 세웠고 2002년 1박 6200엔, 직원은 40명에서 7명으로 슬림해진 비즈니스호텔로 다시 출발하게 됐다.



카와로쿠의 성공비결
료칸 시대의 예약 업무는 대부분 여행사에 맡겼지만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한 후부터는 직원이 직접 예약을 받는 방식으로 바꿨고, 그러자 손님의 불만이 직접 귀에 들어오게 됐다. 카와로쿠 호텔은 고객 의견은 ‘보물 상자’라고 여기고, 받는 즉시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베개가 맞지 않는다’라는 컴플레인이 접수되자 5종류의 대여용 베개를 준비했다. 그리고 리먼 쇼크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해 손님이 줄어들자 즉시 아침 식사를 무료로 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렇게 발 빠른 대응으로 료칸으로 운영할 당시 30% 대였던 객실가동률이 90%로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대형 인터넷여행업체 라쿠텐 여행의 평가 이벤트인 라쿠텐 여행어워드에서 다이아몬드상을 2013년부터 3년 연속 수상했다. 이러한 평판이 전해지자 타카라다 사장에게는 호텔의 재건을 부탁하는 의뢰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직원들과의 정보공유를 효율화하기 위해 최신 IT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IT 기기를 도입한 이유는 의사결정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향상시키고자 한 것이다. 업무 개선을 위한 제안 및 손님들의 객실 점검 상황, 각종 보고서 등이 타카라다 사장이 가지고 다니는  단말기에 1일 50건 이상 보고된다. 그가 경영하는 5개의 비즈니스호텔 직원 수는 약 50명인데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오는 경우 현관 수건을 준비할 것’, ‘만화 코너에는 어린이용 그림책을 둘 것’ 등 개선을 위한 제안이 올라오면 무로타가 바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부터 전 호텔에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이처럼 카와로쿠 호텔 재생의 성공에는 타카라다 사장의 철학이라는 비결이 있었다. 타카라다 사장은 재생의뢰를 받으면 제일 먼저 호텔의 직원들에게 인사와 청소 부분에 있어서 기본부터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다. 우선 직원 모두가 매일 바닥을 걸레로 닦도록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왜 이 호텔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호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게 호텔에 대한 애정 혹은 일에 대한 의식이 바뀌자 고객에 대한 응대 자세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직원들의 의식의 변화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 향상과 객실의 만실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호텔은 대부분 비슷한 인테리어와 가격대로 이뤄져 있는데, 바로 이러한 직원 응대의 차이가 부가가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변화를 일으킨 카와로쿠의 타카라다 사장은 재건 의뢰를 받은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하는 가운데 철저하게 리스크를 줄이고자 건물을 빌려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그것이 연간 매출이 2015년에서 전 해보다 4배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호텔 카와로쿠 에르스테지의 서비스 포인트
호텔 카와로쿠의 특별한 서비스 포인트를 짚어본다면, 우선 첫째, 사누키(讃岐) 우동도 먹을 수 있는 조식 뷔페를 들 수 있다. 아침부터 일본 최고의 우동인 사누키 우동을 바로 그 지역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 밖에도 아침 카레나 열여섯 개의 곡물로 지은 밥, 활기차게 인사를 하면서 만들어 주는 오믈렛도 인기이다.

두 번째,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성 전용 편의 시설 코너에는 과일 향기 입욕제와 유액, 화장수 등이 갖춰져 있고, 베개를 대여해주는 코너에는 메밀껍질 베개, 저반발 베개, 다리 베개 등을 두고 고객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다다미를 그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예전 전통 여관의 정취를 남긴 일본식 객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건물 전체를 금연관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여성 전용 레이디스 플로어 등도 갖추고 있다.

셋째, ‘카와노탕(川の湯)’과 ‘로쿠노유(ろくの湯)’라는 2종류의 온천탕을 즐길 수 있다. 일본 비즈니스맨들에게 있어서 호텔 객실의 욕조 외에 온천탕이 있다는 것은 하루의 힘든 일과를 온천으로 치유할 수 있고, 방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드는 소박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그러한 온천탕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은 비즈니스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이 호텔을 선택하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카와로쿠는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료칸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온천탕이라는 인프라를 철거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그대로 계승했다. 이 점은 바로 일본 사람들의 정서적인 만족감을 고려한 전략이 빛을 발한 것이라고 보인다.

넷째, 직원들이 직접 만든 수제 관광 지도를 제공한다. 이 지도에는 직원들이 실제로 방문해 본 감상이나 정보가 실려 있기 때문에 신뢰성도 있고 읽을거리도 많다. 식사나 조깅 지도 등 종류도 다양한데, 드럭스토어 등 현지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곳들이 소개돼 있어 편리하다.

이 밖에도 로비에 설치된 게시판 ‘커뮤니케이션 광장’에는 손님으로부터 전해진 불만도 공개하며,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회의의 의제로 상정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잘나가던 집안이 망하면 소싯적 누리던 것들을 떠올리며 신세한탄을 하는 부류가 있고,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해서든 적응해 삶을 개척해나가는 부류가 있다. 당연히 호텔 가와로쿠 에르스테지는 후자의 경우다. 이 호텔은 과거의 영광이나 프라이드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료칸 운영의 노하우를 살려 유니크한 서비스를 갖춘 비즈니스호텔로 거듭났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무엇에 연연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봄 직하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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