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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전용의 Coffee Break] Bugan Coffee LAB, 내공이 단단한 스페셜 티 전문 카페

Prologue #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꽃가루들은 눈송이 마냥 거리를 수놓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이탈리아로 이주 온지 몇 해가 지나면 알러지 반응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뜻밖의 재채기는 제게는 불청객이지만, 피할 수 없는 관문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알바니아 선교여행에서 돌아오는 여정에 마주한 우박이 오버랩 됐습니다. 말펜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강탈한 봄날의 우박은 여권심사를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습니다. 멀리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하게 우뚝 솟아있습니다. 여름을 바짝 추격하는 봄의 향기가 만연합니다.


Scene 1 #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 주의 도시 베르가모는 한 때는 베네치아 공국의 도시로 존재해 왔습니다. 밀라노 북동쪽 45km, 롬바르디아 평야의 북쪽으로 배후에는 알프스 산지로부터 공급되는 수력에 의해서 금속, 알루미늄, 자동차, 냉장고, 식품 등의 공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고대에는 ‘베르고뭄’ 이라 부르던 갈리아인의 도시로 롬바르디아 공국의 수도가 된 후에도 비스콘티,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859년 이탈리아 왕국에 의해 통일됐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Bugan Coffee LAB’입니다. 베르가모의 Via Quarengui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영예의 전당 Bar Award를 수상한 내공이 단단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이죠.


바 어워드는 바 죠르날레(Bar Giornale)가 주관해 이뤄진 행사입니다. 이탈리아의 바, 호텔, 레스토랑의 전문성과 혁신, 그리고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죠. 이런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에서 ‘최고의 바’라는 타이틀을 얻었기에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이들에겐 매우 영예스러운 일입니다.


부간 커피랩의 연구소장 마우리지오(Maurzio Valli)는 2000년에 바리스타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그의 누나와 함께 커피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11명의 팀 동료와 함께 카페테리아, 로스터리 그리고 연구소를 매일같이 동분서주하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품질 높은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렬하게 작용한 나머지 9년 전 부터 로스팅 설비를 갖추고 스페셜티 커피를 볶기 시작했답니다.


Scene 2 #

카페와 로스터리의 수익은 매년 질 좋은 생두의 구매, 장비의 도입으로 재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랩’이란 콘셉트의 스토어가 하나의 유행처럼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랩(Rap)’이란 유형의 대중문화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랩(Lab) 형태의 커피숍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이곳에는 약 800개의 대형 로스팅 공장이 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돼 왔고 공급의 차원에서 발전돼 왔다면, 부간 커피랩은 자신들의 커피를 사용하는 곳을 위한 커피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SCAE의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Lab에서는 중점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20명 정도의 바리스타가 교육을 이수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토요일 오후에는 일반 커피애호가를 위한 맛보기 클래스가 열리는데 랩을 가득 채울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광적으로 즐기는 이탈리아인의 커피 문화는 특별한 결핍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이런 대중을 위한 클래스가 더디게 발달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의 커피머신회사는 1950년대 에스프레소를 홍보하기 위한 엄청난 홍보활동을 펼쳐왔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에스프레소 음용 문화로 이어졌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부간 커피랩을 찾는 한 명 한 명에게 커피에 대한 정보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러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럽게 커피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결되면서 주말의 공개강좌로 연결된 것이죠. 와인 애호가가 많은 이탈리아인에게 와인 맛보기 클래스가 친숙하듯, 커피 맛보기 클래스는 드물게 열리지만 소비자에겐 매우 익숙한 접근 방식입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커피와 친숙해지면, 새로운 커피를 구입하고 추출 도구 등의 구매로 연결됩니다. 소비자의 맛보기 능력이 향상 될수록 보다 높은 품질의 커피를 판매하는 자신들의 입지도 높아진다는 생각인 것이죠.


Scene 3 #

커피랩에서 1유로에 판매하는 커피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커피숍과는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보다 특별한 가치와 맛을 찾아 발걸음을 옮깁니다. 스몰로스터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필터커피, 콜드드립, 에스프레소 등에 따라 다른 강도로 각 각의 커피를 로스팅하며,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에 적합한 싱글오리진 커피를 별도로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레드계열의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ETHIOPIA LIMU의 KONJO 커피를 카푸치노는 벨벳 같은 바디와 초콜렛티한 애프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밸런스 좋은 EL SALVADOR의 EL CARMEN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마우리지오는 커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농장을 다녔습니다. 그의 마음에 드는 커피를 찾기 위해서인데요. 뿐만 아니라 유럽의 커피숍들을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우유에 디자인을 하는 작업인 ‘라테 아트’가 유행하면서 보다 감각적인 커피가 제공되는 반면, 멋에 치우쳐 미완성 추출로 만들어진 맛없는 커피가 등장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맛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아름다운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와 교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우리지오는 마인드 역시 프로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본인의 매장에서는 한 번 데운 우유는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그러면서도 습관적으로 많은 로스를 남기는 바리스타들의 문제점도 꼬집었습니다.


이 골목은 타 지역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하나있는데 전 세계의 이민자들의 골목이란 점입니다. 인도, 케냐, 에디오피아,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커피 생산지의 다양한 곳에서 온 이주자들이 상점을 열고 다양한 식재료는 물론 커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에게도 다양한 영감을 부여했습니다.


Scene 4 #

부간 커피랩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숍으로 중심에 서있으며 스페셜티 커피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마우리지오가 커피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바빠서 아침을 챙겨주지 못한 경우가 되면 가까운 카페테리아에서 카푸치노와 브리오쉬를 먹고, 바의 선반에 돈을 올려놓으며 카푸치노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던 유년의 기억이 아름답게 각인돼 커피의 세계로 안내한 것입니다. 이탈리아 사람의 삶에서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님을 이 대목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삶의 관성일뿐만 아니라 휴식이고 아침을 열어주는 것이죠.



마우리지오는 어디선가 앨범을 찾아와 파나마 게이샤의 재배지역 농장주인 마리아와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마우리지오에 감격한 마리아가 농장에서 특별히 소량의 나무를 마우리지오를 위해서 길러준다는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네요. 이름만 게이샤인 제품이 전 세계 각지에 퍼져 나가고 있는 가운데 본인의 커피만큼은 100% 파나마에서 온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합니다.


Epilogue #


무언가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이란 매우 즐겁습니다. 필자 역시 2013년 이탈리아를 오토바이로 1만km를 여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루 10곳 정도의 커피숍을 매일 같이 방문하면서 커피 맛을 느꼈죠. 지나친 카페인이 미칠 후폭풍은 생각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아름다운 여정은 불의의 사고로 중단됐지만, 커피 한 잔을 향해 떠나는 열정을 지켜봐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현재 제가 소속한 회사의 오너이자, 제 커피 인생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선생님입니다. 무모해 보이는 여행이지만 그것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 그리고 사고 이후에 수개월의 재활기간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언어를 배우는 모습이 큰 인상을 남겼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함께 일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마우리지오의 그것과 필자의 모습은 분명 다른 향기겠지만, 다행히 저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나 봅니다. 위기를 겪은 이후에 오히려 더 큰 기회를 가져다주니 말입니다. 자칫 교만해 보일까 두렵지만 나누고 싶은 내용이었기에 용기 내 독자들께 글을 적어봅니다.


상반기에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미중간의 무역 분쟁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무더워지는 나른한 오후에 커피 한 잔과 함께 눈을 감고 찰나의 휴식을 취해보세요. 잠잠히 생각하고 용기를 내면 어떠한 지혜가 여러분에게 속삭일 것입니다. 특별한 커피 향처럼 깊고, 은은하게 말이죠.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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