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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 Bar

[이은용 교수의 실론티 기행 2] 인도양의 진주에서 차의 향기에 취하다

립톤의 흔적을 찾다
누와라엘리야를 떠나는 동안 햇살 가득했던 오전과 달리 오후 늦게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인 하푸탈레로 떠나는 버스 안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자칫 우울해 지기 쉬웠지만 끊임없이 다양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스리랑카의 산악지대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풍광을 보여줬다. 곧 해가 저물고 버스는 어두컴컴한 산길을 따라 하푸탈레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하푸탈레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사진 찍는 솜씨가 부족해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다.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립톤 시트로 출발했다. 산을 올라야 하는 탓에 버스로는 갈 수 없어 중간에 릭샤로 갈아타야 했다. 립톤 시트로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른 산길이었다. 올라가는 동안 양 옆으로 펼쳐진 차밭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푸르렀다. 간혹 차밭 사이로 난길을 따라 걸어서 립톤 시트까지 올라가는 관광객의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야 말로 진정 차의 향기를 느끼는 것같아 ‘나도 내려서 걸어가 볼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다음 방문할 곳에 대한 스케줄 때문에 바삐 올라갈 수밖에 없어 다소 아쉬웠다. 올라가는 내내 바위가 상당히 많은 지역에 차나무를 심고 험난한 경사에서 차를 가꾸고 수확하는 현지 노동자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광경은 쉽게 마실 수 있는 차 한 잔에 대한 생각을 절로 바뀌게끔 했다.
릭샤로 갈아탄 후에도 한참동안을 올라가야 드디어 립톤 시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립톤 시트는 유명한 관광지인 탓에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미 도착해 주위의 광경을 즐기고 있었다. 립톤 시트에서 주위를 바라보며 ‘왜 립톤은 이 지역을 선택해 차 밭을 가꾸었을까’ 생각하는 순간 맑은 하늘에 푸르름을 자랑하던 차밭이 어느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어...’ 하는 순간 어느새 립톤 시트를 둘러싼 차밭은 안개속에 파묻혔고, 정상에서 동행한 한국 티소믈리연구원 정승호 원장과 잠깐 차 한잔을 즐기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안개는 저 멀리로 사라졌다. 햇빛이 강해지려는 찰나에 다가온 안개는 차 나무에 더욱 싱싱함을 더해줘 립톤이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듯 했다.



우바(UVA)의 맛을 찾아서
립톤 시트로 올라가는 길에 만났던 담바텐네(Dambatenne) 차 공장을 잠시 방문했다. 관광객들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이곳은 담바텐네 그룹에서 운영하는 차 공장이며, 립톤이 이 지역에 차 공장을 세우고 실론티를 전 세계에 유통시켰던 곳이다. 오전 시간에 방문한 터라 수확한 차를 공장으로 가져와 위조(withering)하기 위해 옮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 생산 공정 역시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위조된 차를 굴리고(rolling) 로터바인 기계로 잘게 자른 후 산화시켜 건조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관광객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어 이 과정에 대한 모습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생산과정에 대한 잠깐의 설명 이후 생산된 차를 잠시 보관하는 창고를 방문했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하는 실론티임을 확인시켜 주듯이 상당히 많은 양의 차가 쌓여 있었다. 차 생산 공정을 둘러본 후 방문 전날과 당일 생산된 차의 일부를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직접 테이스팅해 보니 이곳에서 생산된 차가 흔히 말하는 대량 생산을 위해 최적화된 곳이라는 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CTC급이나 다른 BOP등급의 차의 맛과 향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홍차의 맛과 향을 갖고 있어 공장의 특징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우바 지역의 차 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갔다. 달려간 곳은 바로 Uva Highland 차 공장이었다. 매니저의 허가없이 절대 방문이 불가능한 곳이기에 우리는 약속 시간이 살짝 어긋나 매니저를 30여 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이 차 공장으로 인해 형성된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주면서 적은 월급이지만 차 생산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곳은 다른 차 공장과 달리 전통적인 홍차 제법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태껏 방문했던 차 공장들이 정통 제법과 CTC 제법의 하이브리드 형식이었다면, 이곳은 이전부터 내려온 정통 제법 그대로 유지해 차를 생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생산된 홍차가 경매에서 최고가에 거래를 형성했다는 증명서가 사무실 벽면에 가득했다. 공장 매니저에게 차 생산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차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매니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생산하고 있는 차의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으며, 마지막 과정에서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 철저한 분류 공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를 수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소량 주문한 후 기다리는 동안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 모습은 머릿 속에서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았다.


홍차의 진한 맛을 찾아서
여정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갈레 인근 지역에 있는 윌레헤나(Wilehena) 차 공장이었다. 다른 공장과 다르게 파란 벽면이 인상적인이 공장에서는 스리랑카 저지대 홍차의 전형적인 맛을 보여주는 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곳은 오랫동안 문을 닫고 있다가 비교적 최근에 새로운 경영자가 등장해 차 생산을 시작했다. 전형적인 대량 생산용 홍차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최근 녹차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녹차 생산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녹차를 만들기 위해 차 나무를 별도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모습을 통해 변화하는 차 시장의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이 공장에서는 생산 공정을 마친 후 모든 기계류를 청소하는 등 위생적인 차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차 공장의 생산 라인을 방문하고 나면 미세한 차나무 먼지가 옷과 머리에 가득 묻어나오곤 했는데, 여기에는 미세한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물을 이용해 깔끔히 청소하고 있었다.
생산된 차를 분류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다시 가동을 시작한 곳인 탓인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Color Sorter 기계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기계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됐는데 저렴하지 않은 기계를 확보해 차를 생산하고 있는 그들의 노력이 결국 실론티를 전 세계적으로 그 위치에 자리매김하는 근거가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잠기게 했다. 생산공정을 둘러본 후 테이스팅한 차는 강한 맛의 홍차가 생산되는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우유와 함께 마셨을 때의 그 맛이 절로 기대되는 향과 맛이었다.

이곳을 향해 오는 길은 약간 흐렸지만 차 공장 방문을 끝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빗방울이 상당히 굵어졌으며, 어느새 도로에는 물이 잔뜩 고였다. 그런 길을 잠시 달리다 보니 어느 새 다시 햇빛이 가득했고, 지는 노을과 함께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될 호텔에 도착했다.


전세계 가득한 실론티의 향을
돌아오는 길에 싱가폴을 잠시 들렸다. 일행은 마리나베이샌즈를 거쳐 플러튼(Fullerton) 호텔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겼는데 전통 형식의 삼단트레이에 제공된 여러 음식이 싱가폴 현지화 돼 있었다. 꼭 영국스타일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싱가폴처럼 우리만의 스타일로 구성된 삼단 트레이를 기대해 본다.


도착 후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문득 스리랑카에서 사온 기념 엽서를 보니 인도양의 진주라 불렸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갖춘 그곳이 새삼 떠올랐다.
전세계 어디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실론티는 차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누와라엘리야 지역에서 만났던 타밀족이라는 다소 어두운 역사의 한 모습이 떠올라 마냥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지지는 않는 듯 했다.
그곳을 기념하기 위해 콜롬보를 떠나는 공항에서 급히 비행기 시간에 맞춰 잠깐 들른 티 숍에서 샀던 차 한 잔을 마시며
다시 콜롬보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은 맘을 달래본다.


<2015년 5월 게재>


이은용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경영학과 부교수 / 대학원 전공 주임교수
커피 바리스타 & 티 소믈리에
(사)한국 티 협회 이사
(사)한국호텔외식경영학회 부편집위원장(전) 및 학술이사
(사)한국프랜차이즈학회 이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프랜차이즈연구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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