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일본계호텔 브랜드가 조용히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일본에서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동남아 관광객 그리고 국내고객까지 대상으로 한다. 일본에서 주로 선보인 호텔들은 대부분 3~4성급의 중소형 호텔이어서 중소형 호텔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에 자국 호텔 브랜드를 소개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와 3성급 이하의 국내 로컬 오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 호텔 브랜드의 특징과 매력은 무엇일까?
해외진출의 첫 발을 한국에서
한국에 정착한 일본 호텔 브랜드의 1세대는 도요코인과 도미인, 솔라리아다. 이후 쿠리타케소와 스프라지르, 아베스트, 르와지르, 치선, 그레이스리가 오픈했다. 일본의 한국 진출은 필연적으로 진행됐다. 현재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호텔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공유숙박 형태가 늘면서 더 이상 일본 내 호텔 설립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일본에서 다져놓은 호텔 운영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발판을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교적 진입하기 수월한 한국에서 디뎠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일본 호텔 브랜드들이 2015년 즈음에 들어왔다. 아마 2013년에서 2014년의 호텔업 호황기에 시장가능성을 본 것 같다.”면서 “국내로 들어온 대부분의 호텔들이 일본 내 1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는 중견 그룹들이고 자국 내에서 안정된 운영해왔기 때문에 해외로의 사업 확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본 호텔 브랜드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신축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의 호텔을 리브랜딩해 브랜드만 도입해오기도 한다. 실제로 소테츠그룹의 더 스프라지르 호텔의 경우에는 1호점은 골든튤립엠서울호텔, 2호점은 기존의 KY헤리티지 호텔을 리브랜딩했다.
탄탄한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일본 호텔들
일본에서 유명한 호텔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철도회사에서 운영하는 호텔들이 많다. 일본 요코하마를 기반으로 하는 철도회사 소테츠그룹은 일본에서 5개의 호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형 철도회사 중 하나이자 큐슈지역 최대 버스회사기도 한 니시테츠는 3개의 호텔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솔라리아 니시테츠를 한국에 선보였다. 이외에도 나고야를 기반으로 하는 메이테츠는 메이테츠 그랜드 호텔 외 약 10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한국에 소개된 바는 없지만 조만간 한국 진출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메이테츠 관광 추태영 소장은 “일본의 철도회사는 각지로 연결되는 철로를 보유하고 있어 철로를 기반으로 관광지를 개발하고 호텔을 세우며 쇼핑센터를 설치하는 등의 사업 확장을 한다.”며 “특히 부동산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철로를 주변으로 타운이 형성되면 호텔사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의 철도회사가 운영하는 호텔은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중소형의 국내 로컬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쉽다.
이 외에도 르와지르 호텔은 전 세계 75개 호텔 체인, 일본 내에만 64개 호텔을 보유한 솔라레 호텔&리조트 그룹에서, 8월 말 오픈 예정인 그레이스 리의 경우에는 호텔, 웨딩, 레스토랑 등의 일본 내 관광사업을 주름잡는 후지타관광에서 운영한다.
일본 호텔에 가지고 있는 기대감
한국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일본 호텔을 찾는 이유는 일본에서 경험한 오모테나시 서비스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계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호텔리어들은 오모테나시의 실천을 가장 의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오모테나시가 여행객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낯선 여행지에서의 불안함을 호텔리어들의 적극적인 서비스를 통해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굳이 일본의 서비스를 찾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여행 중 극진한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 같은 조건이면 관광객들은 일본 호텔을 선택한다. 이에 호텔에서는 한국인 호텔리어들을 상대로 일본 현지 연수를 지원하기도 하는 등, 한국인이지만 일본 호텔리어들이 가지고 있는 오모테나시를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일본에서 경험한 오모테나시와 견줄 국내 호텔 경쟁력이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일본 호텔들의 또 다른 강점은 가성비다. 일본 호텔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객실 구성을 하고 있다. 실제로 르와지르 호텔 서울 명동의 경우 숙박비가 8만 원에서 11만 원 수준이라 인기가 좋으며, 도요코인 동대문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8만 원 대에 객실 예약이 가능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호텔? 중소형호텔?
“우리나라에 정착한 비즈니스호텔은 비즈니스호텔이 아니다.” 일본 호텔업계에 오래 종사했던 호텔리어의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비즈니스호텔 개념이 국내에서는 중소형호텔의 이미지로 잘못 자리 잡혔다고 꼬집는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은 진짜 ‘비즈니스’ 호텔이다. 즉, 출장객들이 출장 시 찾는 호텔로 기본적으로 1인 싱글룸과 싱글베드를 갖춰놓은 합리적인 호텔이다. 또한 하루 일과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욕조가 구비돼 있다. 현재 국내 비즈니스호텔 중에서는 도미인 프리미엄 서울 가로수길이 일본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의미의 비즈니스호텔이다. 도미인 프리미엄 서울 가로수길은 출장객들을 위한 싱글 룸을 갖춰놓았을 뿐 아니라 쌓인 피로를 풀어줄 대욕장도 마련, 여기에 투숙고객에게 일본식 쇼유라멘(요나키 소바)를 일본처럼 야식으로 무료 제공한다.
8월 31일 오픈 예정인 그레이스리의 경우에도 싱글 룸 타입이 있으며 여기에 일본 전통의 목욕문화를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독립형 베스룸을 전 객실에 도입했다. 또한 특히 중요시 생각하는 조식도 일본 현지 호텔 총괄 셰프가 직접 내한해 연구한 메뉴들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호텔 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국내에 정착한 일본 호텔들은 브랜드만 들여올 것이 아니라 서비스도 철저히 일본식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내부 교육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일본계 회사의 특성상 외국에 자사 브랜드를 론칭할 때에는 무조건 헤드와 관리인 급은 본사에서 파견한 일본인으로 지정한다. 솔라리아 니시테츠 호텔의 경우에는 초기 직원의 1/3이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직원을 파견할 경우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져 점점 일본어 소통이 가능한 한국인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대신 철저한 교육을 통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문제는 리브랜딩 개관의 경우에는 기존에 있던 직원들과의 소통이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B 호텔의 경우에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거의 없어 일본인 총지배인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상황을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고 호텔 운영에도 개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일 이어서 [Feature Hotel] 한국에서 찾는 오모테나시, 조용히 밀려오는 일본 체인호텔 브랜드들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