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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Dining] 상생과 협력의 해법을 찾아라_ 젠트리피케이션 -②

어제 이어서 [Feature Dining] 상생과 협력의 해법을 찾아라_ 젠트리피케이션 -①


소규모 상점 감소, 다양성 사라져
기존에는 외부 자본의 유입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불렀다면 새로운 유형의 젠트리피케이션이 공동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거리가 유명해지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여 기존 상인들을 내보내고 빈 점포를 채우기 위해 무권리금을 내세워서라도 세입자를 끌어 모은다. 결국 공실률이 높아지고 유동인구는 줄어들어 상권은 침체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태원의 경리단길도 이 같은 몸살을 겪고 있다. 지역과 상생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작은 식당과 정겨운 테라스가 상징이던 아담한 거리는 유명세를 등에 업고 임대료를 높여 기존 상인을 쫓아내고 빈 가게만 덩그러니 있는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혹은 비워진 점포를 허물고 고층으로 들어선 상가들과 프랜차이즈 업종들로 채워져 어느새 상권이 주거지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처럼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겪고 있는 곳의 공통점은 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소규모 상점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퇴색되는 것이다. 한양사이버대학교 호텔외식조리경영학과 김영갑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상권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현상으로 보고 “국가나 일부 상인들의 노력으로 상권이 활성화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건물주는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부합하는 임대료를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러한 건물주들의 경제행위로 인해서 다시 상권이 침체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건물의 생애평생가치 측면에서 계산했을 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건물주가 이득을 본 경우보다 오히려 손실이 더 큰 경우도 많다. 건물주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했을 때 임차인과 상생하며 더 큰 미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사례, 프랑스 파리의 ‘비탈카르티에 사업’
이처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심화로 도심에 소규모 상점이 감소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의식은 한국 뿐 아니라 앞서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겪은 해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의 해외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사례와 시사점(맹다미)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비탈카르티에 사업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파리시는 1970년대까지 도심 내 대형 상업건물이 입지하면 용적률 인텐시브를 부여하는 등 도시계획차원에서 대규모 상업기능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대규모 상업시설이 입점한 이후 상업가로에는 고급 부티크, 체인 레스토랑 등이 늘어가고 시민을 위한 소규모 식료품점, 전통 카페, 식당 등은 현저히 감소했다. 소규모 생활 상점들이 사라지면서 골목상권은 위기를 맞았고 대규모 단일 업종 도매상이 일부 지역을 잠식하면서 가로(街路)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이 악화돼 소상공인을 위한 도시계획 차원의 보호조치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파리시는 2006년 도시기본계획인 파리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로 저층부에 독특한 지역 상권을 형성하고 있거나 상점들이 폐점해 지역의 침체가 시작되는 곳을 보호상업가로 지정했다. 보호상업가의 절반 이상이 먹거리 관련 시설인데, 보호상업가로 지정되면 건물 1층에 입점한 기존 소매상업과 수공업 시설은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없다. 즉 가로변과 맞닿은 건물 1층 부의 유휴공간을 확보해 기존상권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보호조치였다.


하지만 이 제도로 양적 보호는 가능하지만 실질적 골목상권은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므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부터 비탈 카르티에(Vital’ Quartier)사업을 시작했다. 파리시 산하 거리활성화정비국인 세마에스트(SEMAEST)를 두고 파리시로부터 총 11개의 사업지구에 있는 건물 1층 상점과 토지에 대한 선매권을 받아 골목상권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는 지역을 중점으로 시행했다. 비탈 카르티에 1차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보호, 확충 대상이 되었던 곳은 근린생활권 내 식음관련 시설이다. 세마에스트는 보호상업가로 내의 공실이나 매물로 나온 상가를 매입해 수리한 후 일생생활에 필요하거나 경쟁력이 약한 업종 위주로 지역 소상공인과 수공업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점포를 활성화하는 한편 대형 상점에 위협받는 골목상권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영갑 교수는 “인위적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임대료 인상을 막거나 제한하는 방법 또는 국가나 지자체가 건물을 매입하여 소상공인에게 적절한 조건으로 임대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매우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수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최고의 이익을 얻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대료를 조금씩 인상하며 상권의 활성화를 지속시키는 건물 가치의 수명주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검증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전달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도시정비 나서
최근 한국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정책수립에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이자 국책사업으로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추진 중이다. 뉴딜정책은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을 선정해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되 부족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추진된다. 5년간 50조 원이 투입되며 올해 전국의 99개 지역이 사업지로 선정돼 총 10조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뉴딜정책은 주로 노후된 주거지를 재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중심시가지형은 주로 상업지역에서만 이뤄지며 노후시장 개선, 빈 점포 리모델링 등 창업공간을 지원한다. 일반근린형은 주거지와 골목상권 혼재 지역으로 지역민을 위한 문화, 서비스 공간이 설치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저렴한 임대료로 지역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공공임대상가를 제공해 지역 상권을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 내용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법안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로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2015년 서울시 성동구를 시작으로 경기도, 부산 등 전국 10여 개의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생협약과 공공임대상가 운영 등을 골자로 하는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8월 정성호 의원의 대표 발의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 없이 장기임대차 계약이 가능한 상가건물인 상생협력상가 조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도시재생사업의 일부 부작용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 도시 상생 발전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법안에는 상생협력상가 조성에 관한 법적 근거 신설, 상가건물 임대인과 임차인 간 상생협약에 대한 행정, 재정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상생 협약은 지역주민들이 지역 활성화와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해 체결하는 협약을 말한다. 상생 협력 상가는 정부 또는 지자체가 상가를 매입해 영세상인 등에 임대하거나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기로 임차인과 협약을 맺은 임대인에게 상가 리모델링비를 지원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상생협약 체결이 폭넓게 이뤄지면 임대료 등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사업 모델로 현재 서울시가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제도가 있다.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비를 최대 3000만 원 지원해주고 최소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도록 협약을 맺어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야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법안이 통과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법으로 이를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선도 적잖다. 상생협력상가 조성에 참여하는 건물주에게 세금 감면, 금융 등의 혜택을 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당장의 임대수익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산권 침해 논란을 불러 상생협력상가 조성구역을 지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정부가 이를 얼마나 잘 중재할 것인가의 문제로 재해석 될 수 있다.


열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극복한 ‘열정도’
용산 원효로 1가, 신축 건물 사이로 섬처럼 남겨진 오래된 거리가 있다. 쇠퇴한 옛 인쇄공장단지인데 재개발이 중단되면서 남게 된 자리가 낮은 임대료를 찾아 둥지를 틀게 된 청년장사꾼들에 의해 열정도라는 이름이 붙여져 명소가 됐다. 죽어 있던 골목을 살린 건 청년장사꾼이라는 회사를 세워 20~30대 청년들을 모은 열정도 감자집 김운규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말 그대로 청년들의 열정만으로 시작된 열정도는 6개의 가게에서 현재 40여 개의 가게들이 모였을 만큼 맛집 거리로 발전했다. 거리의 분위기를 닮은 레트로풍의 독특한 음식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다보니 열정도가 만들어진 4년 전에 비해 임대료도 2배가량 올랐지만 여전히 열정도의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가게마다 이벤트를 공유하는 등 하나의 커뮤니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상권도 형성되고 죽었던 거리도 활기를 되찾아 마을과 상인이 상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을 넘어 다양성 인정해야
앞선 사례와 같이 상생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과 상인이 하나의 협력 공동체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발맞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역적 연구를 통해 일관된 정책도 실현돼야 한다. 본래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의 번영을 뜻하는 말로 시작됐으나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의미가 더해졌다. 이는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르게 되는 현상이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으로 강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결국 상호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외식업이 롱런할 수 없는 데 임대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전부로 치부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 한국만큼 외식 트렌드가 변화무쌍한 시장은 없다. 한 가지 아이템을 계속 잇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이나 고용난 등 개선되어야 할 게 많다. 더욱이 자본주의의 흐름에서 볼 때 법률적으로 얽힌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위법 행위로 몰아가기도 힘들다. 다만 주변 시설이 정화됨으로써 새로운 상권으로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은 결국 자본력에 의해 기존 상권이 밀려나게 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이 사라지면 결국 도시 경쟁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의 외식트렌드를 들여다보면 평균적인 것을 넘는 개성이 강조되고 있듯, 다양성의 공존을 존중하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위협받는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결국 법은 최소한의 경계만 두되 시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상생의 길을 닦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맹다미(2015), 해외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사례와 시사점, 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 기업생멸행정통계(2016), 통계청 홈페이지_ kostat.go.kr | 2018년 상반기 서울시 주요상권 분석자료, 부동산114 홈페이지_ www.r11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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