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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미켈레 키아를로, 체레뀌오 & 아실리 & 라 꾸르트(M.Chiarlo, Cerequio & Asily & La Court)


연초, 캘리포니아 투어와 설 명절, 그리고 바쁜 서울 일정을 잠시 뒤로 하고 고향 영동에 내려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 동네는 이제 얼음이 풀리고 추위로 굳었던 산천초목이 살짝 생기를 되찾으려 한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그 느낌을 기록하려니, 머릿 속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랑게(Langhe) 구릉지대의 자연과 그 와인이 떠오른다. 오늘 저녁에서는 분명 바롤로 와인 한 병을 따게 되리라…
알프스 산맥의 낮은 자락을 앞치마 삼아 펼쳐진 400~600m 해발 고도의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랑게 지역은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는 곳이다. 전통의 대가들과 촉망받는 미래의 소장파들이 약진을 벌이는 이탈리아 최고 와인산지이다. 이런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생산지에서 차별화를 이루며 두각을 나타내기는 진짜 힘들다. 모두 다 멋진 포도밭을 가지고 있고 모두 다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타인과 다른 ‘그 무엇(X-Factor)’이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달의 와이너리가 그 특이함의 정점에 있다. 가장 전통적이며 소박한 산업 풍토와 분위기를 자신의 이미지로 갖는 지역이기에 더더욱…



아키텍처가 살아 있는 아름다운 와인, 미켈레 키아를로~!
필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랑게 지역의 레드 와인 중에서 가장 뛰어난 ‘벨벳 질감을 표현하며, 화려한 듯 수줍고, 감춘 듯 드러나는’ 와인은 단연 미켈레 키아를로다. 미켈레 키아를로 양조장은 1956년 현 소유주 미켈레에 의해 Barbera d’Asti 생산의 중심 지역인 Calamandrana에 설립됐다. 길지 않은 역사 동안, 이 와이너리는 좋은 포도밭을 사들이고, 바롤로(Barolo)와 가비(Gavi) 지역에 두 개의 셀러를 건설하는 등 점차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주변 변방에서 시작해 노른자 지역인 바롤로 지역을 공략한 전법이 놀랍다. 그렇지만, 회사의 초석이 됐던 시작점을 등한시 하지 않는다. 이제는 바롤로 크뤼 포도밭을 여럿 가진 키아를로 양조장에 있어서도, 바르베라 와인이 생산되고 있는 La Court 농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미켈레 키아를로는 총 120여ha의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다. 그 중 70ha는 자체 포도밭으로서, 회사의 고급 와인을 생산한다. 와인으로는 La Court Barbera d’Asti ‘Nizza’, Barolo Cerequio & Cannubi, Montermareto Countacc Monferrato 등이 있다. 그리고 다른 52ha의 포도밭을 장기 계약에 의해 운용하고 있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미켈레 키아를로 양조장에서는 자사 생산 와인을 최고급 아이콘 와인과 고품질 일반 와인 그리고 대중적 고품질 와인으로 나누면서 각각마다 생산 방식을 특화해 다양한 소비자 계층을 위해 적절한 와인 상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포도나무 그루마다의 한계 소출량을 엄격히 통제해 나무와 지역의 표현이 극대화된 개성 있는 와인들이 탄생하게 됐다.
“위대한 와인은 오직 위대한 포도밭에서만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와인 철학은 떼루아의 캐릭터를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오크나 목재 계열의 향이 강조되지 않아야 하며 우아하고 풍성한 미감은 갖추되 절대 과해서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립자 미켈레는 말해 왔다. 실제로, 이 양조장의 와인들은 마치 프랑스 고급 부르고뉴 와인처럼 적절한 몸매에 신중한 표현력을 가진 와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이 달 시음해 본 세 와인의 공통적인 특징들이기도 하다.


예술적 감성이 살아 있는 동화 속 와인, 미켈레 키아를로~!
바롤로, 바르베라 다스띠, 바르바레스코 내에 싱글 빈야드를 보유하고 있는 부티크 와이너리이기도 한 이곳은 포도원의 특별한 조경과 아트 파크로 이탈리아 와이너리의 상징적인 명소로도 유명하며 레이블에서도 예술적인 영감을 엿볼 수 있다. 설립자인 미켈레 키아를로의 맏이인 알베르토가 이곳을 총괄 운영하게 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와인 메이킹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철학을 이어받아 와인의 예술적 영감을 포도밭에 담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오르메 수 라 꾸르뜨’라 불리는 포도밭 아트 파크다. 미국 오스카 시상식 세트 디자인 부분에 후보 추천된 바 있는 디자이너 엠마누엘레 루사티가 디자인한 것으로 10여 명의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조각상과 다수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바롤로 체레퀴오 포도밭 꼭대기에 세워진 17세기의 청동 헬멧은 미켈레 키아를로의 명성만큼이나 이탈리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힌다. 이 아트 파크에서는 2001년부터 해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La Court Estate에 해마다 관계자와 예술가들을 초청해 성대한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전통과 품질 그리고 예술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창립자 미켈레의 업적은 두 아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장남 Alberto는 현재 마케팅을 담당하며, 차남으로 양조학자인 Stefano는 와인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와인 그룹인 ‘그란디 마르끼(Grandi Marchi)’의 일원으로서, 가야, 안티노리, 비온디 산티 등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생산자다.
“Only classical Piemontese appellations~! No international varietals~!! No blends~!!!”
이들의 슬로건이다. 얼마나 멋진가~!!




머무르고 싶은 포도밭 리조트, 팔라스 체레뀌오~!
피에몬테어로 호사스러운 저택을 의미하는 ‘팔라스(Palas)’는 라 모라 마을에 있는 Cerequio농장의 옛 건물터에 세워졌다. 지역의 문화 브랜드인 ‘와인’이라는 콘셉트 하에 지고의 기쁨을 선사하는 멋진 호텔 리조트이다. 여기서는 와인이 ‘힐링을 추구하는 영적 여행’의 중심 화두로 등장한다. 지안카를로 페라리스(Giancarlo Ferraris)의 그림에서부터 셀러와 토양 샘플 표본 전시물 등등 바롤로와 특히 체레키오 싱글 크뤼의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팔라스 체레키오에는 자체 셀러 뿐만 아니라, 랑게 지역의 400여 개 와인 콜렉션을 자랑하는 ‘베르티고(Vertigo)’ 룸이 있어서,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비교 시음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호텔 방은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개의 콘셉트로 나뉘어 바롤로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과거 존에서는 피에몬테식 바로크풍의 가구로 장식돼 복고적 취향이 강한 분위기의 룸 4개로 구성돼 있으며, 각 방의 이름은 지역의 대표 와인인 체레키오(Cerequio), 깐누비(Cannubi), 로케 디 까스티요네, 그리고 빌레로(Villero)이다. 미래존은 석재와 목재를 이용한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추구하며, 각 방의 이름은 역시 유명 바롤로 크뤼인 리온다(Vigna Rionda), 부씨아(Bussia), 아눈치아타(Rocche dell’Annunziata), 지네스트라(Ginestra) 그리고 브루나떼(Brunate) 이다. 또한, 체레키오 농장의 지하에는 17세기에 건조된 셀러가 있는데, 지난 50년간에 걸친 와이너리의 역사를 간직한 6000여 병의 기념비적인 와인이 보관돼 있다. 엄청나다. 이 모든 것을 보면, 미켈레 키아를로는 술 양조장이 아니라, 바롤로 박물관을 자처하는 멋진 전도사다.


바롤로 체레뀌오(Barolo, Cerequio)


바롤로 싱글 크뤼인 ‘체레퀴오’는 ‘라모라’ 마을과 ‘바롤로’ 마을에 걸쳐 있다. 전체 45ha 중에서 키아를로 농장이 15ha를 소유한다. 1987년부터 생산된 미켈레의 체레키오 바롤로 와인은 단연코 이 회사의 아이콘 와인이다. 1880년 바롤로 첫 등급 분류에서 1등급에 책정된 와인으로 견고한 타닌과 긴 여운이 돋보이는 화려한 바롤로 와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최상급의 포도만을 엄격하게 선별함으로써 한 그루의 나무에서 한 병의 와인씩만을 한정 생산한다. 바롤로 체레퀴오는 700ℓ오크 배럴에서 2년간 숙성을 거치며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생산한다. 흑연과 부엽토, 송로버섯 향이 화사한 장미 꽃잎 향과 이루는 환상의 하모니와 빳빳한 타닌이 입안 전체를 뒤덮는 곤혹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올리브유 같은 말쑥한 유질감이 잇달아 찾아와 코팅해주는 이율배반적인 당혹스러움을 경험해 보라.
이 와인의 레이블은 가히 환상적이다. 미술에 조예가 깊다면, 안주가 없어도 마실 수 있다. 19세기 성주들이 종을 울려서 시간을 알렸던 종탑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레이블로서, 건축 구조라인을 케이지처럼 그린 후 비율을 측정하고 형체를 그렸다. 3개의 다른 그림을 이어 붙인 직소 퍼즐 기법으로, 각자의 스타일과 색상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이미지에는 광활한 바다에서부터 포도원, 그리고 장원의 종탑까지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1996년, Vinitaly 국제패키지 콘테스트에서 ‘황금레이블상’을 수상했다.
가격 22만 원 대


바르바레스코 아실리(Barbaresco Asily)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싱글 빈야드 중 하나로, 최적의 경사지 구릉과 토양, 미세기후가 만들어 낸 빼어난 와인이다. 바롤로 ‘체레퀴오’와 함께 미켈레 키아를로의 아이콘 와인으로, 풀바디하면서도 우아한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총 1.5ha의 작은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만 한정 생산하는 와인으로서, 포도나무 1그루에서 1kg 정도만 수확하며, 12개월간 오크 숙성을 거친다.
선명한 암적색 칼라에 연한 황갈색 뉘앙스가 수줍게 홍조를 띄고 있고, 말린 장미와 라벤더의 드라이한 미네랄 노트가 바롤로와 차별화를 이루며, 잘 익은 자두와 산딸기 풍미가 아실리 바르바레스코의 여성적 매력을 부각시켜준다. 그러나 입안에 넣으면 ‘웬걸?!!’ 넵비올로의 기본 타닌은 깐깐한 아가씨의 손톱처럼 점막을 긁는다. 쉽사리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그 말랑한 속살을 느끼려면 5~6년 이상의 셀러링 공력을 필요로 할 듯하다. 입학과 입사,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고 그 문에 들어서는 새내기들을 위한 축하 와인으로 추천하고 싶다. 레이블에서도 미지의 세계로 열린 등용문과 파아란 청색상이 주는 희망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
가격 17만 원 대


바르베라 다스티, 라 꾸르트(Barbera d’Asti, La Court)


미켈레 키아를로 양조장은 3개의 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몬페라또 지역에 위치한 알루피 농장(Tenuta Aluffi)에는 20ha의 포도밭이 2개의 멋진 구릉지대에 조성돼 있다. 지역 최고의 바르베라 포도밭인 라 꾸르트(La Court)와 시프레씨 밭이다. 이 곳에서는 소출을 극도로 줄인 농축된 표현의 바르베라 와인이 생산된다. 그 중, Nizza 구획의 최고의 포도만을 모아 만든 기념비적인 바르베라 와인이 라 꾸르트 크뤼 와인이다. 이 와인은 실제로 미켈레 키아를로 양조장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 와인으로서, 이탈리아 최초로 바르베라 품종을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한 와인이다. 바르베라 품종은 피에몬테 지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있는 적포도 품종으로 몬페라토와 아스티 지역이 주 산지이다. 바르베라 품종 특유의 강한 산도는 라 꾸르트 와인에 신선한 개성과 힘을 부여하며 4~6년의 긴 오크 숙성에 이상적이다. 강한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 14%의 풍족한 알코올 파워가 주는 이국적 조화미가 이 와인의 특징이다. 브리딩하지 않고, 3시간에 걸쳐 마시면, 팔색조 매력에 충만한 라 꾸르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현지 농장에는 자연 예술 공원 ‘Orme su La Court’가 조성돼 있는데, 물(water), 공기(air) 그리고 불(fire) 등 자연의 요소를 형상화한 조각들이 포도밭의 열 끝에 설치돼 있어서, 포도밭을 산책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명상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언덕 정상에는 관측소가 있어서, 망원경으로 주변 포도밭 전경을 살펴보며 포도밭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바르베라 다스티 생산 지역의 마을과 구릉 전경을 음미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제공한다.
매년 여름밤에는 포도밭에서 다양한 공연과 발표물이 올려 진다. 라 꾸르트 농장에서는 곳간의 천정 다락방에서 전시회가 열리며, 카스텔로 농장에서는 다채로운 주제의 영화가 마당에서 상영된다. 한여름 밤의 꿈은 이 와인의 레이블로 이어져… 이국 만리 한국에서도 레이블에 투사되고 있다.
가격 15만 원 대


구입정보 금양인터내셔날(02-2109-9233)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과정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sonwine @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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