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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INTRIN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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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1월 한 달 만큼은 새로운 해의 희망을 담아 춤도 추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다. 코로나19를 쫓아낼 살풀이 춤이라도 한판 추고 싶다. 마침 필자의 이러한 소망을 담은 정말 특이한 레이블 디자인의 와인을 발견했으니, 이 와인은 단연 1월 이 달의 와인이 될 운명이리라. 


이름도 멋진 ‘인트린직’과 그 레이블을 소개한다.




리틀 캘리포니아, 워싱턴주 와인산지

2만 2700ha의 포도밭 면적을 가진 미국 2위의 와인 산지, 워싱턴주~! 미국 북서부 최북단에 위치하며, 캐나다와 국경을 이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도시 시애틀이 주도다. 워싱턴주의 기후는 캐스케이드 산맥을 가운데 두고 동서가 매우 다르다. 시애틀이 있는 서쪽은 태평양으로부터의 강수량이 매우 많고 서늘하지만, 산맥 이면의 동편은 펜 현상에 의해 매우 고온건조한 기후가 형성돼 사막성 기후 특성을 보인다. 연간 강수량이 150~250mm 정도로, 콜럼비아 강의 관개 수로망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다. 하루 최대 17시간의 일조 시간을 자랑하는 워싱턴주는 세계에서 가장 일조량이 풍부한 곳 중 하나다. 게다가 사막성 기후니,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커 포도 과실의 산도가 매우 높게 형성되는 장점을 가진다. 이는 와인의 장기 숙성력을 높여 주고, 음식과의 친화력을 좋게 해 준다. 청포도로는 샤르도네와 리슬링, 적포도로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이 주력 품종이다. 세계적 와인 평론지들로부터 레드, 화이트 모두에서 밸류 와인의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Little California’라는 별명이 딱 들어 맞는다~!


인트린직의 모 회사, 생 미셸 와인 에스테이츠

미국 7위 규모 회사며 위싱턴주 총 와인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위싱턴 최대 회사로서, 시애틀 외곽에 위치한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Ste. Michelle Wine Estates, SMWE)’는 19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미셸 브랜드 와인 레이블이 1967년에 처음 도입된 이래,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의 포도밭은 워싱턴을 넘어 오리건과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1500ha이상 확장됐다.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는 인트린직을 비롯한 수십 개의 자체 브랜드와 꼴 솔라레를 비롯한 십 수개의 파트너십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 명품 와인 그룹이다. 특히, 토스카나의 피에로 안티노리와 협업한 콜 솔라레(Col Solare), 독일의 에른스트 루젠과 협업한 에로이카(Eroica) 리슬링, 프랑스 론의 미셸 가씨에(Michel Gassier)와 필립 깜비에(Philippe Cambie)와 협업한 테네트(Tenet) 등이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칠레의 하라스(Haras), 샹파뉴 니꼴라 페이야트(Nicolas Feuillatte), 뉴질랜드 빌라 마리아, 스페인의 토레스와 장레옹, 칠레의 미겔 토레스 와인 등 유명 브랜드의 미국 내 독점 수입원이기도 하다.


이런 욕심쟁이 브랜드 그룹, 생미셸 와인 에스테이츠에서 2014년 ‘인트린직(Intrinsic)’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와인을 론칭했다. 탄생 배경에는 완전히 생경한 사고와 한 명의 천재 양조가, 또 한 명의 천재 예술가가 있었다.


아방가르드 까베르네 소비뇽, 인트린직

인트린직의 와인메이커 후안 무뇨즈-오카(Juan Muñoz-Oca)는 20년 동안 와인 양조에서 많은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어왔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 출신인 후안은 아르헨티나 국립대학에서 농업기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포도 재배를 배웠다. 드디어 2001년 운 좋게도, 당시 워싱턴 주립대학의 최고 포도 재배자였던 전설적인 로버트 웸플 박사(Dr. Robert Wample)를 만나 감화를 받고, 미국 워싱턴주에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워싱턴주 패터슨의 콜럼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 와이너리에서 수많은 90점 이상의 와인을 제조하고,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지에서 선정한 워싱턴 유일의 ‘Top 100 리스트’ 1위 와인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워싱턴주에서의 이러한 경험과 리더십을 통해, 특히 까베르네 소비뇽 등 레드 와인의 생동감 있으면서도 우아한 특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최첨단 기법을 확립할 수 있었다. 2015년부터 후안은 인트린직 양조장과 함께 ‘장기 연장 껍질 침용(Extreme Extended Maceration)’ 기법을 실험했다. 이 프로젝트는 워싱턴 주 까베르네 소비뇽 타닌의 품질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전위적이며 모험적인 스타일 와인(An Avantgarde, Garagiste-Style Wine)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는 실험이나 기존 와인 양조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년 동안 그는 초장기 침용 기법을 실험해왔다. 자신의 가설이 틀리면 잠재적으로 포도를 망칠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도 껍질에서 더 많은 것을 추출해 와인에 더 많은 층과 깊이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는 완숙된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의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만들었다. 인트린직 와인을 차별화시키는 것은 초장기 껍질 침용 기법인데, 이는 포도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품질을 개발해 더 복합적인 층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양조 방법으로 다소 촌스러운듯 우아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 향에 있어서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고유한 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추가적인 미네랄 터치와 감칠맛을 얻을 수 있었다.


인트린직 와인은 탄생 자체가 반항의 철학으로 가득하다. 이제까지 존재했던 여러 관행들을 저버리고 탄생한 신시대의 상징 같은 것이다. 인트린직은 도시 환경에서 거리 예술이 새로운 문화적 비전을 제시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창안한 것이다. 정제되고 단정한 도시 환경에서 새로 등장한 거리 예술은 파격적이며 전위적인 움직임으로 도시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통찰력을 와인 양조에 적용해, 인트린직 와인은 포도가 재배되는 농업적 환경과 와인이 만들어지는 공업적 양조 시설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기획됐다. 와인 메이커, 후안 뮈뇨즈 오카는 와인 양조 역시 주변의 농업적 환경과 현대적 양조 기술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이와 동일하다고 봤다. 그는 도시 미학의 영역을 거리 예술이 증강하듯, 워싱턴주 포도의 멋진 타닌을 이용해 까베르네 소비뇽의 기존 영역을 넓혀 보려 했다. 포도 껍질의 타닌을 더 많이 추출함으로써 와인에 다층적 구조와 깊이감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장기 연장 침용 추출 기법’이며, 몇 해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인트린직이 탄생됐다. 거리 예술과 와인 양조를 연결하려고 하는 이러한 통찰력은 나중에 와인 레이블 디자인에까지 이어진다. 


이것은 레이블인가? 캔버스인가!

인트린직 와인 레이블은 브루클린의 유명한 거리 예술가 짐머(Zimer)가 디자인했다. 뉴욕 퀸즈에서 태어나고 자란 짐머는 뉴욕기술원에서 건축학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그래피티 미술을 주축으로 그림, 조각, 건축, 미술, 문신 등으로 진화하며, 신흥 스트리트 예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됐다. 짐머와 레이블 작업진들은 수개월에 걸쳐 레이블 디자인의 세부 사항들에 대해 논의하고, 형상을 만들고,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짐머는 먼저 캔버스에 작업했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고, 선은 검은색 페인트 마커를 썼다. 그리고 최종 종이 레이블 도면을 완성하는데 4일이 걸렸다. 유튜브에서 ‘Intrinsic label art in the making in 60 secs’를 검색하면, 짐머가 어떻게 캔버스에 이미지를 완성했는지를 고속 촬영 기법으로 볼 수 있다.




거리 예술을 주요 시각적 요소로 한, 인트린직 레이블은 도시의 에너지와 미적 감각을 포착한다. 긴장과 흥미를 연출하기 위해 감각적이고도, 원시적이고, 우아한 디테일의 균형을 추구했다. 레이블에 대한 그의 영감은 와인 그 자체로부터 나왔으며, 이 제품은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지만 현대적 취향에 맞게 재조명된 제품이라고 짐머는 말한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은 와인글라스처럼 시대를 초월하며 관능적이에요. 내 일은 그것을 현대적인 거리 예술 방식으로 재구상하는 것입니다. 와인이 병을 타고 따라지듯 옷도 따라 흐를 것입니다.” 


와인이 포도밭을 반영하는 것처럼, 거리 예술은 주변의 환경을 반영한다. 둘 다 예술가와 주변 환경간의 협업이다. 거리가 같은 방식으로 두 번 다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와인 한 잔에 담긴 와인도 같은 빈티지의 같은 와인이더라도 결코 같은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와인과 예술이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짐머는 말을 잇는다. “난 좋은 와인은 우리의 감각을 저 너머로 열어준다고 믿어요.” 필자도 이 레이블을 보며, 예술 작품을 볼 때 항상 필요한, 보다 추상적인 초점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와인을 오픈했다.


인트린직, 까베르네 소비뇽

Intrinsic, Cabernet Sauvignon




인트린직 까베르네 소비뇽은 놀라운 복합미와 야생적인 개성을 담뿍 담았다. 전체의 50%의 포도는 앞서 설명한 장기 침용 기법으로 9개월간을 침용시켰다. 그 결과 포도의 본질적인 특성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매끈한 타닌과 비단결같은 질감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전체의 10%의 포도는 콘크리트조에서 발효를 시켰는데, 이는 와인에 미네랄 터치를 더하기 위함이다. 최종 블렌딩에서는 50% 정도의 오크통 숙성된 원액이 들어갔다. 오크통 숙성을 함에 있어서도 새 오크통은 사용하지 않고 중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을 숙성시켰다. 미량(6%)의 까베르네 프랑이 최종 블렌딩됐는데, 이로써 레드 와인에 신선미와 추가적인 복합미를 넣을 수 있었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빈티지는 비교적 서늘한 빈티지해였다.


워싱턴주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은 호스 헤이븐 힐즈(Horse Heaven Hills)의 포도와 일반 콜럼비아 밸리 포도를 블렌딩했다. 매우 짙은 석류색에 블랙 커런트, 블랙 체리, 제비꽃향이 우아하게 피어난다. 이어서 민트향과 아니스, 커런트와 고추향도 등장하며, 부드러운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향, 코코넛, 스모크향이 후반에 등장한다. 입안에서는 블루베리 잼, 석류, 초콜릿 톤 풍미가 전해지며, 따뜻한 온기 속에 견고한 몸집과 세련된 타닌 질감이 돋보인다. 필자는 이 와인을 양갈비 구이와 마셨는데, 양고기 특유의 동물향 고기냄새를 인트린직 와인이 잘 잡아 줬다. 돼지 갈비 구이에도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 론칭 첫 해에 생산된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지인 와인 스펙테이터지(Wine Spectator)와 와인 엔쑤지에스트지(Wine Enthuisast) 모두에서 선정한 ‘2016년 Top 100 리스트’에 모두 92점으로 각각 32위와 97위에 랭크됐다. 플라멩코 레이블을 기억하자. Price 9만 원대




인트린직, 레드 블렌드

Intrinsic, Red Blend




정말 특이한 조합이다. 말벡과 까베르네 프랑이라니~! 둘 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온 품종이니, 동향 출신으로 기본적인 궁합은 맞겠지만, 그 비율이 각각 반반씩 사용했으니, 블렌딩에서 융합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와인메이커 후안 뮈뇨즈 오카의 재능이 돋보인다. 그가 찾아낸 비장의 양조 무기는 바로… “Swapping the Skins” 테크닉~! 까베르네 프랑은 말벡의 껍질 위에서 발효하고, 말벡은 까베르네 프랑의 껍질과 함께 발효한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블렌딩이 이뤄지며, 이는 와인 원액의 블렌딩보다 더욱 멋진 결과를 냈다. 물론, 이 집의 전매특허인 9개월 초장기 침용 기법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오크통 숙성에서는 ‘세련미’를, 껍질 장기 침용 숙성에서는 ‘원시성’을 그리고 시멘트조 숙성분에서는 ‘미네랄 톤’을 얻게 된 것이다. 복잡하고도 놀라운 양조법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레드 블렌드는 말벡의 특징적인 자두와 블루베리 풍미가 가득하고, 커런트와 후추, 고추, 먼지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뒤이어 모카 커피향과 스모크, 다크 초콜릿 풍미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드러운 산미와 매끈한 타닌감, 볼록한 살집이 미디엄 바디 근육 속에 담겨져 있는 매혹적인 입맛이다. 로버트 파커 사이트에서는 89점을 줬고, 제임스 서클링 사이트에서는 93점을 받았다. 시애틀 타임즈지의 앤디 퍼듀(Andy Purdue)는 “샤또 생미셸 이스테이트사가 새로운 와인을 선보였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이다.”라는 감흥을 전했다고 한다. 품질 대비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 와인의 레이블을 한번 본 사람은 꿈속에서까지 기억할 것이고, 가격 또한 매우 매력적이어서 2021년 한국 시장의 돌풍이 예상된다. 꿈에서라도 코로나 공포를 잊고 새해맞이 멋진 춤을 춰 보자. 빨간 춤을~! Price 9만 원대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미식인문학 교수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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