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8th Special Feature] 다이닝에 불어 닥친 위기 必 지속가능성 -① 이어서...
- 로컬푸드의 지속가능성을 향한 푸드 에코 마일리지와 자연농
식품에 유통과정이 길어지면 그만큼 식품을 보존하기 위해 화학 첨가물이나 농약이 과다 사용되고 이는 결국 환경으로, 사람으로 돌아가 악순환의 사이클로 연결된다. 로컬푸드 운동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푸드 에코 마일리지다. 푸드 에코 마일리지는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 도달하는 거리를 의미하며 이동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식탁을 만드는 데 뜻을 더한다. 푸드 에코 마일리지를 실천하는 레스토랑에서는 메뉴판에 이동거리를 표시해 고객에게 이를 안내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자연순환유기농업(Nature of Ecosystems Organic Farming, 이하 자연농)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농은 흙의 미생물을 이용해 토양을 개선하고 식물성장에 필요한 질소, 인산, 칼슘을 자연에서 얻는 방법이다. 즉 인위적인 것을 걷어내고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땅이 스스로 재배하는 농법이다. 무분별한 화학약품 살포로 교란상태에 빠진 토양생태계를 회복하고 토양과 미생물, 식물이 균형 잡힌 순환 체계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땅이 주는 건강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리 기준이 없고 시장이 정립되지 않아 농가소득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 건강한 식품이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 팜 프레시 무브먼트
최근에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트레스 없는 사육환경이 강조되고 있다. 농장에서부터 제품생산, 레스토랑 운영까지 팜투테이블을 실현하고 있는 존쿡 델리미트는 2014년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팜 프레시 무브먼트’를 시작했다. 팜 프레시 무브먼트란 무항생제, 동물복지 등을 통해 건강한 고기를 생산하는 목장들을 발굴해 지정 농장으로 정하고 이곳에서 원료육을 공급받는 형태의 생태계 구축 프로그램이다. 강원 횡성 설성목장, 충남 홍성 성우목장, 경기 이천 성지목장, 스페인 엑스트레마두라 지역의 몬테사노 목장이 팜 프레시 지정목장이다. 1976년 설립한 설성목장의 경우 올해로 43년이 됐다. 이곳에서는 직접 생산한 웰빙 사료를 급여하고, 24만 평 대지의 자연에서 소들이 스트레스 없이 자라고 있다. 존쿡 델리미트는 ‘건강한 고기가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건강한 식품이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라는 슬로건 아래 팜 프레시 라인을 처음 도입했다. 2015년 국내산 무항생제 돼지고기로 만든 ‘부어스첸’을 시작으로 친환경(무항생제), HACCP 인증을 받은 설성목장의 한우로 만든 ‘설상목장 한우 소시지’를 출시했다. 또한 팜 프레시 지정 목장의 고기만 사용하는 미트요리전문레스토랑 더 미트 퀴진을 지난해 오픈해 팜투테이블을 실현시켰다.
존쿡 델리미트는 팜 프레시 무브먼트 외에도 환경을 생각해 포장과 함께 버려지는 아이스팩을 재활용하는 리프레싱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매장으로 아이스팩 3개를 가져오면 존쿡델리미트 프레시 소시지 1개로 교환해준다. 팜 프레시 무브먼트에 소비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팜 프레시 팩토리도 4월 12일 성수동의 성수연방 2층에 오픈한다. 존쿡 델리미트를 운영하는 에쓰푸드 브랜드이노랩팀 김정희 대리는 “팜 프레시 팩토리는 팜 프레시 무브먼트를 시작하는 첫 걸음이며 브랜드 스토어로서의 가치도 기대하고 있다. 팜 프레시 팩토리를 통해 고객들이 팜 프레시 무브먼트에 재미있게 참여하고, 더 좋은 식품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셰프의 역할
푸드 플랜은 좋은 먹거리를 의미하는 굿 푸드로 불리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농업, 건강, 환경 등 다양한 고민이 결합돼 있다. 특히 다이닝의 지속가능성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로컬푸드다. 대부분 생산자 중심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친환경적인 생산라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바르게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다이닝 업계가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한걸음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마다 외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입맛은 가공식 위주의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졌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유도하는 셰프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에는 외식업계에서도 지속가능성에 공감하는 레스토랑의 의미 있는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자의 철학과 고집이 있는 건강한 식재료를 선별하고 가공식이 아닌,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맛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비단 한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재배, 관리, 폐기, 에너지에 이르는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레스토랑 산업이 전개되고 있다.
- 전 세계 구드 프랑스 주제는 ‘지구를 위한 요리’
매년 3월 21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프랑스 미식행사인 구드 프랑스가 한국에서도 열렸다. 이 기간에는 전세계 5대륙 150곳 이상의 재외프랑스 대사관 및 영사관과 3000여 명의 셰프들이 레스토랑에서 프랑스 요리를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올해 31개의 레스토랑이 구드 프랑스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구드 프랑스의 주제는 ‘지구를 위한 요리’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Provence)지역을 선정해 전 세계에 프로방스의 요리를 알렸다. 특히 올해는 전 세계 3개 국가에 프랑스 요리를 홍보하는 셰프를 파견했는데 벨기에, 뉴욕과 더불어 한국이 그 중 하나다.
한국을 찾은 두 명의 셰프 중 2017년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셰프인 파니 레(Fanny Rey) 셰프는 오베르주 드 생-레미 드 프로방스의 오너셰프로 해산물, 허브 등 자연에서 얻어진 순수한 재료의 특성을 요리에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다양한 종류의 미역이 생산돼 염분의 함량과 맛이 다른데, 파니 레 셰프는 요리에 소금 대신 뜨거운 물에 데쳐서 얻은 미역의 염분을 사용한다. 산과 바다로 이어진 도시 마르세유는 멋진 경관과 함께 다양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레퓌세트 레스토랑(Restaurant L’Epuisette)을 운영하고 있는 기욤 수리외(Guillaume Sourrieu) 셰프는 요리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그는 최대한 근거리에서 재료를 수급해 이동 거리를 줄이고 제철,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그가 해산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어류의 멸종 위기와 관련이 있다. 기욤 셰프는 “마르세유에 인접한 지중해는 원래 생선 종류가 풍부했지만 점차 멸종되고 있어 생산량이 줄었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며 생선을 잡는 지역 낚시꾼들이 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아쉽다.”면서 “요리를 담당하는 셰프들이 일반 시민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역 어부들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연을 존중하는 요리 철학을 고객들과 공유해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파비앙 페논(Fabien PENONE) 주한 프랑스 대사는 “한국에서 많은 셰프들을 만나보면 지속가능한 요리에 대해 고민하고 인식을 같이 한다는 것을 느낀다.”라면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철재료 사용, 생산지와의 거리, 재료가 생산되는 청정한 환경, 해양자원 보전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되는 경제 위기, 석유 및 식량이 고갈되는 자원 위기,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산업이 발전해 부를 축적시키는데 있어서 사회의 빛과 그림자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며, 환경의 희생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밑천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인간의 삶은 위기에 봉착했고 더 늦게 전에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전 세계가 뜻을 모으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성은 사회, 경제, 환경과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상생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관점에서 비추어 봤을 때, 지속가능성은 인간의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더불어 윤택해지는 상생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환경 문제로 촉발된 지속가능성을 실현시키지 않으면 미래 식량의 고갈과 질병으로 인간의 삶은 피폐해 질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의 푸드체인 가운데 전 세계, 정부, 생산자, 소비자를 비롯한 외식업계가 선순환 구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국가, 도시, 지역으로 좁혀지는 인간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자연에게 받았던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작은 노력과 실천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