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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금)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FÈLSINA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하늘길이 열리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일까?’ 하고 뜬금없이 생각해 봤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을 쳐다보니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쪽빛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포도밭과 올리브밭으로 뒤덮인 부드러운 구릉,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난 굽이굽이 길에 심어진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그 긴 몸짓으로 여행객을 부르는 곳, 토스카나~! 아.. 생각이 닿으면 미각도 당기는 법, 토스카나 와인 한 병을 열고 피자 한 판 시킨다~!



이탈리아의 ‘보르도’, 토스카나~!
감히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와인 지방을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비교했으니, 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찍혔다~! 그런데 이 비유, 나쁘지 않다. 중세 이후의 오랜 와인 생산 역사와 상업 전통, 가장 이탈리아적인 품종 ‘산죠베제(Sangiovese)’, 가장 상징적인 와인 이름 ‘끼안띠(Chianti)’와 ‘몬탈치노(Montalcino)’는 프랑스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 메독, 생테밀리옹 등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영어로 ‘터스카니(Tuscany)’로 알려진 토스카나 지방은 이탈리아 중서부 심장부에 위치한 전통적 고급 와인 산지다. 서쪽은 지중해, 동쪽은 아펜니노 산맥이 경계를 이룬다. 토스카나 지방의 2/3가 포도 재배에 최적인 배수와 채광에 좋은 경사지를 가진 구릉 지대다. 여름은 길고 덥고 건조해 잘 익은 농축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점점 뜨거워지는 지중해 태양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것은 고도(Altitude)뿐이기에, 전통적인 산죠베제는 해발 400~600m에서 재배한다. 나무를 높은 곳에 심을수록 포도는 천천히 익고 포도의 산도는 높아진다. 최근에는 서부 해안가에 저고도 포도밭이 조성되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샤르도네 등 외래 품종 와인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 끼안티 지역에도 전통 스타일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포도주 상인 길드가 결성된 13세기 후반 이래, 수백 개의 와인 회사가 토스카나 와인을 세계에 소개하고 있지만, 전통과 개성을 지키며 대중성과 명품성을 동시에 갖춘 생산자는 점점 드물어진다. 이 달에 필자가 찾은 끼안티 생산자는 이 둘의 아름다운 접목이 돋보이는 ‘펠시나(Fattoria di Fèlsina)’다. 


에트루리안 전통을 간직한 역사적 테루아, 펠시나
로마 제국 이전에 이미 토스카나의 구릉 지대에 거주하면서 고유의 문명을 이뤘던 에트루리아(Etruria)인들은 작물이 잘되는 이 지역 땅을 ‘펠쯔나(Felzna)’라고 불렀다는데, 이는 에트루리아 언어로 ‘비옥한 땅(Fertile Land)’을 의미했다. 이달의 주인공 펠시나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토스카나 공국의 공작령으로 소작농들이 올리브 나무를 경작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1966년 라벤나(Ravenna) 출신으로 선박 사업을 하던 도메니꼬 뽀지알리(Domenico Poggiali)는 끼안티 최남단 마을인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덴가(Castelnuovo Berardenga)의 한 영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는 바로 400여 ha에 달하는 영지를 구입했다. 사실 구입 당시 끼안티 와인에 대한 시각은 별로였다. ‘스파게티면 하고나 먹는 싸구려 와인’ 정도로 취급됐던 시절이었으니, 그의 투자는 모험이었던 셈이다. 허름한 석재 건물이었지만 에트루리아 스타일의 기품이 남아있는 고색창연한 농촌 건물들을 셀러로 개축하고, 주변에 포도밭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구입 당시 10ha도 안 됐던 밭은 수십 ha로 늘어났다. 현재 총 500여 ha의 영지 중에서 포도밭은 90ha다. 그런데 펠시나의 진정한 도약은 사위 ‘쥬세뻬 마쪼콜린(Giuseppe Mazzocolin)’을 맞이하고 부터다.


끼안티의 현자, 쥬세뻬 마쪼콜린
1970년대 설립자 도메니코의 딸인 프란체스카는 당시 베네또 대학 교수였던 쥬세뻬와 결혼했다. 쥬세뻬는 교단을 떠나 장인의 양조장에서 새롭게 와인 생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수확량을 대폭 줄였다. 유기 영농을 도입하고 산죠베제 나무의 순수성과 연륜을 키워갔다. 아울러 가능한 늦게 수확함으로써 포도의 완숙도를 높였다. 1983년부터 펠시나 농장은 가능한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생산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포도밭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다양하게 유지해 포도나무 질병을 예방하고 대항하고자 했다. 그는 또한 양조학자 프랑코 베르나베이(Franco Bernabei)의 조언을 청취, 11개 펠시나 포도밭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억센 나무들을 선정해 그 나무들로 포도밭을 재생시키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해당 포도밭 테루아에 맞는 최고의 산죠베제 순혈종을 보존하고 전승시켜 끼안티의 전통을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품종과 테루아의 긴밀한 호흡은 펠시나 와인의 핵심 가치가 됐다. 펠시나의 모든 밭은 2015년 유기영농으로의 전환을 마쳤고, 현재 부분적으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실행하고 있다. 펠시나의 와인들을 보면, 테루아와 역사, 문화가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 조화롭게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990년부터는 3대째인 ‘죠반니 뽀지알리(Giovanni Poggiali)’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펠시나 팀은 고도의 경륜과 신중함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단명할 시류에 영합하는 와인이 아닌 긴 호흡을 가진 순수한 와인, 우아하고 개성이 넘치는 와인을 만든다.



산죠베제, 산죠베제, 또 산죠베제
펠시나는 일찍이 1983년부터 산죠베제 품종 100% 와인에 집중하고 있다. 끼안티 블렌딩에서 청포도 품종을 버린지는 이미 오래고, 다른 토착 품종들도 블렌딩하지 않는다. 주변의 다른 생산자들과는 달리, 국제적인 품종들을 사용한 신시대적 변화에 곁눈 한번 주지 않고, 순수한 산죠베제 품종만으로 끼안티 와인을 생산해 왔다. 이 위대한 토스카나 품종에 대한 경외심으로 가장 좋은 포도밭의 가장 오래된 나무로부터 가지를 잘라 삽목해 포도밭을 재생산시키는 방법(Massale Selection)으로 그 유전적 가치를 전승시킨다. 품질이 우수한 토종 산죠베제의 순수성과 특성을 살리기 위해 포도밭 별로 그 안에서 번식을 유지해 나간다. 이 방법 사용하는 농장 몇 안 된다.


밭은 14개의 경작 구역(Poderi), 22개의 단일 포도밭으로 구성돼 있다. 각 포도밭은 해당 테루아 환경에 맞게 단일 포도밭별로 경작을 세분화시키고, 수확 후에도 별도로 양조함으로써 개별 포도밭에 고유한 특성과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높은 식재 밀도에 생산량을 낮은 수준으로 철저히 통제함으로써, 집중된 구조를 가지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구현할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펠시나 포도밭 산죠베제의 평균 수령은 주변 농장 대비 수준급이다. 일반급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 포도밭도 30년생은 족히 된다. 끼안티 리제르바급 2개 와인은 수령 50년 이상된 나무로부터 나온다. 펠시나의 이런 올드 바인 끼안티는 지역에서도 가장 숙성력이 좋은 편이며, 병안에서 10~15년 이상 숙성하며 진화 개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 결과, 우아하면서도 집중도 뛰어난 펠시나의 산죠베제 순혈종 와인은 전체 끼안띠 리제르바 와인들 중에서 최고 품질로 손꼽히며, 종종 그 복합미와 장기 숙성력에 있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에 필적한다. 21세기 들어, 펠시나 양조장에서 행해지는 끼안띠 와인 생산의 ‘혁신’들 중에는 토스카나의 옛 전통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는데, 이런 것들은 안타깝게도 인근의 다른 생산자들이 놓치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 가치가 돋보인다. 실제로 방문하면 양조장 건물들은 매우 수수하고 소박하고 전통 에트루리안 양식으로 매우 오래돼 보이고, 현대식 건물로 멋지게 지어진 최근의 여느 양조장 건물과 너무나도 달라 보인다. 양조장과 농장의 부속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작은 마을을 구성하는 듯 하다. 그리고 지하로 이 건물들이 모두 양조 시설로 연결돼 있는 것이 신기했다. 끼안티의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양조장, 펠시나를 특히 애정하는 이유다.




이 시스트리, 샤르도네

Chardonnay, ‘I Sistri’



Chianti & Classico DOCG는 레드 와인에만 해당되는 원산지 명칭이다.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에는 다른 명칭이 붙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포괄적인 Toscana IGT가 많이 사용된다. 더구나 이 와인은 외래 품종인 샤르도네로 만들어졌지 않은가?! 1980년대 초반 펠시나에서는 몬탈치노로 흐르는 옴브로네강(Ombrone) 상류에 위치한 뽀지올로(Poggiolo) 밭에 부르고뉴에서 수입한 샤르도네 클론을 심었다. 첫 빈티지는 1987년이다. 펠시나에서는 특이하게도 작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이 와인을 발효시켰다.


이듬해 3~4월까지는 효모 앙금과 함께(Sur Lies), 이후 앙금 없이 9월까지 추가 숙성시킨다. 와인 이름은 고대 이집트 신화의 풍요의 신 이시스(Isis)를 숭배할 때 쓰이던 악기 이름인 ‘시스트룸(Sistrum)’에서 유래한다. 레이블 바탕 디자인은 터키 양탄자의 화려한 아라베스크 무늬인 듯도 하고, 동방 비단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벽돌 색조라 좀 어둡게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집트 피라미드 고분벽을 열고 들어가면 마주칠 파라오의 화려한 황금 장신구가 와인의 속살이라 해석해 볼까? 아니나 다를까~! 와인은 영롱한 맑은 황금색에 밀짚 뉘앙스가 더해진 신비스런 색감이다.


신선한 복숭아와 살구, 바나나, 은은한 흰꽃향, 잔을 흔들면 오렌지, 자몽, 노란 자두의 싱그런 과일 향이 민트 향을 품으며, 보다 묵직한 토스트 삼나무 향 위에서 춤을 춘다. 신선한 버터와 캐슈넛, 목재 향이 미감의 풍미 기저를 이루는데, 바디는 의외로 가뿐하다. 농축미, 산도, 오크향, 모든 것이 강한데도, 놀라운 밸런스의 결과, 글라스 안에서는 마치 태풍의 눈처럼 평화롭다. 귀족적인 성향의 이 화이트는 파인다이닝 광어, 농어, 다금바리 등 생선 스테이크와 천상배필이다. 2만 8000병 생산되는 합리적인 가격의 명품 토스카나 화이트. 

Price 10만 원대



끼안티 꼴리 세네지, 파르네텔라

Chianti Colli Senesi, ‘Castello di Farnetella’



클라시코 구역을 제외한 방대한 Chianti DOCG 산지는 모두 7개의 하위 명칭으로 분류된다. 그 중 끼안티 루피나, 끼안티 꼴리 피오렌티니와 함께 3대 하위 명칭 구역에 속하는 곳이 끼안티 꼴리 세네지다. 전체 끼안티 중 최남단에 위치해 있어, 기후상으로도 북부에 비해 보다 덥고 일조량이 좋으며 건조한 날씨다. 토질로 본다면, 끼안티 클라시코는 돌이 많은 석회질인데 비해, 꼴리 세네지는 황토와 사토가 잘 조합돼 있다. 이러한 꼴리 세네지의 테루아로 인해 모든 면에서 보다 온화하며 부드러운 표현의 끼안티를 생산해내고 있다.


펠시나의 철학대로 이 와인도 산죠베제 100%다. 사실 낮은 등급의 끼안티 와인에서 산죠베제 100%를 추구한다는 것은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부담되는 일이다. 게다가 시고 쓰고 떫은 산죠베제만 100% 사용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까나이올로나 맘몰로, 칠리에지올로 등 보다 유순한 하급 토착 품종들을 블렌딩한다. 이 와인 레이블에는 펠시나 다른 와인들에 늘 따라 다니는 ‘Berardenga’라는 표현이 없다. 그 이유는 이 포도가 다른 농장 것이기 때문. 펠시나 회사는 꼴리 세네지 쪽에 멋진 성채가 있는 파르네텔라(Castello di Farnetella) 라는 자매 농장도 갖고 있는데, 펠시나 농장보다 약 30여 분 남쪽에 있다. 이 차이가 두 자매 회사의 동일 원산지 명칭 와인의 차이를 가져오겠다. 산뜻한 루비 칼라에 체리와 자두 향이 가득하고 향신료와 잎담배, 젖은 흙내음이 촉촉하다. 견조한 타닌과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산미, 미디움 보디의 아담한 몸매로 글라스 안에서 행복을 주니, 와인을 꺼내어 꼭 안아 주고 싶다. 앙증맞은 끼안티.

Price 4만 원대



끼안티 클라시코, 베라르덴가

Chianti Classico, ‘Berardenga’



이 와인 급부터가 본격 펠시나의 색채가 느껴지는 끼안티 클라시코다. 바라르덴가 농장의 산죠베제 포도 100%다. 해발 고도 350~420m에 토질은 자갈 돌과 백악질 해양퇴적토인 이회토, 사토, 황토가 주 성분으로 광물질이 풍부하고 자양분을 함유하면서도 배수가 좋다. 수확된 산죠베제는 발효와 15일간의 침용 기간을 거쳐, 슬라보니아 오크 캐스크에서 12개월 숙성시킨다. 펠시나 끼안티 스타일은 산죠베제의 짙은 베리향이 전통적인 토스카나 향신료 향과, 토양의 섬세한 미네랄 표현, 그리고 오크의 이국적 토스트 뉘앙스가 결합한 남방형 끼안티의 전형을 이룬다. 초기에 까칠한 타닌은 품질에 따라 수 년에서 십수 년 안에 부드럽게 녹아들며, 조화를 이룬다. 출시되자마자 신선한 맛에 즐길 수 있으며, 5년 정도의 인내심만 있다면 고급 끼안티 와인의 충분히 숙성된 고전미를 체험할 수 있다. 침을 돋우게 하는 우아한 산미와 매끄러운 타닌감, 13.5%vol 알코올의 멋진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끼안티 클라시코다. 음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 한, 어울리지 않을 음식이 없다. 특히, 2017년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역대급 클래식 끼안티로 칭송받고 있으니, 놓치지 말라.

Price 9만 원대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란치아

Chianti Classico Riserva, ‘Rancia’



펠시나의 리제르바는 두 개다. 하나는 베라르덴가 농장의 산죠베제밭의 최고 포도를 블렌딩한 ‘리제르바 베라르덴가’. 또 하나는 가장 북쪽 안쪽 구획에 위치한 란치아 싱글 빈야드 포로로 만든 ‘리제르바 란치아’다. 이 두 리제르바는 우열을 가릴 수 없고, 단지 지향점이 다를 뿐이다. 전자는 조화와 총합, 후자는 집중도와 개성을 강조한다. 약 6ha의 란치아 밭은 해발 400m 고도에 있는 남향 밭이며, 토질은 청회색 사암과 알베레제 석회토, 갈레스트로 이회토 조합이다. 펠시나에 고유한 마살레 셀렉션으로 포도밭을 재생하며, ha당 40~45hl의 포도를 수확해, 4만 5000병 정도 소량 생산한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과 중고통을 적절히 섞어 18개월 정도 숙성시키며, 병입 6개월 추가 안정기를 가져 출시된다. 짙은 갸닛 보석에 비친 루비 뉘앙스가 반짝이는 이 와인은 힘과 에너지가 넘치며, 풍부한 표현력과 놀라운 집중도를 보여 준다. 잔에 첫 코를 대는 순간의 다소곳함부터 마지막 방울을 삼키고 잔을 물릴 때까지 지속적으로 열리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긋한 블랙베리와 야생 체리, 들판의 먼지 내음과 볏짚단, 싱그런 민트향과 강인한 로즈마리, 후추와 감초, 다크 초콜릿, 타바코의 향연이 지나고, 첫 입맛의 높은 산미가 가라앉을 즈음에 깐깐한 타닌과 흙내음이 드러나며, 조밀한 질감은 입안 점막을 조여 주고, 다시 부드러운 알코올이 자극을 달래 주는 역할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미각을 긴장시킨다. 마시는 내내 한편의 투란도트 오페라 아리아를 경험할 것이다. 2016년 란치아는 풍부함이, 2017년 란치아는 신선함이 돋보이며, 모두 10~20년의 숙성력을 담보한다.

Price 19만 원대



폰탈로로

Toscana, ‘Fontalloro’




‘샘솟는 분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폰탈로로’는 끼안티 클라시코 영역과 꼴리 세네지 영역 양쪽의 포도밭을 모두 가진 펠시나 양조장의 궁극적인 표현을 대변하는 가장 상징적인 와인이다. 클라시코 쪽에 있는 밭 ‘Poggio al Sole’는 가장 높은 407m 고도에 있으며 자갈과 석회석 토질이다. 반면, 꼴리 세네지 쪽에 있는 밭 ‘Casalino’와 ‘Arcidossino’는 가장 낮은 330m 고도에 있으며, 해양 퇴적암층 위에 모래와 황토, 자갈이 좀 있다. 이 두 테루아의 융합이 폰탈로로다. 일반적으로는 최고의 와인, 웅장한 와인을 만들 때면 이름있는 영역인 끼아티 클라시코 밭의 포도만 사용하고, 이름값이 좀 떨어지는 꼴리 세네지 포도는 사용하지 않을텐데 이를 모두 포용한 펠시나 경영진의 철학에 감탄한다.


총 3개의 최고급 포도밭의 50년 수령 이상의 고목에서 생산된 포도다. 작은 프랑스 오크통에서 20여 개월 정도 각각 숙성시키다가, 병입 수개월 전에 탱크에서 블렌딩해 안정화시킨 후 병입한다. 연간 4만 병 정도 생산된다. 빛나는 루비색에 갸닛 뉘앙스를 가진 폰탈로로는 코에 닿는 첫 부케에서 벌써 복합미를 뿜어낸다. 블랙 체리, 블루베리, 야생 장미, 타르, 숲의 피톤치드와 나무껍질 이끼의 음습함, 백송로, 감초, 복은 원두와 오크 향이 층층이 재워져 있다. 입에서는 잘 익은 열매의 농축된 과육에서 뽑아낸 비단결같은 질감 속에 순수 산죠베제의 산미, 쫄깃한 조직, 우아하며 깊이감있는 고전적 맵시가 인상적이다. 이 모든 것을 담고도 알코올이 13.5%vol 이니, 마시기 “얼마나 편하게요~!”

Price 21만 원대



마에스트로 라로, 까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Maestro Raro’



두 개의 DOCG영역에 22개의 포도밭을 가진 펠시나 농장의 식재 품종은 약 80%가 산죠베제 품종이며, 까베르네 소비뇽 7%, 말바시아와 트레비아노가 5%, 샤르도네 3% 등이다. 1980년대 펠시나 농장은 실험적 프로그램으로서 비전통적 품종을 가꾸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포도밭들에 심어서 조금씩 실험 양조를 한 결과,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1987년 첫 빈티지 출시 이래, 현재는 란치아 싱글빈야드 바로 옆에 있는 ‘Rancia Piccolo’ 밭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사용한다. 면적은 이름처럼 작은 0.54ha 정도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과 중고통을 적절히 섞어 18개월 정도 숙성시키며, 병입후 8개월 추가 안정기를 거쳐 출시된다. 색상은 이전 산죠베제 와인들에 비해 아주 검고 진한 암적색이다. 향에서는 단연 블랙커런트향이 압도적이며, 다크 체리와 건자두향이 풍부하게 올라오고, 후추와 정향, 계피 등 향신료향, 민트와 로즈마리, 올리브, 건초 등 신선한 향들이 특징적이다. 마지막에는 가죽향과 타르 풍미가 살짝 복합미를 더하며, 이국 땅에서 자란 카베르네의 DNA를 더한다. 타닌의 농축도는 강력하나 산미는 산죠베제에 비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14%vol 의 알코올의 힘도 충만해 펠시나 와인 중에서는 가장 풀바디의 와인이다. 이름을 ‘마에스트로 라로’라고 멋드러지게 지은 이유가 있다. 위대한 이탈리아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교향곡을 들으며 마실만하다.

Price 20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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