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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5 (금)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기업 영빈관의 이유 있는 변신, 세토우치리트리트 아오나기


일본을 대표하는 제지회사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호텔을 오픈했다. 회사의 영빈관에서 미술관으로, 그리고 호텔로 변모한 특별난 히스토리가 호텔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세계적인 설계 디자인과 운영 회사의 합작
티슈 브랜드 ‘엘리에르’로 알려진 일본을 대표하는 제지 회사 다이오세이시(大王製紙)가 2015년 12월 세토우치리트리트 아오나기(瀬戸内リトリート青凪) 호텔을 오픈했다. 세토우치리트리트 아오나기는 마츠야마(松山) 공항에서 차로 5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에 있다.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를 바라보는 절경에 위치한 이 호텔은 외관만 보면 호텔이라기보다는 별장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이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安藤忠雄)의 설계로 1998년 준공된 다이오세이시의 영빈관(迎賓館)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기업의 영빈관으로 사용되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고 개인 시설이었던 탓인지 안도 타다오의 작품 목록에도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건물이었다.

하지만 다이오세이시의 경영진은 안도 타다오의 설계로 지어진 이 건물과 이곳에 소장돼 있는 미술품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공헌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안도 타다오와 함께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상의하게 된다. 그 결과 안도타다오가 참여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호텔로 개조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외관 디자인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철과 유리와 콘크리트다. 한편 내부는 세토우치나이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객실, 소파, 침대, 화장실, 복도, 라운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자연의 빛과 공기를 온몸에 받아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안도 타다오는 그의 저서 <안도 타다오 건축을 말하다>에서 ‘나에게 건축과 상반되는 개념의 지양’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것의 의미는 ‘건축과 풍토, 이념과 현실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이 그의 건축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풍토와 생활 문화에 뿌리를 둔 사람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도 타다오의 철학을 세토우치리조트 아오나기에서 숙박함으로써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호텔의 운영은 주식회사 온고지신이 맡게 됐다. 주식회사 온고지신은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의 마츠야마 토모키(松山知樹)씨가 이끄는 기업으로 일본 각지에서 고급 호텔이나 료칸의 운영 컨설팅 분야에서 섬세한 서비스와 정중한 대응, 참신한 기획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마츠야마 토모키씨는 한 때 호시노 리조트의 호텔 재생 사업에서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텔의 구성
안도 타다오의 설계와 온고지신의 운영으로 출발한 세토우치리트리트 아오나기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먼저 세토우치리조트 호텔 아오나기는 오직 7개의 스위트 객실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본관에는 메조넷 타입의 THE AONAGI 스위트룸과 4베드 스위트가 각 1실, 별관에는 노천온천 스위트 4개와 가든 스위트 1실이 배치돼 있다. 객실은 7개뿐이지만 이 외에도 레스토랑, 실내 및 아웃도어 수영장, 스파, 사우나, 라운지 등이 갖춰져 있다. 이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심플한 구성이 호텔의 구성에도 잘 반영돼 있고 개인 별장 같은 느낌을 원하는 호텔의 설립취지가 잘 반영돼 있는 것이다.
레스토랑 <MINAGI>에서는 세토우치(瀬戸内)·시코쿠(四国) 지역의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일식을 제공하고 있다. 코스 요리로 제공되며 메뉴 하나하나에 세토우치 특산물 생산자들의 마음과 정성이 담겨져 있다. 음료는 일본 와인을 비롯해 각국의 와인과 세토 우치를 중심으로 한 일본 술도 제공되고 있다. 스파 ‘ALL THAT SPA SETOUCHI’에서는 천연 재료를 이용한 크림 & 오일을 사용한 오리지널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호텔은 다이오세이시의 영빈관에서 지금의 호텔로 바뀌는 과도기적인 상태에서 미술관으로 잠시 운영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전시됐던 아트 또한 이 호텔의 매력 중 하나다. 주로 현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예를 들면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카와베리에코(川邊りえこ)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프랭크 스텔라는 1936년 5월 12일 보스턴에서 태어난 작가로, 전후 미국의 추상 회화를 대표하는 미니멀 아트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카와베 리에코는 서예가 겸 미술가로 일본 문화를 알리는 계몽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일본의 장인들이 만든 물건 만들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닛뽄야코우보(にっぽんや工房)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세토우치리트리트 아오나기의 시설 중 숙박객에 인기 있는 엘레에르콜프클럽(エリエールゴルフクラブ)을 빼놓을 수 없다. 엘리에르 골프 클럽은 세토 나이 카이 국립공원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구릉지에 있는 명문클럽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다이오세이시 엘리에르 레이디스 오픈 토나먼트’가 개최되는 코스기도 하다. 이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골프선수 이보미, 이지희 등이 우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의 명문 골프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호텔의 강점이다.



기업 영빈관의 이유 있는 변신
일본의 이름 난 기업들은 국내외 귀빈을 대접하기 위한 영빈관으로 불리는 게스트 하우스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 안고 있는 중요한 거래 안건이 있을 경우 영빈관에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며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영빈관 건설에 공을 들였고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건설을 의뢰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영빈관 건축형태는 세월에 따라 변해왔는데 1945년 이전에는 유럽풍의 서양식 건물양식이 주류를 형성했다. 예를 들어 일본을 대표하는 영빈관 중의 하나인 미츠이(三井) 그룹의 영빈관은 서양 건축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 조시아 콘도르(Josiah Conder) 박사가 르네상스 양식을 기조로 한 궁전 구조의 건물로 설계했고 내부에는 바로크 양식의 중앙 돔 천정에 비잔틴 양식을 결합해서 당시에 서양을 동경해 그들을 따라잡고자 했던 의지를 건축에 담기도 했다. 그 후에는 고도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저마다 영빈관을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는 외국손님에게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일본의 전통가옥 양식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의 유명한 현대적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건축가의 네임 밸류가 영빈관의 밸류를 상징하는 형태로 바뀌게 됐다. 아오나기 호텔의 모기업인 다이오우세이시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게 의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와 같은 역사를 가진 기업의 영빈관들이 오늘날 기업의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으로만 사용하기에는 관리비용 등이 많이 들어가 새로운 형태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형태가 결혼식장, 레스토랑 혹은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것이고, 특히 서양식 건물양식과 일본 전통양식을 가진 영빈관의 경우 결혼 식장과 피로연 장소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근래에 지어진 영빈관의 경우는 기업이 소장한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사용됐는데 이것은 수익성 사업이라기보다는 사회공헌이라는 메세나적인 성격이 강했다. 이처럼 영빈관이 기업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다이오우세이시는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영빈관을 호텔로 변신시킴으로써 영빈관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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