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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 팔라쪼 델라 또레

Allegrini, Amarone Valpolicella & Palazzo della Torre


유럽의 지붕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는 맑고 깨끗한 호수가 많다. 그 중에서 압권은 아름다운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다. 둘레가 150km에 달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멋진 풍광과 자연의 위안을 선사한다. 이탈리아의 북단에 위치한 이곳까지 오면 꼭 들르는 와인 산지가 있으니, 바로  발폴리첼라 (Valpolicella)다. 발폴리첼라는 베로나 시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몬티 레씨니(Monti Lessini) 구릉지대를 일컫는 역사적 명칭이다. 그 이름은 라틴어의 ‘Vallis-Polis-Cellae(많은 셀러가 위치한 골짜기)’에서 유래됐단다. 그만큼 좋은 와인으로 유명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다.
발폴리첼라 지역의 주력 포도 품종은 꼬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그리고 몰리나라(Molinara)다. 이탈리아는 산죠베제와 네비올로 등의 품종이 세계적 차원에서 알려져 있지만, 진정한 와인 애호가라면 대중적이고 개성 있는 제 3의 대안으로서 꼬르비나 등 이 지역 토착 품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발폴리첼라 지역에서는 이들 적포도 품종으로부터 6가지의 매우 다채로운 와인 상품을 만들어낸다. 라이트 바디의 기본 발폴리첼라 DOC 와인과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Valpolicella Superiore), 미디엄 바디의 발폴리첼라 클라시꼬(Valpolicella classico), 풀바디의 드라이한 아마로네(Amarone della Valpolicella DOCG)와 스위트한 레쵸또(Recioto della Valpolicella DOCG),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로네의 풍미를 지닌 이중 발효 와인 리빠소(Valpolicella Ripasso)가 있다.


발폴리첼라 와인의 세계적 전령사, 알레그리니

2000년대 초반, 필자가 와인 교육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하던 초창기 시절, 한 와인 디너에 참석한 기억이 있다. 6월 따뜻한 저녁에 호텔의 야외 마당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한 와이너리의 와인을 중심으로 디너가 준비됐다. 오너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는데, 빨간색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하객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한 쪽 구석의 야외 오픈 키친에서는 현지에서 온 이탈리안 셰프가 분주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와인 산업의 초창기인 당시에는 매우 진귀한 풍경이었고, 더구나 초짜 와인 강사인 나에게는 이 모든 장면이 신기하고 멋졌다. 그래서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 양조장 이름은 바로 알레그리니였다.



알레그리니 사(社)는 이탈리아 베네또 주의 발폴리첼라 와인 생산 지역의 작은 마을인 푸마네(Fumane)에 자리 잡고 있으며, 16세기부터 이 지역의 와인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와인을 생산해 왔다. 알레그리니 가문은 당시부터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17세기 초반의 경제 조사에 의하면, 이 가문이 이미 지역의 유력한 유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와 알레그리니 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지오바니 알레그리니(Giovanni Allegrini)가 있었다. 12살의 나이에 가족 사업에 뛰어든 그는 당시까지의 포도 재배법과 양조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행을 탈피, 포도의 선별을 통한 양조 과학을 적용해, 1960~1970년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와인의 혁신을 가져온 인물이었다. 이 위대한 발폴리첼라 명인은 1983년 안타깝게도 갑작스레 타계했지만, 그의 유업은 자녀들인 마릴리사(Marilisa)와 프랑꼬(Franco) 그리고 실비아(Silvia) 남매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오늘날 알레그리니 사는 100ha에 달하는 광대한 자사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레이블에 ‘Allegrini®’로 찍혀져 있는 브랜드 와인은 자사 소유 포도밭에서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생산되는 와인들이다. 그리고 1989년부터는 ‘Corte Giara®’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 주변 지역에서 포도를 계약 구입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자사 메인 브랜드와 네고시앙 브랜드를 동시에 구분 소유해, 품질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됐다.




알레그리니 사는 1979년 지역 최초로 귀요(Guyot) 가지치기 법을 도입했으며, 1979년에는 지역 최초의 단일 포도밭 와인인 ‘Palazzo della Torre’, 1983년에는 100% 꼬르비나 품종 와인의 아이콘 라 뽀야(La Poja) 와인을 생산했다. 또한 1990년에는 새로운 기법의 리빠소 기법을 고안해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양면에서 지역 와인 산업의 신기원을 이뤘다. 이 모든 공로를 인정받은 알레그리니 사는 이탈리아의 세계적 와인 평가기관인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로부터 ‘올해의 와이너리(Winery of the Year 2016)’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으며, 31차례에 걸쳐 ‘3 Bicchieri’ 와인을 배출한 베네또 지역 최고의 명가 중 하나다.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꼬(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흔히 이탈리아 와인의 3대 명품이라면, 피에몬테의 바롤로와 토스카나의 브루넬로 그리고 베네또의 아마로네를 꼽는다. 아마로네는 지역 최고의 와인 타입으로,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지역의 포도를 수확해 3~4개월 말린다. 전통적으로는 기와지붕의 다락방 공간에 선반을 마련하고 널려 말렸는데, 알레그리니 사의 아마로네용 포도는 1998년 완공된 현대식 최신 시설에서 건조된다. 건조돼 오그라든 ‘빠씨또 Passito’ 포도를 끝까지 완전 발효시켜, 높은 알코올 도수와 감미로운 풍미를 지닌 풀바디 드라이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아마로네다.
시음한 2011년 알레그리니 아마로네는 짙고 선명한 흑적색 칼라가 주는 심원한 깊이감이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줬다. 향에서는 블루베리 잼과 바닐라, 감초, 정향과 시나몬의 향신료 풍미가 농밀하게 전달되며, 시가와 송로버섯 등의 3차 향이 매우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고품격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가 15.5%vol로 매우 높지만, 실제 미감에서는 신선한 산미와 과일 풍미 그리고 매끈한 타닌감이 어우러져 우아하고 섬세한 기분을 선사한다. 강렬한 아마로네는 그야말로 겨울의 와인이다. 풍미가 진한 구운 고기나 수렵조 요리, 숙성된 치즈 등과 함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
가격 25만 원 대



라 그롤라(La Grola)

알레그리니 사의 중흥을 일으킨 위대한 죠반니 알레그리니의 가장 큰 업적은 Valpolicella DOC 내에 있는 라 그롤라(La Grola) 언덕에 위치한 한 포도밭을 구입해, 특별한 싱글 빈야드 와인(Cru Valpolicella)를 생산하고자 한 결정이었다. 이 구역은 낮은 기슭의 화산토에서 시작해 언덕 높은 곳까지 매우 다채로운 테루아를 표현하는 곳이다. 비록, 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 곳에 포도나무를 재식재하고 수확을 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유업은 세 자녀들에게 이어져 이 와인을 생산해 내려오고 있다. 라 그롤라 와인은 코르비나 90%에 소수 품종인 오셀레타(Oseleta)를 10%정도 블렌딩해, 독창성을 가미한 기념비적인 와인으로 평가된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6개월을 숙성시킨 이 와인은 지역의 테루아와 새로운 품종 배합 그리고 새로운 양조 방식이 매우 잘 어울리며 성공적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포도나무 간격을 좁게 하고, 그린 하베스트 등의 관리를 통해 나무 한 그루에서 생산되는 포도송이를 줄여서 농밀함과 집중도를 높였다. 짙은 루비색에 산딸기와 건자두, 주니퍼베리의 이국적 표현이 돋보이며, 깔끔한 토스트와 시가박스, 부드러운 커피 향이 잘 표현돼 있다. 강렬한 아마로네가 조금 부담스러울 때, 등심 스테이크나 고슬고슬한 언양 불고기 등과 함께 하면 멋진 신년 축하주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시음한 2012년 빈티지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꼬르비나 품종에 얽힌 화려한 신화적 그림이 그려져 있는 멋진 레이블을 자랑하는 와인으로서 콜렉션을 강력 추천할 만하다. 매년 바뀌니 매년 살 수 밖에...!
가격 12만 원 대



팔라쪼 델라 또레(Palazzo della Torre)

알레그리시 사의 또 다른 유명한 포도밭 이름에서 따 온 와인이다. 팔라쪼 델라 또레는 이 단일 밭의 점토질 토양에서 오는 견고함과 차분함이 있는 와인으로, 코르비나 70%, 론디넬라 25% 그리고 특이하게도 산지오베제 5%가 블렌딩된 이색적인 와인이다. 양조 방법이 매우 특이한데, 수확한 포도의 70% 정도는 정상 발효시켜 정상 와인을 만들고, 나머지 30% 정도는 12월까지 건조시킨 후, 이 주스를 이미 만들어 놓은 일반 와인에 넣어 함께 재발효 시킨다. 이른바 리빠소(Ripasso) 기법을 살짝 변형시켜 창조적으로 적용시켰으니, 알레그리니 사의 모험 정신은 끝이 없기도 하다. 산죠베제의 산미가 신기하게 드러나는 신선함과 함께 빠씨또 포도의 감미로운 풍미가 드리운 매우 매혹적인 농염한 와인이다. 흑사탕과 초콜릿의 단내음이 드라이한 미감과 함께 기묘하게 전달돼 오는 탐미적 와인이기도 하다. 터키 양고기 케밥이나 한우 채끝, 양 갈비구이 등이 저절로 당기는 마법 같은 와인이다.
가격 8만 원 대


구입정보 에노테카숍(02-3442-3305)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과정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nwine @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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