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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 tality Management in Japan] 외국인의 자포니즘을 자극하라! 파크 호텔 도쿄

자포니즘은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인들이 일본의 예술을 동경해 그 영향을 받은 미술 사조를 일컫는 말이다. 도쿄의 한 호텔에서는 일본의 화가, 배우, 광고 전문가 등 핫한 아티스트들이 펼쳐 놓은 대담한 예술 공간을 만들어 외국인들의 자포니즘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디자인 호텔
도쿄에서 처음으로 ‘디자인 호텔’에 가입한 파크 호텔 도쿄(パークホテル東京, Park Hotel Tokyo)는 세련된 공간과 고급 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는 호텔이다. 파크 호텔 도쿄는 도쿄도 미나토구 히가시신바시(東京都港区東新橋)에 위치한 시오도메(汐留)메디어사이트 미디어타워의 상층 부분을 호텔로 개업한 것이며, 호텔의 25층에서 34층까지 10개 층의 천정이 뚫려 있는 아트리움은 2003년 9월 1일 개업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전체 270개의 객실은 고층 특유의 전망을 갖고 있어 도쿄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 ‘Tateru Toshino Biz’는 ‘평상시 즐길 수 있는 프랑스 요리’라는 콘셉트로 요리사 요시노켄(吉野建)의 요리를 캐주얼하게 선보이는 비스트로다. 비교적 저렴한 코스와 단품 메뉴를 제공하고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6층에는 개인 살롱인 ‘블루 룸’과 ‘스칼렛 룸’이 있는데, 이곳은 완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역시 요시노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파크 호텔 도쿄는 2013년 개업 10주년을 맞이하면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아트 = ART’라는 콘셉트로 호텔에 변화를 도모한 것이다. 이 변화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파크 호텔 도쿄가 단순히 ‘ART = 예술’이라고 정의하지 않고 호텔 나름대로 ART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즉 A = 공간(아트리움), R = 음식(레스토랑), T = 여행(Travel)이라고 정의해서 도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 세 가지를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게 시작한 콘셉트가 ‘일본의 미의식을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의 창출’이라는 콘셉트였다.



아트를 콘셉트로 한 호텔
그렇다면 파크 호텔 도쿄는 어떻게 아트를 콘셉트로 한 호텔 공간을 만들었을까? 첫째로 25층에 만든 아트 라운지를 들 수 있다. 아트 라운지는 34층까지 천정이 뚫려있어 개방감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며, ART COLOUR라는 전시회를 개최해 숙박객들이 기획에 따라 다양한 아트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로는 파크 호텔 도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31층의 아티스트 플로어다. 31층의 모든 객실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룸 전체의 벽면이 채워져 있다. 마치 방을 캔버스로 활용한 것 같은 작품들로 인해 방 자체가 작품이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몇몇 객실을 살펴보자.‘마츠리(祭り:Artist Room Festival)’라는 타이틀의 객실은 빨간색과 하얀색의 막과 큰 북 등 일본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모티브를 담아 마츠리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 그려져 있다.


여고생이 코끼리를 타고 있고 일본의 전통적인 옷을 입고 있는 토끼가 춤을 추는 등 이색적인 광경이 묘사돼 있다. 이 그림은 아티스트 이시하라 나나미(石原七生)씨의 작품으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숙박객들이 특히 일본의 마츠리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객실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화가이자 배우인 니나가와 유키(蜷川有紀)가 약 한 달 동안 호텔에 머물면서 그린 ‘선녀’라는 주제의 방 또한 일본의 미적 이미지가 잘 반영된 방이다. 날개옷을 입은 아름다운 선녀가 내려온 것은 장미꽃이 만발한 대지 였다. 이는 일본역사에 있어서 첫 노래집인 「만요슈(万葉集)」에 등장하는 장미를 모티브로 차용해서 그린 것이다.


조용한 일본의 멋과 화려함이 잘 조화돼 있다.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인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라는 작품이 그려져 있는 객실이다. 「겐지모노가타리」를 테마로 제작을 담당한 미즈노 타쿠시(水野卓史)는 일본의 광고업계를 선도해 온 광고 디자인의 거장이다. 미즈노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작품인 겐지모노가타리의 세계관을 반영해 기품이 넘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공간을 그려냈다.



세 번째로는 역시 벽에 예술 작품이 그려진 스모킹 스페이스다. 이 공간에는 작가 하야시 아키히사(林 晃久)의 독창적인 그림 세계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담뱃대를 물고 휴식 중인 멋진 기녀와 기녀가 내뿜는 연기, 그리고 후지산이 그려져 있어 일본적인 이미지가 잘 투영돼 있다.


네 번째로 호텔의 유니폼에도 아티스트의 작품이 반영돼 있다. 호텔은 2015년 벨, 안내 직원의 유니폼 등을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 나카자토 유이마(中里唯馬)의 작품을 담았다.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일본의 미의식을 체감할 수 있는 시공간’을 추구하는 호텔 콘셉트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한 것이다. 일본의 오모테나시를 전하는 직원들의 유니폼을 단순히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적인 미의식을 담아 걸어 다니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Exile과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들과 애니메이션 ‘루팡 3세’ 극장판의 패션디자인을 완성한 가장 핫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유니폼에 반영 했다는 것은 젊은 일본의 미의식을 호텔의 콘셉트에 담아내고자 한 시도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을 매료시킨 자포니즘
자포니즘(Japonisme)이란 말이 있다. 1862년 런던 만국박람회와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통해 일본의 예술 작품이 소개된 것을 계기로 우키요에(浮世絵, 일본의 풍속화)나 공예 같은 일본 미술이 서양의 주요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흐의 「명소에도 백경」의 모사와 클로드 모네의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자포니즘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예술은 드가를 비롯해 고갱, 마네, 쇠라, 로트레크, 보나르, 휘슬러등 당대 화가들의 색채 감각과 화풍에 영향을 줬다. 이처럼 자포니즘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았고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세계적인 예술 운동의 발단이 된 것이다.



파크 호텔 도쿄의 객실을 아트작품의 공간으로 한 시도는 호텔에 숙박하는 외국인 고객들에게 자포니즘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파크 호텔 도쿄 전체의 이용객 비율을 보면 일본인보다 외국인 이용자가 많으며‘아티스트 룸’ 이용자의 90%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필자는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일본식의 연못을 비롯해 집안 곳곳에 배어 있는 일본 문화의 흔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유럽인들이 일본 예술과 문화에 관해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지 느낄 때마다 역으로 다시 일본을 보게 됐다.



세계적인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다미에’나 ‘모노그램’ 역시 자포니즘의 영향이라고 하니, 이들의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못해 유별날 정도다. 아마도 파크 호텔 도쿄는 이러한 점을 이용했을 것이다. 일본의 현대적인 미의식을 마음껏 담아내는 도전적인 시도로 다시 한 번 자포니즘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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