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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제라르 베르트랑 Gérard Bertrand


여기는 북위 43도, 프랑스 최남단.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바람은 부드럽고 봄의 습기는 포도나무의 수액을 오르게 한다. 여름의 복더위와 뜨거운 열기는 포도의 색깔을 검게 하고 포도알 안에 당분을 가득 채워준다. 내륙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땅을 식혀주고 질병을 예방하며, 벌레가 꼬이지 못하게 한다. 강수량은 연 400mm 전후로 프랑스에서 가장 적은 편이다. 화강암 토양에 뿌리내린 고목들은 깊숙하게 박힌 뿌리에서 수분을 뽑아 올린다. 포도 재배의 천국, 여기는 랑그독(Languedoc) 지방이다.

프랑스 랑그독의 대표 와인 그룹, 제라르 베르트랑

랑그독 지방의 22만 4000ha의 포도밭 면적은 프랑스 최대이며 그 중 7만ha는 고급 AOP 와인 생산 지역이다. 불과 50년 전만해도 ‘가장 싼 가격에 대량’으로 포도주를 생산하는데 주력했던 이곳은 오늘날 프랑스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진보와 변화를 경험한 곳이 됐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 등 고급 품종을 재배하고 양조기술을 혁신하며, 기술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상업 유통망을 혁신해 초대형 슈퍼마켓과 결합, 주문, 생산을 통해 대규모 생산 유통을 가능하게 만든 곳이다. 바로 이 변화의 한 가운데 있는 와인 회사가 랑그독 와인 혁명의 기수 ‘제라르 베르트랑’이다.

1975년 조르쥬 베르트랑(Georges Bertrand)은 꼬르비에르(Corbieres) 부뜨낙(Boutenac) 지역의 유니크한 테루아인 빌마쥬 농장(Domaine de Villemajou)에서 아들 제라르(Gérard)에게 포도 수확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제라르가 1965년생이니까 그의 나이 10살 때부터 집안의 밭일에 참여했다. 제라르 베르트랑은 랑그독 지역을 향한 사랑과 와인에 대한 열정을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러나 그가 와인메이커가 되기 전의 경력이 특이하다. 

와인 사업가가 되기 전 그는 유명한 럭비선수였다. 1990년에 스타드 프랑스(Stade Français)팀의 주장으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프로 럭비선수로서의 경력은 1987년 아버지의 갑작스런 서거로 끝나게 되고 22살의 나이에 그는 빌마쥬 농장을 물려받았다. 본격적으로 가업에 뛰어 MARCH 2018 181든 그는 1992년에 ‘제라드 베르트랑 와인회사’를 창립, 도멘느 시걀뤼스(Domaine Cigalus), 샤또 라빌 베르투(Château Laville Bertrou)를 인수했고, 2010년에는 샤또 에그 비브(Chateau Aigues Vives)를 연이어 인수했다. 2002년 샤또 로스피탈레(Chateau l’Hospitalet) 인수로 제라드 베르트랑 회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포도원을 갖춘 회사의 본사 로스피탈레는 지중해 생활 예술을 완벽하게 구현해 회사의 비전을 바꿨다. 2011년에는 테라스 드라르작(Terrasses du Larzac) 지역에 위치한 도멘느 드 라 쏘바존느(Domaine de la Sauvageonne)를 구입했으며 이듬해에는 신생 AOP 지역인 말르뻬르(Malepère) 지역의 샤또 드 라 쑤즈올(Château de La Soujeole)까지 인수함으로써 역대 최고의
랑그독 크뤼들을 섭렵하게 됐다. 2013년에는 건축가 뤼셔(JF Lusher)가 설계한 첨단 양조장을 나르본느(Narbonne)의 라 클라프(La Clape) 지역에 신축했다. 

2014년에는 드디어 그룹의 최고 와인인 끌로 도라(Clos d’Ora)를 출시했으며, 샤또 드 따라이앙(Château de Tarailhan)과 샤또 데 까랑테스(Château des Karantes)를 인수했다. 3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실로 엄청난 팽창이다. 아마도 프로 럭비선수로서 거친 필드에서 그가 닦았던 퍼포먼스와 우수함의 가치에 착안해 제라르 베르트랑은 현재 그의 포도원에서도 그 완벽함을 향해 계속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랑그독의 가장 아름다운 테루아를 지닌 14개 포도원의 오너로서, 그리고 세계에 남프랑스의 엠버서더로서 그 잠재성을 알리고 지역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품고 있다.

친환경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의 진수, 제라르 베르트랑
피레네 산맥과 지중해 사이의 땅 랑그독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랜 기간 ‘대량 생산, 대중 와인’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라르는 그 통념을 깨고 랑그독에서의 고품질의 세련된 와인과 최신 기술의 도입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오스트리아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가 고안한 바이오 다이내믹 생태 영농법(Biodynamic farming)을 2002년부터 도입 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은 전체론적 접근을 시도함으로써 기존의 유기농법을 완전히 새롭게 대체했다. 즉 손수확, 화학 비료 및 살충제 사용 중지 등에서 그치지 않고 수확이나 병입 등과 같은 공정을 달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 시기를 정하고 현장에서 조달되는 재료로 만든 퇴비나 천연비료 만을 사용해 지속 가능한 영농을 추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생산량이 중요한 개념이 아니라 토양의 건강성과 자연 생태계의 교류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저는 제 아들과 손자들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와인은 사업이 아닌 천직이며, 철학입니다. 이게 제 살아나가는 방식이죠.”라고 인터뷰를 마친 제라르는 내 손에 책 한 권을 들려줬다.

“Wine, Moon and Stars.”2015년 발간된 그가 쓴 첫 번째 책이었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에 관한 그의 철학과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다. 현재 베르트랑은 350ha 이상의 밭을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한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과 관련해서 회사는 특별히 보석 같은 귀한 농장을 하나 갖고 있다. 바로 끌로 도라(Clos d'Ora)농장이다. 미네르바 라 리비니에르(Minervois La Livinière) AOP 지역에 있는 이 밭은 원래 양을 치던 목장이었다. 

면적은 약 9ha로 그가 소유한 14개 농장 중 가장 작은곳이다. 포도 품종은 사라와 꺄리냥 고목이 있었는데, 여기에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를 새로 심었다. 끌로 도라 밭은 바니나(Vanina)와 빅토리으(Victorieux)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의 노새를 이용해 경작한다.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트랙터나 다른 기계들이 의도치 않게 포도나무에게 무자비하게 위압을 가 하는 반면, 노새는 발아래 지구를 느끼며 생명의 연계를 이어준다. 그들이 만드는 유익한 퇴비 비료는 덤이다. 제라르는 이들 동물이 인간과 지구를 이어주는 연계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농장 한 가운데는 명상할 수 있는 작은 집도 있다. 멋진 포도밭과 주변 산의 정경을 볼 수 있으며 우리를 땅과 가깝게 이어주고 있었다.

“우리 와인은 땅의 무한한 잠재력을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석회암과 규소토의 특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의 와인을 만들 때에는 단지 맛과 감동을 전달할 뿐 아니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자연의 테루아와 연결하는 병에 담긴 메시지죠! 끌로 도라 와인의 메시지는 ‘평화, 사랑 그리고 조화’입니다. 이것이 와인을 대하는 나의 패러다임이며 우리가 소비자와 와인 애호가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인 것입니다. 이 와인을 통해 우리는 모두 연결되죠.”라고 제라르는 긴 호흡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베르트랑 회사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시행함과 동시에 지속가능개발정책에 따른 의무를 따르고 있다. 온실가스 방출의 요소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굿 플래닛(Good Planet)협회의 얀 아써스와 함께 랑그독에서 ‘그린 프로젝트 1만 Trees Goal’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친환경 농법의 선두 주자이며, 유기농 와인 재배자들과의 파트너십, 와인 테루아와 환경 보존에 따른 활동, 굿 플래닛 재단과 함께 농림산업지원등의 공로로 제라드 베르트랑은 2017년 프랑스 언론 매체 기관인 Les Echos에서 수여하는 책임 리더십 부분에서 트로피를 수여 받았다.

제라르 베르트랑의 철학과 정체성
Gérard Bertrand의 세계로 몰입하기 위한 또다른 공간은 샤또 로스파탈레 본부 건물이다. 이곳에는 작은 호텔과 유기농 식당, 테이스팅 셀러와 잘 관리된 포도밭이 있다. 나르본느 시와 해변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 언덕에서는 멋진 바다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제라르의 럭비 동료이자 예술가로 변신한 장 삐에르 리브(Jean-Pierre Rives)가 설치한 여러 조각 예술작품들은 농장 야생의 자연과 멋지게 어울린다. 

바로 여기서 제라르는 2004년부터 공동체를 위한 재즈페스티발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점점 커져서 5일 밤에 걸쳐 1200여 명의 내방객이 식사와 콘서트를 즐긴다.“재즈는 테루아와 같은 거예요. 흙에서 오고 영감을 줘요. 매일 어떤 연주를 들으면 그것은 각기 다르죠. 즉흥적이면서도 직관적이죠.”라고 재즈 애호가인 제라르가 흥분해서 설명했다. 하! 재즈까지 테루아와 연관시키다니! 지중해의 긴 여름밤을 건강한 음식과 맛있는 와인, 그리고 듣기 좋은 재즈음악을 들으며 푸른 바다를 보는 감동을 갖기를 추천해 본다.

제라르 베르트랑 와인은 공동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그 작업은 전통과 뿌리를 확인하고 이해하며, 고양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필자는 이 회사의 로고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순박하면서도 힘과 에너지가 깃든 십자가 디자인이다. 로마 제국이 몰락하면서 북에서 내려온 서고트족의 십자가다. 이 십자가는 지금의 랑그독 십자가의 시초가 됐다. 컵의 물을 나눠 마시고 있는 비둘기는 나눔과 평화를 상징하는 심볼이다.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알파와 오메가는 매년 새로워지는 와인의 자연 주기를 나타낸다.

제라르는 와인을 ‘즐거움과 감정, 또는 메시지의 잠재적 매개체와 유쾌함’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룹의 4가지 궁극적인 가치를 탁월함, 진보, 자연스러움, 그리고 유쾌함에 두고 있다. 듣기만 해도 즐겁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는 철학을 관조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와인이 점점 더 맛있어지는 이유다.


끌로 도라 Clos d'Ora, Minervois La Livinière
미네르바 마을의 라 리비니에르 구역에 위치한 끌로 도라 농원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9ha의 포도밭이다. 해발 고도는 약 220m며 토질은 백악질 기반암 위에 사토와 이회토가 많다. 친환경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관리하며 각 이랑을 노새를 이용해 간다. 손 수확된 포도는 품종 별로 콘크리트조에서 발효하며, 춘분절에 블렌딩하고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시킨다. 와인은 지중해를 대표하는 4가지 품종을 블렌딩했다. 

시라 품종은 표준 양조법을 사용하고,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품종은 아주 가벼운 착즙 과정으로 타닌 추출을 최소화하며, 꺄리냥 품종은 송이 통째로 넣어서 고온 발효해 향을 최대한 추출한다. 병의 무게도 육중하거니와 ‘Clos d'Ora’의 금색 글씨와 황금색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사형 정기가 느껴지는 레이블 디자인이 압도적이다. 앞서 본문에서 설명했듯이 ‘평화, 사랑, 조화’의 3요소를 설명하고 있다. 뒤 레이블에는 ‘찬송가의 양자물리학(Quantiques des Cantiques)에 대한 오마쥬’ 라고 설명돼 있는데, 번역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이해는 조금 어렵다.

‘Ora’는 라틴어로 기도를 뜻한다. 종교적 귀의와 우주 천체에 대한 무한한 경외가 느껴지는 와인이다. 8998병 중 1360병째병을 시음했다. 짙고 심원한 흑적색 색상에 생동감 있는 과일향이 먼저 풍겨 나온다. 블랙베리와 커런트류다. 뒤이어 삼나무 목재향과 바닐라, 후추와 아니스도 참여하고 토스트와 에스프레소의 비터니스가 포인트를 준다. 14.5%vol의 알코올은 힘과 뜨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높은 산미와 매끄러운 타닌이 진정시켜 준다. 4가지 품종의 사랑스러운 조화가 온 몸에 평화롭게 느껴진다. 고딕 대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의 향연이다. 미디엄으로 구운 뉴욕 스트립에 로즈마리와 후추를 곁들여 즐기면 좋겠다. 
Price : 50만 원대




라 포르쥬 La Forge, Corbières Boutenac
라 포르쥬 와인이 생산되는 빌마쥬 농장은 제라르의 아버지 조르쥬 베르트랑이 1970년에 구입한 이래 베르트랑 가문의 본산격인 농장이다. 여기서 아버지와 아들은 와인에 대한 열정과 꿈을 나눴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빌마쥬를 이어 받은 베르트랑은 전통과 테루아를 존중함과 동시에 전 세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빌마쥬 농장은 꼬르비에르 마을의 부뜨낙 구역으로 바다에서 떨어진 내륙쪽에 있다. 부뜨낙은 꼬르비에르 원산지 명칭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농장에는 매우 오래된 꺄리냥 고목이 있는데, 최근 그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명품 랑그독 와인 생산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품종이다. 꺄리냥 품종은 주로 탄산가스 침용발효법(Carbonic Maceration)을 사용해 과일향과 산뜻함을 강조한다. 때문에 빌마쥬 농장 와인들은 과일향이 풍부하며 향신료 풍미가 좋다. 곧 바로 즐길 수 있는 가벼움과 유연한 타닌감이특 징이다.

총 면적 130ha의 빌마쥬 농장에서 최고의 테루아는 언덕 정상 부근의 중신세 토질의 ‘라 포르쥬 La Forge’구역이다. 약 8ha의 자갈밭에 100년 이상의 꺄리냥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라 포르쥬는 또한 아버지 조르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밭 구획으로써 제라르는 아버지에 대한 헌정으로 이 특별한 와인을 만들게 됐다. 사용된 품종은 지중해 품종 중 가장 향이 좋은 두 품종, 꺄리냥과 시라다.

라 포르쥬 와인을 위한 포도 수확량은 25hl/ha 로서 보르도의 절반 이하다. 두 품종은 특성 상 따로 양조된다. 블렌딩 후에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15개월간 숙성하고 필터링 없이 병입해 다시 12개월간 숙성시킨 후 출시한다. 필자가 시음한 병의 레이블을 보니 총 생산량 1만 1236병 중 1만 114병째 병이었다. 와인은 보랏빛이 감도는 흑장미 꽃잎 색상에 블루베리와 말린 자두의 이국적 과일향이 두드러지며, 정향과 아니스, 시골 농장의 향토적인 헛간 내음도 멀리서 어렴풋이 흘러들어 온다. 부드러운 산미와 적절한 감미로움이 감도는 입맛에 비단결같이 섬세한 타닌을 갖추고 있다. 우아함과 따스함을 겸비한 지중해 지역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 와인은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담은 와인으로 느껴진다. 
Price : 17만 원대




시걀뤼스 레드 Cigalus Rouge & 화이트 Cigalus Blanc
1995년 제라르 베르트랑 그룹에 편입된 시걀뤼스 농장은 아주 특별한 콘셉트로 관리되고 있으니, 바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이다. 자연과 주변의 리듬을 존중하며 적포도와 청포도 모두에서 랑그독 와인의 정통 표현을 찾아내려고 한다. 2010년부터 완전한 바이오 다이내믹 실천 인증서인 디미터(Demeter)인증을 받았다. 토질은 충적토인 질트와 점토가 많아서 다소 풍요로운 편이라 이 농장 와인들은 미국 나파 밸리 와인처럼 힘이 넘친다. 그러나 하부 지질은 석회석 암반이 있어서 과도한 생산성을 억제하며, 와인에 산미와 신선도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총 75ha의 시걀뤼스 농장에는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청포도와 적포도가 자란다. 모두 태양과 달의 움직임에 따라 작업을 하다 보니 생산된 와인은 자연스럽게 테루아를 깨끗하게 반영한다. 

레드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시라, 그르나슈, 꺄리냥, 그리고 깔라독 품종을 블렌딩했다. 대서양적인 보르도 품종과 지중해적인 랑그독 품종의 결합과 조화를 추구해 본 와인이라서 시음주로 선정해봤다. 시라와 꺄리냥 품종은 별도로 탄산가스 침용발효법을 사용하며, 다른 품종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20여 일간 발효한다. 이후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한다. 그 후 필터링 없이 바로 병입해 수 개월간의 추가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한다. 가장 진한 색상을 가진 품종들의 결합인 만큼 색상은 진짜 검붉었다. 잘 익은 블랙 커런트와 블랙베리, 스모크한 고기류와 가죽향, 허브와 민트, 피톤치드의 시원하고 상승감을 주는 향이 고유한 느낌을 준다. 폭발적인 15%vol 알코올이 주는 첫 시퀀스를 지나면 말린 자두나 무화과, 흑사탕을 떠올리게 하는 감미로운 풍미가 이어진다. 타닌의 결이 매우 복잡해 실크, 벨벳, 광목 등을 겹겹이 쌓은 느낌이다. 뒷맛은 모카커피와 토스트, 민트, 제비꽃 향이 길게 끊어질 듯 이어지며 1분간 아련하게 남는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통해 테루아의 진솔한 표현을 강화시킨 와인이다. 산장 테라스의 단독 바비큐나 티본스테이크와 함께라면 최적이겠다.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70%, 비오니에 20%, 소비뇽 블랑 10% 를 블렌딩했다. 양조 과정에서의 특이한 점은 전체 주스의 70% 는 새 오크통에서 발효시켰고 나머지 30%는 일반적인 스테인레스조에서 발효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시걀뤼스 농장의 테루아가 가진 힘을 믿을 수 있기에 오크와의 깊은 접촉을 통해 복합미를 얻고자 하는 과감한 발상이다. 이후 유산 발효를 통해 추가적인 안정감을 부여했고 오크통에서 6개월 숙성시켰다. 화이트 와인의 색상은 매우 맑고도 진한 밝은 황금색이 아름답다. 향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잘 익은 복숭아와 살구향이 무릉도원의 문을 열었고, 버터와 패션 푸룻과 자몽향이 서양의 이국적 느낌을 사프란와 계피 향이 동양적인 단아함을, 아몬드와 헤이즐넛, 구운 잡곡빵 풍미가 구수함을 더 한다. 마치 샤또뇌프 뒤 빠쁘의 화이트 와인을 접하는 기분이었다. 14.5%vol 알코올에 긴 피니시를 가진 웅장한 화이트 와인이다. 
Price : 레드 & 화이트 13만 원대


진호 / 중앙대학교 와인강좌 교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역사학 박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와인의 매력에 빠져, 와인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이후 중앙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17년간 한국와인교육의 기초를 다져왔다. 현재 <손진호와인연구소>를 설립, 와인교육 콘텐츠를 생산하며, 여러 대학과 교육 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을 교육하고 전파하는 그의 강의는 평판이 높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로서,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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