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의 수확은 최종 가공 상품인 티의 품질에도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수확에 매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찻잎의 수확 방법도 지역, 수확인, 차나무의 종류, 수령에 따라서 약간씩 달라진다. 여기서는 현장에서 펼쳐지는 수확의 다양한 모습을 간략히 살펴본다.
<위) 인도 다르질링 지역의 수확 모습 아래) 손가락으로 딴 찻잎을 쥔 모습>
지역에 따라 다른 수확의 모습
오늘날 티 생산지는 전 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다. 그리고 그 수확의 광경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가장 간단한 예로 스리랑카, 인도의 다르질링과 아삼, 그리고 닐기리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찻잎을 따는 일을 도맡아서 하고, 대신에 남자들이 토양을 관리하거나 차나무의 가지치기를 주로 맡아서 한다. 반면 인도의 캉그라(Kangra) 지역이나 타이완, 중국에서는 찻잎을 따는 일을 남녀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서 진행한다. 그리고 일본은 트랙터나 잔디 깎는 기계로 찻잎을 따는 일에서 남녀 모두가 동등하게 작업한다. 다만 섬세한 찻잎을 손으로 따야 할 경우에는 아직도 여성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찻잎을 따는 일은 나라마다 남녀의 역할 분담이 약간씩 다르다.
수확 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품질
찻잎은 매우 섬세해 수확 과정에서 일부라도 손상을 입으면 전체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수확에 나서는 사람들은 그 품질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찻잎을 맨손으로 따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부드러운 손길로 수확하는 모습>
손으로 직접 따는 수확
찻잎을 손으로 따서 수확하는 일은 숙련된 작업자들의 정확한 눈과 손작업이 필요하다. 보통 작업자들은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어린 새싹을 끼우고 엄지손가락으로 딴 뒤, 어깨 너머의 바구니나 등에 매달려 있는 주머니에 던져 넣는다. 이렇게 해서 8시간을 작업하면 보통 약 60kg의 찻잎을 수확해 약 12kg의 티를 만들 수 있다. 타이완이나 중국에서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소규모 다원에서는 이와 같이 손으로 직접 찻잎을 수확해 티를 생산한다. 일본도 교쿠로(玉露)와 같은 고품질의 티를 위해서는 찻잎을 수확할 경우에는 반드시 손으로 수확하고 있다.
<인도 닐기리 지역의 수확 모습>
기계를 사용하는 수확
그런데 찻잎은 기계를 사용해 수확하는 경우도 많다. 다원이 급격한 산비탈에 자리해 있어 손길이 닿기 어렵거나 작업이 어려울 경우에 가위나 낫이나 기타 손질용 기기들을 사용해 수확하는 것이다. 또한 찻잎이 시기에 따라서 그 품질이 낮을 경우나 최종 생산되는 티의 품질이 낮을 경우에도 찻잎을 기계로 수확한다. 여기에 대량 생산을 위한 티일수록, 그리고 수확 인건비가 비쌀수록 더욱더 그렇다. 기계를 사용한 수확은 수확률을 높이고 인건비도 낮출 수도 있지만 매우 큰 단점도 있다. 기계를 사용하면 새싹의 성숙 여부와 관계없이 어린 새싹까지 모두 수확할 뿐 아니라, 찻잎이 손상돼 수확물의 가치도 낮아지는 것이다.
<중국 윈난성에서 수령이 높은 차나무에서 찻잎을 수확하는 여인>
오래된 야생 차나무에서 수확
찻잎의 수확은 또한 차나무의 수령에 따라서, 생산하려는 티의 종류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다. 수령이 높은 차나무들은 보통 중국 대륙 전체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윈난성(雲南省)에서는 수령이 매우 높은 차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수백 년 전에 이곳에 거주했던 소수민족들이 심었던 반 야생 차나무들이다. 이러한 반 야생 차나무들은 정기적으로 수확 작업을 거친 일반 품종의 차나무들 사이에서 오늘날 많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반 야생 차나무들은 높이가 높고 가지치기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찻잎을 수확하려면 사다리를 타고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딴 찻잎들은 주로 고부가가치의 보이차를 만드는 데 사용돼 종종 투기의 대상도 되는데, 그 가격은 보통 찻잎의 5배 가량이나 높다. 이는 푸젠성이나 저장성에서 거래되는 최상품의 티와 가격이 같다.
찻잎의 수확은 생산하려는 티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간단한 예로, 녹차를 주로 수령이 낮은 어린 차나무의 새싹만을 수확해 만드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찻잎의 수확은 차나무의 수령에 따라서, 생산하려는 티에 따라서 그 과정이 약간씩 다른 것이다.
[세계의 명차 41] 황진구이(黃金桂茶, 황금계차, HUANG JIN GUI/GOLDEN OSMANTHUS) 청차
우려낸 찻물의 빛이 황금색으로 출렁이고 찻잎에서 계화(桂花, 계수나무 꽃)향이 풍겨 황진구이(黃金桂茶)란 이름이 붙었다. 향이 무척 좋아 하늘을 찌른다 해서 ‘투천향(透天香)’이라고도 한다.
황금빛 새벽이라는 뜻을 지닌 ‘황단(黃旦, Golden Dawn) 품종의 차나무에서 찻잎을 수확하고 가공해 만드는 황진구이는 톄관인(鐵觀音)과 그 가공 방식이 같다. 톄관인과 마찬가지로 약하게 산화시키기 때문에 황진구이 또한 톄관인과 비슷한 향(진한 꽃 향과 버터 향)이 난다.
이 티는 청나라 때 처음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러던 중에 톄관인이 인기를 끌면서 투기 대상이 돼 유통이 활발해지자 비슷한 풍미의 황진구이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마시는 법 | 300㎖ 용량의 서양식 티팟에는 6g 정도의 찻잎을 70~75℃의 물로 4분간 우린다. 자사호나 개완에는 ⅓가량의 찻잎을 70~75℃의 물로 30초~5분간 우린다.(※차의 이름은 ‘중국어 병음의 한글 표기법’에 따라 표기했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