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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토)

호텔&리조트

[Zoom In] 지역호텔이 살아남는 법 II - “콘텐츠형 호텔”로 거듭나자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은 지난 6월호에서 지역호텔의 생존법에 대한 연재 기사를 예고했다. 이에 지난 호에는 지역 상생을 꾀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턱을 낮추는 호텔 사례를 들여다 봤으며, 이달에는 내국인들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목적지’로 거듭난 국내 지역 호텔을 소개해 보려 한다. 아울러 오는 8월호에서는 외국인들이 지역호텔에 체류 가능한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모색할 예정이다.   
 

 지역의 특징을 드러내다 
 지역 체화적 호텔 


호텔은 고객이 재방문해야 수익이 난다. 그리고 고객이 재방문하려면 호텔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어야 한다. 황금 같은 휴가철에, 연휴 기간에, 휴식기에 다수의 사람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해외의 이국적인 매력이 선사하는 것만큼 즐거운 추억거리가 우리나라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로 없는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국내에는 정말로 그 지역만의 특색을 갖춘, 목적지 자체가 되는 호텔이 없는 것일까? 국내여행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호텔 안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되는 곳은 없을까? 


인제스피디움은 “Rest in the Motor – Life”, 즉 ‘모터스포츠와 휴식’이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호텔과 다양한 모터 레저 프로그램을 결합한 새로운 레저 트렌드를 제시했다. 202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코리아 유니크베뉴 40선’에 2년 연속 선정됐으며, 강원도 최초의 4성급 호텔로 꾸준한 규모와 서비스를 유지 중이다. 청정 지역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드라이빙 복합문화공간으로 전문레이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제스피디움은 국내외 각종 대회와 더불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응원단의 지정 숙소로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107만㎡(약 33만 평) 부지에는 FIA Grade2 인증을 받은 국제공인 규격의 3,908km 트랙 상설 자동차 경기장과 카트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1인 액티비티 스포츠’라는 트렌드를 맞춰 스포츠 주행, ATV, 서킷 카트 등을 운영, 새로운 모터스포츠 문화를 선사한다. 클래식카 박물관과 타임 갤러리 등은 고객에게 신선한 재미와 호텔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스포츠카 애호가뿐 아니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자녀를 둔 가족들의 SNS 후기가 종종 보인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근방에 있는 호텔 더본 제주(이하 호텔 더본)은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호텔이다. 호텔 더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돈까스 맛집 ‘연돈’이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한때 예약 대행이 성행할 정도로 대기가 끊이지 않는 연돈은 최근 규모를 확장해 호텔의 맞은편으로 이전했다. 호텔 더본은 개관 8주년 및 연돈 이전을 기념해 지난 2월부터 호텔 더본의 투숙 고객에 한해 예약 대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렴하지만 퀄리티 좋은 조식 뷔페로 소문난 호텔 더본은 입실률 90%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제주 빽다방과 본앤베이커리, 본가 프리미엄, 도두반점 등 ‘믿고 맛보는’ 백종원 표 외식 메뉴를 맛볼 수 있어 ‘가성비 호텔’로도 유명하다.


호텔 브리드 바이 마티에(Breathe By MATIÈ, 이하 브리드 호텔)는 국내 최초 서핑 & 힐링 콘셉트의 호텔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MZ세대에게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강원도 양양에 2021년 7월 오픈했다. 바쁜 도심 속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삶 속에 작은 쉼표를 더하는 시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바탕으로, 관습적인 서비스가 아닌 고객의 취향과 휴식 여정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선뵈고 있는 브리드 호텔은 서핑의 메카 양양에 위치한 만큼 다양한 해양스포츠 콘텐츠도 운영하고 있다. 호텔이 추구하는 서핑 & 힐링 콘셉트에 어울리도록 객실 명칭에도 서핑 용어를 접목, 기존 호텔과 다른 특별함을 더했다. 각각의 객실은 투숙 인원과 목적에 따라 인테리어부터 콘셉트, 평형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레스토랑 외에 서핑 숍, 사우나, 스파, 야외광장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브리드 호텔은 강원권 최초로 포르쉐 전기차 충전시설 또한 설치했다. 서핑 숍은 강릉 지역 유명 서핑스쿨인 ‘포이푸서프’가 입점해 서핑 강습권 및 다양한 서핑용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서핑 후 휴식을 위한 스파 & 에스테틱도 준비돼 있다. 투숙객들은 무료 사우나를 비롯, 외국의 해변 바가 연상되는 ‘포이푸 카페 & 펍’에서 수제버거와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다. 

 

 

고객 만족도 설문에 따르면 “서핑 콘셉트에 맞춰 객실 이름을 서핑 용어로 접목한 부분이 특별하다.”, “4인실부터 8인실까지 투숙 인원에 따라 객실이 준비돼 있어 선택 폭이 넓다.”, “인구해변 바로 앞에 자리 잡아 서핑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호텔이다.”, “지역 특색이 객실과 호텔 곳곳에 반영돼 있어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는 피드백이 돼 국내 서핑 스쿨 약 40곳이 호텔 인근 해변에 몰려 있으며,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의 파도 각도나 세기는 국내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죽도해변은 ‘2020년 7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서핑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기기 좋은 해수욕장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겨울철에는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오히려 서핑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양양의 겨울이 또 다른 성수기다. 겨울 바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좋은 파도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11~2월)에는 여름(6~8월) 대비 90%에 달하는 고객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겨울에는 동해만의 고즈넉한 매력이 있으며 객실 내에서 바라보는 겨울 일출이 아름답다. 연인, 가족, 한산한 파도를 즐기기 위한 서퍼 고객까지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으며, 호텔 옆에 위치한 죽도정까지 아침 산책을 즐기는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특히나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해 호텔은 어떤 내국인 유치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고물가에 여행 부담이 되는 고객을 위해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서핑 패키지인 'Summer Peak in 양양'을 8월 31일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해당 패키지는 객실 1박과 서핑 강습권 2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대 34% 할인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편 브리드 호텔은 헬스, 패션, 뷰티 등 이종 업계와 활발한 협업을 통해 투숙객에게 이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온라인 편집 숍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브랜드 ‘필루미네이트’와 함께 의류와 모자를 로비에 전시하고, 관련 객실 패키지를 판매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수원에서 독립서점 및 소품 숍으로 유명한 ‘히히랜드’, 강릉 지역 카페이자 라탄 공예로 알려진 ‘월량화’ 등 지역 브랜드와 손잡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7월에는 씨제이 올리브영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아이디얼 포 맨’과 제휴, 객실에 제품을 비치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호텔이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넘어 볼 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 제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파인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STAYFOLIO)는 이번 휴가철에 맞춰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소(수영장, 오션뷰 등) 및 혜택을 통해 국내 여행에 대한 소구력을 높일 계획이다. 플랫폼파트 김민준 실장(이하 김 실장)은 “좋은 스테이를 선별해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시설, 주변 환경 등의 스테이 특징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큐레이션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또한 여행자들의 스테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Travel’이라는 후기 콘텐츠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 공간에서 경험하고 좋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스테이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디테일하게 표현 및 전달해 스테이에 대한 관심과 믿음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준비 중이라는 것. 스테오폴리오는 다양한 제휴를 통해 여행자와의 접점을 늘리고자 최근에는 <행복이 가득한 집>과도 협업을 하며 ‘행복작당 서촌’이라는 행사를 통해 스테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전시를 진행했다. 김 실장은 “스테이 공간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고, 나아가 가 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 및 제휴를 계획 중이다. 이로써 스테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관광의 시대 
 이젠 호텔도 ‘콘텐츠’다 


지난 6월 20일, ‘2024 코리아호텔쇼’ 내 부대행사로 진행된 ‘호텔산업 전문 컨퍼런스’에서는 유탑그룹 호텔사업부 최정원 본부장(이하 최 본부장)이 <스마트관광 시대의 지방 호텔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스마트관광 시대에 고객들은 “여행 전 어디를 어떻게 가서 어디서 자고 뭘 먹고 뭐 하고 놀지, 모든 걸 다 계획하고 출발한다.”고 강연의 포문을 연 최 본부장은 “여행 전 고객이 세우는 계획 안에 호텔이 가지고 있는 모든 상품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호텔에서 ‘식음 기획’이라 불렀던 것이 ‘콘텐츠 기획’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계절에 따라 먹고 마시는 것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객이 검색을 했을 때 그 이상의 가치까지 포함이 돼 있어야 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호텔들이 전략 방향을 잡고자 할 때, 지역의 다른 호텔과의 경쟁에서 이기려 하는 데 지향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넓은 객실, 깨끗한 숙박시설, 맛있는 조식 등을 상품 전략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최 본부장은 20년 개관한 여수 유탑마리나호텔&리조트(여수 유탑호텔)는 “여수 지역 내 다른 호텔에 비해 후발주자로 큰 이슈를 만들지 못한 채 출발하게 됐다.”고 말하며 “다른 숙박시설이나 호텔을 경쟁 상대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고객이 ‘여수 여행’을 검색했을 때 더 많이 검색되는 ‘낭만포차’나 뷰가 좋은 힙한 카페를 호텔의 경쟁 상대로 보는 것이 그가 말하는 지역 호텔 생존 전략의 핵심이다. 

 

 

최 본부장은 “2030의 젊은 고객에게 이색적이고 자랑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호텔이 내세워야 하는 상품 전략으로 꼽았다. 최 본부장에 의하면 여수 유탑호텔은 ‘가장 트렌디한 결합 상품을 기획’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 상품 기획을 할 때의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너무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수 유탑호텔에서는 “오늘 결정해서 내일 하자.”는 자세로 프로모션을 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호텔을 만들자는 것이 실제 내부 전략이었다.”고 밝힌 최 본부장은 “많은 지역 호텔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 활용 전략을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핫플’의 조건이 될 수 있는 풀 파티와 포토존 설치, 요트 체험, 펫 객실 운영 등을 빠르게 시작했다. 그 결과 2030의 젊은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피드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호텔에는 고급스러운 다이닝 공간, 바 공간이 어울린다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트리며, 여수 유탑호텔은 ‘포장마차’를 마련했다. 호텔이라고 해서 식음료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도 않았다. 여수의 대표 소주인 ‘여수밤바다’와 ‘낭만이슬’은 인근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동일하게 5000원이었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 럭셔리한 콘셉트의 키즈카페는 맥주 회사에 지원을 받아 홀덤 펍으로 리뉴얼했다. 철저하게 2030 내국인 고객을 겨냥한 시도들이었다. “고객은 호텔 자체보다는 호텔이 가진 콘텐츠가 무엇이고 무슨 키워드로 검색이 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호텔 곳곳의 유휴공간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으로 바꾸고, 사용하지 않던 요트 수리소는 거대 미러볼을 달아 클럽 라운지로 만들었다. 모두 직원들이 함께 DIY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최 본부장은 말했다. ‘여수밤바다’를 모티브로 한 소주, 맥주, 막걸리는 있는데 와인은 없어,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병의 와인에 이순신 대교 이미지가 들어간 새로운 라벨 디자인을 붙여 ‘여수와인’도 만들었다. “와인도 콘텐츠”라고 강조한 최 본부장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수를 마신다’는 낭만을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여수 유탑호텔은 지난 6월 17일 파티룸을 오픈했다. “F&B 업장은 고정으로 계속 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 계속 실용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최 본부장은 “가치를 얹어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이론은 누구나 알고 있다. 비수기에도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근원의 가치는 이제 ‘콘텐츠’에 있다. 고객이 놀고, 즐기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싶은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형 호텔’이 향후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 내용과 관련해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중 몇 가지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어봤다. 

 


 

INTERVIEW

 

“‘스마트관광 시대, 과감한 의사 결정과 도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유탑그룹 호텔사업부 최정원 본부장

 

업계 관련 그동안의 이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첫 경력을 시작해 총지배인이 될 때까지 15년 동안 식음료 부서에서만 근무해 왔다. 호텔신라를 시작으로 (구)켄싱턴제주호텔, 히든 클리프 호텔 앤 네이처, 서울 플라자 호텔 등, 시티 호텔에서 6년, 리조트 호텔에서 8년, 외식 쪽에서 4년 정도 일을 해서 도합 17~8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유탑호텔에는 지난 2020년 3월 합류했다. 


F&B가 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견인하는 주요 역할을 하는 현시점에 식음 팀 출신이라는 것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또한 오랜 F&B 경험이 현재 지역 호텔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과 SNS 채널 활용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SNS 피드를 관리하는 팀이 별도로 있는지 궁금하다. 


피드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일례를 들자면, 호텔이 잘 될수록 주변 맛집들이 태그로 호텔을 함께 거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것을 피드가 망가진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우리 호텔이 ‘핫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고객들은 다 찾아서 본다. 그 때문에 우리가 관여한다면 더욱 경직된 형태가 될 것이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하기보다는 물 흘러가듯이 내버려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예 SNS 관리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상위의 럭셔리 호텔들도 SNS를 한다. 126년 된 호텔 리츠 파리(Ritz Paris)는 6월 21일 기준 1박 객실 요금이 326만 원이지만 인스타그램을 한다. 크리스찬 디올이 반한 호텔로 유명한 호텔 플라자 아테네(Hôtel Plaza Athénée)도 인스타그램과 릴스를 굉장히 열심히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럭셔리 호텔도 하는 인스타그램을 안 한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 아니겠나. 공식 인스타그램은 자체 홍보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내보일 콘텐츠가 마땅치 않다면 호텔 내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과정들을 고객에게 오픈하면 된다. 꾸준히, 피드가 심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호텔’이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많은 지역 호텔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홍보팀이 없는 경우도 왕왕 있는 상황이라, SNS를 활용하거나 MZ 내국인 타깃의 ‘힙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어려운 호텔들도 많을 것 같다.

젊은 인재가 부족한 지역 호텔이라면, 이제 뭔가 시작해 보려는 초심자 단계에서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또 정보는 어떻게 얻으면 좋을까?


여수 유탑호텔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총지배인으로 부임했을 당시 직영 인력은 20여 명 남짓에 조식당, 수영장 영업이 부대업장의 전부로, 홍보팀은커녕 하루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호텔의 위치, 지역의 상황, 건물의 특징, 모기업의 지원 등의 내외부 환경이 모두 다르므로 천편일률적으로 MZ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 개발은 맞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오픈 1~2년 차에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이슈가 없었다면 그 이후에는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픈한지 수년이 지난 호텔일 경우 더욱 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확률이 높다.


콘텐츠 아이디어의 원천은 크게 2곳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부의 직원들이고, 또 하나는 외부의 협력업체다. 만일 직원 중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직원이 없다면(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조직문화가 갖춰졌다는 가정하에) 그런 직원을 찾기 위해 총지배인이 직접 나서서 영입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풀 파티 DJ를 영입하기 위해 여수에서 광주까지 7~8번을 찾아갔을 정도다. 한편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구현하기 쉽다. 한 달에도 수 개에서 수십 개 업체가 각종 아이디어와 상품을 가지고 호텔로 찾아온다. 문제는 그러한 업체들을 잡상인 취급한다거나 중간 관리자가 판단해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총지배인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호텔을 찾아오는 어떤 업체라도 무조건 총지배인에게 전달이 되는 내부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풀 파티 DJ 부스, 천국의 계단 포토존, 라운지 테이블 & 의자 등 수천만 원의 협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수 최초로 전 투숙객 무료 요트 체험(1인), 전 객실 넷플릭스 제공, 최초 모바일 체크인과 챗봇 서비스 운영 등 ‘여수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얻게 됐다. 경영의 방향성은 갖추되, 모든 의견을 듣고 포용할 수 있는 융통성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젊은 세대의 직원들이 색다른 시도를 해보려 해도 ‘비용’을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 오너 및 임원진들이 많다.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 변화와 혁신을 도전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호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지역 호텔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


지방 호텔의 경우 영세사업자가 많고, 개인 소유의 호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은 호텔이 다수다. 특히 리조트형 호텔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기 때문에 비수기 시즌의 경우 보릿고개 수준으로 겨우 버텨내는 호텔들도 많다. ​하지만 콘텐츠의 개발은 반드시 비용이 수반되는 것만은 아니다. 가령 여수 유탑호텔에서 지급하고 있는 전 객실 요트 1인권은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요트업체에서 투자를 하는 비용이다. 호텔은 전 객실에 요트 이용권을 무료로 배포해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업체는 1인 무료권을 통해 동행인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만일 호텔에서 요트를 직영하고자 했다면 수십억의 비용과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탁 운영업체와 냉정하게 수익을 분배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 잘될까?’라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협력 업체와 오랜 기간 협의를 해낸 결과,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선투자하거나, 매출을 셰어하는 형태의 콘텐츠 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호텔은 물품 보관함, VR 기기, 솜사탕 자판기, 어메니티 자판기 등도 모두 업체 선투자 후 매출 공유를 통해 영업 중이다. 와인 수입사 및 도매상을 통한 직간접적 시설투자만으로도 수억이 넘어가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의 많은 업체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의사 결정력이다. 전국에서 1등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는 1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나 매출로 이길 수 없다면 콘텐츠나 의사 결정력으로라도 1등을 해야 한다. 


고객들은 의외로 눈치가 빠르며 남다른 시도를 바로 알아본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미 다른 호텔들이 도입한 것을 확인하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면, 시장의 어떤 이슈도 선점할 수 없다. 각종 SNS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물량이 상당한 스마트관광의 시대에서 과감한 의사결정과 도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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