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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일)

칼럼

[전용의 Coffee Break] 아웃 오브 더 박스(Out of the Box)



Prologue#
동이 트지도 않았는데 아침이 밝아왔다는 사실로 본능적으로 침대 시트를 한 번 더 붙잡아 보려는데.. 의지 사이, 귓가를 맴도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아침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리지 않는 ‘알람 소리’. 흐르는 정적이 안겨주는 불안함은 무엇일까요. 일조량이 길어진 탓인지 새들은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에는 새들이 제법 많은데,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새벽부터 노래를 부르는 탓에 이 순간만큼 저는 ‘아침형 인간’의 삶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찾는다.’는 속담이 오늘따라 심술궂게 느껴지는, ‘썸머타임’ 존재의 이유를 몸소 체험하는 하루입니다.


Scene 1#
5월 1일 밀라노의 노동절은 대부분의 상가들이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몇 블록을 걸어가야만 하는데, 이마저도 중국 상인이 운영하는 바에 가야 하는 실정입니다. 음식도 주로 터키인,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케밥집이나 차이나타운의 식당들에 가야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중국인들은 매우 부지런하며, 전략적으로 장사를 하고 있어서 그들의 세는 점점 불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노동절 연휴 프로모션 기간 중국인을 통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5%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외국인 매출 신장률(41.2%)의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싼커’가 많이 찾는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은 중국인 매출 신장률이 무려 174.1%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2003년 이탈리아의 전시회를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밀라노 광장을 비롯한 관광지에는 인형을 파는 중국인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비슷한 외모를 지닌 동양인들은 중국인으로 여겨지곤 했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고 동양인은 비교적 볼품없게 보이는 형편이었습니다. 불과 15년이 흘렀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길거리에서 장난감을 판매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레스토랑, 까페테리아, 세탁소, 슈퍼마켓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마, 밀라노를 비롯한 대도시의 한복판에 ‘차이나 타운’을 형성시켰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탈리아인조차 가 본적이 없는 소도시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죠. 모두가 쉴 때 외화를 버는 이들이면서, 또한 동시에 연휴에는 전 세계 백화점의 VIP로 대접받는 고객입니다.


Scene 2#
차이나타운이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동안 3.2km 정도 떨어진 쇼핑의 거리 꼬르소 부에노스 아이레스가(Corso Buenos Aires)에는 노조들의 대규모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뭇 대조적인 모습의 하루였습니다.




Loretto, Lima, Porta Venezia까지 길게 이어진 대로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부터 각종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곳을 관통하며 시위를 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뒷골목에는 숨어있는 로컬 맛 집, 커피숍 들이 숨어있습니다. 밀라노에 여행을 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중앙역 인근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행의 고수들은 쇼핑의 거리 꼬르소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 자리 잡은 숙박시설에 머무르면서 숙소 근처에서 맛 집들을 도보로 이동하고, 쇼핑 이후에도 양손은 무겁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어 편리하게 돌아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앙역 까지도 2정거장, 두오모 광장까지도 4정거장 밖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많은 상점과 주변의 슈퍼마켓들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뛰어난 중심지입니다. 


밀라노에 수년 째 살고 있지만 노동절에는 대중교통이 오전에만 운행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지인을 만나고 돌아가는 저녁. 굳게 닫혀버린 지하철역을 보면서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지요. 부랴부랴 검색한 인터넷 창에는 ‘5월 1일 오후 대중교통 올 스톱’이란 기사가 나와 있더군요.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택시는 최소한의 영업만 하는 탓인지라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길가에 꽁꽁 갇혀버린 것 같았지요.


다행히 LORETTO역 근처 도보로 1분 거리에 ‘MARINE 마리네 한인민박’이 있어서 운이 좋게도 하루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주인 내외분과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아이의 이름이 마리였습니다. 그래서 ‘마리네’란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지요. 늦은 시간 민박집에 도착한 낯선 이에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는 강아지가 유독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길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아이에게 건네어진 동네 아주머니의 부드러운 포옹과 함께 건네는 사탕처럼 말이죠.


Scene 3#
밀라노에 살면서 ‘뜻밖의 숙박’이란 것을 처음 해보게 되는군요. 저는 꼬르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시 찾았습니다. 또 한 번의 뜻밖의 진주를 이 골목에서 찾았기 때문입니다. 3만 9000개의 젤라떼리아가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품질과 신념’으로 새로움을 향해 운영되고 있는 Artisan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숍입니다. 그 이름은 ‘Out of the Box’.



이곳은 젤라또를 주력으로 판매하고는 있지만 단순히 젤라또만 판매하는 곳은 아닙니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진화된 젤라떼리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전통을 기반으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면서도 새롭게 해석된 메뉴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통해서 보다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자 플라비오는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박사입니다. 펩시와 산탈트로피카나와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컨설팅, 프로모션 등의 전문가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현재는 식·음료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이런 경험은 결국 ‘Out of the Box’를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Out of the Box는  2015년 12월 처음 문을 열게 됩니다. 에밀리아의 ‘마에스트로’에게 조리법을 사사 받고 이 가운데 6개는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된 상표입니다. “자코모의 아들과 그의 손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것을 사용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아이스크림은 하루에도 3회에서 4회 정도 만들고 있습니다.


Scene 4#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밀라노 주변의 시골 지역으로 현지 공급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젤라또가 공기비율을 높여서 만든다면, 이들은 공기를 제거한 젤라또를 만든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판매할 때마다 중량을 측정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비슷한 양으로 보여도 무게가 많이 나가고, 맛의 농도가 더 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플라비오(Falvio)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디자인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젤라또를 제조하는 라보라토리오(Lavoratorio) 공간은 외부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메인 컬러로는 화이트와 블루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각각 크림과 얼음을 상징합니다.


카운터의 우측을 자세히 보면 ‘Out of the Box’는 젤라또 뿐만 아니라 커피도 판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겨울철의 매출하락을 커버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놓은 일반 젤라떼리아 와는 접근이 다릅니다.


커피 한 잔에도 장인정신을 담겠다는 의지의 반영입니다. 스페셜티 커피숍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v60, 사이폰, 콜드브루의 도구들을 사용해 커피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부간 커피랩(Bugan Coffee Lab), 코피치나(Cofficina)의 커피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가격도 일반 커피숍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필터커피와 사이폰과 같은 경우에는 제조하는 공정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보다 4배에서 5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 저는 v60 으로 내린 케냐 커피를 마셨습니다. 베리 계열의 향이 코끝에 전달됐습니다. 매우 달콤한 캐러멜과 같은 느낌이 입안에 남았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필터 커피의 경우에는 프루티한 아로마, 단맛, 바디가 약한 커피인 경우가 많은데, 아이스크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집의 커피라고 보기 어려운 품질 높은 커피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젤라떼리아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양이 판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판매되는 양보다는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동일한 가치를 누리기 원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쿠키와 소 품종의 빵을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것에 최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한 발작씩 걸어 나가고 있었는데요. 이탈리아의 젤라또숍이 전 세계의 숍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는 흔한 것이지만, 이들은 이탈리아 젤라또, 그 가운데에도 스페셜티 젤라또의 진정한 맛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합니다.


Epilogue #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탈리아인들도 관심이 높습니다. 북한의 문제에 대해서 한국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외국인지라 다양한 질문공세가 이어집니다. ‘거짓에 능숙한 북한인데 이번은 진짜냐?’고 물어보는 이들부터 시작해서 ‘이번에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쩌다 보니 이슈만 생기면 이탈리아 친구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는 합니다. 결과를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지만 좋은 소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대한민국 모두의 소망이겠지요.


태양이 뜨겁습니다. 이런 날에는 바닐라 베이스의 젤라또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마시는 아포가또가 먹고 싶네요. ‘흘러내린다’ 란 뜻을 지닌 이 디저트처럼 시원하고 뜨거운,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대조적인 모습이 하나를 이루어내는 앙상블, 이것으로 여러분도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보세요.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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