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부쩍 늘어났다. 조지아를 방문하면 태초에 빚었던 크베브리(Qvevri, 황토 항아리) 와인과 보르조미 내추럴 미네랄 워터를 레스토랑 식탁 위에서 항상 만날 수 있다. 조지아 국민들이 가장 자랑하는 것은 와인, 천연광천수, 장수마을이다. 보르조미는 구 소련시절 3대 보물로 볼가 자동차,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보르조미 광천수를 꼽았다.
보르조미는 코카서스 산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코카시스 산맥에 장수마을이 많이 있으며 코카서스 산맥의 줄기에 위치한 보르조미-하라가울리 국립공원(Borjomi-Kharagauli National Park)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국립공원 안에 850~2500m에 걸쳐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보호구역으로 수원지는 지하 8000m에서 용출돼 나오는 빙하 광천수를 그대로 사용한다.
보르조미 역사는 1000년 전부터 이미 식수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 후 1세기경에 지역의 주민들이 석조 목욕탕을 세워 온천욕을 한 흔적도 있다. 1829년 오스만 제국의 침략에 대비해 러시아 척탄병(擲彈兵, 수류탄병) 부대장인 파벨 포포프(Pavel Popov) 대령이 이곳에 파견됐는데 심한 피부병에 걸려 고생하는 중에 보르조미의 온천욕으로 치유됐다. 1841년 러시아 주재 코카서스 총독은 원인 모를 병으로 죽음 직전의 딸에게 보르조미를 마시게 한 후 병이 말끔히 낫게 되면서 치유의 물로 명성을 높였다. 러시아, 조지아의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만성 위염, 위궤양, 간 질환, 신장 결석, 숙취해소 등에 좋으며, 특히 소화질환,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르조미는 러시아 황제에게 진상됐던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광천수다. 보르조미의 상업화는 1890년 보르조미 제조공장을 세웠고, 1894년에 병입한 보르조미를 판매하기 시작, 1953년 근대식 설비를 갖춘 제1생산 공장이 준공되면서 1961년 미국, 프랑스 등 15개국에 수출, 프리미엄 워터로 인정받았다. 해외 수출이 많아지고 소련 전역에서 보르조미를 찾은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1969년 제2의 생산 공장이 증축됐다. 1992년 조지아는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최대 소비 시장이었던 소련 시장이 폐쇄돼 경영난에 허덕이게 됐다. 1995년 조지아 정부가 보르조미 회사를 국유화하면서 제1공장을 현대식 설비로 교체하고, 병과 상표를 새롭게 디자인, 재기를 노려 다시 러시아에 수출을 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1997년 다시 제2공장을 현대식 설비로 증축하면서 위생관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췄다. 2004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자 공장의 설비를 현대적인 첨단 대량생산 시스템과 물류창고를 확장했다. 2005년 연간 2억 병 생산에 도달한 보르조미는 국제인증기관인 ‘Bureau Veritas’의 ISO 22000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8년 북경 올림픽 개막식 날 러시아에 전쟁을 일으켰으나 패배하면서 러시아로 수출 길이 막히자 러시아 내에서 가짜 보르조미가 판을 치게 됐다.
보르조미는 ‘코카서스 산의 빙하가 녹아 60여 종류의 미네랄이 품은 광천수는 해발이 높은 지역에서 용출돼 천혜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거쳐 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의 물’이라고 한다. 또한 보르조미는 국제품평회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 1907년 SPA 그랑프리, 1909년 카잔 그랜드 골든 메달, 1911년 드레스덴 디프로마 오브 호너(Dresden Diploma of Honor), 1940년 스탈린 황금훈장, 1975년 부다페스트 황금 메달, 1998년 노보시비르스크 금메달, 1996년, 1997년, 1998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금메달 등을 수상했다.
필자는 ‘보르조미’를 테이스팅했는데 고경도이면서 다양한 미네랄 맛을 느끼면서 탄산의 부드러우면서 강한 느낌도 있고, 짠맛이 잘 조화된 맛이 일품이다. 미네랄 총 용존량(TDS)은 5673㎎/ℓ이며, 경도 450㎎/ℓ, 칼슘 100㎎/ℓ, 마그네슘 50㎎/ℓ, 나트륨 1000㎎/ℓ, 칼륨 12㎎/ℓ, 중탄산염 5000㎎/ℓ 등이 함유돼 있고, pH7.5로 약알칼리수다. ‘보르조미’는 화산암 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고 여과되면서 12℃로 분출하는 클래식 탄산수로 먹는 샘물의 품격을 찾은 애호가들이 마시기에 가장 적합한 물이다. 특히 ‘보르조미’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비율이 2:1로 인체의 땀 구조와 같아 몸에 잘 흡수되기 때문에 운동 후에 마시면 갈증을 없애는데 좋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 중에 탄산수를 추천한다면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물로 ‘러시아 황제의 물’, 그리고 ‘러시아 3대 명물이었던 조지아 장수하는 천연 탄산수’라고 추천하면 고객은 매우 만족하면서 ‘물에도 이런 프리미엄 물이 있네.’하고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보르조미’는 조지아의 먹는 샘물 중에서는 가장 클래식한 탄산수이며, 부호나 미식가들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선호하는 물로 음식과 함께 마시면 격식이 달라진다. 또한 음식과 조화에 있어서는 조지아 전통요리, 돼지 바베큐,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한 고객들에게 추천해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가 있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신 고객들에게 권할 경우 숙취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정에서 배달시켜먹는 양념한 BBQ에 콜라대신 마시면 BBQ 풍미도 살리고, 건강에도 좋다.
고재윤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교수
고재윤 교수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소믈리에학과장,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으로 한국와인의 세계화에 온갖 열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