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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나바로 꼬레아스 Navarro Correas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이 맑고 높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 살짝 느껴지는 한기는 지난 여름의 열기에 대한 기억을 무색케 한다. 필자의 ‘명가의 와인’은 늘 계절을 따라가니... 서늘함은 따뜻함으로 궁합을 맞춰 본다. 10월은 남미로 가자. 높은 알코올과 진한 과일 향, 화사한 태양의 열기가 담긴 와인이다. 가버린 여름을 달래고, 다가올 수확의 시기를 축하하는 올 10월 바쿠스 축제는 아르헨티나 와인으로 선택해 본다.


잠 깨는 와인 생산 대국, 아르헨티나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조국이여~! Don't cry for me, Argentina”의 애절한 선율로 기억되는 국가, 아르헨티나. 라틴어로 ‘은(Silver)’라는 뜻의 나라 이름과는 달리, 많은 경제적 위기를 거치고 있는 국가, 아르헨티나. 장엄한 이과수 폭포를 끼고 있는 관광 대국, 팜파스 대초원에서 수백 만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축산 국 아르헨티나. 이런 다양한 이미지를 넘어 아르헨티나는 우리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세계 5위권의 당당한 와인 생산 대국으로 다가온다.


와인 역사도 오래됐다. 1554년 최초의 포도나무 묘목이 아르헨티나에 식재됐고, 이후 500여 년간 와인은 아르헨티나의 국민주였다. 22만 5000ha의 포도밭 면적과 세계 5위의 와인 생산 대국이 아르헨티나다. 이렇게 많은 와인을 만드는 나라의 와인이 한국 마트에 많지 않은 것은 수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8위의 와인 소비국이며, 1인당 와인 소비량은 세계 3위다. 그러니 수출량은 세계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 이웃 나라 칠레가 수출 주도형 와인 산업인 반면, 아르헨티나는 그야말로 국민들이 먹고 마시기 위해 와인을 만드는 셈이다. 역시 ‘은’의 나라답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사정은 급작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첫째, 연이은 경제정책의 실패와 정치 불안정으로 국내시장에서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생활패턴이 바뀜에 따라 국내 시장의 수요가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제는 본격적인 외부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둘째, 1980년대의 전 세계적인 와인 붐과 더불어 좀 더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외국의 선구적인 와인메이커, 투자회사,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국제화가 진행됐다. 셋째, 2000년대에 들어와서 달러와 1:1 연동이 되던 페소(Peso)화 태환정책이 폐지되고 페소(Peso)화의 평가절하가 이뤄지자 더 많은 투자가 이어지게 되고, 품질은 좋아졌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와인 가격은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를 해도 수출경쟁력이 있게 됐다. 20세기 후반부가 아르헨티나 와인의 양적 팽창 시기였다면, 21세기의 초반부는 질적인 성장이 돋보인다. 아이콘 품종 말벡과 보르도 블렌딩, 샤르도네 화이트와 토론테스 Torrontes 화이트 와인, 그리고 스파클링 등 전방위적으로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 이런 역동기의 아르헨티나 와인 시장에서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나바로 꼬레아스 양조장을 소개한다.


아르헨티나 와인의 다크호스,
보데가 나바로 꼬레아스
처음 이 회사 이름을 들었을 때 필자는 깜짝 놀랐다. 한국인이 세운 양조장인가? 스페인어로 한국을 ‘꼬레아(Corea=Korea)’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양조장의 설립자 가문 이름이 꼬레아스다. 1798년 돈 후안 데 디오스 꼬레아스(Don Juan de Dios Correas)는 광대한 안데스 산맥의 자락이 펼쳐진 멘도사 지방에 포도밭을 조성했다. 당시 대부분의 다른 생산자들처럼 꼬레아스 가문도 한동안은 재배한 포도와 만든 와인을 네고시앙에게 팔았다. 그러다가, 1974년 가문의 직계손인 돈 에드문도 나바로 꼬레아스(Don Edmundo Navarro Correas) 대에 이르러, 가족의 이름을 내건 와인을 직접 병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기는 앞서 설명한 대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국제화가 진행되며 세계 시장을 향한 팽창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들은 회사 이름을 보데가 나바로 꼬레아스로 정하고, 1798년 디오스 꼬레아스 선조가 설립한 당시의 목표 그대로 자연을 존중, 품질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세계적인 와인 품평회 IWSC에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최고 생산자’ 상을 수상했다.



테루아의 특성과 자연 존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 생산 철학을 가진 나바로 꼬레아스 양조장은 그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멘도사 지방에 4곳의 농장을 조성하고 각각 해당 양조장에서 양조하고 있다. 나라보 꼬레아스의 핵심 양조장은 2009년 설립된 두 번째 양조장 ‘핀카 아그렐로(Finca Agrelo)’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최고의 생산 지역 루한 데 꾸요(Lujan de Cuyo) 지구의 안데스 산자락의 아그렐로(Agrelo) 지역에 위치해 있다.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 약 36ha에 이르는 프리미엄 떼루아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자연을 고려한 친환경 와이너리는 프리미엄 와인 생산 시설을 갖추고 전 세계로부터 찾아오는 전문가들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그렐로 양조장에서는 탁월한 페놀 성분을 가진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생산한다. 보다 남쪽 우꼬 밸리(Uco Valley) 지역의 뚜누얀(Tunuyan) 지구에 위치한 로스 아르볼레스(Los Arboles) 농장은 자갈과 모래가 많은 토양이다. 진한 색상에 과일 향과 꽃향기, 미네랄이 담뿍 담긴 와인 특성을 보인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 15년 정도로 미래 가능성이 돋보인다. 세 번째 마이푸(Maipu) 지구 그루즈 데 피에드라(Cruz de Piedra)에 있는 핀카 라스 팔마스(Finca Las Palmas)와 네 번째 루한 데 꾸요(Lujan de Cuyo) 지구의 우가르테체(Ugarteche) 마을에 있는 엘 몰리노(El Molino) 농장은 모두 평균 수령 20년 이상의 깊이 박힌 뿌리로부터 뽑아 올리는 예민한 표현의 미네랄과 힘이 가득한 벨벳 질감의 와인을 생산한다.


현대적 감각의 모던 아르헨티나 와인을 꿈꾸다
건축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메인 양조장 아그렐로 농장의 시설은 세계적인 평판을 받고 있는 대표 양조장이다. 건물 배치를 보면 최대한 자연광을 건물 안쪽으로 장시간 받아들일 수 있고, 실내 온도 조절 등이 창문으로 자연 환기될 수 있도록 창문과 문 등 건물의 방향은 남동쪽으로 향해 건축했다. 환경 친화적인 자연 요소들로 건축자재를 사용했다. 산화철 등을 사용하는 미학적 관점과 함께 친환경적인 요소를 동시에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양 에너지 판넬을 설치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며,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물을 정수해 재배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등 재활용수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회사의 양조는 두 명의 전문가가 각각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먼저 레드 와인은 페르난도 라베라(Fernando Ravera)가 담당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의 페르난도는 멘도사의 꾸요 대학에서 양조학을 전공했다. 그 후, 아르헨티나와 미국, 이탈리아, 남아공, 독일 등 전 세계의 와인 경향을 섭렵한 30년 관록의 양조자다. 반면,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은 역시 여성적인 터치가 필요한 섬세한 부분일까? 전담 와인메이커도 여성이다. 셀리아 로페스(Celia López)는 이르헨티나의 톱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고, 2008년에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연수를 마친 스파클링 생산 전문가다. 필자는 이들이 만드는 와인 중 국내에 수입된 가장 멋진 와인 4종을 시음해 봤다. 담백한 무채색의 와인 레이블에서 보이는 안데스의 웅장한 정취와 깔끔한 터치를 기대해 봐도 좋다.


스트럭튜라, 울트라, 레어 배럴 Structura, Ultra, Rare Barrels



아르헨티나 와인이 최근 칠레 와인의 뒤를 이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남미 와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칠레 와인이 고급화의 가치를 높이면서 20~30만 원대의 명품 와인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반면, 아르헨티나는 이렇다 할 명품 와인이 적었다. 여기에 자극받은 나바로 꼬레아스는 바로 이 와인을 시장에 내놨다. 매 빈티지마다 얻은 최상급 원액을 엄격하게 블렌딩 해 완성되는 나바로 꼬레아스의 아이콘 와인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 말벡을 주종으로 해 약 4개의 레드 품종이 층층이 쌓여 웅장한 구조를 드러내는 걸작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2년 빈티지는 말벡 60%, 까베르네 소비뇽 30%, 까베르네 프랑 7% 그리고 메를로 3%를 정교하게 블렌딩했다. 해발 고도 900~1200m 높이의 우코 밸리 포도밭에서 품종별 완숙 시기에 따라 4월부터 5월초까지 수확을 진행한다. 손으로 수확한 포도는 원액의 48%는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나머지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시켰다. 오크가 주는 복합미와 중성 강철 탱크의 장점인 과일향을 조화시키기 위한 배려다. 복합적인 풍미와 진한 컬러를 와인에 부여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지하 셀러에서 약 24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알코올 도수는 14.6%다. 진한 흑적색에 살짝 벽돌색 뉘앙스가 서려 있다. 말린 자두, 블랙 체리 쨈, 트뤼플, 흑연 향, 바닐라와 후추, 정향, 가죽향이 오묘한 복합미를 이룬 가운데, 풀 바디의 와인으로 오랜 오크 숙성을 통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진 타닌이 매혹적인 질감을 선사한다. 뜨거운 알코올과 격동적인 볼륨감이 살아 있는 와인으로서, 깊어가는 가을 저녁의 와인으로는 제격이다. 2012빈티지는 ‘와인 애드보케이트’ 잡지의 평점 92점을 획득했다. 구운 소고기 요리, 섬세한 양갈비 구이, 스페인식 아사도 고기 바비큐 등과 잘 어울릴 풍미가 있다. 발음이 좀 어려운 것이 유일한 흠이다... “스트럭튜라... 주세요...” 응?... ^^;; 
Price 15만 원대


알레고리아, 그란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Alegoria,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브랜드 시리즈 명 ‘알레고리아(Alegoria)’는 영어 Allegory의 스페인어로서, ‘추상적 관념의 실상적 표현물’이라는 뜻이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걸작을 창조하기 위한 꿈을 실현시킨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멘도사 지방의 최상급 산지로 평가되는 우꼬 밸리에 위치한 투푼가토, 투누얀, 라 콘술타 포도원에서 최상급 포도만을 선별해 사용한다. 까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으로서, 품종 특유의 뛰어난 구조와 파워를 보여준다. 약 15개월 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14.9%vol이다. 아주 뜨거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와인을 마시니, 실제로는 오히려 신선함마저 감돈다. 고산 지대 카베르네 아닌가~! 산미도 좋은데다, 고유의 블랙 커런트 풍미에 검은 후추와 아니스, 펜넬, 민트 등 허브 향이 끝없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물론 잘 익은 자두와 체리 잼 풍미가 뉴월드 와인의 정체성을 회복시킨다. 비교한다면, 나파 밸리 까베르네 와인 보다 진하고 야생적이며 근육질이다. 스페인식 아사도 구이와 그릴 구이 소시지에 추천한다. 육즙이 나오고 고기 비린내가 나는 요리와도 좋을 것이다.  Price 8만 원대


알레고리아, 그란 레세르바, 아그렐로, 말벡 Alegoria, Gran Reserva, Agrelo, Malbec



시리즈 이름처럼, 와인메이커의 꿈을 현실화한 나바로 꼬레아스의 ‘하이 프리미엄’ 등급 와인이다. 자연(떼루아) & 인간(와인메이커)의 완벽한 조화로 창조된 와인으로 각 품종의 최적 표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멘도사의 최상급 산지로 평가되는 우꼬 밸리,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알타미라 구역의 포도를 사용한다. 높은 식재밀도와 낮은 소출율을 자랑하는 아그렐로 농장 포도다. 평균 수령이 12년생인데도 이 정도 품질이라면, 10년 뒤면 엄청난 복합미를 뽐낼 듯하다. 국가의 상징 품종 말벡 100% 와인이다. 약 15개월 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했고, 추가로 병 안에서 6개월 숙성 후 출시했다. 알코올은 14.5%다. 이 와인의 색상을 보라. 강렬한 보랏빛 레드 컬러다. 먹방에서 요리하시는 어떤 여성 요리사의 표현을 빌리면, 색깔이...


“얼~~~마나 찐하게요~~~!!^^” 향에서는 블랙베리, 블루베리, 무화과 등과 바닐라, 초콜릿, 모카커피 등 영락없는 고급 말벡 와인의 전형이다. 짙은 농축미, 뛰어난 다층 구조, 미려한 타닌, 화끈한 알코올 등이 잊혀 지지 않을 기억을 선사한다. 발사미코를 졸인 소스를 사용한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구이가 최고다. Price 8만 원대


알레고리아,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 Alegoria, Gran Reserva, Chardonnay



뉴월드 생산 지역에서 샤르도네 와인의 최고의 표현을 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 하면,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과 호주 그리고 아르헨티나다. 웬 아르헨티나? 알레고리아 시리즈의 유일한 화이트인 이 샤르도네 와인을 마셔보면 왜 필자가 샤르도네 3대 산지에 아르헨티나를 넣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샤르도네 본연의 화려한 황금빛 칼라, 유니크한 신선 버터와 멜론 합작 향, 크리미한 질감과 매끈한 감촉, 완벽한 뉴월드 샤르도네의 표준이다. 우꼬 밸리 고지대의 ‘한정 구역(Partida Limitada)’ 밭에서 자란 포도로 양조돼, 산도가 보장되는데다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부터 숙성까지 이어간 과감한 양조법으로 몸집과 구조까지 견고한 틀을 형성했다.


13.5%vol의 알코올은 화이트 와인으로서 부담스럽지 않는 무게감과 비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황금률이다. 잔에 따른 후, 30분이 지나면서 서서히 온도가 오르고 와인이 열리면, 잘 익은 살구와 복숭아, 열대 과일, 파인애플과 서양 배, 꿀 향과 바닐라, 토스트, 따뜻한 버터와 요구르트 터치가 솟아오른다. 30초 이상 지속되는 맛의 여운 속에 아쉬움을 느낄 무렵, 다시 솟아나는 산미도 일품이다. 올리브 오일 소스의 파스타, 금태 등 고급 생선 구이, 조개 구이, 버터 대하 구이 등과 멋진 궁합을 이룬다. 익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함께할 와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되지 않을까?  Price 8만 원대


손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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