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eature Hotel_Ⅱ] 가성비만 내세우는 중소형호텔 재정비가 필요하다 - ① 이어서..
안 받으니만 못한 1, 2성?
국내 중소형호텔의 자생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전체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보조도 중요하다. 현재 관광숙박업은 일반숙박업과 다르게 관광진흥법에 규정돼 있으며 모든 관광호텔은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 무궁화제도에서 국제적 표준인 성급제도로 전환한 지 올해로 4년째에 들어섰는데, 정부가 정해놓은 1성부터 5성까지의 호텔 등급이 소비자에게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성급이 나뉘는지, 나의 여행 목적에 맞춰 필요한 호텔은 몇 성 정도인지, 등급에 맞춰 해당 호텔에서는 어떤 것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IHM 신 대표는 “호텔포레 부산역점은 2성 호텔이다. 하지만 3성 이상의 호텔들에 비해 부대시설이 적은 것뿐이지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호텔’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급’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특히나 1, 2성의 경우에는 기존 무궁화 2등급, 3등급 정도의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안 받으니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로 인해 특별히 마케팅 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면, 해당 호텔이 일반숙박업인지 관광숙박업인지 소비자들이 봤을 때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숙박업으로 호텔을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 한 호텔 운영사 대표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1~2성을 받느니 차라리 일반숙박업으로 편하게 운영하는 것이 낫다. 등급을 달고 있지 않아도 좋은 시설을 갖춘 호텔들이 많다.”면서 “등급심사를 받으려면 개별 샤워시설도 있어야 하고 소방법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OTA에서는 자체 평가를 통해 ‘몇 성 급’이라는 순위를 매기고 있어 딱히 등급심사를 받지 않고도 운영만 잘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호텔 검색 시 가장 많이 활용하는 OTA도 관광공사의 등급을 크게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3성에 준하는 ‘3성급’, 5성에 준하는 ‘5성급’ 호텔이라는 것을 명기해 놓기 때문에 등급에 관련된 내용이 혼란스럽다. 가장 공신력을 갖춰야할 호텔 등급이 일부 호텔들의 마케팅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호텔을 선택해야 할까?
호텔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든 등급제도
또한 현재의 등급심사 제도는 중소형호텔이 다양화되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등급별 호텔 서비스의 기준은 가장 기본적인 객실과 조식서비스가 가능한 1성부터 최상급 수준의 시설을 갖춘 5성까지, 호텔의 등급을 부대시설과 규모에 따라 나눠놨다. 즉 객실 수가 적은 새로운 콘셉트의 호텔들이 아무리 운영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4성, 5성을 받기 힘든 구조라는 뜻이다.
더호스피탤리티서비스 최 대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나라마다 등급별 호텔 서비스의 기준이 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5성을 받으려면 F&B 레스토랑을 3곳 이상 둬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객실 50개 호텔에 F&B를 3곳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급 기준 자체가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해외에 존재하는 것만큼 다양한 부티크호텔들이 자리 잡기 힘든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유관 협·단체가 나서 의견 교류의 장 만들어야
이렇게 정신없이 호텔업계가 커진 이유 중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에 있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나름대로 관광산업을 육성시키고 호텔업계의 안정화를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에 문의해본 결과 현재 호텔업만을 위한 정책은 없으며 중소형호텔의 경우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영자금 융자 지원 시 특급호텔보다 선순위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전체 관광 산업에서 호텔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지 않은 듯 보인다.
또한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관광 정책들 중에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제도들이 많다. 한 관광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만큼 교통이 발달돼 있는 나라도 없는데 시티투어 트롤리버스와 같은 현실감 떨어지는 기획으로 관광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청회와 같은 자리를 마련해 실질적인 업계의 이야기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중간에서 조율해줄 유관 협·단체의 역할이 커야 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재정비가 필요한 중소형호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많은 호텔들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남대문 서울의 김명한 판촉지배인은 “중구가 호텔 격전지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호텔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최근 들어 지방에서 서울을 찾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의 단체 여행객 수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동에서도 꾸준히 의료관광객들이 방문 중이다. 최근 호텔 투숙객의 20%가 중동에서 온 관광객인 점을 감안했을 때 남북관계가 완화되고 국제정세가 안정화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점차 관광업계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기는 하나 호황기가 있으면 다시 불황기도 오기 마련이다. 사드 이상으로 더 큰 악재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관광업계이기에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 국내 호텔업계가 활성화된 지 오래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대로 가다가는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호텔 공화국이 될 것 같다.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파악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호텔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우리 호텔이 내세울 수 있는 셀링 포인트를 찾아보자. 앞으로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한국형 중소형호텔의 발전으로 호텔업계가 보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길 바란다.
“호텔업, 이제 막 시작 단계.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잡아가야”
IHM 신재원 대표
현재 국내 중소호텔의 상황은 어떻다고 판단하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숙박업 시장은 특급호텔과 모텔로 양분화 되고 있었다. 그러다 이제 막 호텔 붐업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호텔업의 역사는 오래지 않다. 특급호텔은 이미 이전부터 자리가 잡혀있었으나 중소호텔은 약 10년 전부터 인바운드 고객이 늘고 관광진흥법의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일반숙박업을 하던 이들이 관광호텔로 전향한다든지 새로이 호텔을 세우기도 하면서 중간층이 비대해졌다. 관광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숙박업 상의 중소호텔도 합쳐서 생각해보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중소호텔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
2013년부터 부산에서부터 호텔포레를 운영해온 입장에서 중소형호텔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영업적인 어려움 측면에서는 특급호텔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인바운드 고객이 줄어들면서 특급호텔들이 인바운드 고객뿐만 아니라 내수고객을 잡기 위해 객실 요금을 낮춰 중소호텔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중소호텔은 이미 적정 수준의 객실료를 책정했기 때문에 고정비를 생각해서라도 특급호텔에 맞춰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번째는 고용에 대한 문제가 있다. 특히 고용문제는 지방 호텔의 경우 더 심각한데 외국어 능력이 출중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높은 젊은 인재들은 서울, 그중에서도 특급호텔에 근무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지방 중소형호텔의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직원들 교육과 커리어 개발을 신경 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외 중소형호텔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나?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영국의 경우에는 버짓호텔, 미국은 이코노미호텔이라고 하는 정확하게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콘셉트의 호텔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자명하게 인식돼 있다. 또한 호텔 성급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구분돼 있다. 보통 여행객이 100이라고 하면 70~80 정도는 중소호텔에서 커버해 줘야한다. 외국에는 고객들이 선택할 호텔의 범위가 넓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고객층이 두터운데 반해 중소형호텔에서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다보니 국내 고객들은 아직까지 ‘호텔’은 곧 ‘럭셔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면서 풀 서비스를 찾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 이외의 중소호텔들은 더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 중소호텔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지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호텔포레가 있는 부산을 예로 들어보면 이미 부산의 중소호텔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선이라든지 유지보수에 관련해서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다. 관광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인바운드에 대한 홍보라든지 지방 도시에 대한 세일즈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행전문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18 아시아 베스트 여행 목적지’ 1위에 부산이 올랐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부산에 관심이 많다. 부산출신인 나도 해외생활과 서울생활 후 2013년에 다시 부산으로 복귀했을 때 부산에 이렇게 많은 관광자원이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됐다. 흔히 서울을 일본의 도쿄에, 부산을 일본의 오사카와 비교하는데 오사카와 견줬을 때 부산도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또한 이전에 벡스코가 코엑스에 만 명 단위의 대형행사를 양보한 이유가 숙박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나 이제는 호텔들도 많이 생겨났고 인프라도 준비됐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홍보를 지역차원에서 활발히 해줬으면 좋겠다.
중소호텔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몇 가지 지원 제도들이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관광진흥기금을 받아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하면, 먼저 1년 전부터 리모델링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전분기서부터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청한 서류 이외 거래은행에서 승인이 떨어져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막상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용은 이자보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장 운영이 힘든 중소호텔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지원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호텔을 짓고 새로 리모델링하는 초기단계도 좋지만 운영 중의 활동을 보조할만한 제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는 호텔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이들과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의 마련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며 호텔업만 볼 것이 아니라 여행사, 항공사 등과도 같이 전체 관광산업을 하나의 팀처럼 구성해 서로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호텔업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행착오도 많지만 점차 개선해 나가면 호텔업을 포함한 관광업계에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중소호텔의 질적 성장을 위해 호텔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호텔업이 해외사례를 보면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불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2~3년간 잘 재정비 해나가야 한다. 재정비 기간 동안 고정비는 줄이면서 서비스 질을 올려 운영상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전문적인 노력을 위해서는 호텔업을 부동산업의 하나의 개발 산업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호텔업 본질을 이해해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열악한 운영회사들이 호텔을 맡아서 운영하는 것은 관광산업 전체가 질적으로 퇴보되는 결과를 일으킬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국내 고객들이 해외여행 시 숙박시설을 선택하는 추세를 보면 점점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호텔의 공급이 이들에 수요에 맞춰 정착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내수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