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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호시노야 도쿄(星のや東京)

호시노 리조트의 중대한 사명


도시에서는 이제 수요가 드문 일본 료칸을 다시 조명하겠다는 것이 호시노야 도쿄의 목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일본 료칸이 스시처럼 세계에서 사랑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호시노야 도쿄의 사명이라고 한다. 이는 호시노요시하루(星野佳路)대표가 지난 7월 20일 도쿄 중심에 호시노야 도쿄를 개업하면서 한 말이다. ‘마케팅이라는 것은 시장의 창조다.’라는 필립코틀러의 말처럼 과연 호시노 리조트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1박 8~10만 엔의 도심 료칸은 세계시장에 통용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계 호텔 및 일본을 대표하는 호텔이 대거 위치한 도쿄의 비즈니스 중심지 오오테마치(大手町)에 호시노야 도쿄(星のや東京)가 문을 열었다. 호시노 리조트는 국제적인 고급 호텔과 동급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일본 료칸에 있다고 확신하고, 일본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서 일본 료칸을 도심 한복판에 오픈한 것이다. 호시노야 도쿄의 콘셉트는 ‘타워형 일본 료칸’이다. 정원과 단층 구조의 목조 건물이라는, 가로로 전개되는 전통적인 료칸 스타일이 아닌 지하 2층, 지상 17층이라는 세로의 공간에 료칸의 요소를 전개해 탑처럼 높은 건물 안에 고급스러움을 알차게 담은 것이다. 호시노야 도쿄의 객실은 총 84실로, 온천까지 갖춘 현대적이고 럭셔리한 ‘The Japanese Ryokan’이다. 숙박요금은 1박 1실 당 7만 8000엔(세금 및 봉사료 포함, 식사 별도)부터 시작된다.



도심 속 프라이빗 료칸
차가운 빌딩 숲 속에 자리한 호시노야 도쿄는 입구에서부터 실크 소재의 조명과 커다란 히노끼 문이 따뜻한 느낌으로 고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나무 장식과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는, 호텔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알고 보니 벽면의 아름다운 나무 장식은 모두 고객의 신발장의 기능을 한다. 마치 안쪽 세상과 바깥 세상을 구분 짓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신발을 벗는 순간부터 호시노야 도쿄의 프라이빗한 세계가 펼쳐진다. 객실을 포함해 료칸 내 거의 모든 바닥은 다다미로 연결돼 있고, 대나무 소재의 옷장 등 자연 소재에 바탕을 둔 일본식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총 84실의 객실은 한 층에 6실씩, 아담하면서도 프라이빗한 감성이 넘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객실의 종류는 벚꽃, 백합, 국화 등 세 종류의 꽃 이름으로 구분되며 각 층마다 그 층에 숙박하는 고객에 한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오차노마 라운지’가 있다. 오차노마 라운지는 객실과 라운지를 오가며 객실의 일부처럼 이용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낮에는 다과, 밤에는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계절에 맞게 메뉴가 준비된다. 세미 프라이빗 서재와 거실 같은 공간으로 같은 층에 묵는 다른 고객이나 직원과의 담소, 독서, 업무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오차노마 라운지를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객실 도어에 도어락 온오프 기능을 추가해 객실 키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문화적인 체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호시노야 도쿄의 내장설계 및 외관 디자인을 담당한 아즈마 환경·건축 연구소의 아즈마리에 대표는 도쿄에 위치한 일본 료칸을 ‘호시노야’식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것이 중요한 테마였다고 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일본 료칸의 상징적인 요소인 신발을 벗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현관에서 구두를 벗고 다다미를 밟으며 객실로 안내되는 프로세스를 중요한 문화적 경험이자 상품으로 생각해 인테리어에 반영했다. 또한 외관은 일본의 전통 염색 문양인 에도코몬을 이미지해 디자인하고, 에도시대에 탄생한 일본적인 디자인을 외관 연출에 사용했다. 덕분에 호시노야 도쿄의 전체적인 모양은 오피스 빌딩 사이에 살포시 놓인 칠기 찬합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만들었다.



료칸 스타일로 세계 진출을 꿈꾼다
호시노야 도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일본적인 디자인 요소 외에도 지금 일본 료칸이 처한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 내 료칸 수는 1980년에 8만 300여 개 정도로 피크에 달한 이후, 2014년에 4만 1000여 개로 반감했다. 현재 도쿄도 내에는 약 400개의 료칸이 남아있을 뿐이며, 비즈니스 호텔과 고급호텔에 밀려 료칸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
호시노 대표는 기존의 료칸이 아니라 진화한 일본 료칸을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여는 것이 료칸을 재생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다. 호시노야 도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물이나 인테리어는 일본 료칸 스타일을 고집하면서도, 침대와 다다미 소파 등은 서양의 생활 스타일을 도입해 제작됐다. 그리고 이러한 호시노야 도쿄를 발판으로 세계 진출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미 서양문화에서 시작되고 뿌리내린 서구식 호텔이 아니라 일본의 문화에서 뿌리 내린 일본 료칸이어야 해외진출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시노야 도쿄는 일본 료칸이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얼마나 통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 무대라고도 할 수 있다. 호시노 대표는 스시를 예로 들며, 본인이 1980년대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호텔 경영을 공부했던 시절 동급생에게 스시를 먹기를 권해도 날 생선은 먹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 스시 레스토랑이 있고, 당시의 동급생도 어느새 지금은 스시를 자연스럽게 먹고 있다고 한다. 불과 수십 년 만에 레스토랑에서 스시를 먹는다는 새로운 시장이 미국에서 창조됐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일본 료칸을 해외에 확대해 나가려는 호시노 대표에게 용기를 줬다고 한다. 즉, 가장 변화가 힘들고 새로운 것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식문화의 변화가 가능하다면 일본 료칸을 해외에 침투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호시노야 도쿄의 과제
호시노 리조트는 토지와 건물은 펀드와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시설의 운영만을 맡아 운영 특화된 전략으로 확대해왔다. 이러한 수익 창출의 방법을 이번 호시노야 도쿄에도 그대로 도입해, 호시노야 도쿄의 토지 및 건물은 미츠비시 토지가 소유하고 호시노 리조트가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자사에서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호시노 리조트에게 있어서, 뉴욕과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츠비시처럼 토지 및 건물을 제공해 줄 파트너의 존재가 필요하다. 즉 해외 파트너가 토지 및 건물을 제공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기 위해 호시노야 도쿄는 높은 수익성을 올리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필자는 이번에 호시노야 도쿄를 직접 방문해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스타일을 담아 낸 호텔들을 몇 군데 먼저 경험한 터라 이들과의 차이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호시노야 도쿄는 카테고리부터 달랐다. 바로 호텔과 료칸의 차이였다. 호텔은 라운지, 레스토랑, 연회 공간 등을 이용하기 위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호시노야 도쿄의 경우 그런 공간들이 없다. 오직 투숙객만 입장이 가능하고 이용 가능한 시설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관부터 객실까지 모든 공간이 빌딩 숲 속에 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프라이빗하다.
그리고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 행위를 하나의 문화적 상품으로 창조해 내는 능력과 전체적인 디자인은 물론 작은 소품이나 주전부리 하나까지 모두 일본의 것으로 담아내는 감각과 정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의 일상적이며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 그 자체도 한국적인 문화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가치의 발견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화를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해야만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눈을 돌려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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