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보다 ‘어떻게’하는 것이 중요한 소통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조사한 ‘동료 관계에 대한 세대별 인식 비교’에 따르면 70, 80, 90년대생이 생각하는 연간 회식과 워크숍의 적정 횟수를 조사했더니, 70년대생은 5.5회/1.6회, 80, 90년대생은 공동으로 4.6회/1.3회로 나타났다. 이어 ‘팀원 간의 친밀도가 팀워크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80년대생 69,5%, 90년대생 68.5%가 ‘그렇다’고 답해 밀레니얼 세대도 팀 빌딩을 통해 쌓는 친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차이가 있었던 부분은 ‘업무적인 사항 외에도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었다. 70년대생의 4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90년대생은 29%에 수치에 그친 것. 즉,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내 사생활을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나의 업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이해해주는 팀원, 그리고 상사가 있음을 알았을 때다.
한편 밀레니얼과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제돼야 할 것은 ‘내가 어떤 의견을 내도 무시당하거나 불이익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을 출시한 핀란드의 글로벌 게임회사 슈퍼셀은 실패 자축 파티라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슈퍼셀은 게임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실패를 축하한다. 슈퍼셀의 일파 파나넨(Ilkka Paananen) CEO는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야말로 꾸준히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슈퍼셀은 지난 10년간 출시한 게임이 5개에 불과하다.
매번 직원들과 재미난 F&B 프로모션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는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김 과장도 다소 딱딱할 수 있는 호텔 F&B 매장을 진심을 다해 이끌고 있는 팀워크의 원동력으로 직책에 관계없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꼽았다. 김 과장은 “행사 기획에 앞서 회의를 한다고 하면 일단 직원들이 즐거워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커피숍에서 수다 떠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주제와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하잘 것 없는 이야기들도 서슴없이 하곤 하는데, 결국 돌아보면 그때 다소 황당하다고 여겼던 아이디어들을 살짝 비틀어 재미난 기획으로 이끌어낸 것이 많다.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소통은 같이, 이야기는 핵심적으로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어떤 소통을 해 왔을까? 소통이라는 것은 단순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전제가 돼서는 안 된다. <밀레니얼이 회사를 바꾼 38가지 방법>에서는 회의를 단적인 예로 대화의 지분을 보면 조직의 수평성이 가늠된다고 전한다. 리더라서 더 오래 이야기하고, 다른 직급은 고개 숙이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그런 자리를 수평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수직적인 사람인지 수평적인 사람인지 간단하게 아는 방법은 나와 같이 일하는 아래 직원의 ‘근황’에 대해 내가 잘 기억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만약 아니라면 모든 대화가 나 위주의 수직적인 방향으로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랙션은 2018년 4월 오픈한 업스케일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전통적인 호텔과 조금씩 다른 행보를 보여주며 2030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들이 열렬한 사랑을 받는 것은 그들이 자유분방하고 힙하지만 호텔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에티튜드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분방한 서비스는 내부적인 조직문화에서부터 비롯됐다. 몸에 착 달라붙어 움직이기 불편한 정복 유니폼보다 활동성 좋은 품의 캐주얼룩을, 그리고 딱딱한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신고 일하고, 직급, 호칭 없이 각자 가지고 있는 영어이름을 부른다. 총지배인도 그저 ‘제이슨’일 뿐이다. 여기에 컬쳐팀, 탈랜트팀, 게스트팀 등 기존과 다른 부서 운영 등 그동안 전통적 호텔에서 불편함으로 꼽혀왔던 것들을 라이즈는 그들의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과감히 축소시키거나 없앰으로써 내외부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라이즈 컬쳐팀 배준영 팀장은 “라이즈는 소통의 장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이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팀 워크의 경우에도 회식을 통한 팀 빌딩을 권장하지 않아도 평소 원활하게 이뤄지는 의사소통을 통해 자연스레 형성되고 있다.”고 라이즈만의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Interview
“라이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직원의 다양성이 표출될 수 있도록 유도해”
라이즈의 조직문화는 힙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다. 라이즈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배준영 라이즈의 DNA는 ‘Reveal Your Self Expression’으로 자연스러운 표현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고객과의 소통을 이룬다. 자기 자신을 표출하고 표현하는데 거리낌 없는 브랜드기 때문에 그것이 패션이 됐든, 음악이 됐든, 스스로를 자유롭게 드러내놓을 수 있는 ‘젊음’을 바탕으로 한 문화가 깔려있다. 여기서 말하는 젊음이란 나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정신적인 젊음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조직 부서도 직원 개인의 능력을 발휘시켜줄 수 있는 인재관리, 트레이닝 부서는 탈랜트(Talent) 팀으로, 라이즈의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마케팅팀은 컬쳐(Culture) 팀 등으로 명명해 라이즈만의 컬러를 입혔다.
그렇다면 라이즈 DNA를 발휘시키기 위한 내부적인 조직문화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동근 아무래도 채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라이즈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연령대가 타 호텔에 비했을 때 젊은 편이라 꼭 그런 지원자만 뽑는 것은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그렇지는 않다. 라이즈가 추구하는 젊음은 정신적 상태의 젊음이다. 문화 자체는 의사 표현에 있어 불편함이 없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팀장 주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팀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라이즈만의 방식이 있다고 하면 팀별로 교육을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고, 강의형식의 일방향적인 방식은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각 부서가 밍글링돼 있는 과정에서 서로 부족한 점과 배울 점들을 습득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또한 업무 사전미팅 같은 일도 보통 회의실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즈는 스탠드 미팅이다. 말 그대로 서서 각자가 공유하고자 하는 내용만 빠르게 전달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회의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업무에 여유 있는 시간 할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배준영 평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이나 장소를 마련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이디어들이 모인다. 정기적인 회의가 있을 때에도 총지배인 제이슨부터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인다. 이를테면 최근 라이즈 내에 스니커즈 컨시어지가 생겼는데 이는 듀티(Duty) 매니저인 에릭이 평소 운동화에 대한 조예가 깊어 낸 의견이 차용된 사례고, 굿즈 상품의 경우는 체크인·아웃을 맡아 하면서 문의를 가장 많이 받는 게스트팀 크루들의 의견에 따라 호텔 향기를 담은 디퓨저를 제작했다. 이처럼 라이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하나둘씩 모여 호텔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라이즈 직원들에 대한 고객 피드백이 좋은 편인데 이러한 조직문화가 고객 서비스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이동근 일부러 그렇게 채용한 것이 아닌데도 라이즈 직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끼가 다양하고, 이를 스스로 드러낼 줄 아는 이들이다(웃음). 아마 호텔 내부 어딜가나 라이즈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사내 분위기에 융화가 잘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게스트팀 직원들 중에 그림을 잘 그리는 직원들이 많은데, 어느 날은 직원들이 손님의 웰컴 레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님에도 맡은바 역할 안에서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적용하면서 라이즈만의 서비스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해결 방법은 직원으로부터 이끌어야
일각에서는 수평적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위계질서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의사결정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비판, 수평성만 추구하다 복지 비용만 급증하고 성과는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불안 등. 그러나 라이즈 탈랜트팀 루이스는 “자유롭다고 해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식을 달리할 뿐”이라면서 “물론 호텔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있고 분명히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서비스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방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문화와 꼭 맞는 문화는 아니었으므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고,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조율해가며 모양을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앞으로 지금의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경영의 주축이 되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밀레니얼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해서 기성세대의 그간의 노련함과 인사이트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계속 강조해왔던 것처럼 밀레니얼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외계 생명체가 아니다. 그저 우리 속에 계속 있어 왔던 보편적인 사람이지만 단지 생활해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밀레니얼이 관계에 서툰 것은 기성세대가 디지털 기기들을 어색해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러니 밀레니얼이 기성세대에게 디지털 기기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는 것처럼, 기성세대도 조금씩 친절한 접근을 통해 관계에 대한 그들의 가이드가 돼 줘야 한다.”고 말이다.
세대는 언제나 변하고 사람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동물이다. 점점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호텔도 그간 딱딱하고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오해(?)를 씻을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유는 오로지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을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함이다. 곧 직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 다양한 참고 도서들과 콘텐츠들이 흘러넘치지만, 정작 우리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들을 느껴왔었는지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가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