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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수)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골판지로 만든 호텔, 호텔 그린 코어


골판지라고 하면 흔히 마트에 수북하게 쌓인 종이상자, 택배박스 등을 떠올리기 쉽다. 이런 골판지가 집이나 호텔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골판지로 만든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호텔 객실 디자인으로 경제적인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 확보로 지역 관광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골판지로 만든 집의 미래적 가치
암스테르담의 건축 디자인 회사인 ‘Wikkelhouse’가 골판지로 미래의 하우스를 만들어 발표한 것이 작년의 일이다. 목조나 철근 콘크리트, 혹은 벽돌도 아닌 골판지로 만들어진 이 건물은 50년 정도의 영구성을 갖도록 설계돼 있고 자주 교체해야 하는 세그먼트 부분은 모두 재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 돼 있다. 전통적인 집을 지은 경우보다 환경에 미치는 유해성은 ⅓로 추정되며, 이러한 부분 때문에 최근 골판지를 활용한 미래 사업의 가치가 주목 받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 가운데, 일본의 한 제지회사가 골판지로 만든 가구와 호텔 객실 디자인으로 호텔 재생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침대가 없는 호텔
사이타마현(埼玉県) 삿테시(幸手市)에 있는 비즈니스호텔 ‘호텔 그린 코어(ホテルグリーンコア)’는 모든 객실에 침대가 없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는 이 호텔이 처음부터 침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침대가 있는 평범한 호텔로 2005년에는 객실 가동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점점 영업 사정이 나빠져 2010년에는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바로 그 때 호텔 측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리노베이션을 결심하게 됐고 콘셉트에 관해 전 직원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 결과 "방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로 도출됐고 이를 위해 객실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침대를 없애는 방향으로 결론이 모아진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비즈니스호텔 입장에서 유명한 고급호텔들처럼 리노베이션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할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개조 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골판지로 만든 가구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객실 가구를 골판지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호텔 경영의 모체가 되는 기업이 소조시자이주식회사(創造紙材株式会社)라는 제지회사였기 때문에 보다 쉽게 구체화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회사가 만드는 주력 제품 중의 하나인 골판지 책상은 가볍고 이동하기 편해 발매 초기부터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이 호텔의 숙박객을 분석한 결과 이용객 대부분이 비즈니스맨이었고 가족이 숙박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그 이유는 역시 침대가 있는 작은 객실은 아이들이 함께 투숙하기에 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침대를 없애고 객실을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고객층에서 제외돼 왔던 아이
를 동반한 가족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골판지를 활용한 침대 없는 객실 디자인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바닥의 기초골격과 TV 보드, 선반, 책상, 행거의 골조를 강화 골판지를 사용한 객실이 탄생하게 됐다.




골판지 객실의 장점
그렇다면 골판지를 활용한 객실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집처럼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구조에 일본의 전통적인 호리코타츠(掘りごたつ: 객실 바닥이 패인 형태) 형식으로 만들고 테이블을 골판지로 제작, 설치해 뒀기 때문에 식사할 때나 작업을 할 때도 다리를 내리고 있을 수 있어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테이블을 비롯한 가구가 골판지로 제작돼 있으므로 가구의 배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고객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머무는 동안 방의 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어서 보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족고객이나 고령자 고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침대가 없는 객실은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좋으며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에 불편을 느끼던 고령자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이 호텔이나 여관의 다다미 방에 투숙할 경우 숙박료가 적어도 하룻밤에 수 만 엔에 이르지만 호텔 그린 코어의 객실은 가족 5명이 1박에 1만 6900엔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다.
세 번째, 객실의 리노베이션의 공사기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하다. 객실 바닥의 골조와 낮은 테이블, TV 보드, 휴지통, 수납장 등 모든 것이 강화 골판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행거 거치대의 경우 골판지로 전체적으로 만든 후 옷걸이를 구부리는 부분에는 나무를 사용해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수납장은 골판지로 만든 후 선반에는 바닥재를 붙여 마무리를 해 골판지라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가공했다. 그리고 골판지로 호텔의 각종 가구와 설비를 만드는 경우 기본적으로 주문제작을 하고 있으며 객실의 사이즈에 맞게 적절히 조절하면서 제작이 가능하다.
네 번째로 바닥이 골판지 골조 위에 마룻바닥으로 돼 있어 청소가 편리해 진드기 등의 걱정 없이 위생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섯 번째로 버려지는 골판지를 재사용할 수 있으며, 교체하는 가구나 부품들도 재사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호텔 그린 코어가 골판지를 활용한 객실 리노베이션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골판지에 주목한 독창성, 가족 고객의 유치 가능성 증대, 친환경성, 그리고 리노베이션 비용의 절감이라는 효과만이 아니다. 보다 큰 의미는 일본의 비즈니스호텔과 지차제와의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은 과거부터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도 역 앞에 위치해 있어 그 지역을 찾는 비즈니스맨들과 관광객들의 휴식처가 됐다. 하지만 현재 지방 도시의 인구감소로 인해 비즈니스호텔의 경기 역시 침체돼 문을 닫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비즈니스호텔을 유치해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호텔 그린 코어의 골판지를 활용한 모델은 그 객실 자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이 돼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 숙박객을 유치할 만한 상품성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 몇몇 지자체들은 호텔 그린 코어에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고 실제로 이바라키현(茨城県)의 반도시(坂東市)에 호텔 그린 코어의 골판지 객실은 오픈했다. 특산물도 없고 특별한 관광 명소도 없는 지역에 골판지라는 유니크한 소재로 만든 비즈니스호텔은 그 자체가 지역을 살리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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