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작년까지를 비롯해 매년 생수시장이 지속적으로 부각되면서 음료시장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생수가 에너지·스포츠 음료의 상승세를 꺾으면서 불황속에서 고속 성장을 하게 된 것은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웰빙과 힐링을 추구하는 시대가 왔다는 신호다. 특히 산업·공업화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지하수를 함부로 마실 수가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먹는샘물을 단순한 식수가 아닌 건강을 위한 음료로 여기면서 먹는샘물의 효능과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최근 먹는샘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매출이 2015년 6200억 원을 넘은 데 이어 2016년에는 7000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것은 와인 매출시장을 상회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5년에는 탄산수 붐이 일었고, 작년에는 ‘워터 디톡스’ 열풍이 불었다. 2004년 이후부터 에비앙, 페리에, 볼빅, 휘슬러 워터 등 수입 생수가 국내에서 다량 유통되면서 먹는샘물 속에 함유돼 있는 미네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산소수, 해양심층수, 알칼리수 등 기능성 생수도 시장에 서서히 안착하게 됐다.
먹는샘물은 단순한 소비재를 뛰어넘어 패션과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업장에서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역시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다. 단순한 식수가 아닌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용기 모양도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소비자 기호에 맞게 디자인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추세다.
먹는샘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생수를 찾아 마시고, 먹는샘물의 맛과 미네랄 함유량에 따라 물을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되면서 백화점, 호텔 레스토랑, 바 등에 ‘워터 소믈리에’들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최근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 편이 발간됐다. 이에 선정된 24개 호텔 레스토랑 중 한식당이 13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식당의 품격이 올라간 것이다. 국내 미식 문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한국음식에 대한 세계 미식가들의 관심 역시 커졌다. 미쉐린 가이드 발간은 한국 호텔 레스토랑 업계의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은 물론이고 음식의 품질 수준, 조리인들의 자세까지 크게 향상되면서 한식 세계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점을 주는 평가 기준은 식재료의 품질,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조리사와 식당의 독창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찾아가도 변함없는 맛의 일관성 등이다. 지속적으로 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쉐린 가이드를 받은 식음업장은 기존 서비스로는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힘들며, 고객의 요구사항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선진국에서처럼 먹는샘물을 호텔 레스토랑에도 다양하게 취급해야 하는 시점이다. 소믈리에 못지않게 워터 소믈리에의 역할을 맡을 인력이 필요하고, 와인 리스트 외에 워터 리스트도 구비해야 한다.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에게 먹는샘물과 음식을 페어링해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건강과 관련한 요소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1415년 조선 철종시대에 먹는샘물을 판매한 북청물장수가 있었다. 현대에 와서는 1976년에 ‘다이아몬드정수’라는 제품이 최초로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를 받았지만 판매는 외국인에게만 허용됐다. 1975년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는 설악산의 먹는샘물을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을 찾은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먹는샘물은 80년대 후반까지 판매가 금지돼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 중 잠시 허용됐다가 올림픽이 끝나자 다시 규제를 하자 먹는샘물 판매업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1994년 대법원이 ‘먹는샘물 유통 금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이듬해 국회에서 ‘먹는물 관리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생수 산업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 호텔 레스토랑들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먹는샘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워터 소믈리에를 채용하고, 병입된 다양한 먹는샘물 제품을 구비해 해외에서 서울 미쉐린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