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eature Hotel] 한국에서 찾는 오모테나시, 조용히 밀려오는 일본 체인호텔 브랜드들 -① 이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해야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서상 통하는 나라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다. 일본 호텔 브랜드들이 한국에 와 정착하려면 어느 정도 한국 정서도 알아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 없이 들어온 초기 일본 호텔 브랜드들은 자리 잡는데 깨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일본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통근비를 제공해주지만 식비는 제공하지 않는다. 업주 입장에서 직원들이 우리 호텔에 일을 하러 와주기 때문에 통근비는 응당 지불하지만 본인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이는 식비는 사비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일본 호텔 오픈초기에 오픈멤버로 참여했던 담당자는 시공 초반에 건물 내 직원식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한참 설명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야근수당, 노동법 등 일본과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가근로수당이라든지 야근에 대한 이해도 힘들었을뿐더러 더욱이 경조사와 같은 정서적 문제에 대한 부분도 하나하나 부딪혔다고 한다.
안 그래도 서울 명동 일대 호텔들이 한 집 걸러 하나인 상황에서 특유의 이미지와 가성비를 내세운 일본 호텔 브랜드들이 거침없이 시장을 진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에게 접근성이 좋은 명동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군데 나뉘어 있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등 각지로의 진출도 이뤄지고 있어 일본식 서비스를 추구했던 이들은 웃지만 국내 로컬 호텔은 울상이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라인업이 다양해져 일본계 호텔의 희소성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일본에 오모테나시 정신이 있듯 우리나라도 손님을 버선발로 마중 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진한 대접의 풍습이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서비스를 갖춘다면 일본 호텔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 일본 호텔 브랜드들의 방향이 어떻게 자리 잡아갈지 궁금하다.
“후지타관광의 한국 첫 진출,
안정적인 서비스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
그레이스리호텔 백여진 총지배인,야마구치 류타 총무부지배인, 다구치 켄이치 영업부지배인
후지타관광의 호텔 브랜드는 어느 정도 되나? 각 브랜드의 일본 내 포지셔닝은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하다.
다구치 켄이치 먼저 후지타관광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하자면 후지타관광은 1955년에 창립, 현재 호텔을 포함한 웨딩, 레스토랑, 골프장 등의 관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은 워싱턴호텔, 호텔 그레이스 리, 하코네호텔 코와키엔, 호텔 진잔소 등을 약 60개 정도 론칭했다. 워싱턴호텔과 호텔 그레이스리를 합해 WHG 체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WHG의 경우에는 29개의 호텔을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호텔은 일본 내 호텔체인 CS평가에서 접객서비스, 객실품질, 조식 등 어느 항목도 톱 클래스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기간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 처음에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호텔시장이 많이 힘들어 졌는데?
백여진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다보니 이정도의 준비 기간은 예정하고 있었다. 집기 하나까지 직접 선정했으니 말이다. 다 알다시피 5년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결국 앞으로는 서비스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역시 오모테나시 문화가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의심할만한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특히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독립형 욕실을 비롯해 풍부한 편의류, 호텔 내의 오리지널 아로마 등 세심한 부분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최근 호텔업상황이 힘들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 브랜드 호텔들이 계속해서 한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야마구치 류타 한국과 일본은 여행에 대한 교류가 잦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호텔을 한국에서도 소개하면 양 쪽에서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서울, 특히나 명동의 경우 일본인들이 꼭 빼놓지 않고 들러보는 명소로 관광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연령,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꼽힌다. 따라서 일본에서 어느 정도 사업궤도에 오른 기업의 경우에는 해외 진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근처 여러 나라 중 여러모로 한국에 메리트를 느낀다.
그레이스리는 어떤 호텔인가? 남대문쪽에 위치해 있는데 국내에서 그레이스리호텔의 포지셔닝은 어떻게 되나?
다구치 켄이치 워싱턴호텔보다 그레이스리를 한국에 들인 것은 한국은 비즈니스 고객이외에도 업스타일의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단순히 정말 출장객에 집중한 워싱턴호텔보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맞출 수 있는 그레이스리 브랜드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성들의 소비 트렌드가 가심비라고 들었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 지갑을 열면서 우리의 오모테나시를 느끼러 오는 고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 8월 말부터 함께 일할 직원들에 일본연수를 지원, 일본에 있는 우리 호텔에서 오모테나시 서비스란 어떤 것인지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오픈과정 중에 일본과 상황이 달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백여진 일본에서 오래 생활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두 나라를 어느 정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일본인으로 구성하는데 후지타관광의 경우 외국인이라든지 성별에 대한 차별 없이 성장의 기회를 줬기 때문에 총지배인으로서 일본 호텔을 맡게 됐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의 문화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없었지만 원래 우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콘셉트를 잡기 위해 객실 내 비품 및 소모품을 직접 찾는 과정에서 원하는 물품을 찾기가 힘들어 약 한 달간에 걸쳐 준비가 이뤄졌다.
그레이스리 호텔의 운영방식 및 계획은 어떠한가?
야마구치 류타 일본인이긴 하지만 한국인 직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직원들의 고충을 서슴없이 들어줄 수 있는 호텔 직원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고 한국 문화도 하나라도 더 익히려고 한다.
다구치 켄이치 역시 즐겁게 일하려고 하면 내부적인 안정감과 회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하기 쉬운 편한 직장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를 토대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져도 주춤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다.
“점점 늘어날 스프라지르의 해외 포트폴리오,
첫 단추를 잘 꿰 나갈 것”
스프라지르 호텔 동대문 사카모토 카즈히로 총지배인
스프라지르 1호점을 오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호점을 오픈했다. 두 곳 다 명동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데 명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명동의 접근성을 매우 중요시 생각했다. 명동은 일본에서 봤을 때 지명도가 높다. 동대문역사공원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다녀 인근의 명소로 움직이기가 편하기 때문에 눈여겨봤던 지역이다. 특히 최근 일본인들이 명동뿐만 아니라 종로, 강남 코엑스, 홍대 등 다양한 곳에서 여행을 즐겨 숙소를 고를 때 위치를 중점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소테츠 그룹의 일본 내 호텔 사업은 어떠한가?
한국에 진출한 것이 첫 해외진출 사례다. 이후 베트남 호치민과 대만 등의 아시아를 중심으로 호텔 브랜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때 론칭하는 브랜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프라지르가 될 것이다.
소테츠그룹은 요코하마가 거점이라 관동지방에 직영 호텔들이 많다. 총 5가지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3~4성급의 선루트와 소테츠 프레사인, 스프라지르, 그리고 체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쉐라톤 호텔, 마지막으로 곧 론칭 할 고급 캡슐호텔 포켓이 있다. 특히 선루트의 경우에는 각지에 위치하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유명하다. 아직까지는 관동지방에 국한돼 있지만 교토 등의 관서지방에도 서서히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이미 많은 호텔들이 특히나 명동에는 위치해 있다. 과다경쟁 상황에서 소테츠그룹에 한국 시장에서 기대한 바는 무엇인가?
해외로 첫 진출이니만큼 안정적인 상권에서 우리 호텔을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기엔 일본인들에 제일 잘 알려진 명동이 제격이었고 물론 호텔의 격전지 명동이지만 그만큼 스프라지르 호텔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어필한다면 충분히 고객 점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프라지르의 한국 내 호텔 포지셔닝은 어떻게 되나? 타 일본 브랜드 혹은 주변 호텔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본사에서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서비스를 한국에서도 전파하고자 한다. 또한 자체 내 멤버십을 어필할 예정이다. 조식의 경우에도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으로, 이를테면 부침개나, 잡채 등으로 구성할 생각이다. 또한 일본 고객을 아무래도 타깃으로 해야 하니 일본인들이 중요시 여기는 ‘안전, 안심’ 부분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소방훈련 등 재난에 대응하는 훈련을 잘 진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지진과 같은 재해의 우려가 많아 보다 꼼꼼한 매뉴얼을 가지고 자주 훈련이 이뤄진다. 따라서 이를 적용해 모든 고객들이 안심하고 묵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문화가 달라 힘들었던 점은?
그룹 내에서도 해외 사업에 대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생각지 못한 갭이 많았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 필요한 설비나 물품을 거래처와 거래할 때 우리가 생각하는 예산에 맞춰 그쪽에서 알아서 견적을 뽑아 제시해 번거롭게 소통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잘 선택해줄 것이라고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몇 번이고 전화가 오간다. 물품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에 온지 약 5개월째 돼 가는데 이러한 스케줄 관련된 부분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소테츠그룹의 호텔 계획은 어떻게 되나?
먼저 스프라지르 2호점도 1호점과 마찬가지로 잘 안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1목표다. 가을쯤에 3호점도 중구에 생길 예정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호텔들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내년까지 약 50개 이상의 호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내에서도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하우를 쌓아가는 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다보면 통용할만한 해외 정착 노하우가 생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계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해쳐나가야 할 일이 많으므로 한국의 성향에 맞게 가져갈 것은 가져가고 버릴 것은 과감히 한국 상황에 맞춰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