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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 tality Management in Japan] 도쿄역 안의 보물 같은 공간 도쿄 스테이션 호텔




일반적으로 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이라고 하면 그저 그런 비지니스 호텔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역을 거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고객들의 경우 호텔의 위치 대신 다른 부분은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 도쿄 스테이션 호텔(Tokyo Station Hotel)은 다르다. 100년의 역사가 담겨진 매력,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호텔의 가치, 그리고 세련되고 럭셔리한 디자인으로 가치가 남다른 호텔 도쿄 스테이션 호텔을 소개한다.


도쿄의 현관, 그 속의 보물
도쿄역(東京駅)은 ‘도쿄의 현관’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도쿄의 랜드마크다. 메이지 시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인 다츠노긴고(辰野金吾: 1854-1919)가 설계한 도쿄역은 붉은 벽돌에 흰 돌을 띠 모양으로 두른 빅토리아 고딕 건축 스타일이 특징이다.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이러한 도쿄역 역사 내에 위치한 명문 호텔로 호텔의 외관 역시 도쿄역과 같이 붉은 벽돌의 유럽 스타일이다.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도쿄역이 오픈한 1년 뒤인 1915년(다이쇼:大正4年) 개업한 이후 100년 이상 도쿄의 중요한 숙박공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게다가 천황이 거주하는 황궁을 마주하는 형태로 지어져 있는 입지적인 이점 `때문에 도쿄를 찾는 많은 내빈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일본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1915년 오픈 당시 56개의 객실 규모로 건설됐으며, 당시에는 드물었던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다. 또한 연회장을 갖춘 유럽 스타일의 호텔로 인기를 얻으면서 오픈초기부터 만실이 될 정도로 성황이었다. 1923년에는 일본 관동대지진이 발생해 관동지역의 수 많은 호텔이 붕괴되고 소실됐는데, 다행히 도쿄스테이션 호텔은 무사했다. 바로 이 때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많은 피난민을 호텔에서 받아들였던 것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이 후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B-29 폭격기의 폭격으로 호텔의 지붕 부분이 파괴되고 소실됐다. 이로 인해 호텔은 휴관을 하기에 이르고 전쟁이 끝난 후 복구공사가 진행됐는데, 돔 부분은 팔각형의 지붕으로 바뀌었고 건물 자체도 3층에서 2층으로 변형됐다. 원래 있었던 3층 부분의 객실은 사라지고 돔 부분에만 3층 객실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여러우여곡절을 겪은 후 1951년 도쿄 스테이션 호텔로 복원돼 영업을 재개하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영업을 재개한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커피숍’을 오픈하고 나중에 ‘바텐더’라는 이름을 유행시킨 메인 바도 만들었다.


이렇게 일본의 숙박시설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온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시대마다 많은 유명인들이 숙박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호텔의 손님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다. 에도가와 란포는 리뉴얼 전의 호텔 216호실과 218호실에 머물며 원고를 집필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도쿄 스테이션 호텔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1955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가 리뉴얼 전의 호텔317호실에 1개월 정도 머물면서 「여자라는 존재(女であること)」를 집필했고 소설 속에는 돔 사이드의 객실이 인상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중요문화재 지정과 리뉴얼
이렇게 일본의 현대사와 함께 하면서 때로는 소설 속에서, 때로는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의 중심에 자리 잡아왔던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2003년 도쿄역의 일부로서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리고 도쿄역과 도쿄 스테이션 호텔이 오픈했던 당초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공사가 진행됐는데, 이를 위해 호텔은 2006년 임시 휴관을 시작했고 내관을 완전히 리뉴얼하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때 호텔측은 리뉴얼 오픈 준비를 위해 미국 뉴욕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아스토리아 호텔에 직원을 파견해 역사적인 호텔에서 많은 것을 배워오도록 했고, 이를 통해 호텔의 서비스 수준 향상을 도모했다. 그 후 2012년, 6년간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영업을 재개한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럭셔리한 호텔로 업그레이드 됐다. 새롭게 복원된 마루 노우치(丸の内) 역사 4만 3000㎡ 중에 호텔 부분은 2만 800㎡으로 역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



휴관전에 58개였던 객실은 리뉴얼 후 150개로 늘어나 역사의 3층 부분의 대부분과 4층의 일부분이 호텔의 객실로 증축됐고 1층과 지하에는 호텔 연회장이 들어섰다. 그렇다면 객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클래식 타입(29실)의 객실은 흰색을 기조로 해 4m의 높은 천장에 길쭉한 창문이 배치돼 40㎡ 이상의 공간 넓이를 확보했다. 또한 객실에서는 도쿄역만의 전망도 즐길 수 있다. 돔 사이드(28실)의 객실은 도쿄역 중심 부분의 공간에 객실이 배치돼 있어 개찰구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 볼 수 있다. 팰리스 사이드(81실) 객실은 역사의 마루 노우치 측에 접해있어 도쿄 마루 노우치의 시티 뷰를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메조넷 타입의 객실과 스위트, 로얄 스위트 등이 있으며 모두 유러피안 클래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1층 티 라운지인 ‘로비 라운지’는 세로로 긴 형태의 큰 창문과 높은 천장을 살린 유럽풍의 우아하고 격조 높은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침 식사는 유기농 주스나 야채, 과일, 그리고 드립 커피와 엄선된 차 등이 제공된다. 그리고 라운지는 티타임이나 저녁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어 숙박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의 레스토랑 ‘Blanc Rouge’는 총 70석, 개인실 3곳을 갖춘 메인 다이닝으로 점심과 저녁 시간에 화려하고 세련된 프랑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역에 인접한 호텔이란 저렴한 가격에 위치적인 편리함을 추구해 단기간 숙박을 목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많고, 당연히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비지니스 호텔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도쿄역과 같이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중요문화재로 지정받은 건물이라면 단순히 숙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시대적 사명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역사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야할 의무가 ‘중요문화재’라는 이름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필자는 도쿄역 역사와 함께 하는 도쿄 스테이션 호텔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서울역을 떠올리게 됐다. 서울역 역시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으로 구 역사는 현재 사적 제284호로 지정해 ‘문화역 서울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역은 도쿄역을 디자인한 다츠노긴고의 제자 츠카모토 야스시(塚本靖)가 일제 강점기 때 지은 건물인 만큼 도쿄역과 서로 닮은 외관을 가졌고, 그 아름다운 외관만큼 사실 복잡한 심경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둘 다 후세들이 건물의 가치를 존중해 호텔로,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지어왔고, 그만큼 소중한 역사를 잊어왔는지 모른다. 우리의 역사를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서울역의 「문화역 서울284」와 역사를 그대로 이어와서 도쿄역의 보물이 된 「도쿄 스테이션 호텔」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건물의 역사를 이어가는 좋은 본보기를 제시해주는 듯하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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