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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월)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가장 어두운 곳에서 ‘오사카스러움’을 풀어 낸 호시노리조트 OMO7 오사카

 

호시노리조트 OMO7 오사카가 오픈했다. 교토에 이어 오사카에 진출하므로써 호시노리조트는 간사이 지역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호시노리조트는 매번 그 지역의 독특함을 잘 담아내왔지만, 이번만큼 시도부터 쇼킹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들이 이번에 진출한 곳은 바로 오사카의 ‘니시나리(西成)지구’였기 때문이다. 니시나리는 일본에서 최악의 빈민가, 노숙자들의 수도, 일용직의 인력시장,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범 지역 등 수식하는 단어들이 모두 범상치 않은 곳이다. 특이 이곳의 ‘아이린(あいりん) 지구’는 일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로 어둡고 지저분하고 무서운 지역의 대명사였다. 


오사카 사람들조차 찾기를 기피했던 이곳에 오픈한 OMO7 오사카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직접 찾아가 봤다.

 

 

왜 하필 이곳에?


일용직 노동자들의 성지였던 니시나리 아이린 지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자리를 찾아 노동자들이 모여 들었던 곳이다.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남긴 토사물과 노폐물들이 거리 곳곳에 산재해 있어 악취가 진동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아이린 지구는 단순히 지저분하다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복잡한 부분이 있다. 이곳은 빈부격차의 갈등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으킨 수차례의 폭동은 버블 경기 이후에 노동운동이 자취를 감춘 일본 사회에서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처럼 사연도 많고 탈도 많던 아이린 지구지만, 2000년 이후 이 지역을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노동 현장의 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게 됐고, 그로 인해 아이린 지구를 찾는 노동자들의 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2012년 보수 개혁파 시장으로 인기를 누리던 변호사 출신의 하시모토(橋下) 시장은 이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 ‘니시나리 특구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과 오사카 주민들은 노동자들과 노숙자의 거리인 아이린 지구를 바꾸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니시나리 특구 구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간이 숙박업소를 운영하던 주인들은 이 구상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그 이유는 바로 노동자들을 대신해 외국인 배낭 여행자들이 값싼 숙소를 찾아 아이린 지구에 하나 둘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사카관광국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오사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전년도 보다 2배 이상 늘어났으며, 호텔의 객실 가동률도 상승해 평균 85%로 전국 톱을 기록했다고 한다. 저렴한 숙박시설을 찾아 아이린 지구를 찾은 배낭여행객들이 주변의 신세카이를 중심으로 한 옛 유흥가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곳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것이다. 


호시노리조트 역시 아이린 지구가 가진 동네의 잠재력에 주목했고, 한때는 화장품 공장이었지만 지난 30년간 거의 방치된 채로 있었던 역 앞 토지의 공개 입찰에 손을 들었다. 공개 입찰이었지만 그 어느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시노리조트가 제시한 가격 18억 엔에 낙찰됐다. 그리고 호시노리조트는 본격적으로 아이린 지구를 도시관광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OMO 브랜드화에 착수했다. 

 

 

OMO7 오사카의 도전


신이마미야역(新今宮駅)에서 내려 북쪽을 쳐다보면 14층의 하얀 건물, OMO7 오사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하얀 막을 덧댄 것 같은 외관 디자인이 특이한데, 이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 때문이다. 불소수지산화광촉매라는 소재로 만들어진 이 하얀색 막은 일사광선의 부담을 30~40% 경감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서 체크인 시간의 냉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 최초의 시도로, 특허 출원 준비 중이다.

 

 


이 건물 앞으로는 흰 색과 대비되는 거대한 녹색 정원이 펼쳐져 있는데, 전체 부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약 1.4ha의 공간을 모두 언덕 모양의 정원으로 꾸며 놓았다. ‘미야 그린’이라고 불리는 이 넓은 잔디밭 정원은 산책을 즐기는 어른에도,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적당했다. 게다가 언덕 위의 야외 벤치에 앉으면 같은 눈높이에서 전철역 플랫폼을 볼 수 있는데, 한적하고 여유로운 곳에서 바쁜 일상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묘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정원은 밤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호텔의 하얀 외관은 거대한 스크린이 돼 LED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초칭(提灯)으로 불리는 전통 조명을 들고, 무료로 제공되는 타코야키를 먹으며 불꽃놀이를 즐기면 마치 마쯔리(まつ) 마을 축제)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 코로나19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마쯔리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달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OMO7 오사카의 객실은 가족들이 같이 숙박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우리 가족이 머물었던 ‘이도바타 스위트’로 불리는 객실은 싱글 베드 4개가 각각 프라이빗하게 위치해 있고, 방의 중앙에 초대형 테이블이 놓여져 여러 용도로 활용하기에 유용했다. 벽면에는 JR 신이마미야역이 지나는 오사카 환상선의 노선도와 주변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지도가 있는데, 숙박객들은 이 테이블에 모여 대형 지도를 바라보면서 어디로 갈지 계획을 짤 수 있다. 필자의 딸 역시 이 지도를 보는 것을 즐겼는데, 지도에서 10분 거리의 동물원를 발견해 냈고, 그 덕에 우리는 일정에 없던 기린, 사자, 플라밍고 등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딥한 동네 신세카이와 이곳을 누리는 오모레인저


도시관광호텔을 지향하는 OMO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오모레인저’로 불리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동네를 탐방하는 투어다. 이른 아침 우리팀의 투어를 안내해 주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호시노리조토의 직원 중에서도 오사카의 상징으로 불리는 야소다(八十田) 씨다. 호시노리조트의 입사 20년 차인 야소다 씨는 오사카 출신으로, OMO7 오사카의 개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00곳 이상의 가게를 체험했는데, 그중에서 오사카스럽고, 스토리가 있으며, 프랜차이즈가 아닌, 그리고 무엇보다 가이드북에 소개되지 않는 가게를 발굴해냈다. 야소다 씨와 나카무라 총지배인은 직접 발로 뛰어 찾은 가게의 사장님들과 교섭을 통해 오모레인저 투어를 위한 상품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필자가 오사카 다시(だし, 육수)를 내는데 필요한 카츠오의 재료를 판매하는 가게를 찾아가는 투어였다. 

 

 

야소다 씨는 호텔을 출발해 노동자들의 간이숙박시설 사이를 걸어서 키즈이치바(木津市場)로 우리의 일행을 데리고 갔다. 키즈이치바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의 하나로, 여러 매력적인 가게가 많지만 특히 다시와 관련된 노포들이 밀집해 있어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 요리에서도 육수는 중요하지만 일본에서 다시는 요리의 심장이자 생명수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진다.

 

 

야소다 씨의 안내를 받으며 찾은 다시 가게는 여러 종류의 다시 재료를 오랜 세월 이어온 기법으로 조합했다. 이 가게 저 가게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돌고, 오사카 특유의 재래시장 분위기를 만끽하는 동안 이어진 야소다 씨와 가게 주인들의 티키타카는 마치 만담을 나누는듯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른 아침 재래시장 특유의 에너지에 이들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친근한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지니 뭔가 찡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저녁이 돼 다시 한 번 참여하게 된 오모 투어는 쿠시야키(串焼き、 꼬치구이) 가게 방문이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신세카이(新世界) 투어였다. 역시 야소다 씨의 안내로 호텔을 나섰는데, 그가 안내한 곳은 신세카이 지역 안에서도 가장 딥한 잔잔요코초(ジャンジャン横丁)라는 곳이었다. 네 사람이 나란히 서기도 힘든 좁은 상점가를 걸으며 마치 타임슬립한 느낌의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 나섰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장기나 바둑을 두는 기원, 총을 쏴서 상품을 받는 사격장 등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들이 이어졌다. 첫 번째 쿠시야키 가게는 장기나 바둑을 두던 기원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자신이 재일교포 3세라면서 친근함을 표현했다. 모두 앉아도 열명이 채 앉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공간에서 사장님은 OMO7 오사카의 숙박객을 위한 메뉴를 만들어 제공해 주면서 오사카스러운 화법으로 말을 걸어왔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도 신세카이 동네의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친근한 분위기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찾은 가게도 나름의 역사와 스토리를 갖고 자신들만의 메뉴를 선보이던 곳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소주 한 잔과 쿠시야키 하나로 배를 채우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오사카스러움


전국적으로 악명 높던 아이린 지구. 이곳에 호시노리조트가 호텔을 개업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반신반의하거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학창시절 세계 일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카무라 총지배인와 오사카 토박이 야소다 씨를 중심으로 한 개업 멤버들은 오사카스러움을 찾기 위한 긴 탐험과 노력으로 OMO7 오사카를 만들어 냈다. 


타코야키, 문어, 호랑이, 오사카 성 등 대표적인 오사카의 모티브를 호텔 인테리어와 어메니티 곳곳에 녹여낸 아이디어도 재미있었고, 오사카의 대표적인 메뉴를 재해석해 선보인 카페의 메뉴들도 인기가 많았다. 특히 디너 코스요리는 호시노야 도쿄의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가 직접 개발한 오사카만의 메뉴로 구성됐는데, 지역의 재료로 요리하고 담아내고 먹는 방식까지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로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내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모든 메뉴에 오롯이 집중해서 즐길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사카에 대한 편견이 아주 강한 편이었다. 대학 첫 배낭여행으로 일본을 돌아봤을 때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다시 오사카를 찾을 이유가 딱히 없었고, 비슷한 취향의 남편도 일본 생활 20년이 넘도록 한 두 번 학교 일로 다녀왔을 뿐이었다. 특유의 화려한 무늬, 요란한 성격 등 ‘오사카스럽다’는 말은 왠지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을 쫓던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오만함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새벽시장 키즈이치바에서, 좁은 골목 상가 잔잔요코초에서, 그리고 부산한 전철역을 마주한 이곳 호텔 야외 정원에서 잠자고 있던 감각들이 하나 둘 깨어남을 느꼈다. 그리고 지역 이름에 ‘스러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찬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호텔과 가장 어울리지 않았던 이 지역 그래서 이곳에 자리잡는다는 것은 그 어떤 곳보다 힘들테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오픈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성공을 가늠하기는 이르지만, 우선 이들이 지역과 함께 하는 진심어린 행보는 박수 받을만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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