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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Bar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도멘느 뒤작, 모레 생 드니(Dujac, Morey-Saint-Denis)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이 언젠가부터 상투적으로 4월을 상징하는 문학적 표현이 되고 있다. 물론, 꽃가루와 황사로 비염 알레르기 환자들에게는 힘든 계절이 되고는 있지만, 3월의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5월의 이른 더위가 오기 전의 화사한 계절은 아니던가? 벚꽃비가 내리는 4월을 기다리며, 필자는 부르고뉴의 생동감 있는 레드와 화이트를 골라 봤다. 이탈리아 바롤로가 겨울의 와인이라면, 프랑스 부르고뉴의 피노와 샤르도네는 생기발랄하게 톡톡 튀는 새 봄의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은 대륙성 기후의 엄격함과 해양성 기후의 온화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후대로서 섬세한 특성의 레드와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만일, 부르고뉴의 레드 화이트 와인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이 우아함과 세련됨, 견실한 구조와 미묘한 떼루아의 터치였다면, 도멘느 뒤작의 와인은 이 분야의 백미다.




지성과 감성의 복합미, 도멘느 뒤작~!
파리에서 비스킷 공장을 운영하며 파인다이닝과 와인에 관심이 많았던 재력가 루이 쎄쓰 Louis Seysses는 런던의 은행에서 일하던 아들인 자끄를 불렀다. 자끄 역시 와인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의 미식과 와인 사랑은 미식가였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자끄는 와인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일깨워왔던 것이다. 그날 저녁, 두 부자는 부르고뉴 피노 한 병을 나누어 마시며 새로운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격적인 와인 사업을 시작하기 전, 자끄는 제라르 뽀텔(Gérard Potel)이 운영하는 저명한 농장 뿌쓰 도르(Domaine de la Pousse d’Or)에서 2년간의 양조 도제 수업을 받았다. 그 동안 쟈끄는 부르고뉴의 여러 저명한 생산자들과 대화하며 양조에 관한 지평을 넓혔다.

드디어 1967년 쎄쓰 부자는 와인 생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레 생 드니(Morey-Saint-Denis) 지역의 한 농장을 인수했고, 자끄의 이름을 따서, 도멘느 뒤작(Dujac) 으로 개칭했다. 그들이 인수한 도멘느 그라이으(Domaine Graillet) 농장은 다행스럽게도 Clos de la Roche, Clos St Denis, Gevrey Chambertin 1er Cru Combotte 등의 고급 밭을 고루 갖고 있어 다양한 와인 생산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농장을 인수하며 와인 생산을 시작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자끄는 오래되고 취약한 양조시설을 새롭게 돌봤다. 1969년에는 에셰죠(Echezeaux), 본 마르(Bonne-Mare)의 그랑크뤼 밭을 매입하며 와인의 품질 향상에 힘을 쏟았다.
1969년에 출시한 첫 빈티지는 수확한 해가 매우 좋은 빈티지로 아버지인 루이 쎄쓰는 파리 유명 레스토랑의 오너들을 농장에 초대해 와인을 선보이고 고객층을 늘려가며 빠르게 성장했다. 또한 1970년에 생산한 빈티지가 대 성공을 거두며 미국 시장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와인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빈티지의 행운도 따르며, 뒤작의 와인은 곧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4년 미식 잡지 Gault & Millau에 소개됐고, 호평과 아버지의 미식계 인맥을 통해 파리의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하게 됐다. 그는 자기의 와인이 갑자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1978년 늦깎이 공부를 통해 양조학자 자격을 받았다. 이로써, 매해 수확기에 디종 대학으로부터 인턴 교육생들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자끄는 전 세계로부터의 우수한 인력들과의 대화와 질의응답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적 방법인가?!



짧은 역사, 끊임없는 도전, 월드 스타 뒤작~!
창립자 쟈끄 쎄쓰의 와인은 부드러우며 잘 융화된 타닌과 함께 매우 우아하며 섬세하다. 뛰어난 균형미와 조화가 느껴지며 깊이와 복합미가 존재한다. 그는 자루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 통째로 양조한다. 그의 경험상, 색상의 부족 등 난점에도 불구하고 와인에 커다란 복합미를 준다고 믿고 있다. 아울러, 부르고뉴의 테루아에 대한 깊은 믿음의 결과, 기술적 개입을 최소화해 포도로 하여금 자연의 표현을 나타내도록 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현대적 양조법과 장비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에도 위대한 와인을 생산했다. 경험과 지식, 기술이 발달된 지금, 빈티지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안정적이라면,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 자끄의 와인 생산법을 보면 ‘매우 단순하며 비개입적 스타일(non interventionist)’ 인데, 이는 깊은 생각과 경험의 결과이며, 시대의 첨단을 걷는 것이기도 하다.
자끄 쎄쓰는 포도의 품질은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포도밭일은 와인 양조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도멘느 뒤작은 훌륭한 양조팀을 꾸리기 위한 능력이 있고 기술이 있다. 그들은 마을급 와인이든, 일급이든 특급이든 똑같은 노력으로 생산한다.
1986년부터 뒤작에서는 ‘통합 진단 관리(lutte intégr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포도재배 시스템은 오가닉, 바이오다이내믹 그리고 통합해충방제체계 IPM를 혼용한 것으로, 기후 조건과 포도나무 상태를 보면서 운용한다. 그 결과 최소한의 약제 살포로 유지 가능하며,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흙, 양분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포도나무를 볼 수 있다. 이제 포도나무는 최적의 조건에서 포도를 생산하며, 땅은 유기적 균형과 일체감을 회복한다. 땅의 일체성과 유기적 균형감을 느낄 수 있는 포도가 생산된 것이다.
양조 과정을 살펴보면, 도멘느 와인은 마을 단위 급에서는 5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하며, 일급 와인들은 75%, 특급 와인들은 95% 새 오크통을 사용해 14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포도밭은 석회 점토질 토양으로,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이다. 1968년부터 포도밭을 늘려 초기 5㏊에서 현재의 13㏊가 됐다. 총 9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생산량의 80%는 전 세계 18개국으로 수출된다. 한국에서도 뒤작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2000년에 아들 제레미와 자끄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뒤작 피스에뻬르(Dujac Fils et Père)’ 레이블로 네고시앙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쥬브레 샹베르탱(Gevrey-Chambertin), 모레 생 드니(Morey Saint-Denis),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마을에서 그들이 신뢰하는 재배 농부들과 계약을 맺었다. 포도 수확 때부터 뒤작의 팀이 투입돼, 뒤작 양조장의 셀러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포도 재배를 관리하고 양조를 동일한 도멘느 팀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뒤작의 네고시앙 와인은 부르고뉴 최고급에 속한다. 오크통은 50% 정도만 새 것을 사용하며, 여과 공정없이 병입한다.



도멘느 뒤작은 가족 회사로, 자끄의 부인인 로잘린이 생산의 80%를 점하는 해외 수출 시장을 담당한다. 장남 제레미와 그의 부인 다이아나(미국 데이비스 UC Davis 출신 양조학자)가 각각 양조와 셀러 관리를 담당한다. 제레미의 동생인 알렉(Alec)이 회사의 제반 관리를 담당한다. 1986년 모렝(Christophe Morin)이 포도밭 관리자로 들어와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으나, 2001년 사고로 사망하고, 그의 조수였던 릴리앙 호벵(Lilian Robin)이 뒤를 이었다. 모레 생 드니 마을에서 뿐만 아니라 전 부르고뉴 지방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성을 지닌 이 농장의 와인이 특유의 순수함과 개성을 유지하며 많은 애호가들의 기쁨의 원천이 되기를 소망한다.



도멘느 뒤작, 모레 생 드니, 레드(Dujac, Morey-Saint-Denis Rouge)

모레 생 드니~?! 어찌 보면 남성적인 쥬브레 샹베르땅과 여성적인 본 로마네 사이에, 화려한 끌로드부조와 사랑스런 샹볼 뮈지니 사이에 낀… 이름도 길어 발음하기도 힘든 그야말로 난처한 AOC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치 보르도의 뽀이약과 마르고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생 쥴리양이 행복한 대안이듯이, 부르고뉴 피노를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께 나는 주저 않고 모레 생 드니를 권한다.
싱그러운 과일 바구니를 끼고, 장미 꽃밭과 제비꽃 화단을 지나, 작은 숲속의 오솔길을 거쳐 맑은 샘물로 해갈할 수 있다. 제법 탄탄한 구조와 빳빳한 산미, 그리고 알코올의 뒷심까지 균형감 있게 마무리 해준다. 여기에, 뒤작은 35% 정도의 새 오크를 사용함으로써, 향긋한 바닐라 향을 살짝 추가해 주는 배려를 잊지 않았다. 갓 찧은 산딸기와 크랜베리 풍미 가득한 입맛과 우아한 이오니아식 구조감은 뒤작 피노의 전매특허이다. 참고로, 이 와인은 도멘느 뒤작에서 만드는 기본급이며, 가장 세간에 알려진 명품으로는 말꽁쏘르(Malconsorts) 일급크뤼와 끌로드라로슈(Clos de la Roche) 그랑크뤼 등이 있다.
가격 22만 원 대



도멘느 뒤작, 모레 생 드니, 화이트(Dujac, Morey-Saint-Denis Blanc)

부르고뉴 화이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샤블리요~! 라 할 것 이다. 조금 더 아는 이라면, ‘뫼르쏘’와 ‘몽하셰의 두 마을’을 자랑스럽게 답안지에 쓸 것이다. 그런데, 꼬드 드 뉘(Cote-de-Nuits) 지역의 화이트라면 다분히 생뚱맞을 듯~!
‘뉘’ 지역이 ‘본’ 지역에 비해 점토질이 보다 많이 분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단층 작용에 의해 라임스톤 토양이 비교적 표피 가까이 드러난 곳이 많은데, 이런 필지 곳곳에 의외로 샤르도네 품종이 심어져 있다. 여기서 생산된 화이트는 북쪽 샤블리에 날카로움과 남쪽 몽하셰나 뿌이이 퓌세의 넉넉함을 동시에 아우른다. 석회암의 미네랄은 뉘 화이트의 고급스런 산미를 잉태시켜 주고, 잡티없는 순수한 풍미를 피니시까지 이어간다. 싱그러운 복숭아와 노오란 자두의 이국적 풍취가 코에 닿을 무렵, 구수한 아몬드와 개암 향이 본격적인 출격을 준비하고, 매끈하고 깔끔한 프렌치 버터가(Nuits White DNA)를 확정한다.
뒤작은 이 화이트 와인을 위해 20%정도의 새 오크를 사용함으로써, 오크 황금 블렌딩의 묘미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오픈한 후 1시간이 지나면서 등장하는 천도복숭아와 망고의 열대적 표현도 매력적인 이 와인은 10~15년의 셀러링을 통해 매 순간 큰 만족을 줄 듯하다. 일식집의 두툼한 은대구 구이가 마구마구 생각나는 이 모레 생 드니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은 레어템 중의 레어템이다. 보이면 잡자~! 결제는 신용카드가 해결하겠지~!
가격 22만 원 대


구입정보 금양인터내셔날(02-2109-9233)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nwine @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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