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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와인 Pick] Louis Maurer

 

 

알자스 와인 연작 시리즈 두 번째 칼럼은, 기존의 고답한 농사 양조 관행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복합 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채취된 포도와 인위적 개입없이 그저 가벼운 손만 더한 포도주 생산이 낳은 내추럴 와인 이야기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초절 경사인 소설가 한강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국위를 선양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달의 와인 글은 그에게 바치는 헌정판이다. 비록 이 글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에는 못 미칠지라도...

 

따로 또 같이, Albert Maurer & Louis Maurer


지난 이야기~! 단란한 3대가 운영하는 행복한 가족 와인 농장 알베르 모레(Albert Maurer)는 이 달의 주인공 루이 모레의 할아버지인 알베르가 설립했고, 현재 아버지 필립이 경영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지방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와 콜마르(Colmar)의 중간에 위치한 아이히호프(Eichhoffe) 마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포도밭은 약 16ha로서 40여 개의 필지로 나뉘어 이웃 마을에 흩어져 있다. 도멘느는 오래전부터 친환경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내믹 생태영농을 실천해 왔으며, 이는 알자스의 땅과 테루아에 대한 존중과 헌신의 징표라 했다. 

 

 

그럼 이제 이 달의 주인공인 루이 이야기를 해보자. 2016년부터 3대째인 ‘손자’ 루이 모레(Louis Maurer)가 가족 사업에 합류했다. 1996년에 태어난 루이 모레는 2024년 올해 28살로 알자스에서 가장 젊은 내추럴 와인 생산자 중 하나다. 루이는 루파흐(Rouffach)의 양조 학교에서 BTS(고등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공부하는 동안 그는 도멘느 마르크 크레든바이스(Marc Kreidenweiss)와 모멘느 셀츠(Domaine Selz)에서 사사받으며, 생물학적 농법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배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알자스 지방의 스타 와인메이커, 루카 리펠(Luca Riefell)과 캐서린 리스(Catherine Liss)가 양조장을 임대한 곳에서 1년 반 동안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내추럴 와인을 배웠다.

 

가족의 와인 농장에 합류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0세였지만, 그는 가족의 와인 외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세 가지 다른 내추럴 와인(2016 빈티지)을 양조했다. 이후, 루이는 가족 회사의 전통적 레이블인 Albert Maurer 와인과는 별개로, 본인의 개성을 살린 와인들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고 자기 이름의 고유한 레이블인 ‘Louis Maurer’로 판매하고 있다. 


2016년 루이가 농사꾼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이런저런 충고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들에 개의치 않았음은 그는 막 20대였고, 그에게는 꿈꿀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는 더 나아가고 싶어 했으며, 조부모님과 부모님들도 그에게 도전을 강력히 권장했다. 참으로 멋진 가족이다. 

 

 

밭에서는 친환경,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EcoCert & Demeter


루이의 가족은 오랫동안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 왔다. 2009년부터는 바이오다이나믹도 도입했다. 루이의 아버지 필립은 포도밭을 유기농 포도 재배로 전환하고 포도나무 줄 사이에 잔디를 심어 포도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를 뻗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농법들은 포도나무의 활력을 극적으로 증가시키고, 수확량을 낮추고 포도의 농축도를 증가시킨다. 포도밭의 고랑 사이에는 자운영과 덤불이 자라고 호밀과 채소를 심는다. 이런 피복 작물은 자연적인 덮개 역할을 하고 과도한 열과 강우로부터 토양을 보호한다. 또한 땅속의 온도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미생물의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처방으로는 쐐기풀, 쇠뜨기, 버드나무와 같은 허브와 식물을 달인 물이 사용된다. 퇴비, 소똥, 포도지게미, 짚을 기반으로 자체 퇴비를 만들어 밭에 뿌린다. 이 생명력이 넘치는 퇴비는 토양에 활력을 불어 넣고 건강하고 성숙한 과일에 필요한 모든 미네랄이 포도나무로 전달되도록 한다. 


루이가 포도밭과 나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성공적인 와인의 핵심이 포도에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토양과 낮은 수확량을 추구하는 포도밭에서 완전히 성숙된 포도를 수확하는 것은 테루아를 온전히 표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루이는 포도밭이 한해 한해 변화하는 모습을 기쁨으로 생각한다. 루이가 특별히 주창하는 것은, ‘비오톱(Biotope)’이라는 생태서식공간 개념인데, 특정 식물, 동물, 미생물 군집을 지원하는 독특한 환경 조건을 갖춘 뚜렷하고 동질적인 지역을 말한다. “특정 해충의 포식자인 새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울타리와 과일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포도밭을 기계화하기 위해 포도밭에서 불필요한 초목은 모두 제거됐고, 그 결과 포도밭은 ‘생산공장’이 돼버리고 말았죠. 포도밭도 '근원으로 돌아가야(Retour Aux Sources)’ 합니다. 이제 단일 품종만 재배하는 포도밭에서 복합적인 생태서식공간으로서의 포도밭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이 젊은 와인메이커는 주장한다. 

 

 

 

셀러에서는 내추럴 양조법으로, Vin Bio


처음부터 내추럴 와인에 관심이 많아서, 아버지한테 와인 밭을 3ha 받아서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들어왔던 알자스의 예전 스타일을 구현해 로제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실바너를 중심으로 게뷔르츠트라미네의 비율을 줄여 현대 미식에 어울리는 좀 더 드라이한 알자스 블렌딩 와인 ‘쀠르 수슈’를 만들기도 한다. 크레망 스파크링도 선대의 것에 비해 좀 더 드라이한 ‘Extra Brut’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노 누아, 피노 그리(2017년부터) 등 4가지 단품종 뀌베 와인도 생산한다. 포도를 모두 손수확하는데, 포도의 상태를 아버지와 함께 검수해, 내추럴 와인을 만들기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포도는 모두 알베르 모레 레이블로 보내 좀 더 완벽한 품질을 유지한단다. 


루이의 양조 철학은 와인이 떼루아와 그 독창성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 와인 양조에 관해서는 무엇보다 포도를 존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천연 효모로 포도즙을 발효시키는데, 짧게는 6주에서 몇 달 동안 발효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와인은 전통적인 알자스 푸드르(Foudre 큰 나무통)에서 양조한다. 푸드르는 큰 침전물은 통 바닥에 가라앉고 미세한 침전물은 일반 배럴보다 더 폭넓게 퍼져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와인은 거의 거르지 않고 오랜 시간 효모 잔해 위에서 숙성시키며, 이산화황은 필요한 최소한으로만 추가한다. 와인은 두 단계로 나눠 병입되는데, 내추럴로 만든 루이 와인의 병입은 봄에 진행하고, 아버지 필립의 와인은 일반적으로 8월에 이뤄진다. 이를 통해 와인이 안정화되고 숙성돼 테루아와 독창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들 부자의 와인은 모두 Vin-Bio AB ‘Ecocert&Demeter(친환경유기농 & 바이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다. 

 

MZ세대 유쾌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 루이 모레


“포도를 직접 압착하는 대신, 리슬링 주스에 피노 그리 다발을 십여 일 동안 담가 뒀어요. 두 가지 포도 품종은 아주 잘 어울리더라구요. 피노 그리는 달콤한 과일 향을, 리슬링은 짭짤한 광물질 맛을 선사합니다.”라고 루이는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지구 온난화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 즉 알코올 함량 증가와 산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침용 기법을 쓰면 의외의 신선감을 가져 오며, 미각의 아로마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다 줍니다.” 이 젊은 와인메이커는 잘도 배우고 깨닫고 있었다. 이웃 마을인 미텔베륵하임(Mittelbergheim)에 살고 있는 까트린느 리스와 장-피에르 리취(Jean-Pierre Rietsch), 그리고 패트릭 마이어(Patrick Meyer) 등 내추럴 와인의 선배들과 매우 친하며, 와인 양조에 대한 아이디어와 철학을 논의하기 위해 자주 만난다. MZ세대답게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의 와인은 유럽과 미국의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돼 많은 소셜 미디어에 소개되고 있다. 동양에서는 일본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 칼럼으로 인기 폭발하기를 기대한다. MZ세대가 만들어내는 젊음이 넘치는 내추럴 와인의 마술을 기대해 보자. 마지막으로, 내추럴 와인은 펑키한 맛을 음미하는 것이 본질적 즐거움이지만, 그래도 눈도 즐거워야 한다. 필자의 눈에 ‘하트 뿅뿅’을 그리게 한 15종 루이 모레 와인의 수채화같은 레이블 디자인은 그의 여자친구가 디자인했다는데, 정말 정겹고 수수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지금은 헤어졌다고...!

 

시음 와인 7종 리뷰

 

리슬링 레샹베르그 & 피노 그리 뒤땅베르그 
Riesling, ‘Lerchenberg’ & Pinot Gris, ‘Duttenberg’

 

 

남동향의 완만한 언덕 레샹베르그 지구 포도밭은 보쥬 산맥의 사암과 그 부서진 모래 그리고 충적 점토로 구성된 토질이다. 필자가 시음한 리슬링 2019년 빈티지는 내추럴 기법의 풍미가 은은하게 풍기는 부드러운 내추럴 와인이다. 코에서는 자연스러운 산화 풍미가 상큼한 사과향으로 표출되며, 전반적으로는 리슬링 본연의 벤젠 미네랄 향이 저변에 깔려 자신의 DNA를 기억하고 있다. 


입에 넣는 순간, 섬세한 산미가 시큼한 자두, 산딸기 그리고 여린 한 줄기 견과류 그리고 흙내음의 복합미를 보여 준다. 중반 이후부터 부풀어 오르는 의외의 빳빳한 타닌감이 화이트 와인의 힘을 잡아 준다. 후반부에는 기분 좋은 볼륨감과 함께 드라이한 쓴맛으로 마감하니, 많이 강하지 않은 내추럴스러움이 편하게 다가온다. 


한편, 안들로(Andlau)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급경사진 북서향 언덕에 있는 뒤땅베르그 포도밭은 조개 화석을 찾아볼 수 있는 점토성 사암층 테루아다. 이 곳에서 수확한 피노 그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발효시키고 완전 드라이하게 만들었다. 2019년 뒤땅베르그 피노 그리는 견과류 풍미가 특히 강하다, 아몬드, 호두향까지 이어지고, 입에서는 부드러운 산도로 순박한 긴장감을 만들어 주며, 살구와 견과류 풍미로 후반부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무게감과 구조감이 견고하다. 


이 두 와인은 여과하지 않고 입병해 매우 미세한 침전물이 약간 있다. 12도로 온도 맞추고 시음 직전에 디캔팅하자. 초록의 포도밭 위에 둥실 둥실 떠 있는 구름에 올라타 한가로이 내려다보는 생산자 그림 레이블이 정겹다. 레이블이 안주다.

 

흐뚜르 오 수르스, 마쎄라시옹 
‘Retour aux Sources’, Macération 

 

 

지역의 전통적인(구태의연한?) 관습을 거부한 와인, ‘Retour aux Sources’ 2018 첫 빈티지는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 죠또(Giotto)가 인간적인 감정을 다시금 회화에 부활시킨 것에 비견될 창의적 작품이다. 이 와인으로 “포도 수확 후 바로 압착해 얻은 맑은 즙으로 양조, 깔끔히 여과하고, 이산화황을 넣은, 밝은 노란색 단일 품종 화이트 와인”이라는 지금까지의 알자스 화이트 와인 생산 규범을 박살냈으니 말이다. 전통과는 결별하고 “껍질째 발효하고(Macération), 여과하지 않고(Non Filtrée),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은(Sans Ajout De Soufre)” 이 와인은 오랫동안 길들여온 우리의 맛 관념을 걷어차버리고 자연이 허락하는 맛의 즐거움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젊은 와인메이커가 자신의 직업의 ‘근원으로 돌아간(Retour aux Sources)’ 결과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기존 전통 양조 방식은 알자스 화이트 와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순수하고 독창적이며 강한 와인이다. 


포도를 직접 압착하는 대신 리슬링 주스에 피노 그리 다발을 십여 일 동안 침용시켰다. 놀랍게도 이 두 가지 포도 품종은 아주 잘 어울린다. 피노 그리는 달콤한 과일 향을, 리슬링은 짭짤한 미네랄 맛을 선사한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빈티지는 피노 그리 50%, 리슬링 50% 블렌딩이다. 오렌지 스타일, 내추럴 기법으로 진행, 여과 없이 병입했으니, 침전물이 꽤 있는 편이다. 매우 연한 황갈색에 시골 농장, 동물 농장, 닭장 내음이 불끈불끈… 그러나 그 위로 살구와 복숭아, 청포도 향이 폴폴 올라오며 내추럴의 놀라움을 지그시 눌러 준다. 입에서는 강력한 산미, 빳빳한 오렌지 와인스러운 타닌감, 걸맞는 보디감, 자연의 근원으로 돌아간 긴장감과 그리고 긴 여운에서 왠지 옳은 느낌이 든다. 오늘밤 꿈에는 보랏빛 풍선 다발을 묶은 코르크 비행선을 타고 날아 오르는 꿈을 꿀 것 같다.  

Price_ 흐투르 오 수르스 12만 원 

 

게뷔르츠트라미너, ‘에트랑주 오랑주’
Gewurztraminer, ‘L’étrange Orange’

 

 

점토성 이회암 토양에서 자란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으로 만든 오렌지 와인이다. 13일간 껍질과 침용시켰다. 발효 후에도 커다란 알자스 푸드르 나무통에서 앙금과 함께 배양시킨 특별한 화이트다. 뀌베 이름이 ‘L’étrange Orange(낯설은 오렌지)’다. 이름도 잘 짓는다. 감미롭고 향긋한 과일 오렌지도 잊고, 라일락과 자몽향이 아찔거리던 이제까지의 감미로운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잊으라는 뜻이다. 


필자가 시음한 2021년 빈티지는 색상이 환상적인 연한 양파껍질 색상같기도 하고, 맑은 적벽돌 갈색같기도 하다. 신비스러운 색상이다. 글라스에서는 자스민 꽃향기, 오렌지꽃 향기, 그리고 당연히 산화된 사과향이 드러난다. 입에서는 바삭바삭한 미네랄을 동반한 싱그런 산미가 느껴지며, 피노 누아 정도의 얇은 타닌감이 이 화이트 와인의 미감에 특별함을 준다. 이 산미와 타닌감, 살구맛 등이 사큼한 꽃향기와 함께 매우 이국적이며 고급스러운 맛을 여운에 남긴다. 갑자기 대게나 킹크랩 등 향이 강는 갑각류와 함께 먹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키게 했다. 오픈 전 겉보기에도 침전물이 매우 많다. 마시기 전에 하룻밤 세워두고, 시음 직전에 확실한 디캔팅을 하자~! 물론 침전물 자체도 와인의 영혼으로 생각된다면 섞어서 뿌연 상태로 마셔도 좋다. 9000여 병만 생산됐다.  

 Price_ 게뷔르츠트라미너 9만 원

 

쀠르 수슈
‘Pure Souche’

 

 

한편, 또 다른 뀌베 는 아주 생소한 블렌딩 와인이다. 다소 무명의 실바너(Sylvaner) 폼종이 50% 정도로 주종이며, 피노 그리와 리슬링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사실 실바너를 많이 넣어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던 것은 알자스 지방의 오랜 전통이었다. 와인업계에서는 이런 블렌딩 와인을 ‘에델츠비커(Edelzwicker)’라고 불러왔다. 이 독일어 단어는 ‘noble blend’라는 뜻인데, 평범한 품질의 와인을 멋지게 높여 부르고자 했던 의도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알자스 와인 생산량의 20%는 에델츠비커였다. 에델츠비커는 동네 비스트로와 와인바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즐기는 갈증을 풀어주는(Vin de Soif) 대중적 와인이었다. 그러니, 이 이름은 알자스의 가장 ‘순수한 전통, 근원(Pure Souche)’으로 돌아가자는 와인메이커 루이의 철학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돌아가도 그냥 그 품질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내추럴 와인 양조법으로 특별하게 만들었으니, 이 뀌베는 루이만의 스타일로 전통적인 알자스 에델츠비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레이블 디자인, 빨강-하양 색의 알자스 지방기를 들고 씩씩하게 달리는 생산자 그림은 루이의 그런 염원을 담은 것이리라.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는 잔 안에서 카모마일을 위시한 세련된 허브향이 잔잔하게 풍기며, 잘 익은 사과와 레몬, 맛있는 오렌지가 느껴진다. 입안에서도 조용하고 매끄럽다. 순박하고 차분한 허브와 미려한 타닌의 피륙 질감이 스쳐가는 신비스런 화이트다. 당신의 하루가 불안과 불화를 겪었던 하루였다면 저녁에는 이 와인을 마셔보자. 와인처럼 차분하고 평온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미세한 앙금 침전물이 있는 이 와인은 낮은 가격임에도 약 5000병 정도만 생산됐으니 역으로 귀한 와인인 셈이다.  

Price_ 쀠르 수슈 7만 원 

 

크레망 달자스, 엑스트라-브륏 & 피노 누아 
Crémant d’Alsace, Extra-Brut & Pinot Noir ‘100%’ 

 

 

루이는 아버지 브랜드인 Albert Maurer 크레망을 브륏 스타일로 만들고, 본인의 레이블 Louis로는 엑스트라-브륏을 선택했다. 알베르 브랜드로는 클래식한 일반 고객들을 염두에 두었고, 본인의 내추럴 와인 팬들을 위해서는 막강한 드라이 파워를 자랑하는 엑스트라 브륏을 점찍었다. 24개월간의 병입 2차 발효 및 숙성을 마치고, 출시 전 병마개를 바꿔 입병할 때 도자주액에 가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면 ‘Dosage Zero’로 표시할 만 한데, 어떤 사유에서인지 엑스트라로 스타일명을 선정했다. 피노 블랑 70%에 리슬링 20%, 피노 누아 10%가 블렌딩됐다. 알코올 도수는 약간 높은 13%vol이며, 가스 압력은 4.2바, 이산화황은 최소화했으며, 7400병 생산됐다. 내추럴에 도자쥬 제로이니, 그야말로 산미와 미네랄이 빵빵 터지는 청량감을 자랑한다. 올해와 같은 무시무시한 폭염을 이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 되겠다. 청사과, 라임향이 신선하게 올라오고, 높은 산도에 칼같은 드라이함이 매섭다. 그러나 이름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서로 얽혀 신축성이 있고 쫀쫀하게 느껴지니 기분이 좋아 연신 마시게 된다. 마지막 자몽의 쌉싸래한 여운이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와인은 루이의 유일한 레드인 피노다. 서향을 바라보는 이회토질 점토에 심은 피노로 생산됐다. 피노를 충분히 익히려면 지는 햇볕을 최대한 받아야 하기에 이쪽 테루아를 선택한 것이리라. 피노는 거의 대부분 블렌딩하지 않고 단품종으로 만들기에, 포도알 두 알을 활용해 ‘100%’라는 글자를 그려 넣어 강조한 레이블 그림은 ‘찐~피노’라는 뜻이리라. 


필자가 시음한 2022 빈티지는 장미향, 산딸기향과 제비꽃향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찐 피노면서, 약간의 오크와 허브, 숲의 피톤치드의 시원함이 이국적으로 배어 나온다. 내추럴로서의 사큼하며 멋드러진 산미에 부드럽고 유연한 질감, 매끈한 타닌, 미네랄 풍미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음식을 부르는 미식 와인이다.  

Price_ 크레망 엑스트라브륏 6만 8000원 / 피노 누아 8만 5000원


와인 문의_ 샵 크로스비 / 02-575-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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