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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이탈리아 뿔리아 지방의 명가, 트룰리 와인(Trulli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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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번 겨울에 태양의 온화한 열기가 그리움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이번 달은 그리운 온기의 나라 이탈리아로, 따사로운 햇볕이 배인 지방, 뿔리아로 가본다. 지중해 세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포도주와 올리브 등 풍부한 식품이 생산되는 곳, 뿔리아~! 그 곳의 많은 와이너리 중에서, 사진에서도 보는 바처럼, 따뜻한 색감의 대명사인 자메이카 옐로우 색깔 간판에 이글거리는 태양의 로고를 새긴 곳, 바로 트룰리 농장이 2월의 와인이다.

 

 

 

이탈리아의 곡물 창고, 뿔리아
뿔리아 지방은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남동부 끝단 구두 뒷굽 부분에 위치해 동편의 아드리아해와 남서편의 이오니아해를 구분하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산지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드물게도 평지 비율이 절반을 넘는 뿔리아는 지평선이 보이는 흔치 않은 이탈리아 지방이다. 역사 덕후라면 기원전 216년에 벌어진 역사적인 깐나에(Cannae) 전투를 기억할 것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와 로마를 풍전등화의 위기 상태로 몰아낸 유명한 전투가 바로 이 지방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와인 덕후인 우리에게는 지역 토착 품종으로 만든 맛깔난 대중성 있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20%가 생산되는 최대 생산 지역 중 하나로 기억되는 곳이다. 뿔리아는 그리스인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천혜의 와인 생산 지역이고, 이후 로마인들에 의해 지속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비옥한 토양을 기반으로 이탈리아에서도 생산량이 많은 지역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블렌딩이나 베르무트(Vermouth) 리큐르용 원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산량 감축, 품종 개량 등을 통해 고급 테이블 와인이 생산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지역의 주 품종은 프리미티보(Primitivo)와 우바 디 트로이아(Uva di Troia),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등이다. 뿔리아에서 자란 포도들은 공통적으로 풍성한 아로마와 감미로운 미감을 지닌다. 와인 산지는 크게 북부 구릉과 남부 평지로 나뉜다. 북부 구릉 지대는 다소 서늘한 기후에 대부분 북동향으로 배치됐다. 이곳 와인은 적당한 풍미 집중도를 지니며, 구조와 타닌이 좋으면서 우아하다. 남부 평지 포도원은 따뜻한 기후에 남서쪽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 와인은 잘 익은 과실 향이 집중됐고, 타닌이 입에서 매우 부드럽다. 

 

 

Masseria Borgo dei Trulli
소제목에 원어를 그대로 썼다. 한글로 번역해 이해하기 어려울 때면 고유명사 그대로 이해하는 편이 낫겠지 싶었다. 먼저 첫 번째 단어, 마쎄리아(Masseria)~! 뿔리아 지방 도처에는 수백 년 전에 건조된 마쎄리아라는 역사적 건축물 유적을 곧잘 볼 수 있다. 마쎄리아는 16~18세기경 대농장의 한 가운데, 시골 영주들이 식료품과 소유물을 보관했던 대형 농업 단지 같은 것이다. 들판, 숲, 목초지 등 광대한 토지의 중심에 건설된 복합단지로서, 농작물과 농장 가축들을 돌보는 지주들과 농부, 농장 일꾼들이 거주했다. 축사와 식품 창고, 포도주나 치즈를 만들기 위한 부속 건물들로 구성됐다. 일부 마쎄리아는 기본적으로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보호되는 작은 마을로 발전했고, 중앙 안뜰은 여러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부분의 마쎄리아는 터키인이나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요새화됐다. 트룰리 농장은 양조장을 짓기 위해 이 역사적 건축물의 유적과 잔해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쎄리아유적의 형태와 규모를 유지하면서 초현대식 양조장 건물을 지은 것이다. 두 번째 단어 ‘보르고(Borgo)’는 중세 단어로 시골 마을 동네를 부르는 명칭이다. ‘마쎄리아로 형성된 마을’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단어 ‘트룰리(Trulli)’ 역시, 뿔리아 지방의 전통 건축물에서 이름을 따 왔다. 역사적으로 ‘트룰로(Trullo, 복수형이 Trulli)’는 수백 년 전, 지역에 거주했던 사라센 주민들에 의해 주로 야전 피난처나 창고로 사용됐던 돌 오두막이다. 지금도 트룰리 농장의 포도밭에는 허물어진 트룰로들이 있으며, 작은 하얀 석회석을 둥글게 원뿔 형태로 쌓아 올린 모양은 트룰리 양조장 로고의 모티프가 됐다. 이처럼, 역사와 유적을 사랑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 사람들은 종종 그 형태와 모양, 모티프를 와이너리 건축물이나 레이블의 디자인으로 형상화시킨다. 트룰리 양조장도 마쎄리아와 트룰리 하우스의 모티프를 사용해 양조장 건물 디자인과 레이블의 문양으로 사용했다. 모든 와인의 레이블이 통일성이 있으며 색감의 화려함이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역시 디자인은 이탈리아를 따라갈 수 없다. 

 

뿔리아 와인의 멋과 맛을 담은 트룰리 와인
코로나 감염병 사태 이전에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에 담아오는 옥색 바다 이오니아~! 필자의 추억에도 정말 아름다운 바닷가였다. 트룰리 농장은 이오니아 해변으로부터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행정 구역으로는 타란토(Taranto)도의 마루지오(Maruggio)시다. 와인 지도에서 본다면, 뿔리아 지방 최고의 DOP인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Primitivo di Manduria DOP)’ 와인 생산 구역의 한 가운데다. 트룰리 농장의 전체 규모는 45ha며, 26ha에 포도밭이 조성돼 있다. 그중 20여 ha는 지역 대표 품종인 프리미티보가 심어져 있다. 또한 본 농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살리체 살렌티노(Salice Salentino DOP) 구역의 중심에 네그로아마로 품종 밭 4ha가 있어서, 이 품종을 사용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본 농장의 한 쪽에는 지역의 전통적인 관목 수형 형태인 알베렐로 풀리제(Alberello Pugliese, Bush training) 방식으로 포도 나무를 재배하는 구역이 있는데, 1950년대에 식재된 고목밭으로 농장의 최고급 와인들을 생산한다.

 


트룰리 양조장의 모회사 오리온 와인즈(Orion Wines)는 항상 일반 대중들이 쉽게 구입해서 마실 수 있는 흥미롭고도 근사한 와인들을 생산해 왔다. 그룹 소속 양조장들은 가장 현대적인 첨단 장비를 갖췄고, 정성껏 재배한 고품질 포도를 최적의 상태로 양조할 수 있도록 최선의 생산 규범을 만들어 뒀다. 시간이 흐르면서 뿔리아 지방의 잠재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실제로, 지역에 고유한 고블레 수형 방식(Alberello Pugliese)으로 재배한 고목으로부터 생산된 포도의 품질은 매우 뛰어났다. 트룰리 양조장의 수석 와인메이커는 알레산드로 미켈론(Alessandro Michelon)이다. 1977년생인 알레산드로는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Trentino) 지방 출신으로, 1998년 양조학으로 유명한 ‘산 미켈레 농업연구소(Istituto Agrario di San Michele)’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트렌티노 지방의 여러 양조장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00년 동료와 함께 오리온 와인즈 양조 회사를 설립했다. 국제 시장을 겨냥한 혁신적인 와인을 생산해온 오리온 와인즈 사는 빠르게 성장해, 이탈리아 전역에 17개의 와인 브랜드를 거느리게 됐다. 그럼, 이 역사적이고도 아름다운 레이블을 열어 보기로 하자~!

 

프리미티보, 루깔레, 아빠시멘또
Primitivo, Lucale, Appassimento

 

 

트룰리 양조장의 기본급 품종 와인으로, Primitivo 100%다. 프리미티보는 이탈리아 10대 품종 중 하나로, 뿔리아 지방의 가장 상징적인 품종이며, 뿔리아 전체 식재 면적의 14%를 차지한다. 본래 크로아티아의 토착 품종이었다가 역사상 어느 때인가 아드리아해를 건너 뿔리아 땅에서 번성했고, 19세기 말에 미국으로간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로 가져갔다. 그 곳에서 진판델(Zinfandel)이라는 새로운 세례명을 갖게 되고 지금은 캘리포니아의 터줏대감처럼 자라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품종이다. 조숙종으로 8월 중순이면 수확한다. 당 축적 능력이 뛰어나 당 함량이 높고, 안토시아닌 함량도 높아 ‘가벼운’ 품종 와인들의 블렌딩 파트너로 종종 초대된다. 본 와인은 뿔리아의 최남동쪽 살렌토 반도의 Salento IGP로 생산됐다. 수령 15~25년 사이의 나무들에서 8월 말 손으로 수확했다. 뜨거운 지역이라, 신선감을 위해 23~25°C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켰다. 자두잼, 블랙베리잼 풍미가 가득하고, 바닐라와 세이지 등 허브와 향신료 느낌도 살짝 가미돼 있다. 입안에서는 감미롭고 매끄러운 질감을 보이며, 잔당과 알코올감이 등장하는 와인으로서 알코올은 14%vol이다. 핫소스 피자, 미트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양고기 등과 아주 잘 어울린다. 레이블 디자인은 트룰로의 돌 모티프를 넣어, 태양을 닮은 듯, 점점이 방사선 모양으로 펼쳐 나가는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 Price 4만 원대

 

프리미티보
Primitivo, Salento IGP

 

 

25~35년 수령의 프리미티보 품종을 9월 초중순에 손으로 수확해, ‘아빠시멘또(Appassimento)’ 기법으로 12일간 건조 상태를 유지한 후 양조를 시작했다. 아빠시멘또 기법은 햇볕이 잘들고 건조한 다락방에 수확한 포도를 추가로 건조시켜 포도알의 수분을 증발시킨 결과 40% 이상 농축된 과즙을 얻을 수 있는 기법이다. 베네또 지방에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Valpolicella)를 생산하는 기법으로 유명하다. 원액의 25%는 8개월간 프랑스 &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 알코올 도수는 14.5%vol이다. 진한 석류 빛깔의 붉은 색이 강렬하며, 체리잼, 블루베리잼, 레드 커런트 등의 감미로운 과일향과 카라멜, 모카커피, 감초 등의 향신료의 향긋한 내음이 풍미를 북돋운다. 진한 타닌과 강한 알코올 그러나 달달한 감미로움이 드라이 와인을 감싸고 있다. 구운 고기와 경성 치즈 등이 잘 어울린다. 육각형의 레이블 안에 그려진 프리미티보 고목 나무의 의연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프리미티보 품종은 고블레 관목(Bush vine) 형태로 자라는데, 30년만 돼도 가지의 형태가 웅장하게 사방팔방으로 뻗친다. Price 5만 원대

 

 

 

네그로아마로, 리알라

Negroamaro, Liala

 

 

트룰리 농장의 가장 좋은 포도밭에는 60~70년된 프리미티보 고목이 있는데, 한 그루당 2~3송이만 달리게 해 농축시켰다. 조숙종인 프리미티보를 9월 중순까지 달려 있게 해 추가로 농축시켰다. 이때, ‘지로 델 피치올로(Giro del Picciolo)’ 기술을 사용한다. 펜치 같이 생긴 기구를 사용해 포도송이가 달린 자루 줄기를 짜 눌러서 더 이상의 수분이 들어가지 못하게 한 후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나무에 달린 채로 진행하는 아빠시멘토 기법이다. 발효를 다하고 드라이하게 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도수는 무려 17.5%vol에 달한다~!! 필자가 마셔본 가장 높은 도수의 일반 와인이다. 중고 프렌치 오크통에서 10개월간 숙성했으며, 4개월간 추가 병입 숙성 후 출시했다. 매년  1만 병 한정 생산된다. 와인은 깊고 강렬한 붉은 색을 띠며, 말린 과일, 이국적인 향신료, 흰 후추, 초콜릿, 무화과 향이 진동을 한다. 부드럽고 우아한 타닌에 풀 보디의 균형잡힌 구조를 가지고 있어, 높은 알코올 도수의 느낌이 체감되지는 않는다. 바닐라, 건포도, 모카 커피, 감초 등 다채로운 복합미를 풍기며 1분 이상의 긴 여운을 자랑한다. 마치 드라이한 포트(Porto) 같다. 와인 뀌베 이름 ‘Mirea’는 태양의 여신을 상징한단다. 과연 레이블에는 태양의 밝은 빛이 방사선 모양으로 퍼져 나가며, 온갖 꽃과 식물들이 혜택을 받아 성장하는 것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양기와 풍요를 상징하고, 라틴어로 ‘Admire’ 라는 뜻처럼, 경배할 생명의 본질적인 근원처럼 여겨지는 근사한 와인이다. Price 9만 원대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미레아
Primitivo di Manduria, Mirea

 

 

네그로아마로 품종은 프리미티보 품종과 함께 뿔리아 지방을 대표하는 토착 품종이다. 약 14%로서 프리미티보와 동일한 비율이다. 기원전 7~8세기에 그리스 식민지 시기에 들어온 품종으로 추정된다. 이름 유래가 두 개인데, 포도알의 매우 진하고 어두운 색상(=Negro)과 포도주의 쓴 맛(=Amaro)으로 인해 붙여졌다는 설과, 라틴어 Black(=Negro)과 그리스어 Black(=Mavros)을 붙여 짙은 색상을 강조했다는 설도 있다. 만숙종으로 폭염을 잘 견디며 산도를 잃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면, 짙은 색상에 쓴맛도 좋다. 진한 과일 맛에 살짝 쓴 구석이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 품종이다. 본원에서 떨어진 살렌토 지역의 80년 수령의 고목으로부터 수확했다. ‘미레아’ 와인과 마찬가지로 나무에 달린 채로 아빠시멘토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친 포도를 사용했다.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약 7~8개월간 숙성시켰으며, 알코올 도수는 16.5%vol이다. 연간 1만 5000병 한정 생산된다. 진한 흑적색, 블랙 커런트와 블랙베리, 들판의 볏짚 뉘앙스, 다소 토속적인 농장향도 느껴진다. 진하고 매끄러운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이 강한 알코올 안에 잘 녹아들었다. 계피와 정향, 바닐라 등 향신료 향이 이국적이며, 긴 피니시 끝은 살짝 씁쓸하게 마감하며 품종 이름값을 한다. 양고기 갈비구이와 숙성된 치즈, 향신료가 들어간 화이트 소시지 등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와인의 뀌베명 ‘Liala’는 밤의 여신이라는 뜻이다. 레이블의 검푸른색은 밤의 색상이며, 초승달도 그려져 있다. 달은 밤을 비추며 음기 에너지로 시간의 절반을 지배한다. 갑자기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생각난다. “아~아~아~아~~~!” 
이 노래를 틀어놓고 마셔 볼까? Price 9만 원대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미식인문학 교수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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