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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월)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비솔 Bisol


단풍이 짙게 물들었다. 온 산이 타는 듯하다. 우리나라 단풍도 멋있지만, 수년 전 이맘때 다녀온, 이탈리아 돌로미티(Dolomiti)산맥의 단풍이 생각난다. ‘작은 알프스’라고 부르는 돌로미티와 그 주변 산과 구릉지대에서 포도밭 풍경과 어울린 단풍은 또 다른 이국적 느낌을 선사했다. 그 때 그곳에서 단풍을 보며 마신 와인이 ‘프로세코(Prosecco)’라고 하는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그래서 이 달의 와인은 프로세코의 명가를 초대해봤다. 추운 겨울이 들이 닥치기 전, 부드러운 풍미의 스파클링으로 동장군으로 맞이해 보려는 나의 선택이기도 하다.


베네또 산골의 스파클링, 프로세코
이탈리아는 한반도처럼 길쭉한 반도인데, 지형도를 보면 국토 전역에 높은 산악지대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활발한 산괴가 그 유명한 알프스로, 알프스의 위용이 다소 완만해지는 산자락 그림같은 풍광 속에 아기자기한 포도밭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 달 주제인 프로세코 와인은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또 지방 북부 지역의 산골 산악 지형에서 생산된다. 해발 300m의 구릉에는 햇볕이 비스듬히 포도밭을 비추고, 일조량은 좋으나 기온이 서늘해 당도와 산도가 균형을 맞춘 포도가 생산되니, 잘 익은 과일 향과 높은 산도를 가진 포도는 스파클링 생산에 더없이 좋다. 주력 품종은 글레라(Glera)라고 부르는 품종이며, 향긋한 서양배와 싱그러운 청사과 향, 레몬 향 등이 특징적이다. 이런 해맑은 향을 살리기 위해, 탱크 발효 방식인 샤르마 방식으로 2차 발효를 진행하며, 오크통 숙성은 하지 않은 것이 기본이다. 프랑스 샹파뉴와는 다른 방식이다.



프로세코는 가볍고 부드러워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와 마셔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탈리아 최대 면적 DOC 중 하나로서, 베네또(Veneto)주의 대부분과 프리울리(Friuli–Venezia Giulia)주 전역에서 생산된다. 단일 타입, 단일 스타일 와인으로서는 이탈리아에서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프로세코 스파클링을 아직 못 마셔 봤다면, 이탈리아 와인을 모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프로세코 생산의 가장 핵심에 있는 생산자가 바로 비솔(Busol)인데, 다행스럽게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으니, 올 가을이 가기 전에 마셔 보기를 권한다.  


프로세코의 선구자, 비솔 Bisol
여기 놀랄만한 숫자가 있다. 5세기에 걸친 21대의 헌신~!! 1542년의 한 문서에 이 가문이 포도 재배를 했던 기록이 보이니 그 역사가 대단하다. 물론, 본격 와인 생산은 엘리제오 비솔(Eliseo Bisol)이 양조장을 건립한 1875년부터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유럽의 큰 세력이었던 오스트리아 제국과 이탈리아의 국경선이었던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은 수차례 그 주인이 바뀌었고, 여러 전쟁의 피해를 많이 봤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엘리제오는 전란의 폐허 속에서 불굴의 노력으로 다시 농장을 일으켜 세웠다. 다시 터진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엘리제오의 아들인 데지데리오 비솔(Desiderio Bisol)이 부인과 함께 프로세코의 최대 생산지인 현재의 꼬넬리아노와 발도비아데네 지역을 돌아다니며 최고의 포도밭을 물색해 구입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성장하면서, 그의 아들들은 각자 전공 분야에 맞게 역할을 분담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해 나갔다. 안토니오(Antonio)는 관리를, 엘리제오(Eliseo)는 양조를, 아우렐리오(Aurelio)는 포도 재배를, 그리고 클라우디오(Claudio)는 마케팅 전반을 관리했다. 현재 비솔 와이너리는 21대 지안루까(Gianluca)와 데지데리오(Desiderio)가 경영과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비솔의 프로세코는 전 세계 스파클링 애호가들에게 프로세코의 기준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의 와인 평론가 휴 존슨은 ‘비솔 카르디제는 프로세코 혁명의 중요한 지표’라고 기록하며 ‘죽기 전에 꼭 마셔 봐야할 와인 1001’ 책자에 등록했다. 비솔의 위상이 대단하다.


고품격 프로세코를 만드는 비솔 기법 Bisol Technology
현재 비솔 농장은 프로세코 전역에 20여 개 필지로 나뉜 총 65㏊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그 중 50㏊는 DOC Prosecco 구역이며, 12㏊가 DOCG Prosecco Superiore 구역이다. 마지막 3㏊는 가장 고귀한 구역인 까르티제(Cartezze)에 있다. 비솔은 전통적인 샤르마 탱크 방식을 이용한 프로세코 생산과 더불어 병입 발효인 샹파뉴 방식을 이용한 스파클링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먼저, 샤르마 방식의 프로세코 생산법을 살펴보자. 9~10월에 걸쳐 수확된 글레라 포도는 8°C의 차가운 냉장 탱크에서 약 14시간 장도 안정 과정을 거친다. 이후 공기 튜브 압착기의 3단계에 걸친 부드러운 압착으로 얻어진 주스는 필터링 정제 과정을 거쳐 각 크뤼의 특성에 따라 4가지 다른 방법으로 양조된다. 예컨대, 오크통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앙금을 저어주며, 매일 통 갈이를 실시하는 15일간의 발효법,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정제과정 없이 지속적으로 저어주는 발효법,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3일마다 정제하며 점진적으로 온도를 낮추는 발효법, 그리고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일주일마다 정제하는 20여 일간의 발효법 등이 그 것이다. 알코올 발효 후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뀌베 블렌딩 과정이 이어지며, 여기서 비솔 프로세코 특유의 고유한 각인이 새겨지게 된다. 블렌딩이 완료된 베이스 와인은 12°C 의 압력 탱크에서 30여 일간의 2차 발효 과정으로 들어간다. 2차 발효가 끝나면, 필터링 정제 과정을 거친 후 -2°C에서 약 10일간 안정을 취한 후 최종 병입된다.



두 번째로, 비솔의 상파뉴 방식 스파클링 와인은 원료 품종부터 다르다. 삐노 비안코(Pinot Bianco), 삐노 네로(Pinot Nero) 그리고 샤르도네를 사용한다. 블렌딩된 뀌베는 14°C 온도의 지하 셀러에서 36개월 정도 2차 발효 및 숙성 기간을 가진다. 특이한 것은 일 년 마다 병을 한 번씩 강하게 흔들어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효모의 영향을 좀 더 각인시키려는 비솔 만의 비법인 듯하다.


2차 발효와 숙성이 완료된 스파클링 와인은 효모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리들링(Riddling) 랙에서 40여 일간의 병 돌림 공정을 가지며, 효모 잔해 분출(Degorgement) 공정 후에는 원하는 당도 스타일을 맞추는 도자주(Dosage) 공정을 거친다. 이 때 특이한 것은, 투입 설탕을 녹일 원액 베이스 와인을 오크통에서 발효한 베이스 원액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비솔 특유의 복합미를 창출하기 위한 고유 비법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으로, 비솔 프라이빗 ‘Bisol Private’ 시리즈는 마치 샹파뉴 크리스탈(Cristal)같은 이미지의 최고급 한정판 프로세코로서, 매우 희소가치가 높은 명품이다. 노조(Noso), 가르네이(Garnei), 까르티제(Cartizze), 렐리오(Relio) 총 4종이 있다. 각각 6000병 정도 생산되며, 근사한 크리스탈 투명 병에 담겨 있다. 후일, 이탈리아 현지 양조장을 방문하게 되면 꼭 구입해 둘 만 하다. 필자도 아직 못 마셔 봤다. 아쉬움은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4종의 프로세코로 우선 달래 본다.


수페리오레 디 ‘까르띠제’ Valdobbiadene Superiore di Cartizze



2만여 ㏊에 달하는 광대한 프로세코 생산지 중에서 0.5%에 해당하는 최고의 포도밭 산지가 바로 카르티제(Cartizze) 구릉지역이다. 프로세코의 그랑크뤼로 인정받는 포도밭으로, 세계의 스파클링 재배지 중 가장 값비싼 밭으로 알려져 있다. 북쪽의 산이 찬  바람을 막아주며, 정남향의 언덕 구릉에서 최대한 햇볕을 받는 위치다. 아드리아해로부터 불어오는 미풍도 병충해를 예방해주는 유익한 효과를 준다. 총 107ha의 카르티제 포도밭을 104개의 농가들이 나눠 가지고 있는데, 이 중 비솔은 가장 넓은 3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오래 전에 바다였기에 해양 퇴적물이 바위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고, 그 위에 점토 충적토가 있으며 모래가 최상부를 이룬다. 따라서 와인은 샤토의 향기로움과 점토의 힘, 석회암의 미네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그 희소성만큼이나 특별한 품질로 세계 여러 잡지와 평가기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7월에는 독일의 권위 있는 와인잡지 팔슈타프(Falstaff)로부터 94점으로 ‘the king of Prosecco’로 인정받으며 트로피를 수상했다. 



비솔의 까르티제는 해발 고도 300m 의 밭에서 생산된 글레라 100%로 단품종 와인이다. Valdobbiadene Superiore di Cartizze DOCG 등급이며 11.5%vol 알코올을 함유한다. 25g/ℓ의 잔당을 함유한 ‘드라이(Dry)’ 스타일로 숫자상으로는 미디엄-드라이 정도이나, 실제로는 5.6g/ℓ 의 산도가 있기에 균형감이 완벽하다. 밝고 맑은 밀짚색에 순백색 포말이 봉곳하게 솟아나는 외관이 정말 아름답다. 거품은 거의 3cm 이상 밀도 있게 차오르다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프로세코 특유의 서양배의 향그러움과 밀키스 음료에서 느껴지는 우유 향이 멜론 과일향과 함께 고유한 특성을 이룬다. 입안에서는 미세한 버블이 터지며 보내는 풍미를 한 번 더 맡을 수 있으며, 산미와 당미가 잘 조화된 부드러움 속에 산도와 미네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페리티프로서, 멜론 & 프로슈토 디쉬와 완벽한 궁합을 보였다. 메인으로는 일식 초밥, 한식 구절판, 한정식의 다양한 코스를 무난히 소화하겠다.


Price : 12만 원대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크레데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Crede



와인명 ‘크레데(Crede)’는 포도가 생산된 발도비아데네 마을의 특징적인 토양인 진흙 점토를 부르는 지역 방언이다. 풍부한 진흙이 여름의 건조를 막아주고, 포도의 산도를 보전해 당도 밸런스를 맞춰주며, 단단한 몸체를 형성시켜 준다. 크레데 프로세코는 해발 250m에 위치한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등급이며, 85% 글레라 품종과 10% 삐노 비안코, 5% 베르디조 Verdiso 품종으로 블렌딩됐다. 단품종의 뚜렷함 보다는 블렌딩에 의한 전통미와 조화미를 나타내려는 의도다.


황록색 뉘앙스를 띤 밝은 노란색 색상이 시원하게 눈을 비추며, 자그만 버블의 상승 활동이 눈을 즐겁게 한다. 청사과와 서양배의 감미로운 향이 글레라 품종의 존재감을 알린다면, 베르디조 품종은 야생화의 풋풋한 터치를 더해 준다. 입안에서도 잘 익은 과일과 감미로운 풍미가 전반을 감싸며 프로세코 특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반면, 후반부에는 산도와 힘이 동반된 구조감이 느껴진다. 크레데 브랜드의 특징이다. 11.5%vol의 알코올 도수와 높은 산도가 골격을 형성했으며, 7.5g/ℓ의 잔여 당분은 브륏 스타일의 표준으로 알코올과 산도의 균형감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당도라 평가된다. 바닷가의 생선회와 조개 구이와 멋진 조화를 보였으며, 한식으로는 전주비빔밥과 아주 좋겠다.  


 Price : 7만 원대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제이오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Jeio



제이오 프로세코는 비솔 가문의 19대인 데지데리오 비솔(Desiderio Bisol)에 헌정된 와인이다. 그는 2차 대전의 폐허 속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고자 최고의 포도밭을 찾아 현재의 꼬넬리아노와 발도비아데네 지역을 돌아 다녔다. 그는 항상 아내 죠반나(Giovanna)와 함께 빨간 모터스쿠터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죠반나와 직원들은 데지데리오를 애칭으로 ‘제이오(Jeio)’라 불렀는데, 여기서 이 스파클링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제이오 프로세코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자유분방함, 캐쥬얼한 도회적 풍경이 느껴지므로, 세계의 젊은 세대들이 애용하는 스파클링이 됐다. 캐나다 와인경연대회 ‘Sélections Mondiales des Vins Canada’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제이오는 해발 200m고도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등급이며, 11.5%vol 의 알코올 도수로 매우 부드럽고 경쾌하다.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 스타일로, 브륏과 드라이의 중간에서 신선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하게 만들어졌다.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는 DOCG급 밭에서 생산된 대중적 프로세코다. 입안에서 재잘거리는 작은 기포들의 아우성이 생생하게 느껴져, 바삭하게 튀겨진 일식 덴프라 스타일의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고추나 파프리카 튀김으로 매운 입맛을 프로세코가 부드럽게 감싸주는 기분이 아주 행복했다. 늦은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면 파전이나 해물전을 부쳐서 제이오와 함께 하는 것도 추천한다. 


 Price : 6만 원대


프로세꼬, 벨스타 Prosecco DOC, Belstar



벨스타는 비솔 와이너리 소속의 양조장이며 대중적 프로세코 브랜드다. 본래 ‘벨스타 (Belstar)’는 오랜 전통의 프로세코 산지에 있는 한 포도밭 이름이었다. 또한, 2차 대전 후, 전란의 폐허를 딛고 다시 문명의 꽃이 피기 시작한 1950년대 지역 방언으로 ‘머물고 싶은 멋진 곳’을 의미했던 역사적 용어이기도 하다. 이는 프로세코 스파클링이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와인 애호가들이 즐겨 음용했던 당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했단다.


눈으로 보자마자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병 모양과 레이블 디자인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면, 그 안에 든 와인의 세련된 모습은 훨씬 더 샤방샤방하다. 잔 안에서는 밝은 볏짚색이 수줍은 포즈를 취하며, 스타킹 사과와 서양배, 살구와 레몬 향을 뿜어낸다. 향기로운 꽃향기가 혀끝에서 맴도는 신선하고 즐거운 스파클링이다.


시음한 벨스타 프로세코는 DOC 등급으로, 11%vol의 알코올에 11g/ℓ의 잔여 당분을 가졌다. 브륏 Brut 스타일로서는 매우 부드럽고도 산뜻했다. 간단한 과일 접시와 비스킷, 각종 샐러드 등 전채 음식과 잘 어울릴 최상의 만능 아페리티프가 될 것이다. 빈 병은 버리지 말고 꽃병으로 재활용~! ^^ 


 Price : 4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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