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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타라파카 TARAPACÁ


깊어가는 가을의 끝에는 겨울의 서곡이 존재한다. ‘싸늘함’이 ‘서늘함’을 대체할 11월에는 지난달 나바로 꼬레아스 아르헨티나 와인과 짝을 이룰 칠레의 와인을 찾아간다. 안데스 산맥을 서쪽으로 넘으면 광활한 태평양이 눈에 들어오며 그 사이의 좁은 밴드 같은 대지에 신대륙 최고의 포도밭들이 펼쳐져 있다. 칠레다.
강렬한 흙 내음과 진한 과일 향, 든든한 알코올과 탄탄한 구조감은 한 해를 정리하는 각오를 새롭게 해줄 것이다. 


일곱 색깔 무지개 밴드, 칠레 와인
평균 폭 100km에 남북으로 약 5000km에 달하는 긴 영토를 가진 칠레~! 북으로는 아타카마 사막, 남으로는 빙하 지형, 서로는 드넓은 대양과 동으로는 6000m 급의 안데스 산맥이 병풍을 드리운 매우 특별한 지형을 가진 국가다. 칠레의 와인 생산 지역은 국토의 중간 부분인 센트럴 밸리에 집중돼 있으며, 북쪽의 아콩카과 밸리에서부터 남쪽의 비오비오 밸리까지 약 7개의 구역이 핵심산지를 구성한다. 연간 400mm 정도의 낮은 강수량과 2200시간 이상의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하는 칠레는 세계적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는 대국이다.


일찍이 그 가능성을 간파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낮은 인건비, 높은 생산성, 천혜의 자연 조건이라는 완벽한 경쟁력을 갖춘 칠레 와인은 세계 4위의 와인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340여 개의 양조장이 생산하는 와인은 세계 8위의 생산 규모며, 전 세계 150여 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규모 기업형 와이너리도 있고, 소규모 생산자도 있는데, 이번 달에는 가장 중요한 허리를 담당하는 중간 규모로서 150여 년간 오로지 품질 와인 생산에만 몰입해온 한 양조장을 찾아봤다.



타라파카의 사자, 비냐 타라파카
1874년 유력한 와인메이커였던 돈 프란시스코 데 로하스 이 살라만카(Don Francisco de Rojas y Salamanca)는 칠레의 프리미엄 와인 산지인 마이포 밸리 지역에 ‘비냐 데 로하스(Viña de Rojas)’라는 이름의 양조장을 설립한다. 설립 이듬해인 1875년에 산티아고 와인품평회에서 은메달을, 2년 만인 1876년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 와인품평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이래, 오랜 역사 동안 칠레에서 가장 많은 수상 결과를 자랑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가 됐다. 1892년 로하스 양조장은 돈 안토니오 사발라(Don Antonia Zavala)에게 인수되고, 새 주인의 이름을 따서 ‘비냐 사발라(Viña Zavala)’로 명명됐다. 20세기 초, 사발라는 부인 메르세데스 울로아(Dona Mercedes Ulloa)와 이혼 후 합의금으로 양조장은 부인 소유가 됐다. 새 오너가 된 도나 메르세데스는 양조장 이름은 ‘비냐 타라파카 엑스 사발라(Viña Tarapaca Ex Zavala)’로 다시 명명했다.


이 새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름에 등장하는 ‘타라파카’는 그녀의 변호사이자 칠레의 대통령을 역임한 위대한 정치가 돈 아르투호 알레산드리 팔마(Don Arturo Fortunato Alessandri Palma 1868~1950)의 별명이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르투호는 1915년 타라파카 주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될 당시, 카리스마 가득한 명연설로 사자후를 토해 ‘타라파카의 사자(Leon de Tarapaca)’라는 별칭을 얻었다. 칠레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의 기초를 닦은 그의 업적은 칠레 화폐 50페소 속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타라파카 양조장 오너 메르세데스는 그와의 오랜 우정과 존경의 뜻으로 양조장 이름을 그렇게 변경했던 것이다.


1927년에는 양조장의 가장 아름다운 정원 한가운데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타일의 클래식하면서도 정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지었다. 양조장의 역사를 대표하는 이 건물로서 타라파카는 ‘칠레의 가장 아름다운 양조장’이라는 찬사를 받게 됐고, 이 회사의 대표 와인인 ‘그란 레세르바’의 병에 새겨져 그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당연히 주요 고객 맞이나 결혼식 등 중요한 행사를 유치하고 있으며, 칠레 전통 장식을 한 와이너리 마차 투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친환경 칠레 와인의 기수, 타라파카
1992년 칠레의 유력한 지주 기업인 ‘라 꼼빠니아 칠레나 데 포스포로스(La Compania Chilena de Fosforos)’가 타라파카 양조장을 인수해 국제화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마이포 밸리의 최고의 테루아를 자랑하는 ‘엘 로사리오 이스테이트(El Rosario Estate)’를 매입했다. 이 포도밭은 마이포 강과 해안 산맥 줄기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Natural Clos)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2008년 회사는 비냐 산페드로 그룹과 합병해 VPST 와인그룹을 구성, 와인의 품질 혁신과 세계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후 2016년에는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엘 로사리오(El Rosario)’라는 이름의 작은 수력 발전기를 완공했다. 이로써 양조장 전기 에너지 필요량의 60%를 감당할 수 있게 됐으며, 당해 ‘올해의 친환경 기업’ 상을 수상했다. 현재 타라파카 양조장은 총 600여 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120만 상자의 와인을 생산, 특히 아시아 지역 판매 비중이 15%로 높은데, 이는 아시아의 음식과 아주 잘 맞는 궁합을 보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타라파카 와인의 품질과 개성을 총괄하는 와인메이커는 세바스티안 루이스(Sebastián Ruiz)다. 그는 칠레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양조학을 이수했으며, 보르도, 나파 등지에서 실습 수련하고 1998년부터 타라파카에 합류해 2014년부터 수석으로 와인 양조를 지휘하고 있다.


직관과 영감의 와인,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
수년 전,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 첫 번째 빈티지를 병입하기 직전에 숙성 과정을 체크하던 와인메이커는 ‘예상을 뛰어넘는 특별한 와인’의 출시를 직감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일반적인 병이 아닌 ‘특별한 와인을 위한 유리병’을 만들기 위해 친구이자 유리 수공업 장인에게 주문을 하게 되고,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의 유니크한 패키지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는 유려한 병의 곡선과 타라파카 게스트 하우스 문양이 찍혀져 여타 칠레의 와이너리들과는 차별화돼 세계 어디에서나 ‘칠레의 대표 그란 레세르바’로 일컬어지는 타라파카의 와인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는 칠레 내수시장 프리미엄 와인 카테고리에서 전체의 14%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칠레 No.1 브랜드다. 그란 레세르바 와인이 생산되는 마이포 밸리는 지중해성 기후로 더운 곳이지만, 오전에 안데스 산맥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밭을 식혀주고, 오후에는 마이포 강가를 따라 바다 쪽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기온을 주변보다 2도에서 3도 가량 떨어뜨려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조건들이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회사는 2010년대 초반에 대대적인 토질 분석을 했다. 수석 와인메이커 세바스티안은 “600여 ha의 포도밭을 분석하기 위해 총 370여 개의 구덩이를 파서 성분 조사를 했죠.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었고, 이를 통해 아주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토양 지층의 상태와 토질 성분 등이 다르더군요. 분석 결과를 토대로 7개의 토양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포도 품종을 가장 적합한 땅에 식재하며, 타라파카의 와인 재배지를 다시 한 번 리모델링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든 노력의 결과는 와인을 통해 느껴볼 수 있었으니, 필자는 타라파카의 아이콘 와인인 ‘아쑬’부터 상징적인 ‘그란 레세르바’ 와인까지 한국에 수입된 모든 와인을 시음해 봤다.


에티케타 아쑬 Etiqueta Azul, Gran Reserva, Red Blend



고대로부터 금보다 비싼 ‘푸른색의 금, 청금석’이라 불렸던 라피스 라줄리(Lapis-Lazuli)는 대표적인 산지 칠레를 상징하는 짙은 푸른빛의 보석이다. 라피스 라줄리에서 유래된 ‘청색의, 푸른색의’ 라는 뜻의 Azul(아쑬)이라는 이름과 청명한 푸른 빛 레이블로 장식된 에티케타 아쑬 와인은 타라파카 와이너리의 최고급 보석 와인이다. 청금석은 한 가지 광물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금색 흰색의 다른 광물가루들로 혼합 구성돼 있는데, 이처럼 아쑬 와인도 다양한 적포도 품종의 블렌딩 와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종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시라, 말벡 등 각 품종의 개성의 완벽한 조화를 꾀하고 있다. 매년 블렌딩 구성이 현저히 달라지기도 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6년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82%로서 매우 높은 함량을 보였고, 말벡 10%, 쁘띠 베르도 8%가 블렌딩 됐다. 4ha의 포도밭에서 에티케타 아쑬을 위한 포도를 별도 재배하고 있는데, 품종 별로 토양이 다르다. 먼저 까베르네 품종은 ‘엘 미라도르(El Mirador)’ 토질에서 재배된다. 광물질이 풍부하며 모난 자갈과 돌이 많다. 쁘띠 베르도와 말벡은 ‘피에몬트(Piemont)’ 토질에서 재배된다. 자갈과 점토가 섞인 토양으로서 바디감이 좋고 완숙도를 높여 준다. 수확된 포도는 특징적으로 약 10도의 저온에서 5일간 껍질 침용 공정을 거친다. 향과 풍미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발효를 끝낸 와인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16개월 정도 숙성, 새 오크통은 20%만 사용한다. 아이콘 와인 생산 고정에서 20% 정도만 새 오크를 사용하는 것은 칠레에서는 드문 방법인데, 이로써 과일 향과 신선미를 살리고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만들기 위한 회사의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잘 익은 블랙 커런트와 허브, 담배, 아니스 등 향신료와 잔잔한 흙 내음 그리고 가죽과 바닐라 향으로 마감되는 멋진 복합미를 연출한다. 알코올이 14% vol으로 매우 적절한 무게감과 힘을 보여 주는 것이 아주 세련되고 좋았다. 산미와 당미, 매끄러운 타닌과 볼륨감이 조화를 이룬 칠레 와인의 걸작품이다. 민트와 로즈마리 향이 가미된 양고기 구이, 그릴에 구운 육류 요리, 미디엄 보디 치즈, 토마토소스 또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린다. 그루 당 약 1병만 생산하는 소출량으로 연간 2만~2만 6000병 정도 생산되는 아주 귀한 와인이며, 품질 대배 가격이 매우 매력적이다. “어쭈~?! 제법인데~!!^^”
Price 12만 원대


에티케타 네그라 Etiqueta Negra,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블랙 레이블’이라는 뜻의 ‘에티케타 네그라’는 타라파카 양조장 소유의 포도밭 중에서도 안데스 산맥의 줄기에 가장 근접한 싱글 블록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생산된다. ‘에티케타 아쑬’과 함께 타라파카의 최상급 레인지로, 현재 넘버원 그란 레세르바의 위상을 만든 아이콘 와인이다. 포도밭이 위치한 마이포 밸리는 칠레 최고의 전통적 산지로 간주되는 재배지다.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하는 마이포 강의 퇴적작용에 의해 형성된 자갈질의 충적토가 강의 중하류 유역의 분지에 형성되고 남태평양의 영향을 받는 특별한 미세 기후 지역으로 큰 폭의 일교차가 포도가 천천히 최상의 성숙을 거칠 수 있게 도와준다. 수확된 포도는 ‘아쑬’처럼 약 10도 저온에서 4일간 껍질 침용 공정을 거친다. 향과 풍미를 얻기 위한 과정이다. 발효를 끝낸 와인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14개월 정도 숙성하는데, 새 오크통은 20%만 사용한다. 역시 콘셉트는 ‘신선함’, ‘우아함’이다.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자갈과 모래, 충적토가 함유된 ‘엘 미라도르(El Mirador)’ 토질에서 재배된 까베르네 소비뇽을 85% 이상 블렌딩했다. 짙은 루비색에 민트와 까시스, 블루베리, 바닐라, 토스트, 에스프레소 커피, 감초향, 서양송로 풍미가 잘 조화된 복합적인 부케를 느낄 수 있다. 향에서조차 촉촉한 수분감이 전해져 오는데, 이는 저온 침용으로 과일 향을 최대한 끌어올린 데 기인한 듯하다. 입에서는 매우 강한 구조감 속에 농축된 풍미와 벨벳 타닌이 미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14% vol의 날렵한 알코올 속에 매우 긴 피니시를 갖춘 프리미엄 레드 와인이다. 와인 애드보케이트지 점수 95점으로서 10만 원대 미만의 칠레 와인으로서는 가장 호감이 가는 완성도를 보인다. 5~10년이 최적 시음기일 것이다. 지방분이 넉넉한 스테이크 구이와 양꼬치 구이, 숙성이 진행된 꽁떼 치즈, 스페인식 아사도 구이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Price 9만 원대


그란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칠레 국민 그란 레세르바’라는 별칭을 가진 시리즈의 명성을 잉태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타라파카 그란 레세르바는 여타의 경쟁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브랜드 판매, 인지도 모두 1위를 차지한 칠레 국가대표 ‘그란 레세르바’다. 마이포 강의 퇴적 작용으로 형성된 로사리오 이스테이츠 충적토에 위치한 타라파카의 싱글 재배지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화산토이면서 모래와 점토질 토양이 적절하게 혼합돼, 구조감이 뛰어나고 질감이 부드러운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타라파카의 ‘노하우’가 가장 완벽히 현실화된 와인으로, 타라파카 게스트 하우스가 양각된 부르고뉴 스타일의 병과 흰색 레이블은 품질보증수표처럼 세계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인지되고 있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100%이며, 약 12개월 동안 프랑스 & 미국산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역시 20%만이 새 오크통을 사용했다. 미국산 오크통의 사용으로 인해 이 급의 와인은 향긋한 바닐라와 모카커피, 분유 향과 화이트 초콜릿, 코코넛의 풍미가 배어들게 됐다. 와인만으로도 맛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아주 간단한 기본 안주로도 레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란 레세르바 시라’ 와인은 보다 찰진 질감에 제라늄과 흑장미, 제비꽃 등의 꽃향기가 가미됐으며, 블랙 체리의 잘 익은 맛이 강하다. 한식의 떡갈비 구이, 비엣남(Vietnam)식 꼬치 구이, 고추장 불고기와 가장 잘 어울렸다. ‘그란 레세르바 까르므네르’ 와인은 보다 강한 후추와 고추가루, 할라피뇨과 녹색 피망 향이 두드러져, 삽겹살 구이와 중식 고추잡채나 요즘 뜨고 있는 마라 소스의 남방식 요리와 잘 어울렸다. 마트에서는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텐데, 육중하고도 세련된 부르고뉴식 병 디자인과 보라색, 노란색, 검은색 등 캡슐 색상으로 구별되는 품종 구분도 확실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칠레 와인이다. Price 4만 원대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 Gran Reserva, Chardonnay


칠레 와인의 73%는 레드 와인으로서 지금까지는 레드 와인의 이미지가 강한 국가가 칠레였으나, 최근에는 화이트 와인 생산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샤르도네는 기본이고 소비뇽 블랑 와인도 아주 좋아졌다. 차가운 태평양의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는 바닷가 포도밭을 많이 가꾼 덕분이다. 2000년대 초반에 까사블랑카 밸리를 처음으로 개척했는데, 이곳의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에 고무된 칠레 당국은 좀 더 바닷가 쪽의 로사리오 밸리와 레이다 밸리를 추가로 개척했다. 이 중 레이다 밸리는 가장 최근에 조성된 재배지 중 하나로 칠레 정부로부터 D.O. 인증을 받은 ‘서늘한 기후대(Cool Climate)’ 지역으로 유명하다.


타라파카의 그란 레세르바 화이트 와인 시리즈는 해안가에서 4~8㎞ 정도 떨어진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로 만들어진다. 태평양의 찬 바다가 주는 차가운 바람 덕분에 병충해가 없고, 서늘한 바다 안개 덕분에 청포도의 산도와 싱그러운 과일향이 그대로 보존된다. 여기에 소출마저 줄이면 미네랄 표현이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복합미를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물론 품종에 따라 오크통 숙성을 약간 시킨다면, 추가적인 복합미와 볼륨감을 살릴 수 있게 된다. 2017년 빈티지 샤르도네 와인은 대형 오크조에서 발효를 진행했으며 작은 오크통에서 6개월간 효모 잔해와 함께 숙성시켰다. 레몬, 오렌지, 파인애플과 복숭아, 살구 향이 아주 좋으며, 고급 프랑스 빵 내음과 마카담 견과향도 나타난다. 미디엄 풀 바디에 신선미 그리고 충만함이 깃들어진 고급 샤르도네다. 광어와 농어 등 생선 스테이크나 바다 가재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릴 것이다. 추가로 시음한 ‘그란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와인도 레이다 밸리산 소비뇽으로 만들었으며,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해 고유의 풋내음과 청량감을 살렸다. 라임, 구즈베리, 파인애플, 망고 등 화려하고 상큼한 베리와 과일 폭탄이다. 대게 찜, 랍스터 찜, 조개 구이와 최적이었으며, 염소 치즈로 마무리하니 천상의 식탁이었다. 칠레 화이트 와인 최고의 가성비다. 

Price 4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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