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치한~! 추운 겨울에 차가운 아이스와인과 독일 리슬링으로 겨울 추위를 물리쳤다면, 봄까지 남은 2개월 동안은 따뜻한 뉴월드 지역의
온기로 다가오는 봄을 열어 볼까 한다. 그렇다면 뉴월드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그 대상으로 가장 적절하리라.
진한 레드 와인을 시음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미중 무역 분쟁 등 세계 정치사의 주요 현안들도 캘리포니아 와인 맛처럼 감미롭고 부드럽고 매끈하게 해결되기를 소망해 본다.
뉴월드 와인의 맹주, 미국 캘리포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처럼 오랜 역사를 통해 전통적으로 포도주를 만들어 온 ‘지중해 중심 유럽 국가’들의 와인을 ‘구세계 와인(Old World Wine)’이라고 부른다면, 미국, 캐나다,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신흥 와인 생산국’들의 와인을 ‘뉴월드 와인(New World Wine)’ 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발견된 신대륙으로의 이민이 활성화되면서, 유럽 이민에 의해 유럽종 포도나무가 건너가 식재됐다. 이들 국가들은 대략 18세기부터 포도주를 상업적으로 생산했으나, 정치, 경제상의 여러 이유로 1950년대부터 활발히 세계무대에 진출한 국가들이다.
유럽 와인에 대해 뚜렷하게 구별되는 뉴월드 신흥 와인 생산국 와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과학적 생산, 상업적 비즈니스 마케팅과 기업적 경영이 돋보이는 산업 기반을 가진다. 주로 검증된 국제적 품종을 심어서 품종의 특성을 한껏 살린 와인을 생산한다. 레이블에서도 유럽처럼 복잡한 등급이나 용어 구분 없이, 사용된 포도 품종 명으로 구분되는 명료함을 추구한다. 고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의 특성이 그대로 실린 ‘태양의 와인’으로서, 감미로운 풍미가 돋보인다. 초기에는 대중적인 가격대의 중저가 와인을 중심으로 생산했으나, 일부 명망있는 생산자들과 특별한 지역에서는 20~30만 원대 이상의 고가 와인도 생산된다. 이 달에 살펴볼 와이너리도 바로 이러한 뉴월드 와인의 역사성 속에서 탄생했다.
나파 밸리 ‘미국풍 까베르네’의 대명사, 실버 오크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파리 테이스팅’의 결과는 세계 와인 산업의 지도를 바꿔 놓았다. 그 전까지는 프랑스 와인만이 최고로 인정받았던 반면, 이후 무명이었던 캘리포니아 시골 동네인 나파 밸리 와인들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파 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있는 와인 산지로서, 세계적 수준의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밤의 서늘한 기온이 교차, 당도와 산도가 균형을 이룬 완벽한 포도를 생산한다.
바로 이 나파 밸리에서 1972년 두 남자가 만나게 된다. 콜로라도 주의 기업가인 레이몬드 투미 던컨(Raymond Twomey Duncan 애칭으로, 레이 Ray)은 와인 생산의 비전을 품고, 1960년대 말부터 나파 밸리의 포도밭을 구입해 왔다. 그러던 중, 1972년 크리스티앙 브라더스(Christian Brothers)사의 와인메이커 저스틴 메이어(Justin Meyer)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세 가지 뚜렷한 목표를 세웠다. 첫째,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에 집중하자. 둘째, 미국산 오크 배럴만을 사용하자. 셋째, 장기 숙성형 와인을 추구하자. 이들은 나파 밸리 까베르네의 영광이 싹텄던 초기 세대로서, 일찌감치 까베르네 품종이 나파 밸리의 완벽한 짝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아울러, 프랑스산 오크보다는 미국산 오크 나무로 만든 배럴을 사용함으로써 토착화된 특별한 표현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두 남자의 꿈은 이후 30년 동안 결실을 맺어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올랐다. 1994년 다니엘 바론(Daniel Baron)을 후임으로 선임한 저스틴 메이어는 은퇴했고, 2001년 그의 지분을 모두 인수한 던컨 집안은 실버 오크에 대한 완전한 경영권을 가지게 됐다. 현재, 2대째인 데이비드 던컨(David R. Duncan)이 대표 이사며, 동생 팀 던컨(Tim Duncan)이 부사장으로서 가족 경영형 와이너리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화염 속에 되살아난 불사조 와인, 실버 오크
‘호사다마’라 했던가? 거침없이 질주하던 실버 오크 와이너리는 2006년에 큰 화재를 겪었다. 매우 힘든 시기였지만, 가족 모두가 일치단결, 단 2년 만에 양조장을 멋지게 새로 세웠다. 불속에 자신을 던져 새로운 생명을 얻는 피닉스 불사조처럼 실버 오크는 나파 밸리의 불사조로 거듭 난 것이다. 오히려 화재를 계기로, 최첨단 양조장을 설계할 수 있었다. 태양광 판을 지붕에 설치해 양조장에서 필요한 전기를 100% 생산해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미생물 교환기(Bioreactor)를 설치해 양조장 폐수를 100% 재처리해 사용함으로써 수돗물을 37% 정도 절약하고 있다.
2000년에는 오크통 제작소 A&K Cooperage에도 투자했으며, 2015년에는 완전 지분으로 오크통 제작소를 구입해 관리함으로써, 미주리(Missouri)산 미국 오크 제작소를 자체 보유한 첫 와이너리가 됐다. 이로써, 실버 오크 와인에 맞는 최적의 오크통을 맞춤 제작할 수 있게 됐다. 2014년에는 네이트 바이스(Nate Weis)가 3대 와인메이커로 합류했다. 인력 이동이 잦은 나파 밸리 와인 산업의 특성을 봤을때, 회사 역사 45년 동안에 단 3명의 와인메이커라는 것은 그만큼 실버 오크 사가 일관된 와인의 특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나파 밸리와 알렉산더 밸리의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160ha의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밭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규정하는 지속가능 농법으로 경작하고 있다.
서로 다른 하나의 파트너, 투미 와인
던컨 집안은 1999년 ‘투미 셀러(Twomey Cellars)’ 와인 회사를 설립했다. 나파 밸리의 칼리스토가(Calistoga)와 러시안 리버 밸리의 힐즈버그(Healdsburg)에 양조장이 있다. 1972년 이래 실버 오크 셀러에서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피노 누아와 메를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려는 시도다. 투미(Twomey) 이름은 창립자 레이 던컨의 어머니 쪽 성을 따왔다. 투미의 ‘2009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는 2012년 ‘미국와인협회(American Wine Society)’의 전국 시음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2012년에 세계적 와인메이커인 프랑스 보르도의 장 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가 컨설턴트로서 부임했다. 그는 전설적인 페트뤼스 와인을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아마 메를로 와인의 양조 컨설팅을 위해서 선정한 듯하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미래 지향적 친환경 와인
실버 오크는 고급 나파 생산자들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100% 미국산 오크만을 고집하는데, 이는 이미 1960년대에 전설적인 와인메이커 앙드레 첼리스체프(Andre Tchelistcheff)가 입증한 바 있다. 당시에 그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프랑스 오크가 아니라 미국 오크통을 구입해 사용했는데,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의 까베르네 소비뇽의 풍미와 완벽하게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실버 오크는 코르크 품질까지 신경 쓴다. 보조 와인메이커인 크리스틴 슐쓰너(Christiane Schleussner)는 미국코르크공급자협회(Cork Supply USA)와 공동으로 연구해 ‘드라이 공법(Dry Soak)’으로 코르크 검사를 한다. 이렇게 검증된 코르크를 사용함으로써 콜키(Corky) 확률을 산업 평균 4% 에서 실버 오크 와인은 0.53%의 콜키율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콜키 현상은 오염된 코르크를 사용함으로써 와인의 향과 맛이 망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또한 창업 때부터의 목표였던 ‘장기 숙성형’ 와인을 위해, 병입 숙성에 매우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크통 안에서의 배럴 숙성에만 신경을 많이 쓰는데, 실버 오크는 병입 후 병 숙성에도 긴 시간과 정성을 할애한다. 약 12개월 이상의 병 숙성을 통해 와인이 ‘병입 직후의 충격(Bottle Shock)’을 이기고 최적의 과일 풍미를 되찾도록 한다. 그 결과 편안한 미감과 무난한 알코올(13~14.1%vol)을 가진, 음식 친화적인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2016년 오크빌 양조장은 세계 최초로 ‘에너지 & 환경 디자인 리더(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LEED)’가 됐고, 2018년에는 알렉산더 밸리 양조장이 ‘LEED Platinum’ 인증을 받았다. 2017년 실버 오크와 투미 와인 회사는 지역 야구 구단인 San Francisco Giants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실버 오크와 투미를 진두지휘하는 던컨 집안의 야망의 끝은 어디일까?!
나파 밸리 양조장 방문자들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혁신을 이루어낸 실버 오크 와이너리에 경의를 표한다. 양조장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데, 회사의 건물에 쓰인 멋진 표어가 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아직 최고의 와인을 만들지 못했다.’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실버 오크의 헌신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구다.
실버 오크, 나파, 까베르네 소비뇽
Silver Oak,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1972년 낙농가의 한 창고에서 양조를 시작한 실버 오크 회사는 1983년에 오크빌에 정식 양조장을 건립했다. 그리고 실버 오크의 레이블에 보이는 상징 건물인 하얀색 물탱크 탑(Water Tower)도 이때 세워졌다. 실버 오크라는 회사 이름은 나파 밸리의 주도로인 실베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과 오크빌(Oakville) 도시 사이에 있기 때문에 앞 글자만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최고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하기 위해 소다 캐년 란치 빈야드와 점프 록 빈야드(Jump Rock Vineyard) 그리고 내브론 빈야드(Navone Vineyard) 포도 중에서 최고를 선별해 ‘나파 밸리 까베르네’를 만든다. 실버 오크의 그랑뱅(Grand Vin)인 셈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3년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79%에 메를로 15%, 까베르네 프랑 5%, 쁘띠 베르도 3%가 블렌딩됐다. 미국 오크통에서 2년간 숙성했고, 병입 숙성이 무려 20개월이나 된다. 새 오크통 비율을 85%로 높였다. 2013년 빈티지가 아주 좋기 때문이다. 와인메이커 메이어는 실버 오크의 숙성 셀러 온도를 약 18°C 정도로 다소 높게 설정했다. 좀 더 이른 시기에 마실 수 있도록 빨리 숙성시키는 방법이다. 알코올 도수는 14.1%vol으로 뛰어난 힘과 내용물을 담고 있다. 2018년 2월에 출시됐으니, 총 4년 반에 걸친 와인 생산 공력이 들어 있다. 짙은 흑적색에 블랙 커런트와 짙은 베리류, 민트와 허브, 모카, 감초와 흙내음, 삼나무 등 복합미가 놀랍다. 와인의 향과 풍미 질감이 잘 조화된 우아한 와인, 긴 피니시를 가진 이 빈티지 와인은 10년 후가 더 기대된다. 2007년 ‘Colorado Biz’ 잡지는 실버오크 나파밸리 까베르네 와인을 ‘컬트 와인 경지에 도달한 12개 와인’ 중 하나로 선정했다.Price 40만 원대
실버 오크,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Silver Oak, Alexander Valley, 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전문 와인메이커 실버 오크의 소노마판 버전이다. 소노마 카운티는 마야캐이머스 샌맥을 사이에 두고 나파 밸리 왼편에 있으니, 태평양 바다 쪽이어서 나파 밸리에 비해 다소 서늘한 편이다. 그러나 소노마 카운테의 여러 AVA 중에서도 이 와인이 생산되는 알렉산더 밸리는 바다 쪽이라기보다는 오른편 산맥 기슭에 있어 나파 밸리에 가깝다. 따라서 기후가 나파 밸리와 같이 덥다. 1987년 실버 오크사는 알렉산더 밸리의 남쪽 부근에 80ac의 포도밭을 구매했다. 이어 1988년에 구입한 45ac의 다른 포도밭을 합쳐서 이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와인을 구성한다.
시음한 2013년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95%, 메를로 2%, 까베르네 프랑 2%, 말벡 1%를 블렌딩했다. 알코올은 13.9%vol이다. 역시 미국산 오크통을 24개월 사용했는데, 새 것의 비율은 50%로써, 나파 밸리 까베르네보다는 다소 부드럽게 운용한 흔적이 보인다. 병입 후 숙성은 15개월이다. 블랙베리, 블랙 올리브, 바닐라와 코코넛, 밀크 초콜릿의 연유 풍미가 녹아들어 있다. 간간이 허브와 흙내음, 건초향이 어우러진다. 타닌은 엄청 매끄러우며, 질감은 다크 초콜릿의 농축도를 보인다.Price 25만 원대
투미, 나파 밸리, 메를로
Twomey, Napa Valley, Merlot
Twomey 양조장은 나파 밸리 남동부에 위치한 소다 캐년 란치 포도밭(Soda Canyon Ranch Vineyard)에서 시작됐다. 레이 던컨은 1999년에 이 밭을 구입해서 실버 오크 까베르네를 생산하려 했다. 그런데 당시 와인메이커 다니엘 바론이 그 밭에 썩 괜찮은 프랑스 메를로 클론이 빽빽이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던컨을 설득해 메를로 와인도 한 번 생산해 보자고 제안했고, 이를 위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를 건의했다. 다니엘은 자신이 프랑스에서 연수한 경험도 있고, 이곳의 화산토 토양이 꽤 색다른 매력의 메를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싱글 빈야드 투미 메를로 와인이 탄생하게 됐다.
2012년에는 프랑스의 장 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를 컨설턴트로 고용해 다니엘 바론을 도와 투미 메를로 와인을 생산하도록 했다. 장 클로드 베루에는 보르도의 장 삐에르 무엑스 회사에서 44년간 근무하며 뽀므롤과 생테밀리옹 와인들을 생산했던 베테랑 와인메이커다. 그는 사실 전설적인 뻬뜨뤼스(Chateau Petrus)의 조련사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전문가다. 과연 이 와인에서도 뻬뜨뤼스의 느낌이 날까?
2013년 빈티지 투미 메를로는 메를로 80%, 까베르네 프랑 15%, 쁘띠 베르도 5%가 블렌딩됐다. 2013년이 더운 해여서 진하게 농축된 메를로가 느끼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쁘띠 베르도를 비교적 많이 블렌딩한 듯하다. 오크 숙성은 실버 오크의 미국산 오크통 콘셉트와는 정반대로 투미 와인은 100%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한다. 그중 새 오크통은 32%이며, 1년 사용한 것이 31%, 2년째 사용하는 것이 18%이고, 나머지 19%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신선하게’ 숙성됐다. 짙은 갸닛 루비색에, 블렉 체리와 커피, 감초, 크리미한 초콜릿 질감이 입안을 코팅시킨다. 매끄러운 비단결 같은 타닌과 진하게 묻어나는 내용물 입자가 입안 점막 전체를 덮어주는 놀라운 경험을 안겨 준다. 14.6%vol의 뜨거운 알코올은 겨울에 시음하기에 아주 좋았다. 갑자기 대추와 감초를 넣어 푹 고운 갈비찜과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양갈비 구이도 아주 좋은 동반 음식이 될 수 있겠다.Price 18만 원대
투미, 러시안 리버 밸리, 피노 누아
Twomey, Russian River Valley, Pinot Noir
투미 셀러는 2000년에 러시안 리버 밸리에 있는 웨스트 핀 포도밭(West Pin Vineyard)을 구입했다. 2006년 던컨은 소노마 카운티 힐스버그에 있는 로샴보 양조장(Roshambo Winery)을 구입했다. 투미의 두 번째 양조장이다. 이곳은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 와인만을 위한 전용 양조장으로서, 2007년에는 이곳 와인메이커로 벤 케인(Ben Cane)을 고용했다. 2010년에는 멘도시노 카운티의 앤더슨 밸리의 최고급 모뉴멘트 트리 포도밭(Monument Tree Vineyard)을 구입했다. 지역의 서늘한 기후와 사암토 그리고 디종 클론 피노가 만나 최고의 앤더슨 밸리 피노 누아를 생산한다. 2017년에는 오리건주 던디힐(Dundee Hills)에 있는 밭을 딕 에라쓰(Dick Erath)로부터 구입했다. 곧 우리는 투미의 오리건 피노도 만날지 모르겠다. 이제 투미는 메를로를 넘어 피노 누아 전문 와인메이커로서의 입지도 견고하게 구축했다.
2016년 투미 러시안 리버 피노 누아는 당연히 피노 100%이며, 발효조에 포도송이 자루를 30% 정도 함께 넣어 피노 와인의 구조와 타닌감을 뽑았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4개월 숙성했으며, 오크통은 약 30% 정도만 새것을 사용해, 피노 누아의 과일향을 해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밝고 진한 루비색에, 체리와 크랜 베리, 딸기 향이 가득하며, 살짝 스모키한 것이 커피와 구운 아몬드, 장미와 제라늄 꽃 향이 들어 있어 매혹적이다. 살짝 달큼한 미감에 딸기잼 향과 자두, 화이트 초콜릿 풍미가 있다. 타닌은 미려하고, 적절한 산미에 안정적인 알코올로서 부담스럽지 않은 절제된 미감을 선사한다. 종이 레이블 없이 까만색 병에 황금색 글씨로 전사해서 턱시도 입은 말쑥한 신사의 이미지가 그대로 전해 온다.Price 25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