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숙박산업에서 ‘스테이’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공간의 스토리와 철학, 지역성을 강조하며, 비대면 서비스의 장점을 살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한옥을 활용한 스테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예술 콘텐츠와의 융합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스테이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 과제도 대두되고 있다. 안전 관리, 규제 정비, OTA 플랫폼 관련 이슈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소비자 취향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호텔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나아가 ‘호텔’의 정의 자체가 새롭게 규정돼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숙박 트렌드를 넘어, 숙박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스테이산업, 그 매력은 무엇일까?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숙박 문화
‘스테이’의 부상
최근 몇 년간 숙박산업에서 ‘스테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스테이는 기존의 호텔, 모텔, 민박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숙박 시설을 지칭한다. 이러한 스테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테이 전용 큐레이션 플랫폼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폴리오를 시작으로, 피치바이피치, 프라우들리, 파인스테이 등이 있다. 이들 플랫폼은 각각의 기준으로 엄선한 스테이들을 소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숙박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의 이상묵 창업자(이하 이 대표)는 스테이를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철학이 있는 곳”이라 정의하며,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연결되며,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녹여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스테이의 특징은 기존 숙박 시설과 확연히 구분된다. 호텔이 표준화된 서비스와 시설을 제공한다면, 스테이는 각 공간마다 고유한 콘셉트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스테이는 지역성을 강조해 그 지역만의 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소비자들이 스테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색다른 공간경험이 주는 미학만으로 완벽하게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고자 하는 여행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스테이는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을 충분히 반영해 설계되기 때문에 여행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스테이의 인기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 증가와도 맞물린다. 이 대표는 “스테이는 대면 서비스가 제한적이지만, 오히려 이를 장점으로 활용한다.”며, 필요 이상의 접촉 없이도 게스트가 충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준비돼 있으면서도, 음악, 향기, 가이드북, 커피와 차, 식물 등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세심하면서도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그중에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면 ‘절대적인 입지’다. “전체 성공 요인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하며, 부지 자체가 장소성을 띠어야 하고, 이런 절대적인 입지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 장소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또한 중요하다. 이 대표는 아만 리조트의 사례를 들며 “지역의 전통적인 건축물이나 문화적 컨텍스트를 유지하면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리노베이션을 진행해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산업의 성장과 변화
‘눈먼고래’에서 프리미엄 숙박까지
스테이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지역의 허물어져 가는 옛 가옥을 적은 비용으로 수리해 운영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눈먼고래’라는 숙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에는 건물과 토지 가격이 저렴하고 리모델링 비용도 크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변했다. 인건비가 상승하고, 적합한 지역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더욱 올라 초기와 같은 사업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스테이 사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게 됐다.
현재는 더 높은 퀄리티의 소규모 건축물을 만드는 방향으로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호텔과 에어비앤비와는 다른 독특한 숙박 형태로 확연히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스테이사업을 하는 집단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부모의 지원을 받는 30대다. 이들은 부모의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때로는 부모가 직접 사업에 관여하기도 하는데, 세대 간 협력이 필요한 한편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40~50대의 건축주도 많아졌다. 이들은 주로 본업에서의 성공과 역량을 근간 삼아 스테이 사업을 시작한다. 오퍼레이션을 해줄 경우 수익률이 얼마이고, 몇 년 안에 매각이 가능한지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는 편으로, 스테이를 하나의 부동산 자산으로 바라본다는 특징이 있다.
세 번째로는 리조트처럼 보다 규모있는 스테이사업을 동업의 개념으로 풀어가는 사업가 집단이 있다. 앞선 사례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 전문운영업체를 통한 위탁운영에 관심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처럼 저마다 목적과 조건이 다른 개인이 하는 것이 스테이사업이다. 그만큼 일반 숙박사업보다 더욱 극적인 절대적 입지를 차지할 확률도 높고, 다양한 건물 형태를 구상할 수도 있다. 스테이산업이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인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도전과 과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호스트들이 숙박업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호스트들이 운영하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법규 준수도 중요한 이슈다. 지역별, 유형별로 다른 규제를 이해하고 준수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다. 스테이 사업 역시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을 많은 호스트들이 뒤늦게 깨닫게 된다.
스테이산업의 새로운 지평
한옥체험업의 성장과 과제
최근에는 한옥을 활용한 스테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옥체험업은 내외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어 시장의 폭이 넓고 규제 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법인 형태로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호스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전통문화 체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일반 숙박시설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수익성도 좋다. 유지보수 비용이 높다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하는데다, 신축 한옥의 경우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동안은 이러한 흐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옥체험업의 변화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리한컬쳐의 최유리 대표(이하 최 대표)는 과거 방방마다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리던 외국인 백패커 타깃의, 이부자리 깔린 게스트하우스형의 한옥체험업을 ‘Ver.1.0’, 팬데믹 당시 독채 숙소 붐을 타고 몇 업체들이 작은 규모의 2~3인용 한옥을 이른바 ‘복붙’ 인테리어로 몇 십 개를 확보해 세를 불리며 확장해 온 내국인 MZ 타깃의 고급 한옥 모텔형을 ‘Ver.2.0’,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무분별하게 늘어난 스테이의 증가와 더불어 내국인들의 해외여행 러시가 벌어지며 한옥체험업의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를 ‘Ver.3.0’으로 설명했다.
리한컬쳐는 예술과 숙박관광이 결합된 회사다. 전혀 다른 부서들이 혼재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대표적인 예술 콘텐츠 상품이 없는 현실에서, 리한컬쳐가 추구하는 예술과 한옥이 결합된 럭셔리 관광상은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며,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한옥과 고택음악회 결합상품을 예약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리한컬쳐는 2.0에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타 스테이들과 포지셔닝을 명확히 달리하고자 했다. 그 어디에도 없는 인테리어와 스타일링, 이 숙소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명확한 경험 가치, 외국인 가족단위 타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최소 3박 이상의 예약 정책을 고수해 오고 있다.”고 말한 최 대표는 “이러한 정책으로 프리미엄 장기숙박고객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다. 3.0 시대로 넘어 오면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한옥스테이로 이름 날 만큼 자리를 잡게 됐다.”고 밝혔다.
스테이 중에서 특히 외국인도시민박업은 오랫동안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화두였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미허가 숙소들이 난립하고, 이로 인한 행정력 낭비는 물론, 기존의 숙박산업에 위협요소로도 지적돼 왔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관광지 부동산 매매나 임대가격이 급상승하는 원인제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스테이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최 대표는 “2인 1객실의 공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며, 스테이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띠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사실 해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뉴욕이나 유럽에서 에어비엔비를 규제하거나, 혹은 일본에서 4만 여개의 미허가 숙소를 삭제한 일례를 보면, 그만큼 스테이의 위력이 커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스테이
‘파인스테이(Fine Stay)’가 선뵈는 새로운 호스피탈리티
파인스테이는 명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만의 독특한 스토리와 철학이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제로플레이스’는 “다시 영으로 돌아가 치유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파인스테이의 또 다른 특징은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고객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느끼는 공간의 분위기, 세심하게 준비된 어메니티,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지역성과의 연계도 파인스테이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혔다. 우리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스테이 경험에 녹여내려고 노력한다. 한옥 스테이의 경우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편의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파인스테이는 고객에게 ‘발견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숨겨진 공간이나 예상치 못한 서비스, 특별한 뷰 등 작은 놀라움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회성 경험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는 건축물 자체의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조화, 지역 사회와의 상생 등을 포함한다. 이 대표는 “파인스테이는 단순히 고급스러운 숙소가 아니라, 숙박이라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파인스테이는 단순한 숙박업의 진화를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호텔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해 주목받는 사례로 이 대표는 서울 서촌에 위치한 ‘누와’를 소개했다. 이곳은 ‘숨겨진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게스트들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런 공간 설계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서 서촌의 풍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 이 대표는 “지역의 문화와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한편, 공간 내 모든 요소들은 완벽하게 관리돼 있어 구겨진 것 하나 없이 정갈하다. 이런 세심한 관리로 게스트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대의 개념이 오롯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곳의 호스피탈리티는 시각적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 향기, 조명 등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게스트의 오감을 자극하고, 냉장고에 준비된 음료나 간식, 작은 손편지 같은 예상치 못한 선물들이 작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 대표는 이것이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스테이만의 독특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해외의 혁신적인 스테이 사례로 ‘NOT A HOTEL(낫어호텔)’을 언급했다. 낫어호텔은 기존 스테이의 진화한 형태로, 하이엔드 버전의 스테이를 제공한다. 독특한 커뮤니티 형성, 창의적인 건축과 디자인, 탁월한 입지 선정 능력 등을 주요 특징으로 꼽은 이 대표는 특히 낫어호텔의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했다. 그는 “단순히 운영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특별한 공간과 경험을 ‘만들어서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며, “스테이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전부터 핀테크까지
국내 숙박업계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
지난 9월, 에어비앤비는 국내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다섯 가지 주제로 묶어 소책자 ‘에어비앤비에 관한 다섯 가지 진실’을 발간했다. 에어비앤비의 활동 및 정책에 대해 데이터에 기반을 둔 자세한 사실관계를 알리고, 이따금 등장하는 오해를 풀어 한국의 기업시민으로서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소책자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다섯 가지 주제로, ‘합법 숙소’, ‘안전 지원 시스템’, ‘경제적 효과’,‘ 산업 상생 및 진흥 효과’, ‘외래관광객 유치 효과’ 등으로 구성됐다. 합법 숙소와 관련해 에어비앤비는 ‘영업신고 정보 및 신고증 제출 의무화 조치’를 자세히 소개하며, 1년 여 간의 유예 및 준비기간을 거쳐 2025년 말이 되면 ‘미신고 숙소’에 대한 문제를 전면 해소할 것이라 밝혔다. 책자는 이 같은 조치가 비록 국내 법령상 플랫폼의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에어비앤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로 자발적으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숙소 사전식별 및 차단, 호스트와 게스트 상호간의 ‘후기 시스템’ 등을 통해 위험 발생 요인을 사전에 줄이고 있어 안전 관련 보고 자체가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는 점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으며, 드물게 안전 문제 발생 시를 대비한 연중무휴 전문화된 안전 상담 등 촘촘한 지원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에어비앤비의 역할도 읽을 수 있다. 6만 8000개에 달하는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와 관광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3000만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필수 숙소 인프라로서의 역할 등이 그것이다. 관광 분야 전문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건물의 신·증축을 수반하지 않고도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숙소를 공급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의 활성화가 외래 관광객 유치에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이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들
스테이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숙박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내수관광과 외국인 인바운드를 동시에 늘리기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업주들의 의식 상향평준화가 시급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숙박시설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서울 시내 호텔과 모텔의 양극화, 제주도 숙박업계의 침체 등이 이를 방증한다. 업주들에게 글로벌한 눈높이를 갖추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며, 숙박업협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시설 안전에 대한 더욱 세심한 정책도 필요하다. 최근 부천 모텔 화재사건은 기존 숙박업소의 안전 관리 실태를 되돌아보게 했다. 구태의연한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제재를 통해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스테이산업과 관련해서는 외국인도시민박업의 내국인 숙박일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는 불법 숙소보다 합법 외국인 도시민박업 숙소가 오히려 단속에 취약한 모순적인 상황이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낡은 발상에서 벗어나 자생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주요 플랫폼의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는 업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플랫폼이 심판자 역할을 넘어 직접 호텔, 모텔 사업에 뛰어들고 용품까지 공급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국내 숙소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토종 글로벌 OTA의 부재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 등 해외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OTA들은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돼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숙박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 숙박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제 시스템을 비롯한 핀테크 분야의 혁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국내 숙박업계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를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숙박 서비스와 전통적인 호텔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며,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매력적인 숙박 경험을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INTERVIEW
“스테이, 다양한 구조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매력적”
리한컬쳐 최유리 대표
리조트, 호텔산업에서 도심 속 유휴 공간 활용으로 사업 방향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리한컬쳐는 원래 클래식음악 공연기획 회사였다. 특히 한중 교류 콘텐츠 전문이었는데, 2017년 사드로 직격탄을 두 번 맞다 보니 존폐가 고민됐다. 개점휴업상태에서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고 유휴공간을 활용해 공간임대를 시작했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투자차원에서 노후 모텔과 호스텔을 리모델링해 에어비앤비로 운영해 보고, 당시 꾸려진 팀으로 외국인도시민박업 관리부서를 만들게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한옥체험업에도 진출하게 됐다.
도심의 유휴 공간을 발굴하는 기준과, 이러한 공간들을 숙박 시설로 전환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있다면?
내가 집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선택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직접 찾은 경우보다 먼저 제안과 의뢰가 들어온 경우가 많다. 다만, 선별과 결정은 쉽지 않다. 리한컬쳐의 스테이들은 4~5인 이상 가족단위를 타깃으로 하기에 공간 면적과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 입지와 교통 편의성 또한 마찬가지다. 골목길과 언덕은 잠시 구경하는 관광객에게는 예쁘지만 며칠 간 내 집처럼 머무르는 게스트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한옥은 저마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에, 하나하나 원석을 발굴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다른 공간에 비해 한옥주를 설득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가치와 작업을 설명하려고 한다. 한옥 이외에 오래되고 낙후한 작은 모텔과 여인숙을 스테이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몇 십 년 된 숙박시설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부터 고민한다.
예술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처음 한옥체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해야 할 것 같다. 우연히 서촌 골목을 산책하다 빈 집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촬영한 한옥 역시 10년 넘게 비어 있었는데, 많은 한옥을 봤지만 특히 이 집에 꽂혔다. 몇 개월 보수와 인테리어를 하고 이슈가 될 만한 개관행사로 리한컬쳐가 가장 잘 하는 일을 기획하게 됐다. 저작권 문제도 있고 영화를 전면에 홍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영화 건축학개론 음악감독이이었던 이지수 교수를 초대해 한국영화에 나온 음악들을 소개하는 “K 영화음악개론”이란 음악회를 열었고, 전석매진이 됐다. 유휴 공간의 스토리를 예술적 색채로 풀어내는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개관행사다 보니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근처 통인시장의 구절판 집과 협력해 도시락도 만들었다. K 미식과 한옥, K 콘텐츠의 융복합 상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작업을 새로 스테이를 오픈할 때마다 하고 있다. 그리고 게스트가 스테이에 들어오면 고택음악회의 영상이 플레이되도록 준비했다.
상당히 특별한 숙박경험이 될 것 같다. 고객들 반응은 어떤가?
고객의 이름을 불러주는 CS에서 시작해 스테이의 조도, 온도, 향기, 그리고 고택음악회의 영상과 음악까지 이르는 다섯 단계가 고객환대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게스트 중에는 아티스트들, 특히 유명 셀럽들의 비율이 높은 편으로, 얼마 전에는 세계적 화가 니콜라스 파티가 가족들과 6주 간 머무르기도 했다. 많고 많은 한옥 중에 분명 다른 숙소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 공간이 일반적인 렌트하우스가 아닌, 고택음악회가 열리는 매우 품격있고 특별한 공간이라는 설정은 게스트들이 공간을 소중하게 다루고 컴플레인을 줄이는데 일조한다. 이는 독보적인 만족 후기와 재방문율로 증명되고 있다.
스테이는 어떠한 지점에서 호텔과 차별화될까?
전통적인 호텔산업은 사실 상 어떤 공식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규격화된 다량의 객실, 표준화된 서비스, 프런트 기능, 그리고 이를 위한 24시간 상주 응대인력이 필수기에, 사실상 노동집중형 산업이다.
그에 비해 스테이는 “집을 빌려준다.”는 개념이 들어가기에,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마다 다양한 형태의 구조와 인테리어가 가능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호스트를 가상으로 설정해서 세계관을 만들 수도 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독채 스테이는 응대할 상주인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을 활용해 손님의 예약에서 비대면 입실에 이르는 과정, 고객환대, 그리고 퇴실에 이르는 일련의 동선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력집중적인 산업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경영자로서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