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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Chalone Vineyard


르네상스 최고의 화가 중의 하나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 중에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 있다.
지중해 에게해의 물거품 속에서 탄생한 비너스를 서풍의 신이 바람을 불어 육지로 밀어주는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다.


르네상스 강의를 준비하다가 요즘 날씨가 하도 더워서 “누가 저렇게 바람을 불어주면 시원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득 한 와인 산지가 떠올랐다. 한 여름, 몹시도 뜨겁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에도 태평양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포도밭을 식혀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중부 해안에 위치한 ‘몬터레이(Monterey)’ 카운티다. 이 지역의 와인이면서 7월의 더위와 정면으로 맞설 와인을 고르려다보니 근방 가빌란 산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이달의 와이너리를 찾았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숨은 진주, 샬론 빈야드
해발 550m 외딴 산속에 격리돼 있고 숭배받는 와인 생산지, 샬론 AVA~! 이곳은 9700ha의 놀라운 경관의 야생의 대지 ‘피나클 국립공원(Pinnacles National Park)’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 야생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곳, 고대 화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바위 투성이의 기복이 심한 지형은 이달의 주인공 ‘샬론 빈야드(Chalone Vineyard)’의 극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바다 속에서 형성됐던 거대한 석회석 암반이 선사 시대의 화산 활동으로 융기해 육지로 솟아 올라왔다. 화강암의 노출부는 풍화돼, 풍부한 석회석 토양 위에 화강암 풍화토가 붉게 덮였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흙과 유사한 이런 형태의 토양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매우 드물기에, 서늘한 고산 기후와 석회암반 기저의 바위투성이 지형으로 샬론의 테루아 자체가 하나의 AVA로 선정되는 특별한 혜택을 갖게 됐고, 샬론 빈야드는 매우 고유한 특성을 가진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수제 와인의 상징이 됐다. AVA는 동일한 지리적 자연적 조건을 공유한 재배구역을 지정한  미국공인포도재배지역 단위다.


샬론 빈야드는 몬터레이 카운티에서 가장 오래된 면허 양조장이다. 그리고 현재 샬론 AVA 구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양조장이다. 마치 로마네 꽁띠(Romanee-Conti)나 샤또 그리예(Chateau Grillet)처럼 한 원산지 명칭에 한 회사만 있는 것이다. 이 농장은 가빌란(Gavilan Mountains) 산맥 최고봉인 샬론봉(Chalone Peak) 북사면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고도 550m의 평화로운 적막 속에서 저 아랫 쪽에 넓게 펼쳐진 살리나스 밸리를 내려보고 있다. 양조장 이름 ‘Chalone’은 최고봉인 샬론 봉 이름에서 따왔는데, ‘샬론’이라는 이름은 본래 샌프란시스코와 몬터레이 해안가 지역에 거주하던 토착 미대륙 원주민 종족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지역 최초의 포도 재배가 시작된 것은 20세기 초 무렵이다. 당시 샤를르 탐(Charles Tamm)이라고 불리는 프랑스인이 미국에 이민 온 자유 정착민으로서 자기 고향인 프랑스 부르고뉴와 비슷한 토양을 찾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배회하고 다니다 우연히 현재 샬론 양조장이 있는 땅을 발견했다. 그는 1919년 이곳에 슈냉 블랑(Chanin Blanc) 포도를 처음 심었는데, 금주법 시행 기간 동안에는 미사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에 판매, 긴 시간을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와인을 생산해 내는 유서 깊은 밭이 됐다.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포도밭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구 ‘포도 고목 협회(Historic Vineyard Society)’에서는 100년 역사를 가진 이 밭을 ‘역사적 포도밭(Historic Vineyard)’으로 선정했다. 1946년에는 또 다른 주인 윌 실비어(Will Silvear)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피노블랑 등을 심어, 현재 ‘하부밭(The Lower Vineyard)’으로 불리는 구획이 마련됐다. 그는 주변의 웬티(Wente), 볼리유(Beaulieu) 등의 양조장에까지 포도를 팔았다. 1960년 드디어 샬론 상표를 단 첫 와인이 또 다른 주인 필립 토그니(Philip Togni)에 의해 생산됐다.



샬론의 전설, 딕 그라프


이제 드디어 그 유명한 딕 그라프(Dick Graff, 본명 Richard Graff, 1937~1998)가 등장한다. 1937년에 태어난 그라프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인 댄빌에서 자랐다. 그의 첫 번째 열정은 음악이었고, 하버드에서 예술 학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에 있는 동안 그는 지역 보스턴 영화관의 극장 오르간 전체를 복원하기도 했다. 해군 OCS에 근무한 후, 태평양 구축함에서 근무하며 포병 장교로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1964년 해군 장교 생활에서 갓 제대한 딕은 직업을 찾던 중에 윈저 빈야드(Windsor Vineyard)라는 양조장에서 생산한 와인을 맛보게 됐다. 그는 바로 이 와인에 넋을 잃었고, 곧바로 양조장을 방문하고는 원료 포도를 생산한 샬론 밭을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1965년 딕은 와인 양조를 배우기 위해 데이비스 대학에 진학, 어머니 에스텔(Estelle)과 함께 샬론 농장을 매입했다. 1966년 샬론 상표로 딕 그라프의 첫 와인이 출시됐다.


와인 양조를 거의 혼자서 해결한 딕은 화이트 와인의 유산 발효 기술과 오크 배럴 발효 및 숙성법을 캘리포니아 양조가들에게 전수한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 부르고뉴산 오크통을 미국에 수입했던 첫 주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라프는 “포도 수확에서부터 양조를 거쳐 병입에 이르는 동안 최소한의 개입 만을 요하는 전통적 기법을 고집한다.”고 말해왔다. 그렇게 1970년까지 딕은 포도밭을 새로 만들어 넓혀갔다. 1971년에는 회계법인에 근무했던 와인 애호가 필 우드워드(Phil Woodward)가 합류했다. 딕은 와인을 만들고, 필은 회사의 재무와 홍보를 담당했다. 이렇게 해서 1972년 오늘날의 샬론 와인 그룹의 전신이 탄생하게 됐다.


1973년에는 기존 양조장(양계장 건물) 위쪽에 새 건물을 짓고 이전했다. 그 사이 딕의 형제 존(John)과 피터(Peter)가 와인 메이커로서 합류했다. 신생 회사가 발전 도상에 있을 때, 1976년, 이 회사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사건이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 일어났다. 그가 만든 1974년 빈티지의 샬론 샤르도네 와인이 프랑스 최고급 와인들과 경쟁한 화이트와인 부문에서 3위를 한 것이다(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뒷장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딕에게는 잭팟이 터진 것이었다. 이후, 그라프는 친한 친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함께 ‘미국 와인 & 식품 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Wine&Food(AIWF)’를 설립하는데 공헌을 했고, 1998년 서거했다.



강한 생명력으로 고립된 산지 정상에 우뚝서다
1919년 프랑스인 샤를르 땅이 첫 포도나무를 심은 이래 60여 년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이 땅의 운명은 가빌란 산맥만큼이나 거칠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양조장이라, 1980년대까지 상황은 여전히 열악했다. 전력도 없이 그야말로 개척지의 삶이었다. 전기도 전화도 상수도도 연결되지 못했다. 유일한 통신 수단은 픽업 트럭 중 한 대에 있는 무선 전화였고, 자가 발전기로 전력을 생산했다. 물은 저지대에서 한 번에 3000gal을 실어 날라야 했다. 1984년 피노누아 와인을 저장하기 위한 지하 셀러를 구축했고, 1986년 회사는 자체 전력선을 구축하고, 양조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8마일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20세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회사는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농장의 테루아에 맞는 대목과 클론을 연구해 새로 심었으며, 포도나무 지줏대와 인도선들도 재설치했다. 그리고 이 시기 처음으로 시라 품종도 심었다. 현재, 샬론 빈야드 농장의 규모는 400ha에 달하며, 그중 100ha 정도가 포도밭이다. 비록 회사는 커졌으나, 와인 양조 기술과 포도 재배 경륜 그리고 특별한 테루아는 변치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2004년에 디아지오(Diageo)는 이 회사를 2억 6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샬론 빈야드, Foley Family Wines 그룹의 일원이 되다



세계적인 음료 대기업 디아지오가 와인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샬론 빈야드는 2016년 빌 폴리(Bill Foley, Foley Family Wines 회장)가 매입하게 된다. 빌 회장은 구입 배경으로 샬론 빈야드가 매해 일관된 고품질을 유지한다는 것과 고유한 역사적 이력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샬론 빈야드는 ‘1976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화이트와인 부문 3위에 입상했었다. 2016년은,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 4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니 회사로서도 새 주인을 맞이하며 더욱 뜻깊은 해라고 하겠다. 빌 회장은 디아지오가 이러한 샬론의 역사적 가치와 브랜드를 홍보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고 평가했다. 빌은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그룹의 양조장마다 각 양조장에 고유한 특별한 의미를 찾고 부여하고자 하는데, 샬론 빈야드의 경우, 회심의 ‘한방(그의 표현을 빌면 “That’s my strike zone”)’에 해당하겠다.


빌 폴리는 미국 최대의 타이틀 보험회사인 ‘피델리티 내셔널 파이낸셜(FNF)’의 이사회 의장과 ‘피델리티 내셔널 정보 서비스(FIS)’의 부회장으로, 미국 금융계의 중요 인물이다. 또한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서, MBA 학위, 워싱턴대학교 법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부인 캐롤 존슨 폴리와 함께 여러 사회 사업 활동에도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야심차고 활기찬 커리어의 활동 배경을 가지고 빌은 1996년 이후 와인 분야로 사업을 확장, 미 서부 해안과 뉴질랜드에서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초크힐(Chalk Hill), 파이어스톤(Firestone), 쿨레토(Kuleto), 린코트(Lincourt), 메루스(Merus), 세바스티아니(Sebastiani)와 워싱턴주의 쓰리리버(Three Rivers) 와인너리, 오리건 주에서는 더 포 그레이스(The Four Graces)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뉴질랜드에서도 바바서(Vavasour), 클리포드베이(Clifford Bay), 마틴버러 빈야드(Martinborough Vineyard)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필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청난 큰 손이었다~! 그의 막내딸 코트니 폴리(Courtney Foley)는 소노마 밸리의 그룹 소속 양조장 초크 힐 와이너리에서 수석 와인메이커로 근무하며, 회사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샬론의 와인메이커는 지아니 아바테(Gianni Abate)다.


웅장하고도 거친 자연의 한가운데 있는 이 고산 지대 와이너리에는 지금도 많은 와인 애호가들과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 양조장의 샤르도네를 마시며 40여 년 전 역사적 사건을 체험하고 광활하게 펼쳐진 살리나스 밸리 평야를 내려다보는 체험은 분명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산 정상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노을 빛깔만큼이나 붉은 피노 누아를 한잔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담소하는 즐거움을 누려 보길 권한다.



The Judgement of Paris 파리의 심판



프랑스 파리에서 와인숍과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자사 사업을 홍보할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벤트를 늘 선보이곤 했다. 1976년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찾던 중, 마침 직원이었던 패스리샤 갤러허(Patricia Gallagher)가 미국인이었는데, 1976년은 미국 독립 200주년이 되는 해이니 이를 기념할 겸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시음하는 이벤트를 개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게 된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스퍼리에는 직접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6개의 레드와인과 6개의 화이트와인을 골라왔다.


그런데, 이 캘리포니아 와인을 그냥 테이스팅한다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이 굉장한 선입견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스퍼리어는 막판에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들과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해 프랑스 최고의 와인 권위자 9명을 초청해 파리 중심가의 유명한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스퍼리어와 갤러허 포함 총 11명의 심판관이 평가를 한 결과는 놀랍게도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모두에서 무명의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이벤트는 그냥 묻혀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날 유일하게 참석한 미국 타임(TIME)지 파리 특파원이었던 조지 테버(George Taber) 기자가 특종으로 대서특필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그 후 유명해진 테버는 그날의 체험과 세계 와인 산업의 변화하는 역동성에 대한 그의 식견을 첨가해 단행본을 출간했고, 필자는 그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영광을 갖게 됐다.


1976년 파리 테이스팅 이전에는 프랑스가 와인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리의 심판 사건 이후로, 이러한 왕좌 구도가 깨지고, ‘와인 세계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제 사람들은 프랑스 이외의 장소에서도 고급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흥 와인 생산 국가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자연 환경(Terroir) 못지 않게 기술의 선진화와 꾸준한 노력으로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러면, 당시의 화이트와인 순위 리스트를 보자. 1위는 미국의 ‘Chateau Montelena 1973’이 차지했으며, 2위를 프랑스의 ‘Roulot, Meursault Charmes 1973’가 차지 했는데, 3위가 바로 이달의 와인인 ‘Chalone Vineyard 1974’였다. 1974년에 생산된 4137병 중 17번째 병이었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놀라운 결과인데, 2차 테이스팅 결과가 더 눈길을 끈다. 파리 테이스팅의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하던 일부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와인에 비해 프랑스 와인은 숙성이 돼야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20개월 후인 1978년 1월 11일, 같은 와인, 같은 빈티지, 같은 심사단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대결했다. 그런데 2차도 이변없이 미국 와인의 승리로 끝났는데, 1위가 바뀌었다. 바로 샬론 빈야드가 1위로 올라섰다~! 브라보~!



샬론 빈야드, 샤르도네

Chardonnay, Estate Grown, Heritage Vines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는 뜨거운 기후와 양조 방식 때문에 누구나 바로 식별할 수 있는 테이스팅 노트가 있다. 색은 아주 진한 편이며, 향은 코코넛, 버터향, 카라멜 팝콘향이 진하다. 입에서는 묵직한 바디감과 높은 알코올, 감미로운 미감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웬만한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며, 반 병조차 마시기 부담스럽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르도네 와인과 대별된다. 반면, 부르고뉴 풍의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가지고 만든 와인은 보다 가볍고 싱그러우며 산미가 높기 때문에 음식과 잘 어울리고 마시기 아주 편하다. ‘1976년 파리 테이스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두 화이트와인,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와 샬론 빈야드의 샤르도네 와인은 생산자가 처음부터 부르고뉴 스타일로 만들고자 했던 와인들이어서, 프랑스 심사위원들에게도 많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높은 점수를 받았던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본 ‘에스테이트’ 샤르도네는 주로 1976년 이전에 식재된 나무로부터 수확된 포도를 사용했다. 프랑스 오크 배럴에 10개월 숙성시켰는데, 약 2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14.1%vol이며, 생산량은 약 2만 4000병 정도로 소량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 샤르도네는 밝게 빛나는 황금색에 황록색 뉘앙스가 선명한 어린 와인으로서, 첫 향은 상큼한 레몬향과 신선한 오렌지, 은은한 하얀 꽃향기가 잘 조화를 이루는 깨끗한 향의 특질을 가졌다. 이어서 신선한 버터와 토스트, 바닐라로 이어지며 오크 뉘앙스가 가미된 부케를 표출한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유동성을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서 산뜻한 산미와 키위 풍미,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의 행복한 감미가 미감의 균형을 이뤘다. 깔끔한 미네랄 터치와 흰 후추로 대표되는 향신료, 토스트 향이 중간 노트를 형성하며, 마지막 삼킬 무렵에 다시 산미가 회복, 레몬 껍질의 청량한 피니시를 보이며 사라져간다. 1976년에 3위를 했던 샤르도네가 20개월 후에는 1위를 차지했으니, 나도 이 와인을 구입해 2년 정도 숙성시킨 후에 다시 시음해 봐야겠다. 함께 먹을 음식으로는 대게나 랍스터, 킹크랩 등 향기로운 살을 가진 갑각류가 가장 잘 어울리겠고, 구운 생선 스테이크와도 멋진 궁합을 보인다.

Price 13만 원대



샬론 빈야드, 피노 누아

Pinot Noir, Estate Grown, Heritage Vines



샬론 빈야드 포도원은 미국에서는 매우 드물게 석회석 기반의 토질에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표면을 보면 석회질 돌덩이와 척박한 붉은 토양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대 화산의 현무암이 풍화돼 형성된 것으로, 이것이 샬론 와인의 미네랄 특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틀 디자인도 매우 고유하며 특별하다. 샤르도네 와인은 겨자색 캡슐, 피노 누아는 팥죽색 캡슐 색상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명확히 구별시켰고, 병은 육중한 버건디 ‘소믈리에(Sommelier)’ 보틀을 사용함으로써, 와인의 구조감과 역사적 상징성을 부각시켜준다. 레이블에는 바위투성이의 험준하고 척박한 가빌란 산맥의 라인이 검정색 실루엣으로 저변을 장식한다. 윗부분에는 ‘Heritage Vines’라고 써있는데, 이는 샬론 빈야드가 몬테레이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그들이 Chalone AVA 지구에 심은 오래된 포도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이며, 이 포도가 성숙돼 더욱 좋은 복합미를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는 주로 1946년에 식재된 고목으로부터 얻은 포도며, 1/4 가량은 1972년에 재식재된 나무의 포도다. 프랑스 오크 배럴에 12개월 숙성시켰는데, 약 3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했다. 알코올 도수는 14.2%vol이며, 약 5만 6000병 정도 생산됐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피노 누아는 야생 산딸기와 딸기, 레드커런트와 장미 꽃잎 향과 프로방스 허브향 부케가 클래식한 고급 피노의 DNA를 전해 준다. 여기에 은은한 바닐라와 개암, 삼나무 향이 향긋한 부케를 더하며 복합미를 완성하고 있다. 입에서는 가볍고 연하지만 찰진 조직감과 매끄러운 타닌 질감이 세련된 양조 기술을 대변하며, 담백한 미네랄과 적절한 산미, 힘찬 알코올의 균형감이 잘 결속돼 있다. 최후에 등장하는 잘 익은 딸기의 감미로운 풍미는 2017년 기후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샤르도네에 관심을 집중하고 시음했는데, 의외로 피노 누아의 품질에 놀랐다. 아마도 해발 550m의 고지대 기후와 붉은 점토질의 테루아가 피노에게 좋은 결과를 입혀준 듯하다. 5년 정도의 병 숙성 후에 다시 만나보고 싶은 와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피노는 가릴 음식이 없다.

Price 13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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