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드는 10월이 되면 계절상 자연스럽게 와인 소비가 늘어난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교 축제도 있고, 학과나 동아리 행사도 많아지는데, 와인을 배우다보니 이제는 와인으로 ‘소맥’을 대신하려 한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쇄도하는 시기기도 하다. ‘가성비’하면 칠레를 위시한 뉴월드 와인을 떠올리는데, 의외로 유럽에도 가성비 와인 지역이 많다. 그중에 최고는? 두말할 것 없이 스페인 아닐까? 잠깨는 지중해 와인의 거목, 스페인 와인 산지 기원 전 2000년 전, 지중해 무역을 주름잡던 페니키아는 가장 서쪽에 있던 이베리아 반도까지 진출하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덥고 건조한 기후 특성에 맞게 감미롭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 생산되자, 페니키아인들은 이 지역의 와인이 상품의 운송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어서 지중해 여러 지역과 무역하기에 좋은 아이템이었음을 간파했다. 이후 로마 제국의 점령과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따라 스페인 포도밭은 점차 확대됐고,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120만ha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 1위로서, 유럽 포도밭의 33%, 세계 포도밭의 15%에 해당한다
드디어 일본이 일을 저질렀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 것이다.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그 엉큼한 속을 누가 알랴~! 이제 필자가 그토록 좋아하는 생선회나 초밥을 먹을 때 느낄 부담을 생각하니, 억장이 끓어오른다. 그래도 아직 우리 바다에서 나는 생선은 깨끗할 거라 생각하고 화이트 와인을 하나 챙겨 횟집으로 향한다. 셀러에 고히 모셔뒀던 아끼는 샤블리, 제라르 뒤플레시스를 꺼냈다. 바다의 기운을 한껏 품은 샤블리 Chablis 프랑스 파리 남동쪽으로 약 200km 지점, 중부 지역에 위치한 샤블리는 매우 오래된 역사적 와인 산지다. 9세기 루아르 강을 거슬러 올라온 바이킹들의 침입을 피해 투르(Tours)에서 중부 내륙 지역으로 피신한 수도사들에게 왕은 샤블리 지역의 새로운 봉토를 수여했다. 12세기부터는 시토 교단이 포도를 재배했으며, 15세기에는 부르고뉴 공국에 합병돼 부르고뉴 지방으로 편입됐다. 이런 역사적 이유로 부르고뉴 와인 산지의 일부가 됐으나, 사실 샤블리는 위치나 기후, 토질로 볼 때는 부르고뉴 와인 산지보다는 샹파뉴 와인 산지와 유사한 테루아다. 약 5000ha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의 샤블리 산지는 기후적으로는 대륙성
와인의 세계에서 새 빈티지를 기다리는 마음은 첫 눈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한 여름의 태양과 가을의 우수도 좋지만, 첫 눈을 맞는 설레임과 새로운 경이감에 비할 바는 아니다. 땅은 동일하나 기상과 날씨가 매년 달라지니 그 해의 표현을 담은 새로운 터치가 매년 입병되는 와인에 담겨 있다. 일반 와인도 그러하거니와, 최고급 와인계에 속하는 와인들은 더더욱 그 터치가 뚜렷하고 신비스럽다. 고급 와인들은 일반적으로 20개월 이상 숙성을 시키니, 올해 병입되는 와인은 2021년 빈티지인 경우가 많다. 마침, 지구 반대편 우리와 대척점에 있는 전혀 다른 기후의 나라 칠레에서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와인인 ‘비녜도 채드윅(Viñedo Chadwick)’의 2021년 빈티지가 출시돼 시음해 보았다. 와인과 폴로, 두 개의 열정이 하나의 용광로에 ‘비녜도 채드윅’은 와인의 이름이자, 와이너리 이름이기도 하며, 역사적 포도밭 이름이기도 하다. 이 명칭은 채드윅 가문에서 유래하는데, 11세기 중엽 정복왕 윌리엄 1세(William the Conqueror) 가 헤이스팅스 전투 때 참여한 공로로 채드윅 가문에 영지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천년의 역사와 함께 교육자, 작곡가,
누구나 가끔 문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적이 있지 않을까? “내가 10년 전에는 무엇을 했지?”라고 말이다. 필자도 1학기 기말고사와 성적 부여를 마치고 약간 시간이 나자 문득 그 생각이 나서 달력을 보니, 10년 전에 필자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 시찰을 했다. 그 때의 사진첩을 보다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와이너리를 소개하려 한다. 역대급 장마철의 꿉꿉함을 날려 버릴 8월의 와인은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만든 와인이다. 존 스타인벡의 작품, <분노의 포도>의 고장에서 유명한 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존 스타인벡의 출생지는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가 몬터레이(Monterey) 만에 있는 도시, 살리나스(Salinas)다. 그가 살아온 1920~30년대는 만성적 불황과 대공황으로 특히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세기 미국 사회 소설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그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1939)는 1930년대 경제 공황의 어려움 속에서 한 농부 일가가 겪은 인생 유전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주무대는 오클라호마와 캘리포니아다. 국경의 대평원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때문에 농사를 망친 소작인 조드 일가는 은행과 지주에게 땅을 빼앗
2만 년 전에는 구석기 시대 인류가 야생말들을 사냥하며 뛰어 다녔던 곳, 2000년 전에는 로마 명장 카이사르에 맞서 골족(Gaules) 통합의 횃불을 올렸던 곳, 이제 21세기에는 섬세하고 우아하며 정교한 클래식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땅, 부르고뉴 마꼬네 뿌이이-퓌세 자연의 장관을 보아라~! 부르고뉴의 막내가 일냈다~! 뿌이이 퓌세의 재조명 부르고뉴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은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과 피노 누아 레드 와인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한다. 그 핵심 산지 꼬뜨 도르(Cote d’Or)의 주브레 샹베르땅(Gevray-Chambertin)에서 몽하쉐(Montrachet)까지의 주옥 같은 포도밭 마을들을 성지로 여기며 방문할 날을 꿈꾸고 실제로 많이들 다녀간다. 그러나 위대한 부르고뉴의 실제 영역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쪽으로 꼬뜨 샬로네즈 언덕을 지나 마꽁(Macon)시까지 이어진다. 마치 사람 척추의 요추에 해당하는 부분처럼 제일 마지막 아래쪽에 존재하는 산지, 그곳이 이 달에 우리가 여행할 막내 마꼬네(Maconnais) 와인 지역이다. 필자는 3~4년에 한 번씩 와인 수강생분들과 함께 세계 와인 산지를 견학가는데, 이 마꼬네 지역은 프랑스 여행
우리가 레드 와인에서 바라는 모든 것~! 선명하고 예쁜 루비 칼라, 상큼한 과일향과 개성있는 향신료향, 은은한 오크향, 적절한 무게감에 짜여진 구조, 타이트한 타닌감, 여기에 감각적인 칼라와 모티프가 새겨진 레이블 패키지, 그리고 묵직한 병까지? 와우~!! '신의 물방울' 와인, 에보디아~! 2000년대 초반,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끌었던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기억하는가? 일본인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한 와인 전문가가 생전에 모은 엄청난 와인 컬렉션을 상속 받기 위해, 친자와 양자 사이에 와인 맞추기 대결을 벌이는 스토리의 장편 만화책이었다. 와인 공부는 전혀 받지 못했지만, 어릴 적 아버지 옆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기억하며, 천부적인 유전자의 우월함을 자랑하는 친자와 정통 와인 전문 소믈리에로서 교육받고 자란 무서운 실력의 양자는 돌아가신 부친이 낸 12가지 문제를 풀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가진 다채로운 와인들을 소개한다. 수백만 원짜리 와인도 등장하지만, 때로는 수만 원짜리 와인들도 시음주로 등장하는데 수백 종의 와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만화를 만든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친남매인데,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 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저 말없는 솔개보다 높이~ 저 볏 사이 참새보다 높이~ 저 꿈꾸는 비둘기보다 더 높이~ 도요새 도요새~ 그 몸은 비록 작지만~ 도요새 도요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 2000km를 쉬지 않고 비행했다는 새, 도요새~! 이 달의 명가 와인은 도요새에 바치는 헌정 와인이다. 2000년 역사가 면면히 흐르는 프랑스 론(Rhône) 산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한 론 강은 프랑스 리용시를 지나면서 마르세이유까지 북에서 남으로 흐르며, 남부 프랑스의 장대한 산악 지형인 ‘중앙산괴지대(Massif Central)’와 알프스 산맥을 좌우로 가른다. 북부 론강 유역은 좁은 골짜기 지형으로 포도밭이 매우 좁고 가파르게 조성돼 있으며, 반면 지중해에 가까워지는 남부는 론강의 유속이 느려지며 멋진 유역 평지와 테라스, 구릉을 만들어 놨다. 이렇게 형성된 론 밸리(Vallée du Rhône) 와인 산지는 북부와 남부가 현저하게 다르다. 북부에서
지난 3월 초, 초봄의 나른함을 깨우는 매우 특별한 시음회가 강남에서 진행됐다. 작은 식당의 갤러리에서 진행된 시음회 테이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공수되어 온 매우 특별한 와인들이 수줍게 한국의 시음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생산자 당 2~4종류의 단촐한 와인들이었지만, 와인의 품질과 기개는 소름을 돋게 하는 시음장이었다. 20대에서 6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와인메이커들은 매우 자유분방했고 유모어가 넘쳤으며, 무엇보다 생산한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로 충만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무엇을 전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지금으로부터 1년 남짓 전, 2022년 5월에 'West Sonoma Coast AVA'가 소노마 카운티의 19번째 AVA로서 탄생했다. 기존에 있었던 Sonoma Coast AVA에서 보다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매우 특별한 테루아 지형만을 뽑아 묶어낸 최고로 개성있는 산지다. 대부분 300~500미터 산 능선 정상에 위치한 약 50개의 포도밭에서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주종으로 재배한다. 기존 AVA의 품 안에서 새롭게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의 독특하고 다양한 재배 조건이 포도와 와인에 뚜렷하게 표현되기 때문이었
2023년 2월의 가장 반가운 소식은 대부분의 장소에서 코로나 감염병 예방용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이 아닐까? 감염병의 위험도 많이 줄어들어 해외 여행도 자유로워졌다. 마음이 들뜬 필자가 가장 먼저 '마음으로' 달려간 곳은 이탈리아 동편의 아브루쪼 지방이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영동 지방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높은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곳, 필자가 가장 가고 싶은 곳, 와인 인심도 넉넉한 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유럽 최강 청정 지역, 아브루쪼(Abruzzo) 아브루쪼는 이탈리아 20개 행정 구역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곳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오지여서 그렇다. 이탈리아 중동부에 있는 지방이며, 로마로부터 동쪽 100km 거리, 아펜니노 산맥 능선부터 시작해 아드리아 해안을 접한다. 이탈리아 지형은 중부 이남의 국토를 세로로 달리는 아펜니노 산맥으로 인해 서부와 동부로 나뉘는데, 아브루쪼는 그 동편에 위치한다. 우리나라의 울진군 정도에 해당되는 위치다. 서부는 산악 지형으로서 아펜니노 산맥에서도 가장 높은 산인 그란사소(Gran Sasso, 2912m)와 마옐라(Majella 2793m)와 같은 고원 지대로, 영역의 1/3이 국립공원과 자연보호
2023년은 세계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는데, 지구촌 곳곳에는 아직도 총성있는 전쟁도 있고 총성없는 전쟁도 있다. 총성없는 전쟁은 주로 정치적 편가르기에서 시작해,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중국과 호주가 그렇다. 2018년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의 호주 5G(5세대 이동통신) 참여를 금지하며 악화되다가, 2020년 4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 기원(起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지지하면서 무역 전쟁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그해 11월에는 호주산 와인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석탄 수입도 중단했다. 수입 와인에 200%의 미친 관세를 때린 것은 호주 와인 안사겠다는 얘기다. 남의 불행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여파로 한국 수입 와인 시장에 호주 와인의 러브콜이 강력하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호주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달에는 호주 와인의 현 주소와 명품 와이너리 한 곳을 소개한다. 호주 와인, 농축된 힘과 세련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우리나라의 77배에 달하는 광대한 영토를 가진 섬 대륙 호주, 17세기 초 네덜란드가 발견했으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18세기 말 영국이 재빨리 자국령으로 편입시켰다. 그 후, 19세기 초
특별한 기록을 많이 남겼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겨울에 개최된 첫 월드컵이며, 승부 예측이 많이도 빗나가며 이변이 속출했다. 이번 월드컵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펠레, 마라도나에 이어 축구의 신이라 여겨지는 리요넬 메시(Messi)의 월드컵 우승이었다. 결국, 프랑스와의 명승부 그리고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함으로써 그의 소원은 이뤄졌고, 전 세계인은 환호했다. 와인의 세계에서는 프랑스가 최고라지만, 축구의 세계에서는 아르헨티나가 최고였다. 그런데 화제를 와인 쪽으로 돌려, ‘와인 월드컵’을 연다면, 아르헨티나 와인은 몇 위가 될까? 알빠씨온, 말벡 Alpasión, Malbec 해발 고도 1200m에 위치한 우코 밸리 상류의 차카예스(Chacayes) 구획에서 수확된 말벡 품종 100%로 만들어졌다. 충적토와 자갈과 모래가 섞인 양토로서, 양질의 양분을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배수가 원활한 특성을 갖는다. 어린 수령의 나무이기에 농축도를 높이기 위해 초봄의 순따기를 통해 소출을 줄였다. 수령이 7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밭의 잠재 가능성은 놀랍기만 하다. 나무 당 소출이 1.6kg이라니, 나무 한 그루당 와인 1병 반 정도 밖에 안 만드는
필자가 국산 와인 생산을 조언하는 충북 영동군은 감으로도 유명하다. 옛부터 감골이라 불렸으며, 도로 가로수까지 모두 감나무라서 11월이 되면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도를 걷는 느낌이 정겹다. 감을 따 그대로 익히면 홍시가 되고, 껍질을 깎아 처마에 널어 두면 곶감이 된다. 둘 다 꿀처럼 달콤하니, 겨울을 앞 둔 늦가을에 겨울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와인 세계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남도의 태양을 간직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추운 겨울에 몸을 덥힌다. 고향의 감처럼 프랑스 남불의 따스한 와인이 그리운 겨울의 초입에 독자 여러분을 론 와인의 세계로 초대한다. 정겨운 와인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곳, 프랑스 론 산지 프랑스의 론(Rhone) 강은 알프스의 빙하에서 발원해, 레만(Leman) 호수와 리용(Lyon) 시를 지나, 남으로 흘러내려 비엔느(Vienne), 뚜르농(Tournon), 아비뇽(Avignon), 아를르(Arles) 등 유명한 유적 도시를 거쳐 까마르그(Camargue) 삼각지를 형성하며 지중해로 유입되는 큰 강이다. 수위 조절을 통해 유량이 풍부해, 물류 선박들이 오가는 상용 하천이다. 서력 기원을 전후해 지중해를 통해 이 강의 입구를 발견하고
날씨가 쌀쌀해지니 스위트 와인을 그다지 찾지 않는 필자도 갑자기 달콤한 와인이 당긴다. 셀러를 여니 한켠 구석에 황금색 색상의 예쁜 작은 와인 병이 눈에 딱 들어 온다. 토카이 와인이다. 필자는 스위트 와인은 토카이만 마신다. 나의 원픽인 셈이다. 황금빛 액체를 글라스에 따르니 특유의 귀부 와인 향과 더불어 감미로운 꿀 내음이 온 방에 진동한다. 천상의 음료 토카이를 한 잔 마시니, 지난 10월 초순에 있었던 헝가리 와인 시음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음회는 경희궁 뒷편의 성곡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주한 헝가리 대사관과 헝가리 국립은행(MNB)에서 헝가리 현대 추상 미술전을 후원했는데, 그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에 수입된 헝가리 와인 시음회를 주최했던 것이다. 그 날 초청돼 참석했던 필자는 총 20여 가지의 최신 헝가리 와인들을 시음하고는 그야말로 ‘경악’했다. 필자 기억에 헝가리 와인 시음회 참석이 거의 십 수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필자의 무관심과 게으름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와인 품질의 혁명적 도약을 일궈낸 신세대 헝가리 와인 생산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들에게 다소 낯선 헝가리 와인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찬바람이 얇은 가을 옷을 서글프게 만든다. 낮의 기온은 나름 온화하고 그래서 두터운 옷을 입기도 쑥쓰럽고, 그러나 아침, 저녁으로 공기는 차다. 시월은 뭔지 모를, 원인을 알 수 없는 슬픔이 울컥 다가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달이다. 이런 달에는 그냥 피에몬테로 간다. ‘산자락’을 붙잡고 마음을 달래 본다. 필자의 생일 달은 그런 달이다. 그래서 필자는 피에몬테 와인을 좋아하나보다. 찬바람이 얇은 가을 옷을 서글프게 만든다. 낮의 기온은 나름 온화하고 그래서 두터운 옷을 입기도 쑥쓰럽고, 그러나 아침, 저녁으로 공기는 차다. 시월은 뭔지 모를, 원인을 알 수 없는 슬픔이 울컥 다가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달이다. 이런 달에는 그냥 피에몬테로 간다. ‘산자락’을 붙잡고 마음을 달래 본다. 필자의 생일 달은 그런 달이다. 그래서 필자는 피에몬테 와인을 좋아하나보다. 가을이 깊어가는 피에몬테, 로에로 ROERO ‘산 발치’라는 뜻도, 이름도 정겨운 피에몬테 지방은 이탈리아 북서부 쪽의 프랑스와의 국경 지방이다. 중부의 토스카나 지방과 더불어 와인 품질의 자웅을 겨룰 정도로 유명한 와인 산지 중의 하나로, 이탈리아 전체 75여 개의 와인 DOCG 명칭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