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9.05 (목)

호텔&리조트

[Hotel Trend]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로 확장”되는 호텔의 조경

- 장소성·트렌드·지속가능성 3박자 갖춰야

 

한국의 뛰어난 시인이자, 수필가로 이름난 이양하의 <신록예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작가는 인간의 생애 주기에 비유했다. 그리고 우리는 호텔에서도 인간의 삶을 닮은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무심코 스쳐 지나가지만, 누군가에게는 사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바로 호텔을 둘러싸고 또 곳곳에 있는 ‘조경’이다.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경 예쁜 호텔” 


서울이라는 지역 특성상 넓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호텔이 많지 않다. 국내에서 조경이 아름다운 호텔을 찾아보려 했을 때, 서울권에서는 적당한 곳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국내에서 ‘조경’으로 유명한 호텔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국의 조경 역사가 이제 50년 남짓한 데다, 외국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춘 국내 수목원조차 많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로 SNS와 구글의 힘을 빌렸다. 사람들 눈에 “조경이 예쁜 호텔”은 어디일까? 서울에서는 한 곳이 눈에 띄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호텔 서울(이하 메이필드호텔)이다. 

 

 

약 10만㎡(약 3만 2000평)의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메이필드호텔은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파란 수목이,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아름답게 우거져 SNS나 각종 OTA 사이트에서 “조경이 아름다운 호텔”로 유명하다. 메이필드호텔 곳곳에는 가장 아름다운 대왕참나무부터 단풍나무, 은행나무, 화살나무, 생강나무, 벚나무 등 60여 년간 정성껏 키워낸 다채로운 수목이 자리하고 있으며, 도심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70여 종의 꽃들로 가득한 정원과, 울창한 숲길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더해져 ‘숲속의 호텔’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메이필드서울 호텔 세일즈 & 마케팅 박형진 PR 매니저(이하 박 매니저)는 “메이필드호텔 조경 디자인의 콘셉트는 ‘행복한 즐거움의 정원’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소나무가 멋진 경관을 조성하고, 녹음수는 잠시 쉬어가는 이들에게 그늘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관목과 지피 식물들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를 통해 호텔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정원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현재 메이필드호텔 서울에는 조경 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조경사가 상주하며 하우스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봄철에는 토양준비, 설계 및 계획, 식물 선택 등 정밀한 식재 작업을, 여름철에는 고온으로 인한 체계적인 관수와 방재 작업을, 가을철에는 정기적인 유지 보수 작업을, 겨울철에는 다음 해를 위한 꽃 파종 작업을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절마다 최상의 경관을 유지하며 고객들에게 아름답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한다. 


메이필드호텔이 조경으로 고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어찌보면 의미 있는 결과다. 메이필드호텔의 전신이 1962년 복숭아 과수원에서 시작된 조경회사기 때문이다. 긴 세월 동안 정성껏 심고 가꿔온 식물들은 계절에 따른 정취가 장관을 이루며, 자연과 사람이 교감할 수 있도록 호텔 곳곳에는 나무와 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메이필드호텔의 계절별 주요 식물로는 봄의 수선화, 연산홍, 작약, 여름의 장미, 망중화, 수국, 가을의 국화 등이 있다. 계절별 변화와 유지 관리 측면에서, 최근 이상 고온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식물 보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으며, 특히 관수 작업과 함께 다양한 병충해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방제 작업과 체계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박 매니저는 “꽃내음 한번 느껴볼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편안한 쉼과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그저 호텔에 오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을 선사하고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새들의 지저귐과 자연의 소리를 선물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한 호텔 정원  


지난 4월, 롯데호텔 제주의 원생정원(原生庭園)이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4’에서 정원 및 공원 건축(Garden and Park Architecture) 부문 본상 수상작(Winner)에 선정됐다. 앞서 굿디자인코리아 2023 은상을 수상한바, 공간 디자인 관련 분야에서 국내 호텔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9월, 약 1년간의 리뉴얼 과정을 거쳐 선뵌 원생정원은 사라져가는 제주 고유의 숲 곶자왈을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야외 정원이다. 숲을 뜻하는 순 제주말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암석들과 가시덤불이 뒤엉켜 이뤄진 원시림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어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미학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곶자왈만의 특성을 새롭게 재해석한 원생정원은 장기간에 걸쳐 엄선된 다간형의 수목이 뿜어내는 깊은 매력을 품은 공간으로 완성됐다. 정원 입구에 화사한 꽃과 함께 전통기법으로 배치된 돌담은 돌빛나예술학교의 조환진 돌담장인과 협력,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주의 소중한 돌담을 찾아내 호텔 임직원들이 직접 쌓아 올렸다. 동선을 따라 정원 깊숙이 들어갈수록 짙고 깊은 녹음이 드리우는 원생정원의 내부 공간은 초지, 돌, 해안 등 다양한 지형을 콜라주해 설계한 것으로, 제주의 풍경을 축약한 것이다. 

 

 

한편 산책로에 자리한 미러폰드(Mirror Pond)는 제주의 하늘과 숲을 반사하는 수면이 자연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곳곳에 배치된 조명 점등된 야간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듯한 독특한 야경을 만들어 낸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경험 공간으로의 전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리뉴얼 전에는 화산 분수쇼 등 일회성 볼거리로 단순한 즐거움을 제공했으나, 추상적인 경관으로 고객 개개인의 감각과 서사를 어우러지게 해, 특별한 기억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구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기상 조건이었다고 한다.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과 레미콘 파업으로 인한 공정 지연, 가뭄 속 식재, 힌남노 태풍과 폭우로 인한 재정비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디자이너, 임직원, 파트너사의 헌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원생정원이 탄생했다. 

 

 트렌드와 지속가능성,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트렌드는 늘 빠르게 변한다.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동경은 언제나 있었지만 늘 같은 광경만 보는 것은 또 지루해한다. 조경도 마찬가지다. 매해 계절에 맞춰 똑같은 정원 식물을 선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메이필드호텔의 박 매니저에 따르면 과거엔 소나무를 우산형으로 가꿨지만, 최근에는 원추형으로 관리하는 것이 트렌드 중 하나다. 풍성하게만 보이던 단순한 모양과는 달리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조경과 정원의 전체적인 배치에 있어 디자인적 요소로 활용돼,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효과를 준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 메이필드호텔은 엔젤스링(Angel's Ring)이라는 공간을 마련했다. 원추형 소나무들이 원형으로 둘리어 심어져 있는 엔젤스링은 소나무 안쪽 내부 공간에 서게 되면 외부와는 다른 공간에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그 때문에 프러포즈 공간이나, 소규모 파티를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한편 정원과 조경의 꾸준한 유지 관리에 있어 호텔은 지속가능성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 위치한 ‘호텔 뉴 오타니 도쿄’의 일본 정원(Japanese Garden)은 개관 50주년을 맞이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 이시이 모토코와 함께 야간 조명 리뉴얼을 진행했다. 기존의 수은 및 할로겐전구를 친환경 LED 조명으로 전환하고 태양광 스위치를 설치해 리뉴얼 전보다 전력 소비를 70% 절감했다. 따듯하고 포근한 풍경을 통해 친환경과 환대를 결합하려는 호텔의 노력이 돋보이는 사례다.  

 

 

원생정원으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롯데호텔 제주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향후 단지 내 개별 공간뿐 아니라 바다를 향한 단지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주 자연의 풍부한 녹음이 단지 내의 다양한 기능적 공간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전반적인 경관 변화를 구상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여행객에게 새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건물 주변에는 원생정원을 배치해 제주 자연의 깊이를 축약하고, 경사면을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녹음 속에 시설을 배치할 예정이다. “제주 자연의 특색은 내륙과 다른 계절과 시간을 가지며, 이는 심도 있고 가치 있는 디자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강조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행객이 주 고객층인 이곳에서는 특정 주제 공간보다는 개인적인 추억을 형성할 수 있는 경관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법이라고 판단했다. 정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경험의 요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시적인 요소가 아닌,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통해 마음의 여백을 드러내 치유와 영감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혁신적인 요소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롯데호텔 제주는 정원이 단순한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소음과 공해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서 오롯이 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치유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활용해, 잊고 지내던 지속가능한 가치를 되살리고자 한다. “롯데호텔 제주의 조경은 방문객들에게 각자의 방식과 생각으로 제주 경관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자유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특정한 경험을 강요하기보다는, 각자가 이곳에서 자신만의 감각으로 자연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한 관계자는 “제주 경관의 아름다움이 각자의 추억에 남아, 삶의 어느 순간에 떠오르는 행복한 기억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신화’급 조경 프로젝트 
 여의도 80%에 달하는 부지를 제주로 채운다 


제주 여행객들에게 인생샷 명소로 잘 알려진 ‘신화가든’은 약 7300㎡의 규모의 무료 입장정원이다. 특히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신화가든은 사진 작가들 사이에서 꽃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해지면서 웨딩사진을 찍는 예비부부들도 눈에 띄게 볼 수 있다. 하늘 아래 넓게 퍼진 꽃들이 사계절에 세 번 바뀌는데, 취재 당시에는 파란 수레국화가 만개해 있었다. 제주신화월드의 관계자는 “여름이면 해바라기,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핀다.”고 설명했다. 

 

 

신화가든은 2019년 조성됐다. 돌밭이었던 황무지에 흙을 깔고 관람로 등의 기반 시설을 마련했다. 서쪽으로 열린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팽나무 한 주와 사계절 붉게 물드는 낙조는 이곳의 특징 중 하나며, 봄, 여름, 가을 동안 유채, 해바라기, 황화 코스모스의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제주신화월드 FM&E Landscape 양선아 차장(이하 양 차장)은 “파종 경작은 농사와 같다.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히 힘든 부분이 있다. 장기 우천으로 해바라기가 실패한 적도 있고, 태풍으로 2개월 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코스모스가 쓰러져서 실패한 경험도 있다.”고 말하며, “이에 따라 또 다른 대안과 관리 노하우가 조금씩 더 생겨나기도 한다. 파종 이외에도 고객이 선호하는 수국, 블루세이지, 샤스타데이지, 핑크뮬리 등 다년생 식물을 도입, 사계절 다양한 경관 및 쉼터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면적의 80%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의 제주신화월드 조경은 제주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비롯해, 다종의 꽃과 식물을 사계절 푸르고 아름답게 조성하기로 유명하다. 양 차장은 “현장 조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오며 조금씩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종의 목표는 원래 이 장소에 맞는 식물들을 찾아주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바에 따라 초반에는 화려하게 조성했다. 하지만 조금씩 제주 본연의 느낌을 더 끌어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주신화월드의 경우 부지가 넓은 한편 조경 공간이 분리돼 있다 보니 유기적인 통일감을 주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을 해결해 제주신화월드 전체가 하나의 느낌을 가지도록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제주신화월드는 5명의 조경 전문 인력과 함께 행복공작소에(제주신화월드가 운영하는 제주 최초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소속된 직원이 리조트 전체 조경을 구성하고 관리하는 데 총력을 가하고 있으며, 직접 재배해 키운 꽃들은 호텔 프로모션에 이용되기도 한다. 매해 5월에는 카네이션 증정 프로모션이 이에 해당한다. 모종 관리 시 사용되는 화분을 따로 구매하지 않고 외부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양 차장은 “우리 팀원 모두가 식물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힘들지만 식물을 가꾸는 일이 좋아서 이 일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산책로 확장, 키즈 체험 프로그램 등 좀 더 확장된 분야로 조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호텔 조경의 핵심은 고객 니즈 고려한 프로젝트 설정 & 
‘장소성’에 맞는 식물 찾기”

제주신화월드 FM&E Landscape 양선아 차장  

 

조경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의 경력을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아버지 권유로 대학 전공을 조경으로 선택하게 됐다. 졸업 후 전주의 조경 회사에 취업했으나,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전북대학교 조경모임에서 김재식 교수의 권유로 개인연구실에 들어가게 됐고, 7년간 한국전통문화연구소에서 사찰과 서원 등 많은 문화 유적지를 다니며 옛 조상의 행동 방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공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2003년부터 서울의 설계사무소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2014년 제주신화월드 건설공사의 조경 관리 감독으로 제주에 내려오게 됐다. 뱀과 노루, 꿩 등 자연 생물들을 마주했던 현황 조사에서부터 설계, 시공 관리까지 총괄적인 공사업무를 수행했다. 조경가로서 이런 일련의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고, 무엇보다 제주의 식물과 질감, 환경을 이해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2018년부터는 조경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또 다른 조경의 세밀함을 배우고 있다.

 

FM&E Landscape는 어떤 부서인가? 전반적인 업무 범위에 대해 설명해달라. 


호텔, 파크(테마&워터), 콘도 미니움의 모든 시설을 관리하는 부서로, 그 안에 조경팀이 있다. 시설관리 측면에서 건축, 기계, 설비 팀과 면밀히 협업을 하고 있다.


제주신화월드 조경팀이 수행하는 업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실외 수목 관리와 온실 식물 재배 및 호텔 디스플레이(Hotel Display), 신화가든 경작, 외부 시설관리(어린이놀이터, 수경시설, 기타 포장 및 대형화분 등),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성의 환경 개선 작업 제안 및 공사 관리 등 유지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실외 조경은 수목 기본 관리(제초, 예초, 병충해방제, 서양잔디 관리)만 외주로 진행하고, 그 외 생육 및 수형 전정 등을 포함한 모든 경관 관리를 직영으로 하고 있다. 호텔 실내외 디스플레이는 온실에서 직접 재배한 초화와 관엽을 활용, 계절별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온실은 어린이집 아이들의 학습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 팀은 여러 부분에서 리조트 경관에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리조트에 방문한 고객들이 더 즐겁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조경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치나? 


대체로 실외 조경 프로젝트가 많다. 우선은 고객의 니즈를 고려한 프로젝트의 테마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프로그램과 공간 구성을 진행한다. 그리고 테마에 맞는 특정한 식물이나, 계절성 식물을 도입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주는 겨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다양한 식생도입이 가능하다. 하여 연출할 수 있는 색감과 질감 또한 다양하다. 큰 구조로는 제주의 자생 수목(교목)을 도입하고, 하부 관목과 초화에서 다양한 수종을 확보한다. 제주적이면서도 계절별 컬러풀한 경관 연출을 제공하고자 한다. 설계가 결정되면, 공사업체를 선정하고 현장관리 감독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호텔 조경을 위해 식물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주요 기준은? 


제주신화월드에서는 식물 선정을 할 때, 호텔의 고급스러움과 제주적인 풍경 연출을 동시에 고려한다. 실내는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외부는 제주 숲을 배경으로 계절별 변화하는 플라워 가든 연출을 고려해 수종을 선정한다. 유지 및 관리를 위해 개화기간이 길고, 제주의 바람에도 강한 수종을 특히 선별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소성’에 어울리는 식물을 찾는 것이다. 제주신화월드는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숲’이라는 장소가 지닌 특성에 맞는 식물들을 더 보완할 계획이다. 그래야 독특한 공간이 될 수 있고, 우리 호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경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날씨다. 신화월드에서는 초화 화분 전시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장기간 우기시에는 꽃이 물러지거나 썩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3개월 이상을 재배해 전시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안타깝다.


두 번째는 인력 부족. 모든 가드닝에는 많은 인력 관리가 필요하다. 사계절 동안 물, 비료, 병충해 관리, 파종, 모종 심기, 관수 등 사람의 손이 정말 많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리조트 주변 자연 생태계가 너무 좋아 매해 많은 잡초가 발아돼, 제초 관리에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된다. 작년에는 신화가든 코스모스 파종지의 인력 제초를 한 달 넘게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부지가 넒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인원이 50명쯤 있어도 부족할 것 같다. 


초기부터 함께 한 팀원은 여미지식물원에서 근무해 제주의 식물 관리나 온실 시설 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사람이다. 덕분에 온실을 운영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식물을 선정하거나 발판을 마련해 나갈 수 있었다. 이렇듯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각 팀원들이 일당백 이상의 업무를 수행해 주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행복공작소’ 직원들이 실질적인 업무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도움이 없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호텔 조경은 고객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평상시 개인의 생활권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식물 또는 이색적인 경관 체험은 고객들에게 판타지 혹은 삶의 활력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한다. 유지 관리 중에 간접적으로 고객의 혼잣말 피드백을 듣곤 하는데, 호텔 실외 테라스에 전시된 꽃이 너무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신화가든을 보며 제주의 다른 곳을 보러 가지 않아도 여기서 다 만족할 수 있다고 하는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경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호텔 조경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무엇보다도 식물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관심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단순한 노동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적 센스다. 색감, 질감, 공간의 연계, 조형성 등 반면에 직감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호텔은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 식물 전시 및 관리도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 특이점인 것 같다. 순수 조경 외의 인테리어적 감성과 화훼 등, 원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간, 공간, 자원을 무제한으로 활용 가능하다면 어떤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고 싶은지?


현재 신화가든 앞에 예전에 채석장이었던 부지가 있다. 원래의 자연으로 환경을 되돌리기 위해 계속 내버려두는 중이다. 이 채석장을 활용한 익스트림 식물원을 조성하고 싶다. 공중 다리도 있고, 동굴도 있고, 폭포도 있는 지상낙원이지만, 그 속에 놀이의 즐거움도 있는 제주 숲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